아름답게 끝낸 이 세상 소풍…바바라 부시·최은희의 ‘선택’

입력 2018.04.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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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한미 양국에서 걸출한 인물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국의 41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부인이자 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어머니인 바바라 부시 여사. 그리고 한국영화의 산증인이자 '납북->탈출->망명'으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원로배우 최은희 씨입니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부인으로 또 한국영화 불세출의 스타로 고인들이 남긴 유산만큼 두 거목의 마지막 모습 역시 많은 생각 거리를 남겼습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선택한 마지막 존엄

바바라 부시 여사가 세상을 뜨기 이틀 전인 지난 일요일, 부시 가문은 심부전 등을 앓던 92살의 바바라 부시 여사가 "더 이상의 의학 치료를 구하지 않고 '편한 돌봄(comfort care)'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각종 관과 산소호흡기를 삽입하고 혼란스러운 정신으로 중환자실에 누워 세상을 뜨는 것 대신 통증 관리 등을 받으며 온전한 정신으로 차분히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겠다는 겁니다.


바바라 부시 여사 생전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함께 논의했던 미국의 한 전문가는 그녀가 '좋은 삶을 살았다. 언제나 좀 더 살길 바라지만 이걸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그녀 나이의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좋은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환자 본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의료비용의 급증을 가져온다는 지적이 세계적으로 나오는 요즘, 바바라 부시 여사의 '선택'은 많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 알려준 당신, 영원한 삶을 누리시기를

불세출의 영화배우 고 최은씨의 부고 기사를 작성하느라 분주했던 지난주, KBS 문화부에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보도자료가 도착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은 애도 메시지에서 "최은희 소화 테레사 님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홍보대사로, 사후장기기증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널리 알려주셨다.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별세 직전까지 신장 투석을 받은 최은희 씨, 지난 2010년 "내 생을 정리하면서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며 사후장기기증을 서약했습니다. 고인의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각막을 기증했습니다.


고인의 뜻대로 오늘(19일) 오전 발인식은 소박하고 간소하게 치러졌습니다. 하늘의 별보다 많은 영화계 스타들이 마지막 길을 함께 했습니다. 생전 한센병 환자들을 후원했다는 사실도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삶 아름다운 마지막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연명의료 결정법이 본격 시행된 지난 2월 4일부터 이달 초까지 모두 3,274명의 환자가 연명 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고 존엄사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갈수록 많은 사람이 바바라 부시 여사와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한때 터부시 됐던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사후 또는 뇌사 시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기준 196만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천상병 시인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고 노래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어떻게 마지막 순간을 대면해야 아름다웠노라 말할 수 있을까요.

바바라 부시 여사와 최은희 씨는 그 힌트를 조금 보여준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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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답게 끝낸 이 세상 소풍…바바라 부시·최은희의 ‘선택’
    • 입력 2018-04-21 11:07:15
    취재K
이번 주 한미 양국에서 걸출한 인물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국의 41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부인이자 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어머니인 바바라 부시 여사. 그리고 한국영화의 산증인이자 '납북->탈출->망명'으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원로배우 최은희 씨입니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부인으로 또 한국영화 불세출의 스타로 고인들이 남긴 유산만큼 두 거목의 마지막 모습 역시 많은 생각 거리를 남겼습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선택한 마지막 존엄

바바라 부시 여사가 세상을 뜨기 이틀 전인 지난 일요일, 부시 가문은 심부전 등을 앓던 92살의 바바라 부시 여사가 "더 이상의 의학 치료를 구하지 않고 '편한 돌봄(comfort care)'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각종 관과 산소호흡기를 삽입하고 혼란스러운 정신으로 중환자실에 누워 세상을 뜨는 것 대신 통증 관리 등을 받으며 온전한 정신으로 차분히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겠다는 겁니다.


바바라 부시 여사 생전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함께 논의했던 미국의 한 전문가는 그녀가 '좋은 삶을 살았다. 언제나 좀 더 살길 바라지만 이걸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그녀 나이의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좋은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환자 본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의료비용의 급증을 가져온다는 지적이 세계적으로 나오는 요즘, 바바라 부시 여사의 '선택'은 많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 알려준 당신, 영원한 삶을 누리시기를

불세출의 영화배우 고 최은씨의 부고 기사를 작성하느라 분주했던 지난주, KBS 문화부에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보도자료가 도착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은 애도 메시지에서 "최은희 소화 테레사 님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홍보대사로, 사후장기기증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널리 알려주셨다.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별세 직전까지 신장 투석을 받은 최은희 씨, 지난 2010년 "내 생을 정리하면서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며 사후장기기증을 서약했습니다. 고인의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각막을 기증했습니다.


고인의 뜻대로 오늘(19일) 오전 발인식은 소박하고 간소하게 치러졌습니다. 하늘의 별보다 많은 영화계 스타들이 마지막 길을 함께 했습니다. 생전 한센병 환자들을 후원했다는 사실도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삶 아름다운 마지막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연명의료 결정법이 본격 시행된 지난 2월 4일부터 이달 초까지 모두 3,274명의 환자가 연명 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고 존엄사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갈수록 많은 사람이 바바라 부시 여사와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한때 터부시 됐던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사후 또는 뇌사 시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기준 196만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천상병 시인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고 노래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어떻게 마지막 순간을 대면해야 아름다웠노라 말할 수 있을까요.

바바라 부시 여사와 최은희 씨는 그 힌트를 조금 보여준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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