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휴대전화로 ‘1인 3역’…수억 원 가로채

입력 2018.04.23 (08:29) 수정 2018.04.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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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여러분 혹시, 휴대전화로 걸려온 상대방의 목소리를 의심해본 적 있으신지요.

번호가 입력된 아는 사람일 경우 그럴 일이 없지만, 모르는 사람이 서로 다른 전화번호로 걸려올 경우 얘기가 달라집니다.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이웃집 여성과 법원 경매사까지.

1인 3역의 연기를 통해 수억 원을 가로챘습니다.

오늘‘뉴스따라잡기’는 휴대전화 너머의 목소리를 의심해보겠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2013년, 경기도에 사는 유 모 할아버지는 지인으로부터 A씨를 소개 받았습니다.

돈 불리는 재주가 있다는 50대 여성이었습니다.

두 달 뒤, A씨는 유 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얘기를 꺼냅니다.

시중 은행보다 이자를 많이 주겠다는 말에 선뜻 빌려준 3백 만 원을 시작으로, 돈은 계속 빌려주게 됩니다.

[유OO/ 피해자/음성변조 : "백만 원, 2백만 원 또 50만 원. 가다가 또 천만 원만 빌려달라고 하고……. 통영에 냉장고 만드는 회사인데 그 회사에 빌려준 거니까 나오게 되어있으니까 나오면 바로 드릴 테니까 천만 원만 더 달라고……."]

그렇게 빌려준 돈이 어느덧 수천만 원, A씨는 이번엔 소송에 휘말려있다며 재판 비용을 빌려주면 공탁금을 받아서 모두 갚겠다고 합니다.

[조선호/대구 달서경찰서 경제 2팀 : "자신이 법원에서 돈을 받아야 되는데 공탁금이 23억 원가량 걸려 있으니까 공탁금을 받기 위해서 소송 비용이나 압류를 풀기 위한 비용으로 백만 원 2백만 원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돈을 받았고……."]

상황이 이쯤되자, 유 씨는 A씨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글을 모르는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소송대리인이라며 이웃집 박 씨를 소개합니다.

갑자기 등장한 박 씨는 A씨가 소송 중인 게 맞고, 재판이 끝나면 돈이 생길 거라며 유 씨를 부추기기 시작합니다.

[박OO/소송대리인/음성변조 : '이것도 160만 원만 더 넣으면 돈을 찾을 수 있는데 지금 그거를 못 구해서 이러고 있습니다. 돈을 빨리 찾는 게 안 낫겠나 싶어서 이렇게 설치고 있습니다."]

얼마 후엔, 법원 경매과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재판 비용을 조금만 더 내면 곧 공탁금을 찾을 수 있다며 안심시킵니다.

[정OO/경매과 직원/음성변조 : "월요일 되면 이제 (압류가) 해지되지요. 다하면 21억 7천만 원 들어갑니다. 230만 원 정도만 넣어보세요."]

A씨를 의심하던 차에 잇따라 걸려온 소송대리인 이웃집 박 씨와 법원 경매과 정 씨까지...

재판이 끝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재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불안에 하는 유 씨에게 A씨는 곧 수십 억 원을 찾을 수 있다며 안심시켰습니다.

[A씨 / 피의자/음성변조 : "0.1% 이것만 넣으면 돈을 한 이틀만, 넉넉잡아서 이틀만 있으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더라."]

하지만, 지난해 1월 결국 A씨와의 연락이 끊기자, 유 씨는 그제서야 경찰에 신고하게 됩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조선호/대구 달서경찰서 경제 2팀 : "저희가 통화 녹음 파일 15개를 청취해서 목소리를 비교했고 그 다음에 (3명의) 전화번호에 대한 가입자정보를 저희가 확인을 했을 때 전화번호 가입자 정보가 모두 일치했습니다. 같은 사람이 사용한다는 걸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돈을 빌려간 A 씨와, 옆에서 도와주던 이웃집 박 씨, 그리고 법원의 경매과 직원이라던 정 씨 까지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지인의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번호와 목소리를 바꿔가며 세 명인 척 연기한 겁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피의자 A씨와 이웃집 박 씨, 경매과 직원 정씨로 사칭한 휴대전화 음성을 이어서 들려드리겠습니다.

[ 피의자 A씨/음성변조 : "결은 다 났습니다. 해결은. 제가 진짜 마무리 다 지었습니다."]

[이웃 주민 사칭/음성변조 : "내가 어찌해도 찾도록 하겠습니다."]

[법원 경매과 직원 사칭/음성변조 : "다 됐습니다. 말끔하게 다 됐습니다."]

[ 조선호/대구 달서경찰서 경제 2팀 :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게 각각 다른 전화 3개 전화번호를 이용해서 1인 3역을 하기도 했었고 목소리 톤을 좀 다르게 했던 것도 있고 특히 목소리 연기보다도 내용에 조금 더 중점을 뒀던 거 같습니다."]

피해자 유 씨가 1인 3역의 피의자 A 씨에게 지난 2013년부터 4년간 송금한 돈은 모두 240여 차례에 2억5천만 원.

[ 유OO/ 피해자/음성변조 : "17년, 18년 모아놓은 돈이죠. 내 지인들 (돈)까지..."

경찰 수사 결과 A씨의 단독 범행으로 밝혀졌지만, 충격에 빠진 피해자 유 씨는 아직까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OO/ 피해자/음성변조 : "(이웃집 박 씨하고 경매과 직원하고) 다 따로따로 있어요. 혼자 다 했다고 그러는데 저건 절대 거짓말입니다. 못 믿어요."]

피의자 A 씨는 도박자금 등으로 빌린 돈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1인 다역의 또다른 피해 사례에 대해 수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화 통화만으로 금전 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같은 사기 피해는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는 값이 폭등한 고춧가루를 싸게 주겠다며 시장상인에게 억대의 돈을 뜯어낸 40대가 붙잡혔습니다.

휴대전화 4대로 고추농사 농민, 운송업자, 사채업자 등 1인 4역을 했습니다.

서울에선 중고 물건을 판다며 돈을 받고는, 또 다른 휴대전화를 이용해 배달 중인 퀵 배송 기사인 척 하며 피해자들을 속여 온 사기범도 적발됐습니다.

[ 조선호/대구 달서경찰서 경제 2팀 : "직접 만나서 확인을 하거나 근거자료를 확실히 확인한 후에 돈을 투자하거나 빌려주는 것이 범행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소리 구분에 취약한 노년층을 주로 노린 신종 전화 사기 수법.

보이스피싱과 달리 여러 개의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만큼 전화번호 외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확보해놓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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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휴대전화로 ‘1인 3역’…수억 원 가로채
    • 입력 2018-04-23 08:31:39
    • 수정2018-04-23 09: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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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여러분 혹시, 휴대전화로 걸려온 상대방의 목소리를 의심해본 적 있으신지요.

번호가 입력된 아는 사람일 경우 그럴 일이 없지만, 모르는 사람이 서로 다른 전화번호로 걸려올 경우 얘기가 달라집니다.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이웃집 여성과 법원 경매사까지.

1인 3역의 연기를 통해 수억 원을 가로챘습니다.

오늘‘뉴스따라잡기’는 휴대전화 너머의 목소리를 의심해보겠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2013년, 경기도에 사는 유 모 할아버지는 지인으로부터 A씨를 소개 받았습니다.

돈 불리는 재주가 있다는 50대 여성이었습니다.

두 달 뒤, A씨는 유 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얘기를 꺼냅니다.

시중 은행보다 이자를 많이 주겠다는 말에 선뜻 빌려준 3백 만 원을 시작으로, 돈은 계속 빌려주게 됩니다.

[유OO/ 피해자/음성변조 : "백만 원, 2백만 원 또 50만 원. 가다가 또 천만 원만 빌려달라고 하고……. 통영에 냉장고 만드는 회사인데 그 회사에 빌려준 거니까 나오게 되어있으니까 나오면 바로 드릴 테니까 천만 원만 더 달라고……."]

그렇게 빌려준 돈이 어느덧 수천만 원, A씨는 이번엔 소송에 휘말려있다며 재판 비용을 빌려주면 공탁금을 받아서 모두 갚겠다고 합니다.

[조선호/대구 달서경찰서 경제 2팀 : "자신이 법원에서 돈을 받아야 되는데 공탁금이 23억 원가량 걸려 있으니까 공탁금을 받기 위해서 소송 비용이나 압류를 풀기 위한 비용으로 백만 원 2백만 원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돈을 받았고……."]

상황이 이쯤되자, 유 씨는 A씨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글을 모르는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소송대리인이라며 이웃집 박 씨를 소개합니다.

갑자기 등장한 박 씨는 A씨가 소송 중인 게 맞고, 재판이 끝나면 돈이 생길 거라며 유 씨를 부추기기 시작합니다.

[박OO/소송대리인/음성변조 : '이것도 160만 원만 더 넣으면 돈을 찾을 수 있는데 지금 그거를 못 구해서 이러고 있습니다. 돈을 빨리 찾는 게 안 낫겠나 싶어서 이렇게 설치고 있습니다."]

얼마 후엔, 법원 경매과 직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재판 비용을 조금만 더 내면 곧 공탁금을 찾을 수 있다며 안심시킵니다.

[정OO/경매과 직원/음성변조 : "월요일 되면 이제 (압류가) 해지되지요. 다하면 21억 7천만 원 들어갑니다. 230만 원 정도만 넣어보세요."]

A씨를 의심하던 차에 잇따라 걸려온 소송대리인 이웃집 박 씨와 법원 경매과 정 씨까지...

재판이 끝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재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불안에 하는 유 씨에게 A씨는 곧 수십 억 원을 찾을 수 있다며 안심시켰습니다.

[A씨 / 피의자/음성변조 : "0.1% 이것만 넣으면 돈을 한 이틀만, 넉넉잡아서 이틀만 있으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더라."]

하지만, 지난해 1월 결국 A씨와의 연락이 끊기자, 유 씨는 그제서야 경찰에 신고하게 됩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조선호/대구 달서경찰서 경제 2팀 : "저희가 통화 녹음 파일 15개를 청취해서 목소리를 비교했고 그 다음에 (3명의) 전화번호에 대한 가입자정보를 저희가 확인을 했을 때 전화번호 가입자 정보가 모두 일치했습니다. 같은 사람이 사용한다는 걸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돈을 빌려간 A 씨와, 옆에서 도와주던 이웃집 박 씨, 그리고 법원의 경매과 직원이라던 정 씨 까지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지인의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번호와 목소리를 바꿔가며 세 명인 척 연기한 겁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피의자 A씨와 이웃집 박 씨, 경매과 직원 정씨로 사칭한 휴대전화 음성을 이어서 들려드리겠습니다.

[ 피의자 A씨/음성변조 : "결은 다 났습니다. 해결은. 제가 진짜 마무리 다 지었습니다."]

[이웃 주민 사칭/음성변조 : "내가 어찌해도 찾도록 하겠습니다."]

[법원 경매과 직원 사칭/음성변조 : "다 됐습니다. 말끔하게 다 됐습니다."]

[ 조선호/대구 달서경찰서 경제 2팀 :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게 각각 다른 전화 3개 전화번호를 이용해서 1인 3역을 하기도 했었고 목소리 톤을 좀 다르게 했던 것도 있고 특히 목소리 연기보다도 내용에 조금 더 중점을 뒀던 거 같습니다."]

피해자 유 씨가 1인 3역의 피의자 A 씨에게 지난 2013년부터 4년간 송금한 돈은 모두 240여 차례에 2억5천만 원.

[ 유OO/ 피해자/음성변조 : "17년, 18년 모아놓은 돈이죠. 내 지인들 (돈)까지..."

경찰 수사 결과 A씨의 단독 범행으로 밝혀졌지만, 충격에 빠진 피해자 유 씨는 아직까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OO/ 피해자/음성변조 : "(이웃집 박 씨하고 경매과 직원하고) 다 따로따로 있어요. 혼자 다 했다고 그러는데 저건 절대 거짓말입니다. 못 믿어요."]

피의자 A 씨는 도박자금 등으로 빌린 돈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1인 다역의 또다른 피해 사례에 대해 수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화 통화만으로 금전 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같은 사기 피해는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는 값이 폭등한 고춧가루를 싸게 주겠다며 시장상인에게 억대의 돈을 뜯어낸 40대가 붙잡혔습니다.

휴대전화 4대로 고추농사 농민, 운송업자, 사채업자 등 1인 4역을 했습니다.

서울에선 중고 물건을 판다며 돈을 받고는, 또 다른 휴대전화를 이용해 배달 중인 퀵 배송 기사인 척 하며 피해자들을 속여 온 사기범도 적발됐습니다.

[ 조선호/대구 달서경찰서 경제 2팀 : "직접 만나서 확인을 하거나 근거자료를 확실히 확인한 후에 돈을 투자하거나 빌려주는 것이 범행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소리 구분에 취약한 노년층을 주로 노린 신종 전화 사기 수법.

보이스피싱과 달리 여러 개의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만큼 전화번호 외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확보해놓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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