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중국 특파원에 ‘사드’는 금기어?

입력 2018.04.24 (15:32) 수정 2018.04.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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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중국 특파원에 ‘사드’는 금기어?

[특파원리포트] 중국 특파원에 ‘사드’는 금기어?

▲중국 선양의 롯데타운 공사는 1년 넘게 중단돼 있다.

사드 관련 보도를 자제해주세요..."국익에 도움이 안돼요"

주중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사드 관련 얘기를 부각시키지 말아달라."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사드 관련 질문, 정확하게는 사드 보복 해제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한결같은 답변이다. 매주 월요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리는 대사관 직원들과 특파원들간 간담회의 익숙한 풍경이다. 노영민 대사가 이번 주 랴오닝 성 선양과 다롄을 방문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이를 알만한 취재원과 통화를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랴오닝 성장 만나면 사드보복 해제... 그런 얘기 안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이걸 부각하면 국익에 도움되지 않습니다. 이런 보도가 나가면 중국 측이 다시 움츠러들 수 있어요." 기자들도 '국익'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베이징 특파원들에게 '사드'는 금기어가 돼가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국익이 지켜졌을까?

노영민 주중 대사의 랴오닝성 방문은 번번이 무산됐다. 노영민 주중 대사의 랴오닝성 방문은 번번이 무산됐다.

랴오닝 성 행사 이틀 전 일방적 취소 통보...벌써 두 번째

노영민 대사가 이번에 중국 랴오닝 성을 방문해 랴오닝 성장을 만나기로 했던 것은 사드 보복 조치 해제의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었다. 랴오닝 선양에는 사드 보복으로 건설이 중단된 롯데타워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방문 일정 불과 이틀 전에 일방적으로 약속 취소를 통보했다. 노 대사 일행이 다롄과 선양 등에서 교민들과의 행사 일정까지 모두 확정해 놓은 상태였다. 중국 측은 우리 측에 명확한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 외교소식통은 "랴오닝 성장이 다른 회의 일정이 잡혔기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행사 직전 취소를 통보했다. 사실 노 대사가 이런 대접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사 부임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도 똑같은 수모(?)를 당했다. 외교적 결례를 넘어 모욕감까지 느껴지는 이유다.

왕이 장관은 강경화 장관에게 “말에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왕이 장관은 강경화 장관에게 “말에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늘 그런 식이다?

대사관 측에선 "중국은 원래 그렇다"는 순응적이고, 자조적인 반응이 많았다. 이른바 중국통으로 분류되는 외교관들이 더 그렇게 반응하는 경향이 많다. 누군가는 "자신도 약속 당일 일방적으로 파기 통보를 들은 적이 있다"며 이번 중국의 행태를 '관행'처럼 받아들이는 얘기도 한다. 중국이 정말 그런가? 중국이 지난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일행을 환대한 전례나, 최근 북한 김정은 부부를 환대한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 중국 외교관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言必信 行必果, 말에는 신의가 있어야 하고, 행동에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 관련해 우리 강경화 외교장관에게도 했던 말이다.

중국 리커창 총리가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美 무역보호주의 반대”를 강조했다.중국 리커창 총리가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美 무역보호주의 반대”를 강조했다.

왜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중국의 사드 보복은 1년 넘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한중간 사드 합의문이 나올 때만 해도 금방 모든 게 풀릴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중국은 11월 24일 이른바 3불이라는 것을 들고 나오며 우리를 압박했다. 지난해 12월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수행 기자단이 중국 경호원에게 폭행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지난 3월 30일 중국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이른 시일 내 구체적인 성과나 나올 것이라며 믿어달라고까지 했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없다.

왜 부당한 사드 보복 철회하라고 당당하게 얘길 못하나. 미국을 향해 보호무역을 항의하는 중국이 우리에겐 치졸한 사드 보복을 여전히 자행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WTO에 제소하는 것도 포기하고 여기까지 왔다. 이젠 기자들에게까지 '사드'관련 기사를 쓰지 말아 달란다. 얼마나 더 '조용한 외교'가 필요한 것인가? 얼마나 더 저자세로 일관해야 하는가? 이게 국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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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4 15:32:45
    • 수정2018-04-24 17:50:38
    특파원 리포트
▲중국 선양의 롯데타운 공사는 1년 넘게 중단돼 있다.

사드 관련 보도를 자제해주세요..."국익에 도움이 안돼요"

주중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사드 관련 얘기를 부각시키지 말아달라."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사드 관련 질문, 정확하게는 사드 보복 해제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한결같은 답변이다. 매주 월요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리는 대사관 직원들과 특파원들간 간담회의 익숙한 풍경이다. 노영민 대사가 이번 주 랴오닝 성 선양과 다롄을 방문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이를 알만한 취재원과 통화를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랴오닝 성장 만나면 사드보복 해제... 그런 얘기 안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이걸 부각하면 국익에 도움되지 않습니다. 이런 보도가 나가면 중국 측이 다시 움츠러들 수 있어요." 기자들도 '국익'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베이징 특파원들에게 '사드'는 금기어가 돼가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국익이 지켜졌을까?

노영민 주중 대사의 랴오닝성 방문은 번번이 무산됐다.
랴오닝 성 행사 이틀 전 일방적 취소 통보...벌써 두 번째

노영민 대사가 이번에 중국 랴오닝 성을 방문해 랴오닝 성장을 만나기로 했던 것은 사드 보복 조치 해제의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었다. 랴오닝 선양에는 사드 보복으로 건설이 중단된 롯데타워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방문 일정 불과 이틀 전에 일방적으로 약속 취소를 통보했다. 노 대사 일행이 다롄과 선양 등에서 교민들과의 행사 일정까지 모두 확정해 놓은 상태였다. 중국 측은 우리 측에 명확한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 외교소식통은 "랴오닝 성장이 다른 회의 일정이 잡혔기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행사 직전 취소를 통보했다. 사실 노 대사가 이런 대접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사 부임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도 똑같은 수모(?)를 당했다. 외교적 결례를 넘어 모욕감까지 느껴지는 이유다.

왕이 장관은 강경화 장관에게 “말에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늘 그런 식이다?

대사관 측에선 "중국은 원래 그렇다"는 순응적이고, 자조적인 반응이 많았다. 이른바 중국통으로 분류되는 외교관들이 더 그렇게 반응하는 경향이 많다. 누군가는 "자신도 약속 당일 일방적으로 파기 통보를 들은 적이 있다"며 이번 중국의 행태를 '관행'처럼 받아들이는 얘기도 한다. 중국이 정말 그런가? 중국이 지난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일행을 환대한 전례나, 최근 북한 김정은 부부를 환대한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 중국 외교관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言必信 行必果, 말에는 신의가 있어야 하고, 행동에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 관련해 우리 강경화 외교장관에게도 했던 말이다.

중국 리커창 총리가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美 무역보호주의 반대”를 강조했다.
왜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중국의 사드 보복은 1년 넘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한중간 사드 합의문이 나올 때만 해도 금방 모든 게 풀릴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중국은 11월 24일 이른바 3불이라는 것을 들고 나오며 우리를 압박했다. 지난해 12월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수행 기자단이 중국 경호원에게 폭행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지난 3월 30일 중국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이른 시일 내 구체적인 성과나 나올 것이라며 믿어달라고까지 했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없다.

왜 부당한 사드 보복 철회하라고 당당하게 얘길 못하나. 미국을 향해 보호무역을 항의하는 중국이 우리에겐 치졸한 사드 보복을 여전히 자행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WTO에 제소하는 것도 포기하고 여기까지 왔다. 이젠 기자들에게까지 '사드'관련 기사를 쓰지 말아 달란다. 얼마나 더 '조용한 외교'가 필요한 것인가? 얼마나 더 저자세로 일관해야 하는가? 이게 국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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