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서 박사모, 정의당까지…‘카멜레온’ 인터넷 논객의 몰락

입력 2018.04.24 (21:35) 수정 2018.04.2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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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서 박사모, 정의당까지…‘카멜레온’ 인터넷 논객의 몰락

노사모서 박사모, 정의당까지…‘카멜레온’ 인터넷 논객의 몰락

베일 벗는 드루킹

민주당원 불법 댓글 사건의 '드루킹'에 대한 경찰 수사 이후 드루킹의 정체가 점차 베일을 벗고 있습니다. 드루킹이 운영하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회원들의 제보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20년 가까이 드루킹은 노사모에서 박사모로, 다시 정의당에서 민주당으로 카멜레온처럼 움직였습니다.

[연관기사] [뉴스9] 정치판 대세 쫓던 ‘디지털 정치브로커’의 몰락

드루킹의 전신 '뽀띠'와 노무현 전 대통령


드루킹은 2000년 초반부터 인터넷 정치 커뮤니티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드루킹은 '뽀띠'라는 필명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 분석 글들을 올렸습니다. 2006년도에 들어선 '뽀띠의 자료창고'라는 블로그를 통해 정치 평론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습니다.


경공모 창립 회원으로 알려진 한우현 씨도 드루킹이 노사모를 언급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9년 경공모를 개설하는 자리에서 드루킹은 자신을 '포항에서 노사모를 창립했다'고 소개했습니다.

[한우연 / 경공모 창립 회원] "포항에 가서 노사모 결성을 했다는 거 같아요. 그때부터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고 조언을 하는데 온라인의 글들을 선점을 해야 크게 될 거라고..."

드루킹, 박근혜 전 대통령 접근


2009년도에 들어선 필명은 '드루킹', 블로그는 '드루킹의 자료창고'로 바뀝니다. 드루킹의 글은 인터넷에서 자주 공유되며 서서히 정치 블로거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블로그는 불과 1년 만에 네이버가 인증하는 시사·인문·경제 분야의 파워블로거로 2년 연속 선정됩니다. 누적 방문수는 980만여 명에 이릅니다.

진보성향 파워블로거의 명성을 얻게 된 드루킹은 18대 대선 전부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접근합니다. 2012년엔 반드시 대통령이 될 거란 사주풀이를 박사모에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에 줄을 대놓으면 뭔가 떨어질 게 있으니 꼭 연결시키는 것이 드루킹의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한우연 / 경공모 창립 회원] "연줄을 만들어야 된다. 하면서 부탁을 하는 거예요. 마지막 한두 페이지는 자기 약력을 적어놨어요."

실제 사주풀이는 박사모 정광용 회장에게 전달됐지만, 박 전 대통령에겐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드루킹, 정의당에서 민주당...댓글조작범까지


박 전 대통령 측에 퇴짜를 맞은 드루킹은 2014년부턴 정의당 지지자로 돌아섭니다. 드루킹이 거물급 인사에 접근하는 방식은 초청 강연회와 같은 대외행사였습니다. 2014년 6월, 노회찬 의원을 자신이 마련한 강연회에 초청하며 자신의 세력을 과시했습니다. 노 의원에 대한 접근은 도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노 의원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에게 200만 원을 건네면서 드루킹은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자원봉사자는 경공모 회원이었는데, 노 의원의 선거를 돕기 위해 자신의 회원을 선거캠프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노 의원은 금전 거래 사실을 몰라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김종철 / 노회찬 의원 비서실장] "한 번 강연을 하신 거고요. 돈 관계가 오고 간 거는 보도가 되고 알았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뒤 드루킹은 정의당 지지 활동을 접고 다시 민주당으로 복귀합니다. 대선 승리가 예상됐던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주요 경선 현장을 따라다녔습니다. 드루킹은 자신의 회원들을 이끌고 유세 현장을 다니며 문 후보자를 지원했던 걸로 전해집니다.

[이종원 / 시사타파 TV 기자] "고척, 그다음에 부산, 광주. 이 3개는 제가 기억해요. 대선 경선장 응원단 있잖아요, 뒤에. 당원들 거기 있는데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드루킹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했습니다.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등 경공모 회원들이 앉을 자리를 요구한 건데 결국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이후 드루킹은 불법 댓글 조작에 나선 혐의로 지난 3월 구속됐습니다. 인사 청탁이 이뤄지지 않은데 앙심을 품고 댓글을 조작했는지 혹은 이른바 '윗선'의 지시로 조작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유명 진보 온라인 논객으로 이름을 날리며 철새처럼 권력을 쫓던 '드루킹', 그는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의 핵심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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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모서 박사모, 정의당까지…‘카멜레온’ 인터넷 논객의 몰락
    • 입력 2018-04-24 21:35:13
    • 수정2018-04-25 08:09:55
    취재K
베일 벗는 드루킹

민주당원 불법 댓글 사건의 '드루킹'에 대한 경찰 수사 이후 드루킹의 정체가 점차 베일을 벗고 있습니다. 드루킹이 운영하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회원들의 제보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20년 가까이 드루킹은 노사모에서 박사모로, 다시 정의당에서 민주당으로 카멜레온처럼 움직였습니다.

[연관기사] [뉴스9] 정치판 대세 쫓던 ‘디지털 정치브로커’의 몰락

드루킹의 전신 '뽀띠'와 노무현 전 대통령


드루킹은 2000년 초반부터 인터넷 정치 커뮤니티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드루킹은 '뽀띠'라는 필명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 분석 글들을 올렸습니다. 2006년도에 들어선 '뽀띠의 자료창고'라는 블로그를 통해 정치 평론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습니다.


경공모 창립 회원으로 알려진 한우현 씨도 드루킹이 노사모를 언급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9년 경공모를 개설하는 자리에서 드루킹은 자신을 '포항에서 노사모를 창립했다'고 소개했습니다.

[한우연 / 경공모 창립 회원] "포항에 가서 노사모 결성을 했다는 거 같아요. 그때부터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고 조언을 하는데 온라인의 글들을 선점을 해야 크게 될 거라고..."

드루킹, 박근혜 전 대통령 접근


2009년도에 들어선 필명은 '드루킹', 블로그는 '드루킹의 자료창고'로 바뀝니다. 드루킹의 글은 인터넷에서 자주 공유되며 서서히 정치 블로거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블로그는 불과 1년 만에 네이버가 인증하는 시사·인문·경제 분야의 파워블로거로 2년 연속 선정됩니다. 누적 방문수는 980만여 명에 이릅니다.

진보성향 파워블로거의 명성을 얻게 된 드루킹은 18대 대선 전부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접근합니다. 2012년엔 반드시 대통령이 될 거란 사주풀이를 박사모에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에 줄을 대놓으면 뭔가 떨어질 게 있으니 꼭 연결시키는 것이 드루킹의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한우연 / 경공모 창립 회원] "연줄을 만들어야 된다. 하면서 부탁을 하는 거예요. 마지막 한두 페이지는 자기 약력을 적어놨어요."

실제 사주풀이는 박사모 정광용 회장에게 전달됐지만, 박 전 대통령에겐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드루킹, 정의당에서 민주당...댓글조작범까지


박 전 대통령 측에 퇴짜를 맞은 드루킹은 2014년부턴 정의당 지지자로 돌아섭니다. 드루킹이 거물급 인사에 접근하는 방식은 초청 강연회와 같은 대외행사였습니다. 2014년 6월, 노회찬 의원을 자신이 마련한 강연회에 초청하며 자신의 세력을 과시했습니다. 노 의원에 대한 접근은 도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노 의원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에게 200만 원을 건네면서 드루킹은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자원봉사자는 경공모 회원이었는데, 노 의원의 선거를 돕기 위해 자신의 회원을 선거캠프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노 의원은 금전 거래 사실을 몰라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김종철 / 노회찬 의원 비서실장] "한 번 강연을 하신 거고요. 돈 관계가 오고 간 거는 보도가 되고 알았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뒤 드루킹은 정의당 지지 활동을 접고 다시 민주당으로 복귀합니다. 대선 승리가 예상됐던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주요 경선 현장을 따라다녔습니다. 드루킹은 자신의 회원들을 이끌고 유세 현장을 다니며 문 후보자를 지원했던 걸로 전해집니다.

[이종원 / 시사타파 TV 기자] "고척, 그다음에 부산, 광주. 이 3개는 제가 기억해요. 대선 경선장 응원단 있잖아요, 뒤에. 당원들 거기 있는데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드루킹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했습니다.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등 경공모 회원들이 앉을 자리를 요구한 건데 결국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이후 드루킹은 불법 댓글 조작에 나선 혐의로 지난 3월 구속됐습니다. 인사 청탁이 이뤄지지 않은데 앙심을 품고 댓글을 조작했는지 혹은 이른바 '윗선'의 지시로 조작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유명 진보 온라인 논객으로 이름을 날리며 철새처럼 권력을 쫓던 '드루킹', 그는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의 핵심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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