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자유 순위 미국보다 높은 이유…북한은?

입력 2018.04.25 (16: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줄었다가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사례"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RSF) 의 아시아지부장 세드릭 알비아니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며 한 말이다. 180개국 가운데 2016년 70위, 2017년 63위에 머물며 '문제 있음' 판정을 받았던 한국의 언론자유는 올해 급상승하며 세계 언론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세계언론자유지도, 출처 : 국경없는기자회 홈페이지세계언론자유지도, 출처 : 국경없는기자회 홈페이지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4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3위에 비해 무려 2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언론자유지도'에 표기된 우리나라의 색깔도 주황색(문제 있음, Noticeable problem)에서 노란색(좋음, Satisfactory situation)으로 바뀌었다. 아시아에서 노란색으로 표기된 나라는 타이완과 한국 뿐이다. 타이완은 42위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

2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RSF는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은 “언론자유지수는 국경없는기자회 본부가 있는 프랑스에서 거의 매년 발표해 왔으나 올해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도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며 “이는 촛불집회 이후 현 정부의 소통 노력과 한국 언론사들에 대한 언론자유 의지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경없는기자회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 발표국경없는기자회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 발표

세드릭 알비아니 RSF 아시아 지부장은 "한국의 지난 10년은 언론자유가 절대로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런 개선이 가능할 수 있도록 끌어 준 한국의 기자들과 시민사회의 엄청난 저항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SF는 한국의 언론 환경에 대해 "10년의 후퇴 뒤 눈에 띄는 개선"이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인권운동가인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국의 언론 자유 상황은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RSF는 이어 "한국의 언론은 2014~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벌인 투쟁 과정에서 그들의 투지를 보여줬다"며 "박 전 대통령이 부패로 탄핵당함으로써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RSF는 "낙하산 사장을 기자들이 거부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공영방송국 MBC와 KBS에서 10년째 계속되던 갈등을 종식했다"고 덧붙였다.

미국보다 높은 순위 왜?

지난해 43위를 기록했던 미국은 한국에 그 자리를 내주며 45위로 밀렸다. RSF는 "미국의 언론 자유는 지난 몇 년 동안 공격을 받아 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첫해는 기자들이 '보도할 권리'의 추가적인 하락이 조장됐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연이은 언론인들에 대한 언어 공격에서 언론을 '미국 국민의 적'이라고 선언하고, 여러 언론사에 대한 백악관의 접근을 막으려 했으며 비판적 보도에 대한 보복으로 '가짜 뉴스'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180개국 가운데 176위를 기록한 중국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RSF는 "시진핑의 중국은 21세기판 전체주의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RSF는 "외신 기자들의 보도 환경은 점점 나빠진다"며 "중국인들은 소셜 네트워크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뉴스와 정보를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의 방식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 특히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답습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철면피한 욕망은 불행히도 아시아에서 여러 추종자를 낳고 있다"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추종자'로 지목된 베트남은 이번 발표에서 175위를 기록했고, 캄보디아는 142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지난해보다 5계단 상승한 67위를 기록했고, 홍콩은 3계단 올라 70위로 나타났다.

"정보의 자유 침해하는 최악의 국가 북한"

180개국 가운데 180위, 꼴찌는 북한이 차지했다. RSF는 "정보의 자유를 침해하는 최악의 국가가 여전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다"며 북한을 지목했다. RSF는 "북한에서도 최근 스마트폰 사용이 늘었지만, 정보 전달 체계와 통신망은 국가의 철저한 통제 아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매체는 국영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만 받아 전달한다"며 "북한에서는 해외 언론의 보도 내용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강제수용소에 갇힐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꼴찌를 기록했다.

열병식 중계 화면에 등장한 북한 취재진들열병식 중계 화면에 등장한 북한 취재진들

1위는 지난해에 이어 노르웨이가 차지했고, 2위 역시 스웨덴으로 지난해와 같다. 네덜란드 3위, 핀란드 4위로 북유럽 국가들이 역시 상위권을 차지했다. RSF는 노르웨이에 대해 "언론은 자유롭고 기자들은 검열이나 정치적 압력을 받지 않는다"며 "최근 몇 년간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위협을 받아 온 언론에 대한 폭력은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언론자유순위 올랐지만 충분하지 않다"

RSF는 한국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립성 보장을 위해 공영방송국 경영진을 지명하는 제도는 개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언론인의 정당한 보도활동을 억압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가 형법 상으로 규정돼있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드릭 알비아니 RSF 아시아지부장은 발표를 마치며 "한국이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올랐지만 만족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순위는 충분하지 않으며,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선도에 서서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자유의 싸움을 이끌어가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한국 언론자유 순위 미국보다 높은 이유…북한은?
    • 입력 2018-04-25 16:53:18
    취재K
"언론의 자유가 줄었다가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사례"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RSF) 의 아시아지부장 세드릭 알비아니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며 한 말이다. 180개국 가운데 2016년 70위, 2017년 63위에 머물며 '문제 있음' 판정을 받았던 한국의 언론자유는 올해 급상승하며 세계 언론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세계언론자유지도, 출처 : 국경없는기자회 홈페이지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4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3위에 비해 무려 2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언론자유지도'에 표기된 우리나라의 색깔도 주황색(문제 있음, Noticeable problem)에서 노란색(좋음, Satisfactory situation)으로 바뀌었다. 아시아에서 노란색으로 표기된 나라는 타이완과 한국 뿐이다. 타이완은 42위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

2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RSF는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은 “언론자유지수는 국경없는기자회 본부가 있는 프랑스에서 거의 매년 발표해 왔으나 올해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도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며 “이는 촛불집회 이후 현 정부의 소통 노력과 한국 언론사들에 대한 언론자유 의지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경없는기자회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 발표
세드릭 알비아니 RSF 아시아 지부장은 "한국의 지난 10년은 언론자유가 절대로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런 개선이 가능할 수 있도록 끌어 준 한국의 기자들과 시민사회의 엄청난 저항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SF는 한국의 언론 환경에 대해 "10년의 후퇴 뒤 눈에 띄는 개선"이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인권운동가인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국의 언론 자유 상황은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RSF는 이어 "한국의 언론은 2014~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벌인 투쟁 과정에서 그들의 투지를 보여줬다"며 "박 전 대통령이 부패로 탄핵당함으로써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RSF는 "낙하산 사장을 기자들이 거부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공영방송국 MBC와 KBS에서 10년째 계속되던 갈등을 종식했다"고 덧붙였다.

미국보다 높은 순위 왜?

지난해 43위를 기록했던 미국은 한국에 그 자리를 내주며 45위로 밀렸다. RSF는 "미국의 언론 자유는 지난 몇 년 동안 공격을 받아 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첫해는 기자들이 '보도할 권리'의 추가적인 하락이 조장됐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연이은 언론인들에 대한 언어 공격에서 언론을 '미국 국민의 적'이라고 선언하고, 여러 언론사에 대한 백악관의 접근을 막으려 했으며 비판적 보도에 대한 보복으로 '가짜 뉴스'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180개국 가운데 176위를 기록한 중국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RSF는 "시진핑의 중국은 21세기판 전체주의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RSF는 "외신 기자들의 보도 환경은 점점 나빠진다"며 "중국인들은 소셜 네트워크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뉴스와 정보를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의 방식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 특히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답습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철면피한 욕망은 불행히도 아시아에서 여러 추종자를 낳고 있다"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추종자'로 지목된 베트남은 이번 발표에서 175위를 기록했고, 캄보디아는 142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지난해보다 5계단 상승한 67위를 기록했고, 홍콩은 3계단 올라 70위로 나타났다.

"정보의 자유 침해하는 최악의 국가 북한"

180개국 가운데 180위, 꼴찌는 북한이 차지했다. RSF는 "정보의 자유를 침해하는 최악의 국가가 여전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다"며 북한을 지목했다. RSF는 "북한에서도 최근 스마트폰 사용이 늘었지만, 정보 전달 체계와 통신망은 국가의 철저한 통제 아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매체는 국영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만 받아 전달한다"며 "북한에서는 해외 언론의 보도 내용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강제수용소에 갇힐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꼴찌를 기록했다.

열병식 중계 화면에 등장한 북한 취재진들
1위는 지난해에 이어 노르웨이가 차지했고, 2위 역시 스웨덴으로 지난해와 같다. 네덜란드 3위, 핀란드 4위로 북유럽 국가들이 역시 상위권을 차지했다. RSF는 노르웨이에 대해 "언론은 자유롭고 기자들은 검열이나 정치적 압력을 받지 않는다"며 "최근 몇 년간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위협을 받아 온 언론에 대한 폭력은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언론자유순위 올랐지만 충분하지 않다"

RSF는 한국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립성 보장을 위해 공영방송국 경영진을 지명하는 제도는 개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언론인의 정당한 보도활동을 억압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가 형법 상으로 규정돼있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드릭 알비아니 RSF 아시아지부장은 발표를 마치며 "한국이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올랐지만 만족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순위는 충분하지 않으며,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선도에 서서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자유의 싸움을 이끌어가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