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매우 훌륭하다고?…트럼프의 돌변, 과연 뭘 노리나?

입력 2018.04.25 (18:15) 수정 2018.04.2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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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매우 훌륭하다고?…트럼프의 돌변, 과연 뭘 노리나?

김정은 매우 훌륭하다고?…트럼프의 돌변, 과연 뭘 노리나?

"김정은은 매우 열려있고(very open) 매우 훌륭한(very honorable) 사람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전주곡으로 평가받는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오늘 아침 워싱턴에서 흘러나온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인물평이 화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매우 좋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거듭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우리가 보는 모든 면에서 김정은은 매우 열려있고,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little rocket man)', '미치광이(maniac)', '미친 인간(madman)', '병든 강아지(a sick puppy)'로 표현하며 연일 조롱 섞인 말 폭탄을 쏟아냈던 트럼프의 수사법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같은 변화다.

트럼프가 표현한 "honorable"은 국어사전에서는 "훌륭한, 명예로운, 고귀한' 등의 의미로 번역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최고의 예우와 존경을 담아 상대방을 칭찬할 때 쓰이는 단어다. 우리 말로는 마땅한 대체어가 없을 정도로 극찬 중의 극찬이다.

180도 확 바뀐 트럼프 수사, 북미 물밑조율 진전?

그렇다면 트럼프가 갑자기 김정은을 극찬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미불 정상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의 'honorable' 발언이 다시 화제가 됐다. 정상회담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한 기자가 "주민을 굶겨 죽이고 가족을 죽였다는 비난을 받아온 사람에게 이런 표현을 쓴 게 무슨 의미냐?"고 'honorable' 발언의 진의를 따져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담이 곧 열릴 것이다. 회담은 매우 긍정적이다"만 말하고 정작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이날 발언을 '중대한 변화(big shift)' '드라마틱한 수사 변화'라고 평가하면서 발언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리틀 로켓맨에서 급격하게 달라진 큰 변화"라면서 "최근 북미 간 긍정적인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에 대한 수사를 순화시켜왔다"면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역사와 잔혹성을 감안할 때 "흥미로운 단어선택((an interesting choice of words)"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자신감 "비핵화는 핵무기 없애는 것, 매우 간단하다"

"그것(완전한 비핵화)은 핵무기를 없애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매우 간단하다…. 나로선 대충 합의를 도출하고 승리를 주장하는 게 쉬울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방식을 원치 않는다. 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모두 없애기를 바란다."

미국 언론들이 주목한 대목은 또 있다. 트럼프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비핵화는 단순한 핵 동결이 아닌 핵 폐기여야 하며, 현존의 핵무기까지 제거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주말 북한의 '핵실험·ICBM 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발표에 대해 트럼프가 비핵화 표현을 사용해가며 환영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 언론이 비핵화의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데 대한 트럼프의 답변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압박, 그리고 경고 "협상 테이블 박차고 나올 수도..."

"어쩌면 아주 멋질 것이고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단순히 시간을 허비하는 게 될 수도 있다. 협상이 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면 나는 과거 행정부와는 달리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올 것이다."

트럼프는 또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매우 긍정적인 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상과가 나오지 않으면 언제든 회담장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이전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최대 압박 정책은 계속될 것"임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오늘 발언에 대해서는 비핵화 협상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분석과 함께 북한에 대해 압박과 경고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발언의 전체 내용을 볼 때, "김정은은 very honorable 하다"는 트럼프의 수사는 결국 비핵화 합의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협상 파트너를 극도로 치켜세워 통 큰 양보를 이끌어내고, 한편으로는 고도의 압박술로 성과를 도출해내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인 셈이다.


이와 맞물려 미국 정부가 오늘(24일), 16개월째 비어 있는 주한 미국 대사 후임자로 태령관사령관 출신의 강경파 인사 해리 해리스를 내정하고 나선 것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등 세기의 담판을 앞둔 상황에서 해리슨 카드를 선택한 것은 북한과 대화하는 와중에도 제재와 압박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이자, 그만큼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트럼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있다는 분석이다.

'천재일우'의 기회잡은 한반도..대담판 시작됐다!

2018년 4월 20일자 뉴욕타임스 만평(Patrick Chappatte) 2018년 4월 20일자 뉴욕타임스 만평(Patrick Chappatte)

지난 20일 뉴욕타임스(NYT)에는 흥미로운 만평 한 컷이 실렸다. 잠옷 차림의 김정은이 침대에 누운 채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침대 위에는 커다란 햄버거와 함께 여러 개의 TV 리모컨이 놓여있고, 김정은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있다.

김정은은 이런 트럼프의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만평의 내용처럼 김정은 역시 현재 트럼프의 협상 전술을 연구해가며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지 모른다.

한 중견 언론인은 최근 칼럼을 통해 김정은과 트럼프에 대해 정중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과거 칼럼에서 두 사람을 '미치광이(mad man)'로 표현하며 비판한 적이 있는데 지금 와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협력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반드시 이뤄달라는 주문이었다.

트럼프가 바보가 아니 듯 김정은 역시 결코 바보가 아니다. 어쩌면 협상에 관한 한, 둘 다 천재 또는 수재 쪽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한반도의 운명을 가늠할 대담판이 눈앞에 다가왔다. 운칠기삼이든 3각 궁합이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아 남북미 정상 모두의 지혜와 혼신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간절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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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매우 훌륭하다고?…트럼프의 돌변, 과연 뭘 노리나?
    • 입력 2018-04-25 18:15:17
    • 수정2018-04-25 22:39:04
    취재K
"김정은은 매우 열려있고(very open) 매우 훌륭한(very honorable) 사람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전주곡으로 평가받는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오늘 아침 워싱턴에서 흘러나온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인물평이 화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매우 좋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거듭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우리가 보는 모든 면에서 김정은은 매우 열려있고,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little rocket man)', '미치광이(maniac)', '미친 인간(madman)', '병든 강아지(a sick puppy)'로 표현하며 연일 조롱 섞인 말 폭탄을 쏟아냈던 트럼프의 수사법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같은 변화다.

트럼프가 표현한 "honorable"은 국어사전에서는 "훌륭한, 명예로운, 고귀한' 등의 의미로 번역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최고의 예우와 존경을 담아 상대방을 칭찬할 때 쓰이는 단어다. 우리 말로는 마땅한 대체어가 없을 정도로 극찬 중의 극찬이다.

180도 확 바뀐 트럼프 수사, 북미 물밑조율 진전?

그렇다면 트럼프가 갑자기 김정은을 극찬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미불 정상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의 'honorable' 발언이 다시 화제가 됐다. 정상회담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한 기자가 "주민을 굶겨 죽이고 가족을 죽였다는 비난을 받아온 사람에게 이런 표현을 쓴 게 무슨 의미냐?"고 'honorable' 발언의 진의를 따져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담이 곧 열릴 것이다. 회담은 매우 긍정적이다"만 말하고 정작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이날 발언을 '중대한 변화(big shift)' '드라마틱한 수사 변화'라고 평가하면서 발언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리틀 로켓맨에서 급격하게 달라진 큰 변화"라면서 "최근 북미 간 긍정적인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에 대한 수사를 순화시켜왔다"면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역사와 잔혹성을 감안할 때 "흥미로운 단어선택((an interesting choice of words)"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자신감 "비핵화는 핵무기 없애는 것, 매우 간단하다"

"그것(완전한 비핵화)은 핵무기를 없애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매우 간단하다…. 나로선 대충 합의를 도출하고 승리를 주장하는 게 쉬울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방식을 원치 않는다. 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모두 없애기를 바란다."

미국 언론들이 주목한 대목은 또 있다. 트럼프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비핵화는 단순한 핵 동결이 아닌 핵 폐기여야 하며, 현존의 핵무기까지 제거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주말 북한의 '핵실험·ICBM 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발표에 대해 트럼프가 비핵화 표현을 사용해가며 환영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 언론이 비핵화의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데 대한 트럼프의 답변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압박, 그리고 경고 "협상 테이블 박차고 나올 수도..."

"어쩌면 아주 멋질 것이고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단순히 시간을 허비하는 게 될 수도 있다. 협상이 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면 나는 과거 행정부와는 달리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올 것이다."

트럼프는 또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매우 긍정적인 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상과가 나오지 않으면 언제든 회담장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이전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최대 압박 정책은 계속될 것"임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오늘 발언에 대해서는 비핵화 협상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분석과 함께 북한에 대해 압박과 경고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발언의 전체 내용을 볼 때, "김정은은 very honorable 하다"는 트럼프의 수사는 결국 비핵화 합의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협상 파트너를 극도로 치켜세워 통 큰 양보를 이끌어내고, 한편으로는 고도의 압박술로 성과를 도출해내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인 셈이다.


이와 맞물려 미국 정부가 오늘(24일), 16개월째 비어 있는 주한 미국 대사 후임자로 태령관사령관 출신의 강경파 인사 해리 해리스를 내정하고 나선 것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등 세기의 담판을 앞둔 상황에서 해리슨 카드를 선택한 것은 북한과 대화하는 와중에도 제재와 압박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이자, 그만큼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트럼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있다는 분석이다.

'천재일우'의 기회잡은 한반도..대담판 시작됐다!

2018년 4월 20일자 뉴욕타임스 만평(Patrick Chappatte)
지난 20일 뉴욕타임스(NYT)에는 흥미로운 만평 한 컷이 실렸다. 잠옷 차림의 김정은이 침대에 누운 채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침대 위에는 커다란 햄버거와 함께 여러 개의 TV 리모컨이 놓여있고, 김정은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있다.

김정은은 이런 트럼프의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만평의 내용처럼 김정은 역시 현재 트럼프의 협상 전술을 연구해가며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지 모른다.

한 중견 언론인은 최근 칼럼을 통해 김정은과 트럼프에 대해 정중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과거 칼럼에서 두 사람을 '미치광이(mad man)'로 표현하며 비판한 적이 있는데 지금 와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협력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반드시 이뤄달라는 주문이었다.

트럼프가 바보가 아니 듯 김정은 역시 결코 바보가 아니다. 어쩌면 협상에 관한 한, 둘 다 천재 또는 수재 쪽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한반도의 운명을 가늠할 대담판이 눈앞에 다가왔다. 운칠기삼이든 3각 궁합이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아 남북미 정상 모두의 지혜와 혼신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간절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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