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차례 정상회담…남북 정상 어떻게 달랐나?

입력 2018.04.2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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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차이'는 함께 살던 부부도 갈라서게 하는 가장 흔한 요인인데요, 아예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왔던 지도자들이라면 어떨까요? 2차례 회담을 통해 만났던 남북 정상들에게도 분명 '성격 차이'는 존재했습니다.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이라는 '옥동자'를 탄생시켰던 남북 정상들도 '성격 차이' 때문에 갈라설 뻔한 위기를 수차례 넘겼었죠.

'은둔의 독재자' 이미지 벗은 김정일

과거 2차례 정상회담 당시에 남북 정상들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를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닮은 듯 다른 화법이나, 태도 또한 부각이 됐습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분단 반세기 만에 남한 카메라를 통해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스타일입니다. 그간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은둔의 독재자'로 알려졌던 김 위원장은 외려 인간미까지 갖춘 세련된 매너를 선보여 당시 '김정일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습니다.


"공산주의자도 예의를 안다"...유머 넘치는 '매너男'

김 위원장은 "공산주의자도 예의를 안다"며 16살 연상인 김대중 대통령을 깍듯이 예우했습니다. 평양 순안공항으로 깜짝 영접을 나간 것도 모자라, 김 대통령과 같은 차량에 타는 파격을 선보였죠. 김 위원장은 이 같은 환대에 대해 "제가 무슨 큰 존재냐"며 겸손한 모습까지 내비쳤습니다.
2000년 정상회담 때는 김 위원장의 시의적절한 농담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실제로, 만찬장에서 다른 테이블에 앉게 된 이희호 여사를 같은 테이블로 모셔오게 하면서 "이렇게 연회장에서까지 이산가족 만들 필요 뭐 있어"라고 말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젖 먹던 힘까지..." 노련한 협상가 DJ

김대중 대통령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워낙 달변인데다, 남북문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였는데도 신중한 성격답게 공개 석상에선 말을 아꼈습니다. 대신, 본인의 표현대로 회담장 안에선 '젖 먹던 힘까지' 짜내가며 협상에 임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합의가 마무리돼서야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며 재촬영을 요구하는 사진기자들을 위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우리 오늘 배우 노릇 합시다."라면서 농담 한마디를 건넸을 정돕니다.
파격적 승부사 김정일 위원장과 노련한 협상가 김대중 대통령은 글씨체마저도 달랐습니다. 김 위원장은 말 그대로 '일필휘지' 개성이 강한 글씨체지만, 김 전 대통령은 한자한자 또박또박 정성들여 쓸 정돕니다.


"내가 환자도 아닌데..." 인간미 넘친 파격

2007년 정상회담 때는 남북 정상들의 성격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7년 만에 남한 정상을 맞이한 김정일 위원장은 눈에 띄게 쇠약해진 모습이긴 했지만, 예우는 여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내가 환자도 아닌 입장에 집에서 뻗치고서 있을 수야 없다."라며 세간의 와병설을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파격 또한 7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담 일정 연장을 깜짝 제안하며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대통령이 그걸 결심 못 하십니까?"라면서 은근히 부담을 안기는 멘트도 곁들이며 몰아붙이는 노련함도 엿보였습니다.


승부사 대신 협상가 길 가련다...때로는 '과감'

승부사 기질은 노무현 대통령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정상회담의 무게감 때문인지 노 대통령은 신중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회담 일정 연장 제안에 대해 "저보다 센 권력이 두 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우리 경호실이고 하나는 우리 의전팀입니다"이라면서 상의를 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노 대통령은 계산된 듯한 과감한 언행을 통해 협상의 주도권 쥐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만찬장에서 예고도 없이 마이크를 잡고 "김정일 위원장, 그리고 김영남 상임위원장 우리 두 분의 건강을 위해서 같이 건배 한 번 합시다."라면서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북측에서도 '남한 언론에서 문제 삼지 않겠냐'며 걱정했을 정도로 파격적인 건배사였습니다.

과거 2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관계자들의 회고록을 보면 어느 것 하나 쉬운 합의가 없었을 정도로 치열했다고 합니다. 문화 차이는 물론 정상들의 성격 차이만큼 양측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워 아슬아슬 줄타기했던 회담, 이번엔 얼마나 차이를 빨리 좁혀 합의를 끌어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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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 2차례 정상회담…남북 정상 어떻게 달랐나?
    • 입력 2018-04-25 18:53:29
    취재K
'성격 차이'는 함께 살던 부부도 갈라서게 하는 가장 흔한 요인인데요, 아예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왔던 지도자들이라면 어떨까요? 2차례 회담을 통해 만났던 남북 정상들에게도 분명 '성격 차이'는 존재했습니다.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이라는 '옥동자'를 탄생시켰던 남북 정상들도 '성격 차이' 때문에 갈라설 뻔한 위기를 수차례 넘겼었죠.

'은둔의 독재자' 이미지 벗은 김정일

과거 2차례 정상회담 당시에 남북 정상들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를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닮은 듯 다른 화법이나, 태도 또한 부각이 됐습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분단 반세기 만에 남한 카메라를 통해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스타일입니다. 그간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은둔의 독재자'로 알려졌던 김 위원장은 외려 인간미까지 갖춘 세련된 매너를 선보여 당시 '김정일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습니다.


"공산주의자도 예의를 안다"...유머 넘치는 '매너男'

김 위원장은 "공산주의자도 예의를 안다"며 16살 연상인 김대중 대통령을 깍듯이 예우했습니다. 평양 순안공항으로 깜짝 영접을 나간 것도 모자라, 김 대통령과 같은 차량에 타는 파격을 선보였죠. 김 위원장은 이 같은 환대에 대해 "제가 무슨 큰 존재냐"며 겸손한 모습까지 내비쳤습니다.
2000년 정상회담 때는 김 위원장의 시의적절한 농담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실제로, 만찬장에서 다른 테이블에 앉게 된 이희호 여사를 같은 테이블로 모셔오게 하면서 "이렇게 연회장에서까지 이산가족 만들 필요 뭐 있어"라고 말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젖 먹던 힘까지..." 노련한 협상가 DJ

김대중 대통령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워낙 달변인데다, 남북문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였는데도 신중한 성격답게 공개 석상에선 말을 아꼈습니다. 대신, 본인의 표현대로 회담장 안에선 '젖 먹던 힘까지' 짜내가며 협상에 임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합의가 마무리돼서야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며 재촬영을 요구하는 사진기자들을 위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우리 오늘 배우 노릇 합시다."라면서 농담 한마디를 건넸을 정돕니다.
파격적 승부사 김정일 위원장과 노련한 협상가 김대중 대통령은 글씨체마저도 달랐습니다. 김 위원장은 말 그대로 '일필휘지' 개성이 강한 글씨체지만, 김 전 대통령은 한자한자 또박또박 정성들여 쓸 정돕니다.


"내가 환자도 아닌데..." 인간미 넘친 파격

2007년 정상회담 때는 남북 정상들의 성격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7년 만에 남한 정상을 맞이한 김정일 위원장은 눈에 띄게 쇠약해진 모습이긴 했지만, 예우는 여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내가 환자도 아닌 입장에 집에서 뻗치고서 있을 수야 없다."라며 세간의 와병설을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파격 또한 7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담 일정 연장을 깜짝 제안하며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대통령이 그걸 결심 못 하십니까?"라면서 은근히 부담을 안기는 멘트도 곁들이며 몰아붙이는 노련함도 엿보였습니다.


승부사 대신 협상가 길 가련다...때로는 '과감'

승부사 기질은 노무현 대통령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정상회담의 무게감 때문인지 노 대통령은 신중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회담 일정 연장 제안에 대해 "저보다 센 권력이 두 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우리 경호실이고 하나는 우리 의전팀입니다"이라면서 상의를 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노 대통령은 계산된 듯한 과감한 언행을 통해 협상의 주도권 쥐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만찬장에서 예고도 없이 마이크를 잡고 "김정일 위원장, 그리고 김영남 상임위원장 우리 두 분의 건강을 위해서 같이 건배 한 번 합시다."라면서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북측에서도 '남한 언론에서 문제 삼지 않겠냐'며 걱정했을 정도로 파격적인 건배사였습니다.

과거 2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관계자들의 회고록을 보면 어느 것 하나 쉬운 합의가 없었을 정도로 치열했다고 합니다. 문화 차이는 물론 정상들의 성격 차이만큼 양측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워 아슬아슬 줄타기했던 회담, 이번엔 얼마나 차이를 빨리 좁혀 합의를 끌어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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