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스포츠, 미투(Metoo)에 위드유(WithYou)로 답하다

입력 2018.04.26 (14:06) 수정 2018.04.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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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스포츠 인권개선 퍼포먼스여성스포츠 인권개선 퍼포먼스

체조, 농구, 테니스…. 최근 미투(#MeToo) 폭로가 잇따른 스포츠계에서 여성 선수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100인의 여성체육인'은 25일, 여성스포츠 관련 단체들과 연합해 퍼포먼스 행사를 열었다. 여성 스포츠 관련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출정식이었던 셈이다.

행사에는 한국여성체육학회, 대학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 체육시민연대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스포츠계 성차별·성폭력을 규탄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 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구호 외치는 여성스포츠단체 회원들구호 외치는 여성스포츠단체 회원들

이 자리에는 한국 여자 탁구의 전설이자, 전 국회의원인 이에리사 대표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대표)도 자리했다. 기자가 태어나기도 전, TV는 흑백이고 KBS는 남산에 있던 시절에 선수생활을 했던 이에리사 대표는 현재 스포츠계 미투 운동, 여성 선수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제도가 사람을 감옥 안에 가두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입시, 입단 등이 중요한 현재 스포츠 문화에서, 짜여진 위계와 질서에 용기있게 맞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은 예전이 좋았어요. 힘은 들었어도 어려운 시기에 하고 싶으면 하면 됐지요. 열심히 하고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쳐 주면 그걸로 됐어요. 그런데 요즘 스포츠계는 대학 가야하고, 제도가 사람을 감옥 안에 가두고 있어요."

화가를 꿈꾸던 미술학도에서 별난 취미생활을 따라 우슈 국가대표까지 지낸 배경희 전 선수. 지난 2016년에는 아시아우슈연합회 첫 여성 기술위원으로 선임됐다. 무술 종목에서 이른바 '유리천장'을 깬 배경희 위원에게도 스포츠 미투는 충격적이었다. 배 위원은 엄격한 위계 질서 속에서 여성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에 대처할 시스템이 이토록 빈약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한다.


"잘못 알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각 기관의 성폭력, 성희롱 신고 창구가 일찌감치 되어 있어서 믿고 생활한지 오래됐는데, 최근에 알고 놀랐던 것은 이 창구들이 해결할 수 있는 역할까지 과연 했는지, 그저 접수에서 끝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죠."

스포츠 미투는 사실 다른 분야보다 시작이 늦었다. KBS에서도 얼마 전 보도했듯이 (4월 18일 보도, 여자 농구도 ‘미투’ 폭로…구단·연맹은 ‘나 몰라라’), 스포츠계에서 미투 폭로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구단, 연맹, 감독 등 종목별 절대 권력이 존재하고,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여성스포츠계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반갑다. 미투(MeToo)의 메아리는 위드유(WithYou)다. 용기 있는 폭로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손을 잡았고, 이제 일어날 일만 남았다. 누군가 해주길 바라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

'100인의여성체육인'은 오는 6월 초 관련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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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스포츠, 미투(Metoo)에 위드유(WithYou)로 답하다
    • 입력 2018-04-26 14:06:07
    • 수정2018-04-26 16:52:37
    취재K
여성스포츠 인권개선 퍼포먼스
체조, 농구, 테니스…. 최근 미투(#MeToo) 폭로가 잇따른 스포츠계에서 여성 선수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100인의 여성체육인'은 25일, 여성스포츠 관련 단체들과 연합해 퍼포먼스 행사를 열었다. 여성 스포츠 관련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출정식이었던 셈이다.

행사에는 한국여성체육학회, 대학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 체육시민연대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스포츠계 성차별·성폭력을 규탄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 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구호 외치는 여성스포츠단체 회원들
이 자리에는 한국 여자 탁구의 전설이자, 전 국회의원인 이에리사 대표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대표)도 자리했다. 기자가 태어나기도 전, TV는 흑백이고 KBS는 남산에 있던 시절에 선수생활을 했던 이에리사 대표는 현재 스포츠계 미투 운동, 여성 선수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제도가 사람을 감옥 안에 가두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입시, 입단 등이 중요한 현재 스포츠 문화에서, 짜여진 위계와 질서에 용기있게 맞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은 예전이 좋았어요. 힘은 들었어도 어려운 시기에 하고 싶으면 하면 됐지요. 열심히 하고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쳐 주면 그걸로 됐어요. 그런데 요즘 스포츠계는 대학 가야하고, 제도가 사람을 감옥 안에 가두고 있어요."

화가를 꿈꾸던 미술학도에서 별난 취미생활을 따라 우슈 국가대표까지 지낸 배경희 전 선수. 지난 2016년에는 아시아우슈연합회 첫 여성 기술위원으로 선임됐다. 무술 종목에서 이른바 '유리천장'을 깬 배경희 위원에게도 스포츠 미투는 충격적이었다. 배 위원은 엄격한 위계 질서 속에서 여성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에 대처할 시스템이 이토록 빈약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한다.


"잘못 알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각 기관의 성폭력, 성희롱 신고 창구가 일찌감치 되어 있어서 믿고 생활한지 오래됐는데, 최근에 알고 놀랐던 것은 이 창구들이 해결할 수 있는 역할까지 과연 했는지, 그저 접수에서 끝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죠."

스포츠 미투는 사실 다른 분야보다 시작이 늦었다. KBS에서도 얼마 전 보도했듯이 (4월 18일 보도, 여자 농구도 ‘미투’ 폭로…구단·연맹은 ‘나 몰라라’), 스포츠계에서 미투 폭로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구단, 연맹, 감독 등 종목별 절대 권력이 존재하고,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여성스포츠계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반갑다. 미투(MeToo)의 메아리는 위드유(WithYou)다. 용기 있는 폭로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손을 잡았고, 이제 일어날 일만 남았다. 누군가 해주길 바라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

'100인의여성체육인'은 오는 6월 초 관련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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