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성사까지…숨가쁜 2018

입력 2018.04.27 (08:03) 수정 2018.04.2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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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남과 북의 정상이 마주앉기까지, 4개월간의 숨 가쁜 여정이 있었다.

남북관계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살얼음판을 걸었다. 지난해 북한은 제6차 핵실험에 이어 ICBM급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했다. 국제사회 역시 대북 제재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런 분위기는 해가 바뀌며 급변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함께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고, 남과 북은 예술단 공연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교류했다. 그 사이 단절됐던 연락 채널도 복원됐다.


◆ 1월 1일, 신년사에 담긴 변화 의지
냉랭하던 남북관계에 변화가 감지된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다. 우리 정부는 평창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북한의 참가를 요청해왔다. 끈질긴 요청에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일 조선중앙TV를 통한 신년 연설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대한다면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며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림픽 참가와 함께 남북 대화 의지까지 드러낸 것이다.

이에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다음날인 1월 2일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제안했다.

◆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 … 남북 고위급 회담
단절됐던 남북 대화는 1월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이 복원되며 가시화됐다. 남북 간 의사소통에 기본적 창구가 돼 온 판문점 채널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단절됐다. 1년 11개월 만에 연락 채널이 살아난 것이다.

이어 9일에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남북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합의했다. 또 남북 간 군사 당국회담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 2월 9일, 평창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한 달 뒤 열린 평창 올림픽개막식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 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참석했다. 김일성 일가를 일컫는 이른바 ‘백두혈통’이 남한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올림픽 기간 남과 북은 선수단 공동 입장을 비롯해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공동 응원으로 평화 의지를 확인했다.

◆ 2월 10일, 김정은 친서 전달
남한 땅을 밟은 ‘백두혈통’ 김여정 부부장의 손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들려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10일 청와대에서 김 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친서와 함께 문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에 방북해 달라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같은 날 저녁 문 대통령은 김 부부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예선 첫 경기를 관람했다.

◆ 2월 11일, 북한 예술단 남한 공연
올림픽 기간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북한예술단 삼지연 관현악단은 강릉과 서울에서 두 차례 공연했다. 특히, 2월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공연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만난 것이 소중하다”면서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서 횃불이 될 수 있게 남북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 3월 5일, 남북 정상회담 합의
남북 정상회담 합의는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을 통해 이뤄졌다. 올림픽이 끝난 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 특사단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3월 29일에는 고위급 회담을 열고 정상회담의 장소와 날짜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봄이 온다’
4월은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으로 시작했다. 지난 2월 강릉과 서울에서 개최된 북한 예술단 공연의 답방 행사로 기획된 것이다. 강릉과 서울, 그리고 평양을 잇는 남북 예술단의 문화 교류는 한반도에 봄기운을 불어넣었다.

윤상 감독이 이끈 우리 예술단은 1일 단독공연과 3일 남북합동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봄이 온다’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공연에는 조용필과 이선희, 백지영, 레드벨벳 등 가수 11팀이 참여했고, 사회는 가수 서현이 맡았다. 3일 열린 남북 합동공연은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 관현악단이 참여해 남과 북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우리 가수의 평양 공연은 지난 2005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열린 것이다.

특히, 남측의 단독공연에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깜짝 참석하며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 2018 남북정상회담 개최
지난 20일에는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이 개통됐다. 역사적인 회담을 앞두고 긴밀한 협의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27일), 11년 만에 남과 북의 정상이 마주 앉았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평화의 집은 판문점 남측 지점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평화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반도의 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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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회담 성사까지…숨가쁜 2018
    • 입력 2018-04-27 06:00:25
    • 수정2018-04-27 08:12:43
    취재K
11년 만에 남과 북의 정상이 마주앉기까지, 4개월간의 숨 가쁜 여정이 있었다. 남북관계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살얼음판을 걸었다. 지난해 북한은 제6차 핵실험에 이어 ICBM급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했다. 국제사회 역시 대북 제재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런 분위기는 해가 바뀌며 급변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함께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고, 남과 북은 예술단 공연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교류했다. 그 사이 단절됐던 연락 채널도 복원됐다. ◆ 1월 1일, 신년사에 담긴 변화 의지 냉랭하던 남북관계에 변화가 감지된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다. 우리 정부는 평창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북한의 참가를 요청해왔다. 끈질긴 요청에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일 조선중앙TV를 통한 신년 연설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대한다면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며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림픽 참가와 함께 남북 대화 의지까지 드러낸 것이다. 이에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다음날인 1월 2일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제안했다. ◆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 … 남북 고위급 회담 단절됐던 남북 대화는 1월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이 복원되며 가시화됐다. 남북 간 의사소통에 기본적 창구가 돼 온 판문점 채널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단절됐다. 1년 11개월 만에 연락 채널이 살아난 것이다. 이어 9일에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남북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합의했다. 또 남북 간 군사 당국회담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 2월 9일, 평창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한 달 뒤 열린 평창 올림픽개막식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 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참석했다. 김일성 일가를 일컫는 이른바 ‘백두혈통’이 남한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올림픽 기간 남과 북은 선수단 공동 입장을 비롯해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공동 응원으로 평화 의지를 확인했다. ◆ 2월 10일, 김정은 친서 전달 남한 땅을 밟은 ‘백두혈통’ 김여정 부부장의 손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들려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10일 청와대에서 김 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친서와 함께 문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에 방북해 달라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같은 날 저녁 문 대통령은 김 부부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예선 첫 경기를 관람했다. ◆ 2월 11일, 북한 예술단 남한 공연 올림픽 기간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북한예술단 삼지연 관현악단은 강릉과 서울에서 두 차례 공연했다. 특히, 2월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공연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만난 것이 소중하다”면서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서 횃불이 될 수 있게 남북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 3월 5일, 남북 정상회담 합의 남북 정상회담 합의는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을 통해 이뤄졌다. 올림픽이 끝난 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 특사단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3월 29일에는 고위급 회담을 열고 정상회담의 장소와 날짜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봄이 온다’ 4월은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으로 시작했다. 지난 2월 강릉과 서울에서 개최된 북한 예술단 공연의 답방 행사로 기획된 것이다. 강릉과 서울, 그리고 평양을 잇는 남북 예술단의 문화 교류는 한반도에 봄기운을 불어넣었다. 윤상 감독이 이끈 우리 예술단은 1일 단독공연과 3일 남북합동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봄이 온다’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공연에는 조용필과 이선희, 백지영, 레드벨벳 등 가수 11팀이 참여했고, 사회는 가수 서현이 맡았다. 3일 열린 남북 합동공연은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 관현악단이 참여해 남과 북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우리 가수의 평양 공연은 지난 2005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열린 것이다. 특히, 남측의 단독공연에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깜짝 참석하며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 2018 남북정상회담 개최 지난 20일에는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이 개통됐다. 역사적인 회담을 앞두고 긴밀한 협의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27일), 11년 만에 남과 북의 정상이 마주 앉았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평화의 집은 판문점 남측 지점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평화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반도의 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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