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김대중, 노무현 방명록은?

입력 2018.04.27 (16:34) 수정 2018.09.1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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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芳名錄): 어떤 일에 참여하거나 찾아온 사람들을 특별히 기념하기 위하여 그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는 기록. 또는 그 책.

표준 국어대사전에 적힌 '방명록'의 의미다. 북한에서는 '방명록'이라는 단어 대신 '감상록'을 표준어(문화어)로 사용한다.

이렇듯 '방명록'은 방문자가 특정 장소를 찾았을 때 느끼는 생각, 당시의 소회를 기록하는 것으로, 방문 이유나 의미, 마음가짐 등을 축약해 표현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을 포함해, 남북 간에는 그동안 세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고 그때마다 방문자의 의중이 담긴 방문록을 기록으로 남겼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1, 2차 정상회담 때 남긴 방명록과 이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 남긴 방명록이다.


"새로운 역사" "평화" "출발점"..."평화, 새로운 시작" 일맥상통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판문점 평화의집 1층에서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긴 방명록의 키워드는 '새로운 역사'와 '평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큰 틀에서 보면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우리의 정상회담 슬로건과 맥을 같이한다고 하겠다.

이번 정상회담의 화두가 '평화'라는 점,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남북 정상의 각오와 관심사가 그대로 축약된 단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필체로 '핵·미사일 발사'를 명령하던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친필로 '평화'의 메시지를 직접 남긴 점은 한반도 상황의 극적인 반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진행된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평화와 번영, 북남관계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그런 순간에,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출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며 "오늘 현안 문제와 관심사에 대해 툭 터놓고 얘기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인 이런 자리에서 기대하는 분도 많고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그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렇게 만나고도 좋은 결과에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명록 작성과 정상회담 모두 발언 장면은 전 세계 생중계가 예고돼 있었다는 점에서, 철저히 사전에 준비된 단어 선택이자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성격, 그리고 회담 결과에 쏠려있는 전 세계의 높은 관심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2000년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방명록2000년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방명록

김대중 대통령 방명록 "우리는 한민족 한 핏줄의 공동운명체"

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이번 정상회담과 달리, 1,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측의 최고지도자가 평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이전의 방명록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2000년과 2007년 각각 평양에 남긴 게 전부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 도착 다음날인 6월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만수대의사당을 찾았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 앞서 다음과 같은 글귀가 담긴 방명록을 남겼다.

"우리는 한민족 한 핏줄 운명공동체입니다. 평화와 교류 협력 그리고 민족의 통일 향해 착실하게 전진해 나갑시다." 2000년 6월 14일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

김정은 위원장의 방명록에 비해 다소 길게 작성된 김대중 대통령의 방명록은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북의 최고지도자를 만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소회와 입장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리고 이제 첫발을 뗀 분단된 남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방명록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우리는 한민족 한 핏줄의 공동운명체"라는 문구는 1차 정상회담 당시의 화두가 '통일'이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방명록에 '평화'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당시 정상회담의 초점은 분명 '통일'이었고, 우선 과제는 냉전 시기 쌓여온 반목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교류협력'의 확대였다.

2007년 2차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만수대의사당에 남긴 방명록 2007년 2차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만수대의사당에 남긴 방명록

노무현 대통령 방명록 "인민 주권의 전당" "인민은 위대하다"

7년 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달리 대한민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 2차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만수대의사당과 서해갑문에 각각 방명록을 남겼다.

첫날인 2007년 10월 2일, 노 대통령은 만수대의사당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이라는 적었고, 마지막 날인 10월 4일엔 남포시의 서해갑문을 찾아 "인민은 위대하다"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노 대통령의 방명록은 김대중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과 비교하면 핵심 내용을 축약해 매우 간결하게 작성된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방명록에 담긴 표현을 놓고서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거기 가서 '국민'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민은 위대하다'고 쓰려고 했지만 어색하지 않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대통령님" "위원장님"...서로를 깍듯이 예우하는 남북 정상

김정은 위원장이 남긴 방명록의 내용과 별도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깍듯한 '호칭'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 모두발언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공식 호칭인 '대통령'과 함께 간간이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을 섞어 썼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위원장'과 함께 '위원장님' 호칭을 섞어 써가며 김 위원장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런 자리까지 나와서 맞이해준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입니다."라고 감사함을 전하자, 문 대통령은 "여기까지 온 것은 위원장님 아주 큰 용단이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동안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우리 정상을 향해 줄곧 '대통령'을 공식 호칭으로 사용했고, 우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호칭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6일 여러 개의 직함을 갖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공식 호칭을 '국무위원장'으로 통일하고, 부인 리설주에 대해서도 '여사'로 호칭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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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7 16:34:20
    • 수정2018-09-18 22:20:25
    취재K
방명록 (芳名錄): 어떤 일에 참여하거나 찾아온 사람들을 특별히 기념하기 위하여 그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는 기록. 또는 그 책.

표준 국어대사전에 적힌 '방명록'의 의미다. 북한에서는 '방명록'이라는 단어 대신 '감상록'을 표준어(문화어)로 사용한다.

이렇듯 '방명록'은 방문자가 특정 장소를 찾았을 때 느끼는 생각, 당시의 소회를 기록하는 것으로, 방문 이유나 의미, 마음가짐 등을 축약해 표현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을 포함해, 남북 간에는 그동안 세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고 그때마다 방문자의 의중이 담긴 방문록을 기록으로 남겼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1, 2차 정상회담 때 남긴 방명록과 이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 남긴 방명록이다.


"새로운 역사" "평화" "출발점"..."평화, 새로운 시작" 일맥상통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판문점 평화의집 1층에서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긴 방명록의 키워드는 '새로운 역사'와 '평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큰 틀에서 보면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우리의 정상회담 슬로건과 맥을 같이한다고 하겠다.

이번 정상회담의 화두가 '평화'라는 점,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남북 정상의 각오와 관심사가 그대로 축약된 단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필체로 '핵·미사일 발사'를 명령하던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친필로 '평화'의 메시지를 직접 남긴 점은 한반도 상황의 극적인 반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진행된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평화와 번영, 북남관계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그런 순간에,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출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며 "오늘 현안 문제와 관심사에 대해 툭 터놓고 얘기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인 이런 자리에서 기대하는 분도 많고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그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렇게 만나고도 좋은 결과에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명록 작성과 정상회담 모두 발언 장면은 전 세계 생중계가 예고돼 있었다는 점에서, 철저히 사전에 준비된 단어 선택이자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성격, 그리고 회담 결과에 쏠려있는 전 세계의 높은 관심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2000년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방명록
김대중 대통령 방명록 "우리는 한민족 한 핏줄의 공동운명체"

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이번 정상회담과 달리, 1,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측의 최고지도자가 평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이전의 방명록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2000년과 2007년 각각 평양에 남긴 게 전부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 도착 다음날인 6월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만수대의사당을 찾았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 앞서 다음과 같은 글귀가 담긴 방명록을 남겼다.

"우리는 한민족 한 핏줄 운명공동체입니다. 평화와 교류 협력 그리고 민족의 통일 향해 착실하게 전진해 나갑시다." 2000년 6월 14일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

김정은 위원장의 방명록에 비해 다소 길게 작성된 김대중 대통령의 방명록은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북의 최고지도자를 만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소회와 입장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리고 이제 첫발을 뗀 분단된 남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방명록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우리는 한민족 한 핏줄의 공동운명체"라는 문구는 1차 정상회담 당시의 화두가 '통일'이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방명록에 '평화'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당시 정상회담의 초점은 분명 '통일'이었고, 우선 과제는 냉전 시기 쌓여온 반목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교류협력'의 확대였다.

2007년 2차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만수대의사당에 남긴 방명록
노무현 대통령 방명록 "인민 주권의 전당" "인민은 위대하다"

7년 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달리 대한민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 2차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만수대의사당과 서해갑문에 각각 방명록을 남겼다.

첫날인 2007년 10월 2일, 노 대통령은 만수대의사당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이라는 적었고, 마지막 날인 10월 4일엔 남포시의 서해갑문을 찾아 "인민은 위대하다"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노 대통령의 방명록은 김대중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과 비교하면 핵심 내용을 축약해 매우 간결하게 작성된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방명록에 담긴 표현을 놓고서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거기 가서 '국민'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민은 위대하다'고 쓰려고 했지만 어색하지 않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대통령님" "위원장님"...서로를 깍듯이 예우하는 남북 정상

김정은 위원장이 남긴 방명록의 내용과 별도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깍듯한 '호칭'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 모두발언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공식 호칭인 '대통령'과 함께 간간이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을 섞어 썼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위원장'과 함께 '위원장님' 호칭을 섞어 써가며 김 위원장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런 자리까지 나와서 맞이해준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입니다."라고 감사함을 전하자, 문 대통령은 "여기까지 온 것은 위원장님 아주 큰 용단이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동안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우리 정상을 향해 줄곧 '대통령'을 공식 호칭으로 사용했고, 우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호칭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6일 여러 개의 직함을 갖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공식 호칭을 '국무위원장'으로 통일하고, 부인 리설주에 대해서도 '여사'로 호칭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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