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대중문화 우상의 몰락…인기그룹 멤버, 여고생 ‘성추행’ 파문

입력 2018.04.29 (15:53) 수정 2018.04.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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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OP 그룹 토키오 멤버의 미성년자 '성추행' 적발

일본 재무성 사무차관이 성희롱 의혹으로 물러난데 이어, 이번에는 인기그룹 멤버의 여고생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대중문화의 '상징'이 미성년자를 성추했다는 점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중문화계는 물론 경제계도 발칵 뒤집혔다. 해당 그룹을 광고·홍보 모델로 기용한 기업과 지자체, 올림픽 조직위 등에 비상이 걸렸다.

J-POP 5인조 남성그룹 토키오(TOKIO) 멤버 야마구치 다쓰야(46세)가 여고생에게 강제로 키스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경시청은 강제 추행 혐의로 야마구치를 불구속 입건했다.

'토키오'는 1990년대 초 결성된 5인조 그룹이다. 1994년 싱글 앨범 'Love you only'를 발매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베이스를 맡았던 야마구치 다쓰야는 가요 프로그램과 예능, 교양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고, 배우로도, 그리고 올림픽 홍보 대사로도 활약했다.

"정말 죄송합니다"...대중문화 우상의 몰락

26일 오후 도쿄 치요다 구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방송 중계진과 취재진 등 200명이 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야마구치는 짙은 정장 차림으로 회견장에 등장해 30초 동안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일본 방송들은 이러한 모습을 생중계하며 '대중문화 스타'의 몰락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약 50분 동안 울먹이는 회견이 이어졌다. 야마구치는 피해자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한다"고 사죄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로부터)성원을 받는 그룹으로서 어린이의 본보기가 돼야 하는 입장"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관계자와 직원에게도 사죄했다.

야마구치는 지난 2월에 도쿄 미나토 구의 자택 아파트 방에서 술을 마시면서 여고생을 불러들였다. 스스로 "상당한 양을 마셔 만취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회견 말미, "처분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처분이 나오는 대로 여러분에게 보고 드리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죄했다. 변호사 측은 야마구치가 연예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무기한 근신할 것으로 밝혔다.

"기억나지 않는다"...발뺌 끝에 혐의 인정

당초 일본 경시청은 사회적 충격이 큰 사건이라는 점에서 관할 경찰서 뿐만 아니라, 주로 흉악범을 담당한다는 본부 수사1과에서 수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수사 초기에는 "기억이 잘 안난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심문 끝에 결국 혐의를 인정했고, 지난주 강제 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의 의견은 "엄중 처분"이었다. 4단계 의견 중 가장 엄격한 단계이다. 죄질이 나쁘다는 판단, 그리고 피해자 측의 정서 등을 반영한 결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야마구치의 소속사인 '쟈니스'와 논의한 결과, 불구속 입건 뒤 피해 신고 철회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검찰의 기소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NHK는 내다봤다.

피해자는 용서했다고 하지만...

소속사 쟈니스 측은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 측 보호자의 의견이라며 문서를 공개했다.

"이번에 딸에게 피해를 준 것은 부모로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딸에게도 야마구치 씨에게도 장래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 실수로 한 사람의 미래를 모두 빼앗는 것을 우리도 원하지 않습니다. (중략)"

다른 멤버 4명은 야마구치의 회견에 맞춰 '입장'을 발표했다. 그룹 리더인 조시마 시게루는 "피해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가족들이 크게 분노하고 계시다고 생각한다. 야마구치의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이번 일을 성심성의껏 보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멤버들도 "죄송하다" "미안한다"고 사과했다

광고 모델 기업·지자체 등 날벼락...올림픽 홍보도 '휘청'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던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NHK가 전했다.



토키오는 3년 전부터 스즈키의 왜건형 소형차의 이미지 캐릭터를 맡아왔다. 스즈키 자동차는 토키오가 출연한 TV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홈페이지의 이미지 광고도 삭제했다. 계약 갱신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이미지 광고 모델로 토키오를 이용했던 택배 대기업 '야마토 운수'도 당분간 해당 광고방송을 보류하고 대체 광고를 내기로 했다.


토키오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활용해온 후쿠시마 현은 홍보 포스터 철거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현은 2011년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농산물 등의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12년부터 복숭아와 오이 등 음식재료의 안전성과 맛을 홍보하는 모델로 토키오를 기용해 공공시설 포스터 광고와 TV 광고 등을 해왔다.

2020년 도쿄 올림픽 홍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야마구치는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특별 홍보대사로서 각종 홍보행사에서 맹활약해왔다. 조직위원회는 "대단히 유감이다. 앞으로 대응 방안은 관계자와 협의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공개 사과와 자숙 선언'. 연예인이 일탈행위로 물의를 빚었을 때의 전형적인 대응방법이다. '은퇴 선언'이 아닌 만큼 그도 언젠가는 '낯익은 형태의 복귀'를 모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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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9 15:53:05
    • 수정2018-04-29 16:54:32
    특파원 리포트
J-POP 그룹 토키오 멤버의 미성년자 '성추행' 적발

일본 재무성 사무차관이 성희롱 의혹으로 물러난데 이어, 이번에는 인기그룹 멤버의 여고생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대중문화의 '상징'이 미성년자를 성추했다는 점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중문화계는 물론 경제계도 발칵 뒤집혔다. 해당 그룹을 광고·홍보 모델로 기용한 기업과 지자체, 올림픽 조직위 등에 비상이 걸렸다.

J-POP 5인조 남성그룹 토키오(TOKIO) 멤버 야마구치 다쓰야(46세)가 여고생에게 강제로 키스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경시청은 강제 추행 혐의로 야마구치를 불구속 입건했다.

'토키오'는 1990년대 초 결성된 5인조 그룹이다. 1994년 싱글 앨범 'Love you only'를 발매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베이스를 맡았던 야마구치 다쓰야는 가요 프로그램과 예능, 교양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고, 배우로도, 그리고 올림픽 홍보 대사로도 활약했다.

"정말 죄송합니다"...대중문화 우상의 몰락

26일 오후 도쿄 치요다 구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방송 중계진과 취재진 등 200명이 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야마구치는 짙은 정장 차림으로 회견장에 등장해 30초 동안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일본 방송들은 이러한 모습을 생중계하며 '대중문화 스타'의 몰락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약 50분 동안 울먹이는 회견이 이어졌다. 야마구치는 피해자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한다"고 사죄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로부터)성원을 받는 그룹으로서 어린이의 본보기가 돼야 하는 입장"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관계자와 직원에게도 사죄했다.

야마구치는 지난 2월에 도쿄 미나토 구의 자택 아파트 방에서 술을 마시면서 여고생을 불러들였다. 스스로 "상당한 양을 마셔 만취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회견 말미, "처분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처분이 나오는 대로 여러분에게 보고 드리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죄했다. 변호사 측은 야마구치가 연예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무기한 근신할 것으로 밝혔다.

"기억나지 않는다"...발뺌 끝에 혐의 인정

당초 일본 경시청은 사회적 충격이 큰 사건이라는 점에서 관할 경찰서 뿐만 아니라, 주로 흉악범을 담당한다는 본부 수사1과에서 수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수사 초기에는 "기억이 잘 안난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심문 끝에 결국 혐의를 인정했고, 지난주 강제 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의 의견은 "엄중 처분"이었다. 4단계 의견 중 가장 엄격한 단계이다. 죄질이 나쁘다는 판단, 그리고 피해자 측의 정서 등을 반영한 결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야마구치의 소속사인 '쟈니스'와 논의한 결과, 불구속 입건 뒤 피해 신고 철회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검찰의 기소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NHK는 내다봤다.

피해자는 용서했다고 하지만...

소속사 쟈니스 측은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 측 보호자의 의견이라며 문서를 공개했다.

"이번에 딸에게 피해를 준 것은 부모로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딸에게도 야마구치 씨에게도 장래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 실수로 한 사람의 미래를 모두 빼앗는 것을 우리도 원하지 않습니다. (중략)"

다른 멤버 4명은 야마구치의 회견에 맞춰 '입장'을 발표했다. 그룹 리더인 조시마 시게루는 "피해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가족들이 크게 분노하고 계시다고 생각한다. 야마구치의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이번 일을 성심성의껏 보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멤버들도 "죄송하다" "미안한다"고 사과했다

광고 모델 기업·지자체 등 날벼락...올림픽 홍보도 '휘청'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던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NHK가 전했다.



토키오는 3년 전부터 스즈키의 왜건형 소형차의 이미지 캐릭터를 맡아왔다. 스즈키 자동차는 토키오가 출연한 TV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홈페이지의 이미지 광고도 삭제했다. 계약 갱신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이미지 광고 모델로 토키오를 이용했던 택배 대기업 '야마토 운수'도 당분간 해당 광고방송을 보류하고 대체 광고를 내기로 했다.


토키오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활용해온 후쿠시마 현은 홍보 포스터 철거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현은 2011년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농산물 등의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12년부터 복숭아와 오이 등 음식재료의 안전성과 맛을 홍보하는 모델로 토키오를 기용해 공공시설 포스터 광고와 TV 광고 등을 해왔다.

2020년 도쿄 올림픽 홍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야마구치는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특별 홍보대사로서 각종 홍보행사에서 맹활약해왔다. 조직위원회는 "대단히 유감이다. 앞으로 대응 방안은 관계자와 협의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공개 사과와 자숙 선언'. 연예인이 일탈행위로 물의를 빚었을 때의 전형적인 대응방법이다. '은퇴 선언'이 아닌 만큼 그도 언젠가는 '낯익은 형태의 복귀'를 모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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