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로 가는 길, 과거 사례 살펴보니…

입력 2018.04.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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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한 가운데,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핵 폐기가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양보하기 전에 모든 핵무기와 핵연료를 포기하는 것”을 뜻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볼턴이 말한 리비아식 모델이란 무엇일까.

◆ 선 포기, 후 보상 '리비아'
리비아는 지난 2003년 12년 ‘완전한 핵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테러지원국이라는 비난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해 결국 손을 들고 만 것이다.

결국,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고, 핵 개발 장비와 관련 문서를 미국에 전달했다. 이듬해 10월 리비아의 핵 프로그램은 완전히 폐기된다.

리비아는 핵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었을까. 핵 폐기가 완전히 이루어진 2006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이름을 지우게 된다.

◆ 단계별 폐기 '이란'
가장 최근 이뤄진 이란의 핵 폐기 사례도 언급된다. 안보와 중동 지역에서의 패권 유지를 위해 핵 개발을 추진한 이란은 2013년부터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고, 2015년 7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 등 6개국과 핵협정을 맺었다.

2025년까지 우라늄 농축시설 신설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단계적으로 폐기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제재를 축소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란이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해제된 제재를 다시 복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 자발적 핵 폐기 '남아공'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남아공은 1970년대 핵무기 개발을 시작한다. 쿠바군의 앙골라 주둔 등 주변 국가에 의해 안보가 위협당했기 때문이다. 인종 차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도 있었다.

남아공은 핵무기 보유에 성공하지만, 1993년 핵 포기를 선언한다. 소련이 붕괴함에 따라 안보 환경이 개선된 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적 고립이 계속된 것도 원인이다.

남아공의 핵 포기는 모든 핵무기 관련 시설 해체, 핵확산금지조약 가입 및 IAEA 안전조치 협정 체결, IAEA 사찰, 남아공의 핵 포기 완료 발표 등 수순으로 이어졌다.

핵 폐기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국외 반출 없는 자체 폐기 및 전용으로 핵 포기가 이뤄졌다.

◆ 비핵화 첫 사례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에서 첫 비핵화 성과를 이끈 사례다. 우크라이나는 90년대, 소련의 붕괴로 갑자기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당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핵 보유를 두고 반대파와 찬성파가 대립했다.

국제사회는 경제제재를 경고하며 핵 폐기를 압박했고, 결국 1994년 1월 미ㆍ러와 핵무기 폐기를 약속하는 리스본 의정서를 체결한다.

핵탄두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 시사점 있지만, 적용은 무리
자발적 핵 포기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된 리비아 사례는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도 언급했듯이 당시 리비아와 북한의 상황은 다르다.

이란의 단계적 폐기는 미국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에 대해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하며 협정 파기를 주장해왔다.

비자발적으로 핵을 보유하게 된 우크라이나와 대가 없는 핵 폐기를 선택한 남아공 역시 북한과는 사정이 다르다.

조봉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리비아와 이란 등 각각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는 있지만, 북한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핵 개발 단계와 제재 효과 등 여러 상황이 다른 만큼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한반도 사정에 맞는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지난 2003년~2008년 진행된 6자 회담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고 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3~4주 안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 방안 합의라는 목표가 있는 만큼, 두 정상이 세부적인 비핵화 로드맵까지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북미간 핵 해결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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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핵화로 가는 길, 과거 사례 살펴보니…
    • 입력 2018-04-30 16:27:41
    정치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한 가운데,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핵 폐기가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양보하기 전에 모든 핵무기와 핵연료를 포기하는 것”을 뜻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볼턴이 말한 리비아식 모델이란 무엇일까.

◆ 선 포기, 후 보상 '리비아'
리비아는 지난 2003년 12년 ‘완전한 핵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테러지원국이라는 비난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해 결국 손을 들고 만 것이다.

결국,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고, 핵 개발 장비와 관련 문서를 미국에 전달했다. 이듬해 10월 리비아의 핵 프로그램은 완전히 폐기된다.

리비아는 핵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었을까. 핵 폐기가 완전히 이루어진 2006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이름을 지우게 된다.

◆ 단계별 폐기 '이란'
가장 최근 이뤄진 이란의 핵 폐기 사례도 언급된다. 안보와 중동 지역에서의 패권 유지를 위해 핵 개발을 추진한 이란은 2013년부터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고, 2015년 7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 등 6개국과 핵협정을 맺었다.

2025년까지 우라늄 농축시설 신설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단계적으로 폐기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제재를 축소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란이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해제된 제재를 다시 복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 자발적 핵 폐기 '남아공'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남아공은 1970년대 핵무기 개발을 시작한다. 쿠바군의 앙골라 주둔 등 주변 국가에 의해 안보가 위협당했기 때문이다. 인종 차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도 있었다.

남아공은 핵무기 보유에 성공하지만, 1993년 핵 포기를 선언한다. 소련이 붕괴함에 따라 안보 환경이 개선된 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적 고립이 계속된 것도 원인이다.

남아공의 핵 포기는 모든 핵무기 관련 시설 해체, 핵확산금지조약 가입 및 IAEA 안전조치 협정 체결, IAEA 사찰, 남아공의 핵 포기 완료 발표 등 수순으로 이어졌다.

핵 폐기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국외 반출 없는 자체 폐기 및 전용으로 핵 포기가 이뤄졌다.

◆ 비핵화 첫 사례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에서 첫 비핵화 성과를 이끈 사례다. 우크라이나는 90년대, 소련의 붕괴로 갑자기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당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핵 보유를 두고 반대파와 찬성파가 대립했다.

국제사회는 경제제재를 경고하며 핵 폐기를 압박했고, 결국 1994년 1월 미ㆍ러와 핵무기 폐기를 약속하는 리스본 의정서를 체결한다.

핵탄두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 시사점 있지만, 적용은 무리
자발적 핵 포기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된 리비아 사례는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도 언급했듯이 당시 리비아와 북한의 상황은 다르다.

이란의 단계적 폐기는 미국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에 대해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하며 협정 파기를 주장해왔다.

비자발적으로 핵을 보유하게 된 우크라이나와 대가 없는 핵 폐기를 선택한 남아공 역시 북한과는 사정이 다르다.

조봉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리비아와 이란 등 각각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는 있지만, 북한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핵 개발 단계와 제재 효과 등 여러 상황이 다른 만큼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한반도 사정에 맞는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지난 2003년~2008년 진행된 6자 회담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고 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3~4주 안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 방안 합의라는 목표가 있는 만큼, 두 정상이 세부적인 비핵화 로드맵까지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북미간 핵 해결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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