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청와대, 판문점 선언문에 ‘해방’ 넣었다 의도적으로 고쳤다?”

입력 2018.04.30 (20:57) 수정 2018.05.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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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청와대, 판문점 선언문에 ‘해방’ 넣었다 의도적으로 고쳤다?”

[팩트체크] “청와대, 판문점 선언문에 ‘해방’ 넣었다 의도적으로 고쳤다?”

"남북 정상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문'에서 이상한 단어가 발견됐다"는 내용의 영상 뉴스 콘텐츠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콘텐츠 확산의 진원지는 '뉴스데일리베스트'라는 유튜브 채널이다. ☞ 영상보기

해당 채널은 변희재 씨가 대표고문을 맡고 있는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 '미디어 워치'가 '인기 애국우파 유튜브채널'로 소개하고 있는 곳이다.

데일리베스트가 영상을 통해 지적한 '이상한 단어'는 '해방'이다. 남북 정상이 발표한 판문점 합의문에 북한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해방'이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가 삭제되었다는 주장이다.

문제로 삼은 지점은 판문점 선언 1조 1항이다.


이 매체는 여기에서 '해방'이라는 표현이 문맥상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선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해방을 연상시키는 단어라며 "북한이 적화통일을 이뤄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시켜야한다는 논리로 귀결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월간조선이 29일 보도한 기사에서 (☞판문점 선언에 왜 ‘해방’이란 단어가 들어갔을까?) '해방'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빠진 것이 단순 실수였는지, 의도였는지를 제기한 의문을 이어받았다.

이 매체는 "여러분은 이게 실수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의도적이라고 보십니까?"라며 "의도적 실수가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대부분 현 정권이 '반미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다는 격앙된 내용들이다.

그렇다면, '해방'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정말 청와대의 '의도적 실수'일까.


[4.27 판문점 선언문 발표 당시 기자실 상황 팩트체크]

판문점 선언문이 일부 바뀐 건 사실이다.
기자단에게 방송 생중계 등 취재 편의를 위해 미리 나눠줬던 선언문의 오탈자를 청와대가 수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살펴봤다.
.
.
27일 오후 5시 12분
권혁기 춘추관장은 남북정상 판문점선언문을 미리 배포하며 "정상 서명식 시작시 보도할 수 있습니다. 서명식 시간은 추후 공지합니다. 엠바고(보도 자제)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공지한다.

이때 배포된 선언문에는
ⓛ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해방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5시 24분
한 기자가 <해방>의 의미가 궁금하다고 질의를 남긴다.

5시 45분
다른 기자가 "선언 1.1항에 오타인듯 합니다. 확인해 주세요. '모든 해방'→'모든 합의' 아닌지요?"라고 묻는다.

5시 51분
청와대는 그제서야 오타를 인식하고 1차 수정 공지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2분 뒤 기자단 홈페이지에 해방을 포함한 오타를 수정한 선언문 최종본이 올라온다.


5시 58분
남북 정상이 합의문 서명에 나선 때로 엠바고 해지 시점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언론사가 사전 배포한 선언문으로 기사를 송고한 상황... 권혁기 춘추관장이 해당 언론사들에 수정을 요구했다.

6시 3분, 6시 51분
잘못된 기사의 추가 송고를 막기 위해 청와대는 전체 오타 수정안을 공지한 후 재공지했다.
.
.
이상 정상회담을 취재한 기자단의 카톡창 정보를 종합해보면 청와대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전 배포한 자료에 대해 두 기자가 의문을 표시하자 청와대가 이내 수정 조치했기 때문이다. 만약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면 다른 식으로 해명했거나 수정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결국 일부 언론이 편의 제공을 위해 약속한 엠바고를 지키지 않고 오타가 포함된 선언문을 기사로 송고하면서 이를 본 독자들의 혼란이 일어난 셈이다.

국가적인 행사에서 정부가 취재 편의를 위해 기자들에게 선언문을 사전 배포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사전 배포하는 자료는 기사화 시점(엠바고)을 확실히 정해 그 전까지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당사자간 이견 조율이 필요하거나 급박하게 이뤄지는 경우엔 사전에 배포되는 것과 최종 배포되는 자료의 내용이 다소 달라지기도 한다.

판문점 선언문의 일부 표현이 바뀐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와 관련해 "선언문 발표를 판문점 기자실에서 사전에 녹화해 언론에 배포했다. 당시 선언문을 받아적은 속기사가 급하게 작업을 하다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카메라에 담긴 선언문 낭독으로 본 팩트체크

청와대의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해주는 또다른 증거는 윤영찬 수석의 선언문 낭독 영상이다.

윤 수석은 남북 정상이 '도보다리 산책'을 하고 있던 시점에 판문점 기자실에서 선언문을 처음 배포했다. 선언문 낭독은 취재진 카메라에 담겼고 이후 프레스센터에 전달됐다. 실제로 윤 수석의 선언문 낭독 영상을 보면 '해방'이란 표현이 담겨 있지 않다.



다만 윤 수석도 '해방'이란 단어가 어떻게 삽입되게 됐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그저 속기사가 급하게 작업하다 벌어진 일로만 파악하고 있었다. 속기사에게 책임을 지울 사안도 아니라고 했다. 속기사의 실수에서 비롯된 헤프닝이고 청와대가 이후 잘못된 표현을 수정해 기자들에게 최종본을 배포했다는 게 이유다.

혹여 남북 정상간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제안한 문구가 여과없이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윤 수석은 "양측의 입장은 사전에 이미 조율이 끝났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검증 결과] "(선언문 문구 수정은) 의도적 실수" → 사실 아님

이상 팩트체크 과정에서 알 수 있듯 보수매체가 주장한 판문점 선언문 문구 수정은 청와대의 "의도적 실수"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시 정상회담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카톡방과 청와대 공지 문자, 기자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정 공지 등을 종합해보면 청와대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문구를 수정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가 엠바고를 어기고 송고한 일부 기사들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고, 수정 전 송고된 일부 기사들은 선언문 최종본을 반영한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곧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청와대가 '해방'문구가 포함된 일부 엠바고 파기 기사를 통해 얻을 정치적 이득은 없어 보인다.

다만 속기록 과정에서 '합의'라는 원래 표현 대신 '해방'이라는 상호 연관성 없는 단어가 들어간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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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 “청와대, 판문점 선언문에 ‘해방’ 넣었다 의도적으로 고쳤다?”
    • 입력 2018-04-30 20:57:15
    • 수정2018-05-01 09:32:59
    팩트체크K
"남북 정상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문'에서 이상한 단어가 발견됐다"는 내용의 영상 뉴스 콘텐츠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콘텐츠 확산의 진원지는 '뉴스데일리베스트'라는 유튜브 채널이다. ☞ 영상보기

해당 채널은 변희재 씨가 대표고문을 맡고 있는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 '미디어 워치'가 '인기 애국우파 유튜브채널'로 소개하고 있는 곳이다.

데일리베스트가 영상을 통해 지적한 '이상한 단어'는 '해방'이다. 남북 정상이 발표한 판문점 합의문에 북한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해방'이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가 삭제되었다는 주장이다.

문제로 삼은 지점은 판문점 선언 1조 1항이다.


이 매체는 여기에서 '해방'이라는 표현이 문맥상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선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해방을 연상시키는 단어라며 "북한이 적화통일을 이뤄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시켜야한다는 논리로 귀결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월간조선이 29일 보도한 기사에서 (☞판문점 선언에 왜 ‘해방’이란 단어가 들어갔을까?) '해방'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빠진 것이 단순 실수였는지, 의도였는지를 제기한 의문을 이어받았다.

이 매체는 "여러분은 이게 실수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의도적이라고 보십니까?"라며 "의도적 실수가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대부분 현 정권이 '반미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다는 격앙된 내용들이다.

그렇다면, '해방'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정말 청와대의 '의도적 실수'일까.


[4.27 판문점 선언문 발표 당시 기자실 상황 팩트체크]

판문점 선언문이 일부 바뀐 건 사실이다.
기자단에게 방송 생중계 등 취재 편의를 위해 미리 나눠줬던 선언문의 오탈자를 청와대가 수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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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5시 12분
권혁기 춘추관장은 남북정상 판문점선언문을 미리 배포하며 "정상 서명식 시작시 보도할 수 있습니다. 서명식 시간은 추후 공지합니다. 엠바고(보도 자제)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공지한다.

이때 배포된 선언문에는
ⓛ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해방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5시 24분
한 기자가 <해방>의 의미가 궁금하다고 질의를 남긴다.

5시 45분
다른 기자가 "선언 1.1항에 오타인듯 합니다. 확인해 주세요. '모든 해방'→'모든 합의' 아닌지요?"라고 묻는다.

5시 51분
청와대는 그제서야 오타를 인식하고 1차 수정 공지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2분 뒤 기자단 홈페이지에 해방을 포함한 오타를 수정한 선언문 최종본이 올라온다.


5시 58분
남북 정상이 합의문 서명에 나선 때로 엠바고 해지 시점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언론사가 사전 배포한 선언문으로 기사를 송고한 상황... 권혁기 춘추관장이 해당 언론사들에 수정을 요구했다.

6시 3분, 6시 51분
잘못된 기사의 추가 송고를 막기 위해 청와대는 전체 오타 수정안을 공지한 후 재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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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정상회담을 취재한 기자단의 카톡창 정보를 종합해보면 청와대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전 배포한 자료에 대해 두 기자가 의문을 표시하자 청와대가 이내 수정 조치했기 때문이다. 만약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면 다른 식으로 해명했거나 수정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결국 일부 언론이 편의 제공을 위해 약속한 엠바고를 지키지 않고 오타가 포함된 선언문을 기사로 송고하면서 이를 본 독자들의 혼란이 일어난 셈이다.

국가적인 행사에서 정부가 취재 편의를 위해 기자들에게 선언문을 사전 배포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사전 배포하는 자료는 기사화 시점(엠바고)을 확실히 정해 그 전까지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당사자간 이견 조율이 필요하거나 급박하게 이뤄지는 경우엔 사전에 배포되는 것과 최종 배포되는 자료의 내용이 다소 달라지기도 한다.

판문점 선언문의 일부 표현이 바뀐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와 관련해 "선언문 발표를 판문점 기자실에서 사전에 녹화해 언론에 배포했다. 당시 선언문을 받아적은 속기사가 급하게 작업을 하다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카메라에 담긴 선언문 낭독으로 본 팩트체크

청와대의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해주는 또다른 증거는 윤영찬 수석의 선언문 낭독 영상이다.

윤 수석은 남북 정상이 '도보다리 산책'을 하고 있던 시점에 판문점 기자실에서 선언문을 처음 배포했다. 선언문 낭독은 취재진 카메라에 담겼고 이후 프레스센터에 전달됐다. 실제로 윤 수석의 선언문 낭독 영상을 보면 '해방'이란 표현이 담겨 있지 않다.



다만 윤 수석도 '해방'이란 단어가 어떻게 삽입되게 됐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그저 속기사가 급하게 작업하다 벌어진 일로만 파악하고 있었다. 속기사에게 책임을 지울 사안도 아니라고 했다. 속기사의 실수에서 비롯된 헤프닝이고 청와대가 이후 잘못된 표현을 수정해 기자들에게 최종본을 배포했다는 게 이유다.

혹여 남북 정상간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제안한 문구가 여과없이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윤 수석은 "양측의 입장은 사전에 이미 조율이 끝났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검증 결과] "(선언문 문구 수정은) 의도적 실수" → 사실 아님

이상 팩트체크 과정에서 알 수 있듯 보수매체가 주장한 판문점 선언문 문구 수정은 청와대의 "의도적 실수"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시 정상회담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카톡방과 청와대 공지 문자, 기자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정 공지 등을 종합해보면 청와대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문구를 수정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가 엠바고를 어기고 송고한 일부 기사들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고, 수정 전 송고된 일부 기사들은 선언문 최종본을 반영한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곧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청와대가 '해방'문구가 포함된 일부 엠바고 파기 기사를 통해 얻을 정치적 이득은 없어 보인다.

다만 속기록 과정에서 '합의'라는 원래 표현 대신 '해방'이라는 상호 연관성 없는 단어가 들어간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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