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주년 노동절 “지금도 노동자는 죽음으로 내몰린다”

입력 2018.05.01 (11:10) 수정 2018.05.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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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우선이다! 기업주를 처벌하라!"


지난달 25일 양대 노총이 주최한 '2018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양대 노총은 조선과 건설 등 8개 업체를 선정 발표했다. 삼성 중공업과 현대엔지니어링, GS 건설, 대림산업, STX조선해양, 현대산업개발, 케이알 산업, 대림종합건설 등이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이들 8개 업체에서 숨진 노동자는 33명, 불행히도 모두가 해당 기업 소속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근로자의 날인 1년 전 오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타워 크레인이 충돌했다. 부서진 타워 크레인은 노동자들이 작업 중이던 해양플랜트 구조물을 덮쳤다. 근로자의 날에 난 사고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작업 공기 맞추는 게 사람 목숨보다 중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왼쪽 팔과 다리를 다친 박철희 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앓고 있다. 박철희 씨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그날 함께 일하던 동생 박성우 씨를 잃은 것이다. 이제 동생을 기억할 수 있는 건 납골당에 남겨진 몇 장의 사진과 아끼느라 평소에 못 맸던 시계뿐이다.

박철희(하청업체 노동자)
"(동생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참아라. 병원만 가면 살 수 있다는 말만 해 주고 (병원으로) 갔는데…."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한 박 씨는 당시 조선소에서의 작업은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기억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작업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힘들었고 빠듯한 공사기한을 맞추느라 안전관리도 소홀했다고 증언했다.

박철희(하청업체 노동자)
"해양플랜트는 원유시추선 같은 걸 만드는 그런 일이고요 거기는 대부분이 다 삼성 원청 근로자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 하청을 받은 하청업체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일을 했었고요. 이제 저희가 사고날 시점은 저희가 작업하던 배가 마틴링거라고 하는데 그 배가 이제 인도될 시기가 가까이 왔었어요. 일이 좀 급하게 진행이 되고 있었던 편이죠. 그래서 그날도 이제 5월 들어서 휴일이 좀 많고 해서 5월 1일은 또 원청근로자들은 대부분이 쉬었고 저희 하청업체 직원들만 나와서 일하게 된 거죠."

박철희(하청업체 노동자)
"작업자 1명이 죽는 것보다는 공기를 맞춰야 한다 그런 말이 팽배했을 정도로 그러니까 원청은 손해를 보기 싫은 거죠. 모든 책임은 하청에게 넘기는 거고…."


위험의 외주화..."이대로는 안된다"


조선과 함께 건설업도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2017년 자료를 보면 전체 산재사고사망자 가운데 하청 노동자 비율은 41.4%지만, 건설업 50억 이상 공사의 87.1%, 조선업, 300 이상 사업장의 92.3%가 하청 노동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계는 원청에서 하청으로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하청업체가 독자적인 자본과 설비,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험한 업무를 다루는데 비법이 있다면 외주로 쓰는 게 안전하고 효율적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불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원청의 규모를 작게 가져가고, 물량에 따라 하청업체와 전제 노동자 수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이 산업계에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하청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아 원청은 책임에서도 상당 부분 자유로울 수 있다.


특히 같은 작업장에서도 원청과 하청 노동자, 다른 하청 노동자끼리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도 큰 상황이다.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해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금이나 중금속을 다루는 유해작업은 도급을 금지하고 원청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하청 노동자 사망할 경우 원청과 하청 사용자가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또한 사고기업 경영자와 기업 자체를 처벌하고, 징벌적 차원에서 손해배상액을 매출 등에 연계하는 강력한 제도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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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8주년 노동절 “지금도 노동자는 죽음으로 내몰린다”
    • 입력 2018-05-01 11:10:21
    • 수정2018-05-01 17:49:42
    취재K
"안전이 우선이다! 기업주를 처벌하라!"


지난달 25일 양대 노총이 주최한 '2018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양대 노총은 조선과 건설 등 8개 업체를 선정 발표했다. 삼성 중공업과 현대엔지니어링, GS 건설, 대림산업, STX조선해양, 현대산업개발, 케이알 산업, 대림종합건설 등이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이들 8개 업체에서 숨진 노동자는 33명, 불행히도 모두가 해당 기업 소속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근로자의 날인 1년 전 오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타워 크레인이 충돌했다. 부서진 타워 크레인은 노동자들이 작업 중이던 해양플랜트 구조물을 덮쳤다. 근로자의 날에 난 사고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작업 공기 맞추는 게 사람 목숨보다 중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왼쪽 팔과 다리를 다친 박철희 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앓고 있다. 박철희 씨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그날 함께 일하던 동생 박성우 씨를 잃은 것이다. 이제 동생을 기억할 수 있는 건 납골당에 남겨진 몇 장의 사진과 아끼느라 평소에 못 맸던 시계뿐이다.

박철희(하청업체 노동자)
"(동생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참아라. 병원만 가면 살 수 있다는 말만 해 주고 (병원으로) 갔는데…."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한 박 씨는 당시 조선소에서의 작업은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기억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작업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힘들었고 빠듯한 공사기한을 맞추느라 안전관리도 소홀했다고 증언했다.

박철희(하청업체 노동자)
"해양플랜트는 원유시추선 같은 걸 만드는 그런 일이고요 거기는 대부분이 다 삼성 원청 근로자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 하청을 받은 하청업체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일을 했었고요. 이제 저희가 사고날 시점은 저희가 작업하던 배가 마틴링거라고 하는데 그 배가 이제 인도될 시기가 가까이 왔었어요. 일이 좀 급하게 진행이 되고 있었던 편이죠. 그래서 그날도 이제 5월 들어서 휴일이 좀 많고 해서 5월 1일은 또 원청근로자들은 대부분이 쉬었고 저희 하청업체 직원들만 나와서 일하게 된 거죠."

박철희(하청업체 노동자)
"작업자 1명이 죽는 것보다는 공기를 맞춰야 한다 그런 말이 팽배했을 정도로 그러니까 원청은 손해를 보기 싫은 거죠. 모든 책임은 하청에게 넘기는 거고…."


위험의 외주화..."이대로는 안된다"


조선과 함께 건설업도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2017년 자료를 보면 전체 산재사고사망자 가운데 하청 노동자 비율은 41.4%지만, 건설업 50억 이상 공사의 87.1%, 조선업, 300 이상 사업장의 92.3%가 하청 노동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계는 원청에서 하청으로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하청업체가 독자적인 자본과 설비,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험한 업무를 다루는데 비법이 있다면 외주로 쓰는 게 안전하고 효율적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불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원청의 규모를 작게 가져가고, 물량에 따라 하청업체와 전제 노동자 수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이 산업계에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하청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아 원청은 책임에서도 상당 부분 자유로울 수 있다.


특히 같은 작업장에서도 원청과 하청 노동자, 다른 하청 노동자끼리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도 큰 상황이다.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해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금이나 중금속을 다루는 유해작업은 도급을 금지하고 원청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하청 노동자 사망할 경우 원청과 하청 사용자가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또한 사고기업 경영자와 기업 자체를 처벌하고, 징벌적 차원에서 손해배상액을 매출 등에 연계하는 강력한 제도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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