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을 위한 영화음악 선물”…KBS 교향악단의 실내악

입력 2018.05.01 (19:01) 수정 2018.05.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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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을 위한 영화음악 선물'이 KBS교향악단의 연주로 무대에 오릅니다.

영화의 메시지를 깊이 각인시킨 클래식 명곡뿐만 아니라, 훌륭한 작품성을 갖춘 영화음악 원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17명의 KBS 교향악단 수석들이 다채로운 편성으로 연주합니다.

영화에서 음악의 힘

영화에서 음악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요.

무표정으로 침묵하는 배우라 하더라도 음악을 입히면 그 인물의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대사만으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감정의 깊이를 진하게 전달하는 것이지요.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감각과 욕망을 억누르는 주인공에게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것은 말러의 아다지에토였습니다.

영화 <로렌조 오일>에서도 병상에서 죽어가는 아들을 의연한 표정으로 지키던 어머니의 모습 위로 마르첼로의 아다지오가 흘렀었죠.

음악은 경계를 영화 화면 바깥까지 확장

그런가 하면 음악은 사각의 프레임에 갇힌 경계를 화면 바깥까지 널리 확장해 줍니다.

자연풍광을 담은 영상이 음악과 함께 신비롭게 얽힐 때, 관객은 상상의 시간, 미지의 공간으로 여행하게 됩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신의 눈으로 바라본 풍광, 그 머나먼 지평선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함께 너그러이 조응했습니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선 안개로 둘러싸인 연둣빛 들판에서 방황하던 청소년의 성장통을 드뷔시의 몽환적인 음악에 담았었죠.

영화에서 음악은 그림자처럼 스며들어 관객을 무의식적인 청취로 이끕니다.

그런데 음악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에선 음악이 영상을 유달리 압도하기도 합니다.

바흐의 건반음악은 <글렌 굴드에 관한 32개의 짧은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애착과 창조적 고립을 효과적으로 전해주는 매개체였습니다.

미모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사랑하는 악기 제작자의 고뇌를 다룬 <겨울의 심장>은 바스크의 민요를 인용한 라벨의 피아노 트리오가 시종일관 등장하며 말로 전하지 못하는 사랑 고백을 건네줍니다.

영화음악은 감독에게도 영감을 준다

좋은 영화음악은 관객뿐만 아니라 감독에게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오래 기억되는 멜로디는 영화를 대표하는 사운드적 이미지가 되어 영화의 흥행에 도움을 주니까요.

음악감독 역시 영화의 대본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시퀀스에 걸맞은 적절한 악기와 음악 스타일을 결정하는데, 아무래도 흥행을 염두에 두다 보니 자신의 독창성을 현대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친밀한 대중성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음악가 이지수와 홍대영은 이 대중성뿐만 아니라 예술성을 추구하며 세련된 음악을 남겼습니다. 클래식 악기로 연주해도 손색이 없는 두 음악가의 작품을 KBS 교향악단이 이 무대의 마지막 순서로 공들여 연주합니다.


조은아 피아니스트,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8 KBS교향악단 실내악 시리즈 II - 더 프리미어 The Premiere
5월 4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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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가족을 위한 영화음악 선물”…KBS 교향악단의 실내악
    • 입력 2018-05-01 19:01:50
    • 수정2018-05-01 20:07:01
    문화
'온 가족을 위한 영화음악 선물'이 KBS교향악단의 연주로 무대에 오릅니다.

영화의 메시지를 깊이 각인시킨 클래식 명곡뿐만 아니라, 훌륭한 작품성을 갖춘 영화음악 원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17명의 KBS 교향악단 수석들이 다채로운 편성으로 연주합니다.

영화에서 음악의 힘

영화에서 음악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요.

무표정으로 침묵하는 배우라 하더라도 음악을 입히면 그 인물의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대사만으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감정의 깊이를 진하게 전달하는 것이지요.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감각과 욕망을 억누르는 주인공에게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것은 말러의 아다지에토였습니다.

영화 <로렌조 오일>에서도 병상에서 죽어가는 아들을 의연한 표정으로 지키던 어머니의 모습 위로 마르첼로의 아다지오가 흘렀었죠.

음악은 경계를 영화 화면 바깥까지 확장

그런가 하면 음악은 사각의 프레임에 갇힌 경계를 화면 바깥까지 널리 확장해 줍니다.

자연풍광을 담은 영상이 음악과 함께 신비롭게 얽힐 때, 관객은 상상의 시간, 미지의 공간으로 여행하게 됩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신의 눈으로 바라본 풍광, 그 머나먼 지평선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함께 너그러이 조응했습니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선 안개로 둘러싸인 연둣빛 들판에서 방황하던 청소년의 성장통을 드뷔시의 몽환적인 음악에 담았었죠.

영화에서 음악은 그림자처럼 스며들어 관객을 무의식적인 청취로 이끕니다.

그런데 음악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에선 음악이 영상을 유달리 압도하기도 합니다.

바흐의 건반음악은 <글렌 굴드에 관한 32개의 짧은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애착과 창조적 고립을 효과적으로 전해주는 매개체였습니다.

미모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사랑하는 악기 제작자의 고뇌를 다룬 <겨울의 심장>은 바스크의 민요를 인용한 라벨의 피아노 트리오가 시종일관 등장하며 말로 전하지 못하는 사랑 고백을 건네줍니다.

영화음악은 감독에게도 영감을 준다

좋은 영화음악은 관객뿐만 아니라 감독에게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오래 기억되는 멜로디는 영화를 대표하는 사운드적 이미지가 되어 영화의 흥행에 도움을 주니까요.

음악감독 역시 영화의 대본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시퀀스에 걸맞은 적절한 악기와 음악 스타일을 결정하는데, 아무래도 흥행을 염두에 두다 보니 자신의 독창성을 현대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친밀한 대중성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음악가 이지수와 홍대영은 이 대중성뿐만 아니라 예술성을 추구하며 세련된 음악을 남겼습니다. 클래식 악기로 연주해도 손색이 없는 두 음악가의 작품을 KBS 교향악단이 이 무대의 마지막 순서로 공들여 연주합니다.


조은아 피아니스트,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8 KBS교향악단 실내악 시리즈 II - 더 프리미어 The Premiere
5월 4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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