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판문점의 봄

입력 2018.05.01 (21:59) 수정 2018.05.0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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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위해 달려온 남과 북. "완전한 비핵화"

올해 벽두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1월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고, 2월 평창동계올림픽은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남북 교류를 위해 잘 만들어진 국제무대였다. 남북은 문화 공연 교류를 통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 관계가 급진전하자 국제 사회의 우려는 물론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도 덩달아 커졌다.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일부 정치권에서 지적하듯 '위장평화 쇼'이지 않을까.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일주일 전, 북한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한 답을 내놨다. 북한은 지금까지 국가 발전 전략이었던 '핵/경제 병진 노선'의 완성을 선언하고,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채택했다. 북한 발전 노선에서 핵을 빼버렸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남북은 마침내 이번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도보 산책. 진지했던 이유는?

남북 두 정상은 수행원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산책로를 걸으며 40분 동안 단독회담을 진행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된 화면에서 들리는 평화로운 새소리, 한가한 바람소리와 달리 두 정상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고 때때로 무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반도 안팎의 상황은 어느 것 하나 풀기 쉬운 게 없어 보인다. 북한과 경제 협력을 시작하려니, 당장 개성공단 문제부터 걸린다.

지난 정부 시절 개성공단이 급작스럽게 폐쇄되면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우리 기업체들은 재기를 꿈꾸며 동남아시아까지 내려가야 했다. 전 세계가 손사래를 치며 입주를 거부할 때 우리 정부와 북측을 믿고 용감하게 나섰던 개성공단 기업체들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수 있을까. 또 남북 경제 교류를 가로막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판문점의 봄'. 지속의 선결 조건은?

남북관계에서 요즘과 비슷한 설렘과 기대감이 존재했던 적이 있다. 바로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정상회담 무렵이다. 1차 정상회담은 남북 분단 이후 양측 지도자 간 첫 만남이라는 큰 의미가 있었다. '은둔의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많이 줄어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처음으로 정전 문제가 논의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정상회담 모두 '회담 결과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는 실패를 부인할 수 없다. 선언문에 들어갈 합의 사항을 조율하는 것보다 합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더 힘든 일이다. 2018년 봄. 과연 우리는 '판문점의 봄'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을까.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평화의 봄기운을 오래 전하기 위해 우린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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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판문점의 봄
    • 입력 2018-05-01 22:05:43
    • 수정2018-05-01 23: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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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위해 달려온 남과 북. "완전한 비핵화"

올해 벽두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1월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고, 2월 평창동계올림픽은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남북 교류를 위해 잘 만들어진 국제무대였다. 남북은 문화 공연 교류를 통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 관계가 급진전하자 국제 사회의 우려는 물론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도 덩달아 커졌다.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일부 정치권에서 지적하듯 '위장평화 쇼'이지 않을까.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일주일 전, 북한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한 답을 내놨다. 북한은 지금까지 국가 발전 전략이었던 '핵/경제 병진 노선'의 완성을 선언하고,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채택했다. 북한 발전 노선에서 핵을 빼버렸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남북은 마침내 이번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도보 산책. 진지했던 이유는?

남북 두 정상은 수행원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산책로를 걸으며 40분 동안 단독회담을 진행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된 화면에서 들리는 평화로운 새소리, 한가한 바람소리와 달리 두 정상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고 때때로 무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반도 안팎의 상황은 어느 것 하나 풀기 쉬운 게 없어 보인다. 북한과 경제 협력을 시작하려니, 당장 개성공단 문제부터 걸린다.

지난 정부 시절 개성공단이 급작스럽게 폐쇄되면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우리 기업체들은 재기를 꿈꾸며 동남아시아까지 내려가야 했다. 전 세계가 손사래를 치며 입주를 거부할 때 우리 정부와 북측을 믿고 용감하게 나섰던 개성공단 기업체들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수 있을까. 또 남북 경제 교류를 가로막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판문점의 봄'. 지속의 선결 조건은?

남북관계에서 요즘과 비슷한 설렘과 기대감이 존재했던 적이 있다. 바로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정상회담 무렵이다. 1차 정상회담은 남북 분단 이후 양측 지도자 간 첫 만남이라는 큰 의미가 있었다. '은둔의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많이 줄어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처음으로 정전 문제가 논의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정상회담 모두 '회담 결과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는 실패를 부인할 수 없다. 선언문에 들어갈 합의 사항을 조율하는 것보다 합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더 힘든 일이다. 2018년 봄. 과연 우리는 '판문점의 봄'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을까.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평화의 봄기운을 오래 전하기 위해 우린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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