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달려간 中 왕이의 메시지…‘중국 패싱론’은 과연 맞을까?

입력 2018.05.0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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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서울과 워싱턴에서 연일 초대형 한반도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오늘(2일)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전격적인 방북이 화제다.

지난 3월 전인대에서 중국 국무위원까지 겸직하게 된 왕이 외교부장은 한마디로 시진핑 체제 중국 외교의 사령탑이다. 중국 외교부장의 북한 방문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의 일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엔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북·중 관계에서 왕이 부장이 갖는 정치적 중량감을 참작할 때 평양 체류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도 확실시된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고무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왕이 외교부장의 전격 방북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면 과연 두 사람은 어떤 대화를 나눌까? 그리고 중국 패싱론은 과연 현실적일까?


"왕이 방북은 중국 지분확대용"..시진핑 메시지는?

왕이 외교부장의 이번 방북이 주목을 받는 건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이자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방북에서는 먼저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한 측의 설명과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 등과 관련한 북·중간의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사실상 침묵을 지키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메시지와 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반응도 자연스럽게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아직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유일한 주요국 정상이다.

최근 제기된는 '중국 패싱론' '중국 홀대론'과 관련된 부분도 이번 회동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패싱론은 남북미 정상이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주도하고 한반도 정세가 급진전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되고 중국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는 점을 지적한 표현이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이라는 판문점 선언 문구는 더욱 중국 패싱론을 촉발했고, 여기에 정상회담 직후 "중국은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한 루캉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이 더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왕이 외교부장의 방북 포인트는 북·중 관계의 지분 확대"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로 너무 쏠리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으로선 휴전협정의 당사국으로서 종전선언은 물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번 방북은 확인하기 위한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중국 꼭 들어가야 하나?"

3자냐? 4자냐?
중국의 지분 문제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앞서 밝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 문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과연 남북미 외에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오늘(2일)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이라는 판문점 선언에 담긴 문구의 의미에 대해 부연 설명을 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먼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평화협정은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고,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와 대립관계를 해소하겠다는 그야말로 정치적 선언"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종전선언에 중국이 꼭 주체로 들어가는 것이 필요한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나 미국과 수교를 해 적대적 관계가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평화협정은 남북이나 북미만의 문제가 아니고 중국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3자 혹은 4자가 추진하겠다는 얘기는 중국의 의향을 물어보겠다는 것"이라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의지 여부에 따라 (평화협정) 참여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간단히 정리하면 현재의 정전협정을 없애는 방식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2단계 절차를 검토 중인데, 정치적 선언 성격인 '종전선언'에는 굳이 중국이 참여할 필요가 없고, '평화협정' 참여 문제는 중국의 선택사항이라는 것이다.


'중국 패싱론'은 과연 현실적일까?..과도한 해석은 금물

그렇다면 북핵 문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패싱론은 과연 현실적일까?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와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외형상으로 중국 패싱론은 일단 힘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남북미 정상이 현재의 모든 상황을 주도하고 있고, 최소한 현재의 국면에서만 보면 중국은 논의의 핵심 당사자가 아니다.

또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곧바로 종전협정과 달라서, 중국이 정전협정의 주체(이 부분도 논란이 있지만)라고 해서 꼭 종전선언에 참여할 필요는 없고, 이론적으로 볼 때 평화협정 역시 남북미 3국만으로도 얼마든지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중국의 협력 없이 한반도의 평화가 가능할까를 생각해보면 결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혈맹관계인 북·중 관계의 특수성은 물론, 지정학적으로 볼 때 한반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한반도 평화에서 중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도 현재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90%를 넘고 있고, 중국이 몽니라도 부린다면 북한 경제는 새로운 체제를 맞기도 전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또 G2 시대를 맞은 중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영향력을 포기할 리 없다는 점도 자명한 일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아직은 안전판으로서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고, 이는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먼저 중국 시진핑을 찾았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북한에서 중국인 관광객 32명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 북한이 사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중국을 달래고 김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위로한 점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른바 중국 패싱론은 '지금은 맞고 미래에는 틀린' 하나의 시나리오에 그칠 공산이 크다. 어찌 보면 국제정치의 현실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일부의 희망 사항을 담은 기대사고(wishful thinking)로 보는 게 현실적인 분석이자 전망일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북미정상회담까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려 한반도 평화 정착의 출구에 다다르기까지 우리에겐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될 수많은 외교적 과제가 있다. 남북미 정상끼리의 적극적인 소통과 창의적인 해법 도출만큼이나,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과 지지 확보 노력 또한 필수적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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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2 13: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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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서울과 워싱턴에서 연일 초대형 한반도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오늘(2일)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전격적인 방북이 화제다.

지난 3월 전인대에서 중국 국무위원까지 겸직하게 된 왕이 외교부장은 한마디로 시진핑 체제 중국 외교의 사령탑이다. 중국 외교부장의 북한 방문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의 일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엔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북·중 관계에서 왕이 부장이 갖는 정치적 중량감을 참작할 때 평양 체류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도 확실시된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고무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왕이 외교부장의 전격 방북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면 과연 두 사람은 어떤 대화를 나눌까? 그리고 중국 패싱론은 과연 현실적일까?


"왕이 방북은 중국 지분확대용"..시진핑 메시지는?

왕이 외교부장의 이번 방북이 주목을 받는 건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이자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방북에서는 먼저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한 측의 설명과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 등과 관련한 북·중간의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사실상 침묵을 지키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메시지와 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반응도 자연스럽게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아직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유일한 주요국 정상이다.

최근 제기된는 '중국 패싱론' '중국 홀대론'과 관련된 부분도 이번 회동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패싱론은 남북미 정상이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주도하고 한반도 정세가 급진전되는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되고 중국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는 점을 지적한 표현이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이라는 판문점 선언 문구는 더욱 중국 패싱론을 촉발했고, 여기에 정상회담 직후 "중국은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한 루캉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이 더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왕이 외교부장의 방북 포인트는 북·중 관계의 지분 확대"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로 너무 쏠리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으로선 휴전협정의 당사국으로서 종전선언은 물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번 방북은 확인하기 위한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중국 꼭 들어가야 하나?"

3자냐? 4자냐?
중국의 지분 문제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앞서 밝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 문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과연 남북미 외에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오늘(2일)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이라는 판문점 선언에 담긴 문구의 의미에 대해 부연 설명을 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먼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평화협정은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고,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와 대립관계를 해소하겠다는 그야말로 정치적 선언"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종전선언에 중국이 꼭 주체로 들어가는 것이 필요한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나 미국과 수교를 해 적대적 관계가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평화협정은 남북이나 북미만의 문제가 아니고 중국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3자 혹은 4자가 추진하겠다는 얘기는 중국의 의향을 물어보겠다는 것"이라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의지 여부에 따라 (평화협정) 참여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간단히 정리하면 현재의 정전협정을 없애는 방식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2단계 절차를 검토 중인데, 정치적 선언 성격인 '종전선언'에는 굳이 중국이 참여할 필요가 없고, '평화협정' 참여 문제는 중국의 선택사항이라는 것이다.


'중국 패싱론'은 과연 현실적일까?..과도한 해석은 금물

그렇다면 북핵 문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패싱론은 과연 현실적일까?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와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외형상으로 중국 패싱론은 일단 힘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남북미 정상이 현재의 모든 상황을 주도하고 있고, 최소한 현재의 국면에서만 보면 중국은 논의의 핵심 당사자가 아니다.

또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곧바로 종전협정과 달라서, 중국이 정전협정의 주체(이 부분도 논란이 있지만)라고 해서 꼭 종전선언에 참여할 필요는 없고, 이론적으로 볼 때 평화협정 역시 남북미 3국만으로도 얼마든지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중국의 협력 없이 한반도의 평화가 가능할까를 생각해보면 결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혈맹관계인 북·중 관계의 특수성은 물론, 지정학적으로 볼 때 한반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한반도 평화에서 중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도 현재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90%를 넘고 있고, 중국이 몽니라도 부린다면 북한 경제는 새로운 체제를 맞기도 전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또 G2 시대를 맞은 중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영향력을 포기할 리 없다는 점도 자명한 일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아직은 안전판으로서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고, 이는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먼저 중국 시진핑을 찾았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북한에서 중국인 관광객 32명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 북한이 사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중국을 달래고 김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위로한 점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른바 중국 패싱론은 '지금은 맞고 미래에는 틀린' 하나의 시나리오에 그칠 공산이 크다. 어찌 보면 국제정치의 현실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일부의 희망 사항을 담은 기대사고(wishful thinking)로 보는 게 현실적인 분석이자 전망일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북미정상회담까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려 한반도 평화 정착의 출구에 다다르기까지 우리에겐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될 수많은 외교적 과제가 있다. 남북미 정상끼리의 적극적인 소통과 창의적인 해법 도출만큼이나,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과 지지 확보 노력 또한 필수적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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