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지그재그’ 운행 후 추락”…안타까운 사연들

입력 2018.05.03 (08:30) 수정 2018.05.0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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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버스 승객만 8명이 숨지고 7명이 크게 다친 전남 영암 버스 사고의 블랙박스가 어제 공개됐습니다.

사고 전 버스는 좌우로 이른바 '지그재그'로 움직이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습니다.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용돈 벌겠다며 밭일에 나선 할머니, 한 가족에 두 명, 또 한 마을 이웃이 같이 숨지는 등 피해자 유가족들은 물론 마을 전체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는데요.

뉴스따라잡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과 국과수 등의 합동 현장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하루가 지났지만 현장은 참혹했습니다.

사고 당시 급하게 제동한 흔적인 타이어 자국이 도로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종잇장처럼 구겨진 사고 미니버스에서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까.

[나경록/영암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 : "사고차량의 블랙박스의 영상을 토대로 해서 최초 충격한 지점 그리고 어떤 흔적들, 속도. 이런 것들을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지금 조사했습니다."]

사고 당시 미니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2차로에서 잘 달리던 버스가 조금씩 좌우로 흔들리는 가 싶더니, 1차로에서 달리던 SUV 차량의 조수석 쪽 사이드미러와 부딪힙니다.

중심을 잃은 미니버스는 이어서 가드레일을 뚫고 3미터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몇 백 미터 떨어진 축사에서도 사고 소리가 들릴 만큼 큰 사고 였습니다.

[한화영/최초 신고자 : "나오는 순간 “펑!” 하길래 얼른 가서 보니까 버스가 전복됐더라고 눈에 보이게. 버스가 기울어져 있으니까 지붕 위가 보이더라고. ‘아 그래서 사고 났구나.’ 하고 (119에)전화 한 거예요."]

당시 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습니다.

미니버스는 도랑에 빠진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구겨져 있었습니다.

전복된 25인승 미니버스엔 영암의 한 무 밭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할머니들과 운전을 했던 70대 이 모 씨 등 15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승객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노인들이있고, 부상은 심각했습니다.

[임엽수/영암소방서 119안전센터장 : "수로 변에 미니버스는 박혀 있었고요. 내부에 운전사 포함 4명이 차량 안에 있는 상태였습니다."]

버스에 타고 있던 8명이 숨졌고, 7명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김OO/사고 피해자/음성변조 : "나도 잠이 깜빡 들었는데 차에서 뚝 떨어져 버렸어. 유리창이 깨져서 나간 거 같아. 그러니까 맨땅에 있지. 맨땅에. (정신 차려보니) 차 안에 있지 않고 밖에 뛰쳐나왔어. 내가."]

할머니들은 수확철이나, 농사가 바빠지는 시기가 오면 하루 일당 6만 원에서 많게는 9만 원을 받으며 전남 영암 등으로 무리를 지어 밭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사고 당일 역시, 새벽 5시쯤에 일을 나갔다 되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2002년 식인 미니버스의 운전사인 이 모 씨는 10년 넘게 할머니들을 모아, 밭에 데려다주고 교통비 등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OO/사고 피해자/음성변조 : "오래됐어요. 그러니까 다 이차는 다 인력 차라고 많이 해요."]

사고 당일, 할머니들은 10시간 가까이 일을 했다는게 유가족들의 입장입니다.

[김OO/유가족 : "그 전에는 어쩌다 한 번씩 소일거리로 나가시는데 사고 당일 날 어머님이 4시 30분에 미니버스를 타러 나가셨어요. 돌아오는 시간이 다섯 시 넘어서 사고가 났잖아요. 밭에서 일한 시간이 10시간 이상이었어요."]

사고 조사와 별도로 어제부터 사망자에 대한 장례식도 치러졌습니다.

101살의 어머니를 홀로 모시며 밭일로 생활을 이어갔던 할머니부터,

남편을 사별하고, 공공근로로 가장 역할을 해오던 유일한 50대인 김 모 씨.

노동절을 맞아 쉬는 날이었지만 조금이나마 생활비에 보태보겠다며 그날도 일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이번 사고로 어머니와 당숙모, 가족 두 사람을 잃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황OO/유가족 : "한 마을에 세 분이 일 가셨는데 세 분 다 돌아가셨어요. 어머님하고 당숙모하고 자주 다니죠. 동서지간이라 참 사이가 좋았어요."]

83살인 어머니는 자녀들의 만류에도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면서도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며 용돈벌이를 해왔습니다.

[황OO/유가족 : ‘그만하십시오.’ 해도 거기 가서 웃고 즐기고 하다 보면 시간도 가고 돈도 벌고 하니깐 그렇게 하시죠.‘나 못 가게 하지 말아라. 내가 힘들면 너희들이 안 말린다 해도 나는 못 간다. 내가 힘이 닿으니까 다니지.’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죠."]

어머니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게 가슴 깊이 한으로 남았습니다.

[황OO/유가족 : "83세 되도록 거기에서 사셨어요. 지금까지 일을 하셨고 일하다가 돌아가신 양반이에요. 더 과감하게 말릴 것을 지금도 후회하면 뭐 합니까마는 그게 간절하고 그러네요. 안타깝고."]

하루 아침에 여러 명의 이웃을 잃은 마을.

주민들의 심정도 착잡한데요. 삼삼오오 모여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 : "깜짝 놀랐지. 덜덜덜 떨고 그랬지. 우리 동네 사람이라고 하니까. (돌아가신 분들이) 우리 마을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마을 주민 : "‘안 죽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면 되겠네.’ 자꾸 그랬어. (돌아가셔서) 나도 막 눈물 나 죽겠더라고."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바탕으로 사고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낼 방침입니다.

[나경록/영암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 : "차량 결함, 졸음운전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폭넓게 사고 원인에 대해서 우리가 조사를 해야 되겠죠."]

고령 탓에 생존자 가운데도 중상자가 많아 피해자 가족들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

나주시는 피해대책본부를 설치해 유가족들의 원활한 장례 진행과, 부상자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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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지그재그’ 운행 후 추락”…안타까운 사연들
    • 입력 2018-05-03 08:37:19
    • 수정2018-05-03 09: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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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버스 승객만 8명이 숨지고 7명이 크게 다친 전남 영암 버스 사고의 블랙박스가 어제 공개됐습니다.

사고 전 버스는 좌우로 이른바 '지그재그'로 움직이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습니다.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용돈 벌겠다며 밭일에 나선 할머니, 한 가족에 두 명, 또 한 마을 이웃이 같이 숨지는 등 피해자 유가족들은 물론 마을 전체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는데요.

뉴스따라잡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과 국과수 등의 합동 현장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하루가 지났지만 현장은 참혹했습니다.

사고 당시 급하게 제동한 흔적인 타이어 자국이 도로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종잇장처럼 구겨진 사고 미니버스에서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까.

[나경록/영암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 : "사고차량의 블랙박스의 영상을 토대로 해서 최초 충격한 지점 그리고 어떤 흔적들, 속도. 이런 것들을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지금 조사했습니다."]

사고 당시 미니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2차로에서 잘 달리던 버스가 조금씩 좌우로 흔들리는 가 싶더니, 1차로에서 달리던 SUV 차량의 조수석 쪽 사이드미러와 부딪힙니다.

중심을 잃은 미니버스는 이어서 가드레일을 뚫고 3미터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몇 백 미터 떨어진 축사에서도 사고 소리가 들릴 만큼 큰 사고 였습니다.

[한화영/최초 신고자 : "나오는 순간 “펑!” 하길래 얼른 가서 보니까 버스가 전복됐더라고 눈에 보이게. 버스가 기울어져 있으니까 지붕 위가 보이더라고. ‘아 그래서 사고 났구나.’ 하고 (119에)전화 한 거예요."]

당시 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습니다.

미니버스는 도랑에 빠진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구겨져 있었습니다.

전복된 25인승 미니버스엔 영암의 한 무 밭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할머니들과 운전을 했던 70대 이 모 씨 등 15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승객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노인들이있고, 부상은 심각했습니다.

[임엽수/영암소방서 119안전센터장 : "수로 변에 미니버스는 박혀 있었고요. 내부에 운전사 포함 4명이 차량 안에 있는 상태였습니다."]

버스에 타고 있던 8명이 숨졌고, 7명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김OO/사고 피해자/음성변조 : "나도 잠이 깜빡 들었는데 차에서 뚝 떨어져 버렸어. 유리창이 깨져서 나간 거 같아. 그러니까 맨땅에 있지. 맨땅에. (정신 차려보니) 차 안에 있지 않고 밖에 뛰쳐나왔어. 내가."]

할머니들은 수확철이나, 농사가 바빠지는 시기가 오면 하루 일당 6만 원에서 많게는 9만 원을 받으며 전남 영암 등으로 무리를 지어 밭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사고 당일 역시, 새벽 5시쯤에 일을 나갔다 되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2002년 식인 미니버스의 운전사인 이 모 씨는 10년 넘게 할머니들을 모아, 밭에 데려다주고 교통비 등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OO/사고 피해자/음성변조 : "오래됐어요. 그러니까 다 이차는 다 인력 차라고 많이 해요."]

사고 당일, 할머니들은 10시간 가까이 일을 했다는게 유가족들의 입장입니다.

[김OO/유가족 : "그 전에는 어쩌다 한 번씩 소일거리로 나가시는데 사고 당일 날 어머님이 4시 30분에 미니버스를 타러 나가셨어요. 돌아오는 시간이 다섯 시 넘어서 사고가 났잖아요. 밭에서 일한 시간이 10시간 이상이었어요."]

사고 조사와 별도로 어제부터 사망자에 대한 장례식도 치러졌습니다.

101살의 어머니를 홀로 모시며 밭일로 생활을 이어갔던 할머니부터,

남편을 사별하고, 공공근로로 가장 역할을 해오던 유일한 50대인 김 모 씨.

노동절을 맞아 쉬는 날이었지만 조금이나마 생활비에 보태보겠다며 그날도 일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이번 사고로 어머니와 당숙모, 가족 두 사람을 잃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황OO/유가족 : "한 마을에 세 분이 일 가셨는데 세 분 다 돌아가셨어요. 어머님하고 당숙모하고 자주 다니죠. 동서지간이라 참 사이가 좋았어요."]

83살인 어머니는 자녀들의 만류에도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면서도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며 용돈벌이를 해왔습니다.

[황OO/유가족 : ‘그만하십시오.’ 해도 거기 가서 웃고 즐기고 하다 보면 시간도 가고 돈도 벌고 하니깐 그렇게 하시죠.‘나 못 가게 하지 말아라. 내가 힘들면 너희들이 안 말린다 해도 나는 못 간다. 내가 힘이 닿으니까 다니지.’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죠."]

어머니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게 가슴 깊이 한으로 남았습니다.

[황OO/유가족 : "83세 되도록 거기에서 사셨어요. 지금까지 일을 하셨고 일하다가 돌아가신 양반이에요. 더 과감하게 말릴 것을 지금도 후회하면 뭐 합니까마는 그게 간절하고 그러네요. 안타깝고."]

하루 아침에 여러 명의 이웃을 잃은 마을.

주민들의 심정도 착잡한데요. 삼삼오오 모여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 : "깜짝 놀랐지. 덜덜덜 떨고 그랬지. 우리 동네 사람이라고 하니까. (돌아가신 분들이) 우리 마을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마을 주민 : "‘안 죽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면 되겠네.’ 자꾸 그랬어. (돌아가셔서) 나도 막 눈물 나 죽겠더라고."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바탕으로 사고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낼 방침입니다.

[나경록/영암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 : "차량 결함, 졸음운전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폭넓게 사고 원인에 대해서 우리가 조사를 해야 되겠죠."]

고령 탓에 생존자 가운데도 중상자가 많아 피해자 가족들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

나주시는 피해대책본부를 설치해 유가족들의 원활한 장례 진행과, 부상자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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