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 주의’…중금속 환경호르몬 범벅 제품 적발

입력 2018.05.03 (21:22) 수정 2018.05.0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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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흘러도 어린이날 선물로 ‘장난감’ 인기

세월이 지나도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괜히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죠. 어릴 때 돌이켜보면 저도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괜히 부모님 표정을 살피며 당일 손 꼭 잡고 제가 마음에 찜 해뒀던 인형을 사러 가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요즘은 스마트폰이 장난감을 대신하다보니 장난감은 뒷전일 줄 알았습니다. 여전히, 어린이날은 여전히 장난감이 대세였습니다.

한 카드사가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이날 자녀에게 줄 선물로 완구류를 꼽은 사람들이 응답한 사람들 가운데 60%가 넘어 1위였습니다. 뒤이어 현금 , 외식 등이었고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물어봐도 절반 가까운 친구들이 장난감을 외쳤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형마트에 나가보니 각양각색 장난감이 진열돼있는 장난감 코너가 북적북적했습니다.

◆ 일부 장난감 아동복 유해물질 높아…기준치 570배 넘는 제품도 나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어린이들 모두가 기대하는 선물 고르실 때 더 신중해지셔야겠습니다. 일부 장난감이나 아동복에서 유해물질 기준치를 훨씬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시중에서 파는 어린이와 유아용품 그리고 생활용품 천4백여 개를 조사해봤더니 35개 어린이 제품에서 유해물질 함량 기준을 초과한 프탈레이트와 납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렉시오' 라는 보드게임 말에서 납이 기준치보다 5백 70배 넘게 나왔습니다. 또, '황용토이' 업체에서 중국에서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목욕할 때 갖고 노는 인형에서는 성장이나 생식기능에 영향을 주는 걸로 알려진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기준치를 2백 배 초과했습니다.

인기있는 유니클로 아동용 청바지 천에서는 염기성 농도가 기준치보다 높아 아토피를 유발할 위험도 제기됐고 아동용 자전거 안장 커버에서도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기준치보다 5배 넘게 나왔습니다. 안장이면 어린이들의 신체가 계속 닿을 수밖에 없는 곳이라서 걱정이 큽니다.

◆ 카드늄·프탈레이트 가소제· 납…유해물질 ‘삼총사’

유해물질이 나왔다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중금속, 발암물질 등이 모두 나왔습니다. 여기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가장 생소하실텐데요. 일단 가소제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재료로 플라스틱을 제품화하기 전에 넣는 물질입니다. 이 가소제에 가장 많이 쓰이는 산업용 화학 첨가제가 프탈레이트입니다. 프탈레이트는 동물이나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서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내분비계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er)'의 일종으로 간과 신장, 심장, 허파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고 여성 불임, 정자수 감소 등으로 생식기관에 유해한 독성물질로 보고된 유해 물질입니다. 그러다보니, 유럽 등에서는 1999년부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으로 판단하고 관리해왔습니다.

대표적임 발암물질인 카드늄은 독성이 아자 강해서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던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이 병에 걸리면 뼈가 물러져 조금만 움직여도 골절에 무리가 가는 무시무시한 병입니다. 카드뮴은 흡연이나 음식물 등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다양한 신체 조직 손상을 가져옵니다.

중금속인 납은 중추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그리고 빈혈 등을 일으킵니다. 저농도라도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에는 아이들의 인지기능 장애나 지능지수가 낮아지는 등 문제들이 생길 수도 있답니다.

몇 개를 제외하면 제품 일부분에서 발견된 것뿐인데 너무 무시무시한 경고를 하는 것 같죠? 하지만 어린이가 사용할 제품은 더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어린이들은 장난감을 쥐여주면 입에 넣거나 물거나 빨고 하게 되죠. 콧물이 나거나 얼굴이 가려우면 옷 소매로 닦거나 비비기도 하니까요. 면역체계나 아니면 방어체계들이 완성되어있지 못한 상태인데다가 중금속 등과 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 왜 계속 반복?

아마, 다들 비슷비슷한 뉴스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행사도 아니고 왜 개선되지 않는 걸까요?

일단, 업체들이 제품 출시만 하고 보자는 심보때문입니다.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유해물질 등 안전성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요, 일단은 인증을 받고 나면 부품을 바꿔 버리거나 인증번호를 도용한다거나 다른 물질을 슬쩍 더 섞어버리는 겁니다. 물론 인증 기준을 맞추려면 제조단가가 너무 높아진다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는 더 엄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제도의 허점입니다. 개선 명령을 받고 조사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업체는 개선명령을 받고 일정 기간 수거해야 합니다. 두 달 정도가 지나면 국표원에서는 조사를 나간다고 설명해줬는데요, 조사가 허술합니다. 현장에 나가 제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업체에서 생산한 물량과 수거한 물량 숫자 등이 담아 제출하는 보고서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시스템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 적발 제품들의 운명은?

수거 명령을 받은 '리콜제품'은 제품안전정보센터(www.safetykorea.kr) 에 공개되며 위해상품 판매 차단시스템에 등록해 전국 대형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합니다. 이때, 애플리케이션 '리콜제품 알리미'를 설치하시면 더 편하게 확인하실 수도 있습니다.

일부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자칫 전체 업계가 비난받거나 특수를 앞두고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도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국가기술표준원이 천 4백여 개가 넘는 제품을 무작위로 골라 시험을 해봤더니 35개 제품이 적발된거니까요, 4% 정도에 불과한 겁니다. 하지만 어린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해물질이 뒤범벅인 제품은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굳이 인터넷 사이트를 찾지 않아도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디지털 뉴스에서도 명단을 공개합니다.

내년에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이 걱정으로 바뀌는 소식을 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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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날 선물 주의’…중금속 환경호르몬 범벅 제품 적발
    • 입력 2018-05-03 21:22:21
    • 수정2018-05-04 07:39:21
    사회
◆ 시간 흘러도 어린이날 선물로 ‘장난감’ 인기

세월이 지나도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괜히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죠. 어릴 때 돌이켜보면 저도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괜히 부모님 표정을 살피며 당일 손 꼭 잡고 제가 마음에 찜 해뒀던 인형을 사러 가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요즘은 스마트폰이 장난감을 대신하다보니 장난감은 뒷전일 줄 알았습니다. 여전히, 어린이날은 여전히 장난감이 대세였습니다.

한 카드사가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이날 자녀에게 줄 선물로 완구류를 꼽은 사람들이 응답한 사람들 가운데 60%가 넘어 1위였습니다. 뒤이어 현금 , 외식 등이었고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물어봐도 절반 가까운 친구들이 장난감을 외쳤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형마트에 나가보니 각양각색 장난감이 진열돼있는 장난감 코너가 북적북적했습니다.

◆ 일부 장난감 아동복 유해물질 높아…기준치 570배 넘는 제품도 나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어린이들 모두가 기대하는 선물 고르실 때 더 신중해지셔야겠습니다. 일부 장난감이나 아동복에서 유해물질 기준치를 훨씬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시중에서 파는 어린이와 유아용품 그리고 생활용품 천4백여 개를 조사해봤더니 35개 어린이 제품에서 유해물질 함량 기준을 초과한 프탈레이트와 납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렉시오' 라는 보드게임 말에서 납이 기준치보다 5백 70배 넘게 나왔습니다. 또, '황용토이' 업체에서 중국에서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목욕할 때 갖고 노는 인형에서는 성장이나 생식기능에 영향을 주는 걸로 알려진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기준치를 2백 배 초과했습니다.

인기있는 유니클로 아동용 청바지 천에서는 염기성 농도가 기준치보다 높아 아토피를 유발할 위험도 제기됐고 아동용 자전거 안장 커버에서도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기준치보다 5배 넘게 나왔습니다. 안장이면 어린이들의 신체가 계속 닿을 수밖에 없는 곳이라서 걱정이 큽니다.

◆ 카드늄·프탈레이트 가소제· 납…유해물질 ‘삼총사’

유해물질이 나왔다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중금속, 발암물질 등이 모두 나왔습니다. 여기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가장 생소하실텐데요. 일단 가소제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재료로 플라스틱을 제품화하기 전에 넣는 물질입니다. 이 가소제에 가장 많이 쓰이는 산업용 화학 첨가제가 프탈레이트입니다. 프탈레이트는 동물이나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서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내분비계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er)'의 일종으로 간과 신장, 심장, 허파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고 여성 불임, 정자수 감소 등으로 생식기관에 유해한 독성물질로 보고된 유해 물질입니다. 그러다보니, 유럽 등에서는 1999년부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으로 판단하고 관리해왔습니다.

대표적임 발암물질인 카드늄은 독성이 아자 강해서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던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이 병에 걸리면 뼈가 물러져 조금만 움직여도 골절에 무리가 가는 무시무시한 병입니다. 카드뮴은 흡연이나 음식물 등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다양한 신체 조직 손상을 가져옵니다.

중금속인 납은 중추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그리고 빈혈 등을 일으킵니다. 저농도라도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에는 아이들의 인지기능 장애나 지능지수가 낮아지는 등 문제들이 생길 수도 있답니다.

몇 개를 제외하면 제품 일부분에서 발견된 것뿐인데 너무 무시무시한 경고를 하는 것 같죠? 하지만 어린이가 사용할 제품은 더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어린이들은 장난감을 쥐여주면 입에 넣거나 물거나 빨고 하게 되죠. 콧물이 나거나 얼굴이 가려우면 옷 소매로 닦거나 비비기도 하니까요. 면역체계나 아니면 방어체계들이 완성되어있지 못한 상태인데다가 중금속 등과 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 왜 계속 반복?

아마, 다들 비슷비슷한 뉴스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행사도 아니고 왜 개선되지 않는 걸까요?

일단, 업체들이 제품 출시만 하고 보자는 심보때문입니다.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유해물질 등 안전성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요, 일단은 인증을 받고 나면 부품을 바꿔 버리거나 인증번호를 도용한다거나 다른 물질을 슬쩍 더 섞어버리는 겁니다. 물론 인증 기준을 맞추려면 제조단가가 너무 높아진다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는 더 엄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제도의 허점입니다. 개선 명령을 받고 조사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업체는 개선명령을 받고 일정 기간 수거해야 합니다. 두 달 정도가 지나면 국표원에서는 조사를 나간다고 설명해줬는데요, 조사가 허술합니다. 현장에 나가 제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업체에서 생산한 물량과 수거한 물량 숫자 등이 담아 제출하는 보고서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시스템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 적발 제품들의 운명은?

수거 명령을 받은 '리콜제품'은 제품안전정보센터(www.safetykorea.kr) 에 공개되며 위해상품 판매 차단시스템에 등록해 전국 대형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합니다. 이때, 애플리케이션 '리콜제품 알리미'를 설치하시면 더 편하게 확인하실 수도 있습니다.

일부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자칫 전체 업계가 비난받거나 특수를 앞두고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도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국가기술표준원이 천 4백여 개가 넘는 제품을 무작위로 골라 시험을 해봤더니 35개 제품이 적발된거니까요, 4% 정도에 불과한 겁니다. 하지만 어린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해물질이 뒤범벅인 제품은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굳이 인터넷 사이트를 찾지 않아도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디지털 뉴스에서도 명단을 공개합니다.

내년에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이 걱정으로 바뀌는 소식을 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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