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시진핑 보일라…최고층 빌딩 유리창 검게 칠하라는 중국

입력 2018.05.0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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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만 제곱미터 부지에 528미터 높이로 올라간 베이징 최고 빌딩 중궈쭌.43.7만 제곱미터 부지에 528미터 높이로 올라간 베이징 최고 빌딩 중궈쭌.

중국 국가 안전부 부장, 베이징 최고층 빌딩 올라 노발대발

지난해 5월,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천원칭(陳文淸) 중국 국가 안전부 부장이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공산당 서기와 천지닝(陳吉寧) 베이징시 시장과 함께 거의 완공단계에 접어든 중궈쭌(中國尊) 빌딩 꼭대기에 올랐다. 528미터 108층, 베이징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랜드마크가 될 곳이기에 미리 시찰을 한 것인데, 이를 둘러보던 천 안전부 부장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빌딩 서쪽으로 우리의 청와대에 해당하는 시진핑 주석의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中南海)가 내려다 보였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천 안전부장이 노발대발 했다고 한다. 베이징 최고층 빌딩의 운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이다.

중궈쭌의 완공시점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중궈쭌의 완공시점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서쪽 유리 벽면을 검게 칠하라

중국 권부의 핵심이 내려다보이는 불경(不敬)을 뒤늦게 알았으니 이를 어찌할까? 빌딩의 서쪽 유리벽을 검게 칠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150미터가 넘는 층부터 꼭대기까지 유리벽을 검게 칠하는 방안, 유리벽에 사람들이 근접하지 못하도록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보안 요원을 배치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최상부 3개 층은 국가 안전부가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는 현지 보도까지 나온 상태다. 중궈쭌이 착공에 들어간 것이 지난 2011년 9월, 무려 7년 넘게 공사가 진행됐고, 지난해 8월에 상량식까지 마친 중궈쭌이 아직도 공사중인 배경이다. 특파원이 중궈쭌 공사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는 "정부 협조가 늦어져 잘해야 연말에나 완공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50미터에서 6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양광보험 빌딩150미터에서 6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양광보험 빌딩

150미터 지었으면 됐다? 그만 지어라. 유탄맞은 주변 건물

중궈쭌이 위치한 곳은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핵심업무지구라는 곳이다. 이곳에는 중궈쭌 말고도 우리나라 삼성타워 등 여러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유탄이 날라갔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중국 양광보험사다. 양광보험은 고도 220미터짜리 빌딩 설계를 허가받고 한참 짓고 있었는데 중국 당국이 그만 지으라고 했다. 150미터 밖에 못지은 상태에서 공사가 6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건축 전문가들은 당초 220미터짜리 건물로 설계했기 때문에 150미터로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건물 안전이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무리한 요구라고 말한다. 다행히?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9개 사업자들은 건축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고 있다.

천안문 서쪽의 중난하이 입구는 항상 경계가 삼엄하다.천안문 서쪽의 중난하이 입구는 항상 경계가 삼엄하다.

6킬로미터나 떨어져있는데 진짜 보이긴 보이나?

중궈쭌은 천안문을 중심으로 2환 순환도로를 넘어 3환 순환도로 바깥에 위치해 있다. 중궈쭌에서 중난하이 까지는 직선 거리상으로도 6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중궈쭌에 올라가볼 기회가 없어서 직접 확인은 해보지 못했지만 베이징의 악명 높은 미세먼지를 감안하면 잘 안보일 가능성이 크다. KBS 베이징 지국은 3환 안에 있는데, 이 곳에서는 약 3킬로미터 떨어진 건물들도 잘 보이지 않는 날이 많다. 하필이면 중국 국가안전부장이 중궈쭌에 올랐을 때 베이징 하늘이 맑았나 보다.

중국에서는 전 차선을 막는 교통관계가 비일비재하다.중국에서는 전 차선을 막는 교통관계가 비일비재하다.

과잉 경호…대륙의 오버액션

중국의 경호는 원래부터 요란했다. 외국의 정상들만 와도 대로를 통으로 막는 경우가 빈번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왔을 때는 천안문 일반인 관람을 하룻동안 막았고, 북한 김정은이 왔을 때도 천단공원 일반인 관람을 막았다. 심지어 천단공원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못들어가게 했을 정도였다. 하물며 시진핑 주석에 대해서는 더 요란하다. 확인되지 않는 암살 시도설 속에 5중 경호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인 경호 인력도 다른 나라의 두배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급기야 높은 건물의 유리창을 막고, 앞으로는 높은 건물 자체를 못짓게 하려는 분위기다.

익스트림 스포츠 팬 알렉스 피코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익스트림 스포츠 팬 알렉스 피코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중국 공안 자극한 러시아 익스트림 스포츠 팬

지난 4월 1일 새벽, 한 러시아 익스트림 스포츠 팬이 공사중인 중궈쭌 꼭대기에 몰래 올라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공안은 이 러시아인을 체포해 무려 열흘 동안 조사했다. 이 사건은 가뜩이나 경계심 많은 중국을 자극한 것 같다. 보안요원들이 하던 중궈쭌 공사 현장 출입을 중국 공안들이 맡았고, 공사 관계자여도 외국인들은 좀처럼 들여보내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봤을 때, 중궈쭌 서쪽 벽면 유리창이 검게 칠해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것 같다. 세계에 유례 없는 독특한 랜드마크가 베이징에 하나 생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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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시진핑 보일라…최고층 빌딩 유리창 검게 칠하라는 중국
    • 입력 2018-05-06 13:09:56
    특파원 리포트
43.7만 제곱미터 부지에 528미터 높이로 올라간 베이징 최고 빌딩 중궈쭌.
중국 국가 안전부 부장, 베이징 최고층 빌딩 올라 노발대발

지난해 5월,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천원칭(陳文淸) 중국 국가 안전부 부장이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공산당 서기와 천지닝(陳吉寧) 베이징시 시장과 함께 거의 완공단계에 접어든 중궈쭌(中國尊) 빌딩 꼭대기에 올랐다. 528미터 108층, 베이징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랜드마크가 될 곳이기에 미리 시찰을 한 것인데, 이를 둘러보던 천 안전부 부장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빌딩 서쪽으로 우리의 청와대에 해당하는 시진핑 주석의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中南海)가 내려다 보였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천 안전부장이 노발대발 했다고 한다. 베이징 최고층 빌딩의 운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이다.

중궈쭌의 완공시점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서쪽 유리 벽면을 검게 칠하라

중국 권부의 핵심이 내려다보이는 불경(不敬)을 뒤늦게 알았으니 이를 어찌할까? 빌딩의 서쪽 유리벽을 검게 칠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150미터가 넘는 층부터 꼭대기까지 유리벽을 검게 칠하는 방안, 유리벽에 사람들이 근접하지 못하도록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보안 요원을 배치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최상부 3개 층은 국가 안전부가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는 현지 보도까지 나온 상태다. 중궈쭌이 착공에 들어간 것이 지난 2011년 9월, 무려 7년 넘게 공사가 진행됐고, 지난해 8월에 상량식까지 마친 중궈쭌이 아직도 공사중인 배경이다. 특파원이 중궈쭌 공사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는 "정부 협조가 늦어져 잘해야 연말에나 완공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50미터에서 6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양광보험 빌딩
150미터 지었으면 됐다? 그만 지어라. 유탄맞은 주변 건물

중궈쭌이 위치한 곳은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핵심업무지구라는 곳이다. 이곳에는 중궈쭌 말고도 우리나라 삼성타워 등 여러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유탄이 날라갔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중국 양광보험사다. 양광보험은 고도 220미터짜리 빌딩 설계를 허가받고 한참 짓고 있었는데 중국 당국이 그만 지으라고 했다. 150미터 밖에 못지은 상태에서 공사가 6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건축 전문가들은 당초 220미터짜리 건물로 설계했기 때문에 150미터로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건물 안전이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무리한 요구라고 말한다. 다행히?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9개 사업자들은 건축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고 있다.

천안문 서쪽의 중난하이 입구는 항상 경계가 삼엄하다.
6킬로미터나 떨어져있는데 진짜 보이긴 보이나?

중궈쭌은 천안문을 중심으로 2환 순환도로를 넘어 3환 순환도로 바깥에 위치해 있다. 중궈쭌에서 중난하이 까지는 직선 거리상으로도 6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중궈쭌에 올라가볼 기회가 없어서 직접 확인은 해보지 못했지만 베이징의 악명 높은 미세먼지를 감안하면 잘 안보일 가능성이 크다. KBS 베이징 지국은 3환 안에 있는데, 이 곳에서는 약 3킬로미터 떨어진 건물들도 잘 보이지 않는 날이 많다. 하필이면 중국 국가안전부장이 중궈쭌에 올랐을 때 베이징 하늘이 맑았나 보다.

중국에서는 전 차선을 막는 교통관계가 비일비재하다.
과잉 경호…대륙의 오버액션

중국의 경호는 원래부터 요란했다. 외국의 정상들만 와도 대로를 통으로 막는 경우가 빈번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왔을 때는 천안문 일반인 관람을 하룻동안 막았고, 북한 김정은이 왔을 때도 천단공원 일반인 관람을 막았다. 심지어 천단공원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못들어가게 했을 정도였다. 하물며 시진핑 주석에 대해서는 더 요란하다. 확인되지 않는 암살 시도설 속에 5중 경호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인 경호 인력도 다른 나라의 두배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급기야 높은 건물의 유리창을 막고, 앞으로는 높은 건물 자체를 못짓게 하려는 분위기다.

익스트림 스포츠 팬 알렉스 피코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중국 공안 자극한 러시아 익스트림 스포츠 팬

지난 4월 1일 새벽, 한 러시아 익스트림 스포츠 팬이 공사중인 중궈쭌 꼭대기에 몰래 올라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공안은 이 러시아인을 체포해 무려 열흘 동안 조사했다. 이 사건은 가뜩이나 경계심 많은 중국을 자극한 것 같다. 보안요원들이 하던 중궈쭌 공사 현장 출입을 중국 공안들이 맡았고, 공사 관계자여도 외국인들은 좀처럼 들여보내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봤을 때, 중궈쭌 서쪽 벽면 유리창이 검게 칠해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것 같다. 세계에 유례 없는 독특한 랜드마크가 베이징에 하나 생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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