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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책방] 승리의 길-전투로 보는 손자병법
입력 2018.05.08 (08:51) 수정 2018.05.08 (11:37) 여의도책방
"삼국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하지 말라. 또 삼국지를 10번 이상 읽은 사람과도 상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를 평생 한 번도 읽지 않았다면 세상 이치에 너무나 어두울 것이므로 대화하기 어려울 것이며 반대로 삼국지를 10번 이상 읽었다면 지나치게 영민할 것이므로 상대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단 뜻이다.

학창 시절 삼국지를 읽고 때론 바보스러워 보이지만 늘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유비의 '인화'에 감복했거나, 아니면 고지식해 보이지만 늘 충직함으로 똘똘 무장한채 적토마를 타고 초원을 누비는 관우의 '기상'에 감탄했거나, 또는 삼고초려 끝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천하삼분지계'를 제시하고 천하의 명문인 '출사표'를 던지면서 북벌에 나서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채 오장원의 별로 스러지는 제갈공명을 보고 펑펑 눈물 흘려 본 사람이라면 삼국지란 책이 선사하는 로망은 실로 엄청나다.


그런데 그런 이들에게 이 책 '승리의 길'은 처음에는 조금 '불편한 진실'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리의 길'은 중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10개의 명 전투를 '전투학'적인 측면으로 분석해 어떻게 승리에서 이길 수 있었는 지 그 비결을 제시한 책이다. 영화로도 선보였던 '적벽대전(赤壁大戰)'이나 맹획을 7번 붙잡고 7번 풀어줬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 조나라 병사 40만명이 생매장됐다는 '장평대전(長平大戰)' 등 내로라하는 전투들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고증했다.

그리고 그 분석의 교본으로는 중국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병법서 '손자 병법'을 택했다.

저자는 당시 전투의 지형도까지 그려가며 치밀하게 전투를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뛰어난 필력으로 마치 당시 전투를 눈 앞에서 목도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 처음에만 해도 느꼈던 '불편한 진실'의 기분은 차츰 사라지고 책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그 유명한 적벽대전에 대한 분석만 봐도 하늘에 기도를 드려 동남풍을 불게했단 제갈량의 신묘함은 이 책에선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조조의 실책이 적극적으로 부각된다.

적벽에 도착한 조조는 선박을 두척씩 사슬로 꽁꽁 연결하라고 명한다. 육상 전투에 익숙한 자신의 병사들이 전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선박의 출렁거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취한 묘책이었다.

그런데 그 묘책이 도리어 화가 되고 말았다. 주유의 심복 황개는 연결된 선박에서 대단한 약점을 찾아내 화공(火功)을 제안한다. 촘촘히 연결된 선박들에 화공을 가할 경우 대피가 쉽지 않고 바람까지 뒷받침 된다면 대승을 거둘 수도 있단 것이었다.

이 계책은 적중했고 조조군은 엄청난 전투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적벽에서 전멸한다. 조조는 간신히 몸만 빠져나가는 수모를 겪는다.

[손자병법-화공火功] …發火有時, 起火有日. 時者, 天之燥也; 日者,…風之起日也.
…방화는 때가 있고, 발화는 날이 있다. 때는 건조한 날씨이다. 이런 날…바람이 분다.

최고의 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제갈량은 이 책에선 조금 엉뚱하게도(?) 패전 뒤처리의 최고 명장으로 묘사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명장은 많았지만 대부분 전쟁에서 승리해 명장이 됐다. 그런데 유독 제갈량만은 패전의 뒤처리로 명장이 됐다. 즉 전쟁에서 패하여 물러날 때 오히려 중요한 승리를 거뒀고 이는 실로 대단한 능력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제갈량이 맹획을 칠종칠금해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목에서도 손자병법이 호명된다.

[손자병법-모공 謀功]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백전백승은 최고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꺾는 것이 최고이다.

개인적으로는 제갈량이 한중에서 관중으로 진격할 당시 가장 직선이고 빠른 길을 택하지 않았단 대목이 마음에 들었다. 훗날 반역의 선봉에 서게 되는 위연이 지름길로 진격할 것을 건의했지만 가장 직선이고 빠른 길은 언뜻 보기엔 좋아보여도 속전속결로 승리하지 못하면 가장 위험할 수도 있어 피했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 공손책은 타이완의 역사평론가이자 기자이다. 과거의 사건을 빌어 현실을 풍자하는 시사평론에 뛰어나며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생생히 살아 숨쉬게 하는 필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실제로 앞서 설명한대로 책을 읽으면서 글 곳곳에 대단한 '힘'이 느껴졌고 당시 전투를 실제로 보고 있는 것같은 즐거운 상상에 빠져들 수 있다.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승리의 비결이 궁금한 독자라면 '승리의 길'은 분명 뛰어난 참고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승리의 길-10인의 명장, 10개의 전투로 보는 '온통 손자병법'실전편
공손책 지음, 이인호 옮김, 뿌리와 이파리, 2018년 4월
  • [여의도 책방] 승리의 길-전투로 보는 손자병법
    • 입력 2018-05-08 08:51:25
    • 수정2018-05-08 11: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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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하지 말라. 또 삼국지를 10번 이상 읽은 사람과도 상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를 평생 한 번도 읽지 않았다면 세상 이치에 너무나 어두울 것이므로 대화하기 어려울 것이며 반대로 삼국지를 10번 이상 읽었다면 지나치게 영민할 것이므로 상대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단 뜻이다.

학창 시절 삼국지를 읽고 때론 바보스러워 보이지만 늘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유비의 '인화'에 감복했거나, 아니면 고지식해 보이지만 늘 충직함으로 똘똘 무장한채 적토마를 타고 초원을 누비는 관우의 '기상'에 감탄했거나, 또는 삼고초려 끝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천하삼분지계'를 제시하고 천하의 명문인 '출사표'를 던지면서 북벌에 나서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채 오장원의 별로 스러지는 제갈공명을 보고 펑펑 눈물 흘려 본 사람이라면 삼국지란 책이 선사하는 로망은 실로 엄청나다.


그런데 그런 이들에게 이 책 '승리의 길'은 처음에는 조금 '불편한 진실'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리의 길'은 중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10개의 명 전투를 '전투학'적인 측면으로 분석해 어떻게 승리에서 이길 수 있었는 지 그 비결을 제시한 책이다. 영화로도 선보였던 '적벽대전(赤壁大戰)'이나 맹획을 7번 붙잡고 7번 풀어줬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 조나라 병사 40만명이 생매장됐다는 '장평대전(長平大戰)' 등 내로라하는 전투들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고증했다.

그리고 그 분석의 교본으로는 중국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병법서 '손자 병법'을 택했다.

저자는 당시 전투의 지형도까지 그려가며 치밀하게 전투를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뛰어난 필력으로 마치 당시 전투를 눈 앞에서 목도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 처음에만 해도 느꼈던 '불편한 진실'의 기분은 차츰 사라지고 책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그 유명한 적벽대전에 대한 분석만 봐도 하늘에 기도를 드려 동남풍을 불게했단 제갈량의 신묘함은 이 책에선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조조의 실책이 적극적으로 부각된다.

적벽에 도착한 조조는 선박을 두척씩 사슬로 꽁꽁 연결하라고 명한다. 육상 전투에 익숙한 자신의 병사들이 전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선박의 출렁거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취한 묘책이었다.

그런데 그 묘책이 도리어 화가 되고 말았다. 주유의 심복 황개는 연결된 선박에서 대단한 약점을 찾아내 화공(火功)을 제안한다. 촘촘히 연결된 선박들에 화공을 가할 경우 대피가 쉽지 않고 바람까지 뒷받침 된다면 대승을 거둘 수도 있단 것이었다.

이 계책은 적중했고 조조군은 엄청난 전투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적벽에서 전멸한다. 조조는 간신히 몸만 빠져나가는 수모를 겪는다.

[손자병법-화공火功] …發火有時, 起火有日. 時者, 天之燥也; 日者,…風之起日也.
…방화는 때가 있고, 발화는 날이 있다. 때는 건조한 날씨이다. 이런 날…바람이 분다.

최고의 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제갈량은 이 책에선 조금 엉뚱하게도(?) 패전 뒤처리의 최고 명장으로 묘사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명장은 많았지만 대부분 전쟁에서 승리해 명장이 됐다. 그런데 유독 제갈량만은 패전의 뒤처리로 명장이 됐다. 즉 전쟁에서 패하여 물러날 때 오히려 중요한 승리를 거뒀고 이는 실로 대단한 능력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제갈량이 맹획을 칠종칠금해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목에서도 손자병법이 호명된다.

[손자병법-모공 謀功]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백전백승은 최고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꺾는 것이 최고이다.

개인적으로는 제갈량이 한중에서 관중으로 진격할 당시 가장 직선이고 빠른 길을 택하지 않았단 대목이 마음에 들었다. 훗날 반역의 선봉에 서게 되는 위연이 지름길로 진격할 것을 건의했지만 가장 직선이고 빠른 길은 언뜻 보기엔 좋아보여도 속전속결로 승리하지 못하면 가장 위험할 수도 있어 피했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 공손책은 타이완의 역사평론가이자 기자이다. 과거의 사건을 빌어 현실을 풍자하는 시사평론에 뛰어나며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생생히 살아 숨쉬게 하는 필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실제로 앞서 설명한대로 책을 읽으면서 글 곳곳에 대단한 '힘'이 느껴졌고 당시 전투를 실제로 보고 있는 것같은 즐거운 상상에 빠져들 수 있다.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승리의 비결이 궁금한 독자라면 '승리의 길'은 분명 뛰어난 참고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승리의 길-10인의 명장, 10개의 전투로 보는 '온통 손자병법'실전편
공손책 지음, 이인호 옮김, 뿌리와 이파리,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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