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은 어디로 가는가?

입력 2018.05.09 (11:35) 수정 2018.05.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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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의 브랜드파워는 강력합니다. 아파트 브랜드평가에서 늘 1~2위를 다툽니다.

지난 2000년 탄생했습니다. '미래지향적이며(來), 아름답고(美), 편안한(安) 아파트'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 ‘래미안’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서 확인해봤습니다.

■ 멈춰선 시공권 확보
삼성물산이 최근 확보한 시공권은 2016년 신반포 3차 재건축 물량이 전부입니다. 그 이후 한 건도 시공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투자 사업(시행)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보통 재건축이나 재개발 시공만 합니다. 그런데 2015년 이후 삼성물산 주택부분의 시공권 확보는 단 3건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단 1건도 확보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주잔고는 자꾸 떨어집니다. 2012년말 14조원이 넘었던 수주잔고는, 삼성측 설명에 따르면 10조원 대까지 줄었습니다. 직접 확인을 해봤더니, 이중 3조원 정도의 물량(18개 현장)은 이미 공사중입니다. 사업승인이 난 수주물량은 6조원 남짓 남았습니다. 삼성물산은 한해 2조원 가량의 주택공사를 합니다. 그러니 이대로 가면 3~4년 뒤에는 공사할 물량이 바닥납니다. 참고로 라이벌 브랜드 자이를 갖고있는 GS건설은 주택부분에서 모두 23조원(75개 현장)의 수주잔고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 왜?
삼성물산측 설명은 이렇습니다. 재건축 수주시장이 워낙 복마전이라는 겁니다. 수주를 하려면 편법과 불법을 피하기 어려운데, 그래서 적극적인 수주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삼성은 ‘방배5단지’나 ‘한신4지구’같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단지를 모두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이재용부회장의 형사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괜히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속내도 보입니다. 그래서 상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다시 시공권을 확보하겠단 입장입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 3~4년 뒤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이 잘 안됩니다. 삼성이 주택부분을 접으려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14년 물산 건설부분은 주택 부분 사업물량을 2019년까지만 유지하는 방안을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물산의 최고경영자는 2017년까지 앞당겨라고 요구했지만, 주택부분 임원들은 이미 수주해놓은 물량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집했습니다. 해당 임원은 만약 그렇게 문을 닫으면 입주자들과 특히 시공권을 확보한 단지 조합원들의 반발 등을 감당하지 못했을 거라고 털어놨습니다. 그 이후 실제 삼성물산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수주만 이어오고 있습니다.

■ 조직 축소
조직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습니다. 2011년 주택부분 직원은 1,042명. 현재 인력은 790명입니다. 그나마 계약직과 휴직자가 포함된 숫자입니다. 2014년까지 4개 본부 13개 사업소를 유지하던 주택 영업조직은 지금은 1개 그룹 6개 사업소로 줄었습니다. 그나마 빌딩사업부 안의 3곳의 팀 중 2팀 안에 있는 작은 부서입니다.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늘 희망퇴직 등 추가 구조조정의 불안감이 감돕니다.

삼성물산 주택부분의 영업이익은 매년 1,500~2,000억 원 가량입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67조 가량입니다. 결국 래미안은 삼성전자가 하루면 벌수 있는 이익을 1년 동안 벌어들입니다. 게다가 주택사업은 민원도 많고 각종 편법, 불법도 많습니다. 쉽게말해 ‘돈은 안되고 손은 많이 가는’사업입니다. 손을 떼고 싶은 심정에 이해도 갑니다. 문제는 브랜드입니다.


■ 브랜드는 기업의 생명과 같습니다.
애플이 그렇고 코카콜라가 그렇습니다. 래미안도 그렇습니다. 8년전 쯤 국민들에게 크게 회자됐던 래미안의 CF ‘창준이편’.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집에 초대해서 재밌게 놉니다. 여자아이가 "내일 또 와도 돼?"라고 묻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남자아이가 좋아합니다. 이때 창준이네 집은 '래미안입니다.'라는 카피가 흘러나옵니다. '수정씨편'도 비슷합니다. 수정씨가 남자친구를 집에 초대했습니다. 거의 다 도착해서 남자친구가 집이 어디냐고 묻습니다. 수정씨는 래미안 아파트를 가리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수정씨네 집은 래미안입니다."라는 카피가 흐릅니다. (이 CF는 래미안에 못살면 연애도 못하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 브랜드는 약속이다
우리 국민 26만 가구가 래미안에 삽니다(삼성아파트를 포함하면 30만가구가 넘는다). 브랜드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기업은 브랜드를 접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도 언젠가 ‘소나타’를 접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하지 않겠다는 장사를 소비자가 잡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취재 중 만난 삼성물산의 직원들은 이런 중요한 문제가 이사회 등에서 공론화하지 못하고, 일부 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서만 논의되는 구조를 안타까워했습니다.

무엇보다 아파트 브랜드는 고객과의 약속입니다. 사실은 “매우 크고 아주 비싼‘ 약속입니다. 10여년전 수많은 전국의 삼성아파트들이 굳이 돈을 들여 ’래미안‘으로 새단장을 했습니다. 삼성아파트보다 래미안에 살고 싶었던 것이죠. 이들 아파트에서 ’래미안‘이라는 이름을 뺀다면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될까? 그래서 삼성물산의 고민이 깊어집니다. 다시 몇해 전 래미안의 신문광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하는 래미안만의 자부심을 약속합니다. 헤드카피는 이렇습니다. ‘10년 뒤라도 래미안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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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래미안은 어디로 가는가?
    • 입력 2018-05-09 11:35:35
    • 수정2018-05-09 16:36:13
    취재K
래미안의 브랜드파워는 강력합니다. 아파트 브랜드평가에서 늘 1~2위를 다툽니다.

지난 2000년 탄생했습니다. '미래지향적이며(來), 아름답고(美), 편안한(安) 아파트'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 ‘래미안’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서 확인해봤습니다.

■ 멈춰선 시공권 확보
삼성물산이 최근 확보한 시공권은 2016년 신반포 3차 재건축 물량이 전부입니다. 그 이후 한 건도 시공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투자 사업(시행)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보통 재건축이나 재개발 시공만 합니다. 그런데 2015년 이후 삼성물산 주택부분의 시공권 확보는 단 3건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단 1건도 확보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주잔고는 자꾸 떨어집니다. 2012년말 14조원이 넘었던 수주잔고는, 삼성측 설명에 따르면 10조원 대까지 줄었습니다. 직접 확인을 해봤더니, 이중 3조원 정도의 물량(18개 현장)은 이미 공사중입니다. 사업승인이 난 수주물량은 6조원 남짓 남았습니다. 삼성물산은 한해 2조원 가량의 주택공사를 합니다. 그러니 이대로 가면 3~4년 뒤에는 공사할 물량이 바닥납니다. 참고로 라이벌 브랜드 자이를 갖고있는 GS건설은 주택부분에서 모두 23조원(75개 현장)의 수주잔고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 왜?
삼성물산측 설명은 이렇습니다. 재건축 수주시장이 워낙 복마전이라는 겁니다. 수주를 하려면 편법과 불법을 피하기 어려운데, 그래서 적극적인 수주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삼성은 ‘방배5단지’나 ‘한신4지구’같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단지를 모두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이재용부회장의 형사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괜히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속내도 보입니다. 그래서 상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다시 시공권을 확보하겠단 입장입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 3~4년 뒤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이 잘 안됩니다. 삼성이 주택부분을 접으려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14년 물산 건설부분은 주택 부분 사업물량을 2019년까지만 유지하는 방안을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물산의 최고경영자는 2017년까지 앞당겨라고 요구했지만, 주택부분 임원들은 이미 수주해놓은 물량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집했습니다. 해당 임원은 만약 그렇게 문을 닫으면 입주자들과 특히 시공권을 확보한 단지 조합원들의 반발 등을 감당하지 못했을 거라고 털어놨습니다. 그 이후 실제 삼성물산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수주만 이어오고 있습니다.

■ 조직 축소
조직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습니다. 2011년 주택부분 직원은 1,042명. 현재 인력은 790명입니다. 그나마 계약직과 휴직자가 포함된 숫자입니다. 2014년까지 4개 본부 13개 사업소를 유지하던 주택 영업조직은 지금은 1개 그룹 6개 사업소로 줄었습니다. 그나마 빌딩사업부 안의 3곳의 팀 중 2팀 안에 있는 작은 부서입니다.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늘 희망퇴직 등 추가 구조조정의 불안감이 감돕니다.

삼성물산 주택부분의 영업이익은 매년 1,500~2,000억 원 가량입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67조 가량입니다. 결국 래미안은 삼성전자가 하루면 벌수 있는 이익을 1년 동안 벌어들입니다. 게다가 주택사업은 민원도 많고 각종 편법, 불법도 많습니다. 쉽게말해 ‘돈은 안되고 손은 많이 가는’사업입니다. 손을 떼고 싶은 심정에 이해도 갑니다. 문제는 브랜드입니다.


■ 브랜드는 기업의 생명과 같습니다.
애플이 그렇고 코카콜라가 그렇습니다. 래미안도 그렇습니다. 8년전 쯤 국민들에게 크게 회자됐던 래미안의 CF ‘창준이편’.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집에 초대해서 재밌게 놉니다. 여자아이가 "내일 또 와도 돼?"라고 묻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남자아이가 좋아합니다. 이때 창준이네 집은 '래미안입니다.'라는 카피가 흘러나옵니다. '수정씨편'도 비슷합니다. 수정씨가 남자친구를 집에 초대했습니다. 거의 다 도착해서 남자친구가 집이 어디냐고 묻습니다. 수정씨는 래미안 아파트를 가리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수정씨네 집은 래미안입니다."라는 카피가 흐릅니다. (이 CF는 래미안에 못살면 연애도 못하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 브랜드는 약속이다
우리 국민 26만 가구가 래미안에 삽니다(삼성아파트를 포함하면 30만가구가 넘는다). 브랜드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기업은 브랜드를 접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도 언젠가 ‘소나타’를 접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하지 않겠다는 장사를 소비자가 잡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취재 중 만난 삼성물산의 직원들은 이런 중요한 문제가 이사회 등에서 공론화하지 못하고, 일부 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서만 논의되는 구조를 안타까워했습니다.

무엇보다 아파트 브랜드는 고객과의 약속입니다. 사실은 “매우 크고 아주 비싼‘ 약속입니다. 10여년전 수많은 전국의 삼성아파트들이 굳이 돈을 들여 ’래미안‘으로 새단장을 했습니다. 삼성아파트보다 래미안에 살고 싶었던 것이죠. 이들 아파트에서 ’래미안‘이라는 이름을 뺀다면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될까? 그래서 삼성물산의 고민이 깊어집니다. 다시 몇해 전 래미안의 신문광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하는 래미안만의 자부심을 약속합니다. 헤드카피는 이렇습니다. ‘10년 뒤라도 래미안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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