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폭언이 ‘제언’ ‘의견전달’ 이라니…해명자료에 직원 분노

입력 2018.05.09 (14:09) 수정 2018.05.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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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폭언이 ‘제언’ ‘의견전달’ 이라니…해명자료에 직원 분노

이명희 폭언이 ‘제언’ ‘의견전달’ 이라니…해명자료에 직원 분노

"동영상 찍힌 거 빼고는 모두 부인했더군요. 작은 일에 극도로 흥분하는 이명희 이사장의 평소 모습을 보면 전혀 납득이 안가는 해명입니다.”(대한항공 직원 A씨)

“소리 고래고래 지르던 모습이 익숙한데 이걸 ‘제언’, ‘의견 전달'이라고 표현했더군요. ”(대한항공 직원 B씨)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각종 '갑질' 의혹에 대해 한진그룹이 9일 장문의 해명자료를 낸 데 대해 직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 이사장의 해명이 담긴 해명 자료는 9일 오전 배포됐다.

해명 자료는 경찰이 동영상을 확보한 호텔 옥상 폭행 사건에 대해서만 한 줄 사과가 있을 뿐, 나머지 의혹에 대해선 대부분 부인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명자료는 ①그랜드 하얏트 인천 의혹 관련(6개) ②평창동 자택 의혹 관련(5개) ③회사 경영 관여 의혹 관련(5개) ④제동목장·파라다이스호텔 의혹 관련(2개) 등 총 4개 분야 18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해명자료를 접한 직원들은 이 이사장의 평소 행태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① "호텔 정원서 '할머니'라 불렀지만...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가"

한진그룹은 이 이사장이 그랜드 하얏트 인천 관련 직책이 없음에도 호텔 업무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양호 회장 지시에 따라 컨설턴트 자격으로 호텔 정원 관련 사항을 점검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컨설턴트 자격'이 정식으로 임명하는 직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회장님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이용한 부당 지시를 자인한 셈이다.

호텔 정원에서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을 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이런 상황이 있었던 것은 인정했지만, "해고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해명자료는 “당시 직원이 '아주머니 준비해야 하니 나가세요'라고 이야기해 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호텔 식당에서 설렁탕이 싱겁다고 폭언하고, 크루아상 크기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손님으로서 설렁탕이 싱겁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고, 이는 고객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폭언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호텔 등 직원에게 폭행을 일삼고 일부를 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명희 이사장이 호텔 직원 및 호텔 용역직원에게 폭행한 바 없고, 호텔 지배인을 무릎 꿇렸다거나 정강이를 걷어찬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 대해 직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직원은 "온 국민이 동영상을 통해 이 이사장이 어떤 식으로 직원들을 대하는지 눈으로 확인했는데, 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갔다는 해명을 믿으라는 것이냐"고 고개를 저었다.

② "비서실 통해 생필품 구매 요청 했지만..."

평창동 자택에서 이 이사장이 작업자·가정부 등에게 폭언하고 회사 직원을 불러 업무를 시켰다는 보도도 해명자료를 통해 대부분 부인했다.

회사 임직원이나 외부 용역직원을 무릎 꿇리거나 때린 사실이 없고, 오히려 평창동 집 공사 인부를 위해 사비로 플라자호텔 출장 뷔페도 대접한 바 있다는 게 해명자료 내용이다.

집 안 청소 순서가 틀리면 폭언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청소의 기본 상식은 창문을 열고 시작하는 것인데 그것을 안 지켜서 지적한 경우"라며 "청소 순서가 틀렸을 때 이런 순서대로 청소하면 좋겠다고 알려준 것일 뿐 폭언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가정부가 폭언 등으로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는 의혹도 "일주일 만에 그만둔 가정부가 있었으나, 자택에 키우는 강아지 네 마리를 함께 돌보기 힘들었다는 이유였다"며 폭언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외 지점장을 통해 회삿돈으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억대 명품을 밀수했다는 의혹에는 "비서실을 통해 과일 및 일부 생활필수품 등 구매를 해달라는 요청을 몇 번 한 바는 있다"고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모든 구매 금액은 직접 결제했으며, 해외에서 지점장이 개인적으로 구매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비서실을 통해 해당 금액을 사후 정산했다"며 "구매한 물품 중 명품은 없고, 금액도 소액의 생활용품 위주"라고 주장했다.

③ "폭언 아니라 제언했다"

이 이사장이 직책 없이 회사 경영에 수시로 간섭했다는 의혹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객실 내 각종 '갑질' 의혹에 대해서도 "객실에서 물잔을 손으로 친 적도, 날아간 것도 없다. 귓속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올해 초 항공기에서 커튼 때문에 승무원을 추궁했다는 의혹은 일부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폭언이 아니라 '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 측은 "난기류 발생 당시 승무원이 절차에 따라 커튼을 걷었고, 난기류가 끝난 후 승객이 화장실을 썼다"며 "이에 화장실 출입문이 보이니 커튼을 다시 닫아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제언한 바 있다"고 했다.

제주도 제동목장에 백조(울음고니)를 밀수해 놓고, 관리 부실로 직원들을 윽박질렀다는 의혹과 제주도 올레 6코스를 자의적으로 막았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이 이사장 측은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은 2009년 전시관람용으로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쳐 백조 암수 한 쌍을 들여왔다"며 "해당 백조는 야생동물보호법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물 및 수출입 허가 대상 야생동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당초 백조는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주민속촌에서 사육했으나 관광객들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갖춘 제동목장으로 옮겨서 사육하게 됐다"며 "백조를 관리하는 전담 직원은 따로 두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윽박지르거나 물통으로 머리를 치는 등 폭행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직원들 “거짓해명에 분노”

이날 한진그룹의 해명자료에 대해 직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직원들을 하인 다루듯 폭언을 일삼던 이명희 이사장의 행태를 ‘제언’ ‘의견 전달’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직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직원은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된 공사장 행패의 모습만 간단하게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사실상 전부 부인한 셈”이라며 “경찰이 엄정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 이사장 갑질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은 조만간 이 이사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에 대해서는 이미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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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희 폭언이 ‘제언’ ‘의견전달’ 이라니…해명자료에 직원 분노
    • 입력 2018-05-09 14:09:31
    • 수정2018-05-09 16: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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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찍힌 거 빼고는 모두 부인했더군요. 작은 일에 극도로 흥분하는 이명희 이사장의 평소 모습을 보면 전혀 납득이 안가는 해명입니다.”(대한항공 직원 A씨)

“소리 고래고래 지르던 모습이 익숙한데 이걸 ‘제언’, ‘의견 전달'이라고 표현했더군요. ”(대한항공 직원 B씨)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각종 '갑질' 의혹에 대해 한진그룹이 9일 장문의 해명자료를 낸 데 대해 직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 이사장의 해명이 담긴 해명 자료는 9일 오전 배포됐다.

해명 자료는 경찰이 동영상을 확보한 호텔 옥상 폭행 사건에 대해서만 한 줄 사과가 있을 뿐, 나머지 의혹에 대해선 대부분 부인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명자료는 ①그랜드 하얏트 인천 의혹 관련(6개) ②평창동 자택 의혹 관련(5개) ③회사 경영 관여 의혹 관련(5개) ④제동목장·파라다이스호텔 의혹 관련(2개) 등 총 4개 분야 18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해명자료를 접한 직원들은 이 이사장의 평소 행태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① "호텔 정원서 '할머니'라 불렀지만...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가"

한진그룹은 이 이사장이 그랜드 하얏트 인천 관련 직책이 없음에도 호텔 업무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양호 회장 지시에 따라 컨설턴트 자격으로 호텔 정원 관련 사항을 점검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컨설턴트 자격'이 정식으로 임명하는 직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회장님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이용한 부당 지시를 자인한 셈이다.

호텔 정원에서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을 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이런 상황이 있었던 것은 인정했지만, "해고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해명자료는 “당시 직원이 '아주머니 준비해야 하니 나가세요'라고 이야기해 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호텔 식당에서 설렁탕이 싱겁다고 폭언하고, 크루아상 크기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손님으로서 설렁탕이 싱겁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고, 이는 고객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폭언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호텔 등 직원에게 폭행을 일삼고 일부를 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명희 이사장이 호텔 직원 및 호텔 용역직원에게 폭행한 바 없고, 호텔 지배인을 무릎 꿇렸다거나 정강이를 걷어찬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 대해 직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직원은 "온 국민이 동영상을 통해 이 이사장이 어떤 식으로 직원들을 대하는지 눈으로 확인했는데, 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갔다는 해명을 믿으라는 것이냐"고 고개를 저었다.

② "비서실 통해 생필품 구매 요청 했지만..."

평창동 자택에서 이 이사장이 작업자·가정부 등에게 폭언하고 회사 직원을 불러 업무를 시켰다는 보도도 해명자료를 통해 대부분 부인했다.

회사 임직원이나 외부 용역직원을 무릎 꿇리거나 때린 사실이 없고, 오히려 평창동 집 공사 인부를 위해 사비로 플라자호텔 출장 뷔페도 대접한 바 있다는 게 해명자료 내용이다.

집 안 청소 순서가 틀리면 폭언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청소의 기본 상식은 창문을 열고 시작하는 것인데 그것을 안 지켜서 지적한 경우"라며 "청소 순서가 틀렸을 때 이런 순서대로 청소하면 좋겠다고 알려준 것일 뿐 폭언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가정부가 폭언 등으로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는 의혹도 "일주일 만에 그만둔 가정부가 있었으나, 자택에 키우는 강아지 네 마리를 함께 돌보기 힘들었다는 이유였다"며 폭언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외 지점장을 통해 회삿돈으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억대 명품을 밀수했다는 의혹에는 "비서실을 통해 과일 및 일부 생활필수품 등 구매를 해달라는 요청을 몇 번 한 바는 있다"고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모든 구매 금액은 직접 결제했으며, 해외에서 지점장이 개인적으로 구매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비서실을 통해 해당 금액을 사후 정산했다"며 "구매한 물품 중 명품은 없고, 금액도 소액의 생활용품 위주"라고 주장했다.

③ "폭언 아니라 제언했다"

이 이사장이 직책 없이 회사 경영에 수시로 간섭했다는 의혹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객실 내 각종 '갑질' 의혹에 대해서도 "객실에서 물잔을 손으로 친 적도, 날아간 것도 없다. 귓속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올해 초 항공기에서 커튼 때문에 승무원을 추궁했다는 의혹은 일부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폭언이 아니라 '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 측은 "난기류 발생 당시 승무원이 절차에 따라 커튼을 걷었고, 난기류가 끝난 후 승객이 화장실을 썼다"며 "이에 화장실 출입문이 보이니 커튼을 다시 닫아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제언한 바 있다"고 했다.

제주도 제동목장에 백조(울음고니)를 밀수해 놓고, 관리 부실로 직원들을 윽박질렀다는 의혹과 제주도 올레 6코스를 자의적으로 막았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이 이사장 측은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은 2009년 전시관람용으로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쳐 백조 암수 한 쌍을 들여왔다"며 "해당 백조는 야생동물보호법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물 및 수출입 허가 대상 야생동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당초 백조는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주민속촌에서 사육했으나 관광객들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갖춘 제동목장으로 옮겨서 사육하게 됐다"며 "백조를 관리하는 전담 직원은 따로 두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윽박지르거나 물통으로 머리를 치는 등 폭행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직원들 “거짓해명에 분노”

이날 한진그룹의 해명자료에 대해 직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직원들을 하인 다루듯 폭언을 일삼던 이명희 이사장의 행태를 ‘제언’ ‘의견 전달’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직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직원은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된 공사장 행패의 모습만 간단하게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사실상 전부 부인한 셈”이라며 “경찰이 엄정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 이사장 갑질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은 조만간 이 이사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에 대해서는 이미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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