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육교사 피살사건 해결되나?

입력 2018.05.09 (19:35) 수정 2018.05.09 (22: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의심은 갔지만 증거는 없었다.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꼽히는 보육교사 피살 사건이 9년 만에 해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다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용의자를 압축하고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종 8일째 인적 드문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

2009년 1월 31일 어린이집 보육교사 27살 이 모 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이튿날 새벽 제주시 용담2동 남자친구 집으로 향한다. 남자친구와 다툰 이 씨는 택시를 불렀고, 휴대전화는 새벽 4시 4분 제주시 애월읍의 한 기지국 근처에서 전원이 꺼진다. 이 씨의 마지막 행적이다.

이후 실종신고가 경찰에 접수된다. 실종신고 하루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한 경찰은 이 씨를 찾는 전단을 배포하고 수색에 돌입한다. 2월 6일 제주시 동쪽의 한 도로 옆 밭에서 가방이 발견되고, 8일에는 제주시 서쪽의 한 배수로에서 목이 졸려 숨진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된다.

수사 기초단서 사망시각 혼선…유력한 용의자 물증 없어

경찰은 현장에서 수집한 담배꽁초에서 DNA를 검출해 택시기사 등 수백 명과 대조했으나 일치하지 않았다. 특히 수사의 기초단서인 사망 시간마저 의견이 엇갈렸다. 경찰은 실종 당일 숨졌다고 봤지만, 부검의는 시신 온도가 대기 온도보다 높은 점 등을 토대로 발견 시각에서 최대 24시간 이내 숨졌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용의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은 행적이 의심스러운 용의자 10여 명에 대해 수사를 집중했다. 40대 택시기사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용의자의 예상 이동 경로로 추정되는 CCTV에도 포착된 이 택시기사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에서도 거짓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물적 증거는 없었고 거짓말 탐지기도 증거로서의 능력이 제한된다. 결국,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채 2012년 6월 수사본부도 해체된다.

과학적인 실험 통해 사망시각 특정…유의미한 자료도 새로 확보

경찰이 2016년 3월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반을 꾸리면서 다시 이 사건에 수사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대외적으로 알린 건 사망 시점에 대한 과학적 증거. 시신이 발견된 장소와 유사한 조건에서 동물 사체를 가지고 온도 변화를 관찰한 결과, 시신 온도가 대기 온도보다 높은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애초 경찰의 판단처럼 실종과 사망 시점이 가깝다는 증거다.


경찰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다시 용의자 군을 압축했다. 과거 용의 선상에 올랐던 인물들 가운데 한 명에 대해 강력하게 의심을 품고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또 해당 인물에 대한 과거의 진술이나 음성 등 수사 내용을 과학적인 수사기법으로 다시 분석하고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의미가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유죄 입증에도 주력…9년 만에 장기미제사건 해결되나?

경찰은 용의자 특정뿐만 아니라 앞으로 유죄 입증에도 주력하고 있다. 새로운 사망 시점이 제시된 과학적 증거를 제3의 법의학자에게 감정을 의뢰했다. 어떤 부검 감정서를 채택할지는 전적으로 판사의 몫이지만, 객관적인 자료일수록 채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담당 수사 인력도 두 배로 늘려 용의자 추적부터 조사까지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수사력의 한계로 유력한 용의자들을 좁혀놓고도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해결하지 못했던 보육교사 피살사건. 경찰은 과연 과학적인 수사 기법을 토대로 장기미제사건의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까? 억울한 희생에 고통받아온 유족들의 한을 9년 만에 풀어줄 수 있을지 제주도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제주 보육교사 피살사건 해결되나?
    • 입력 2018-05-09 19:35:02
    • 수정2018-05-09 22:10:43
    취재K
의심은 갔지만 증거는 없었다.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꼽히는 보육교사 피살 사건이 9년 만에 해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다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용의자를 압축하고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종 8일째 인적 드문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

2009년 1월 31일 어린이집 보육교사 27살 이 모 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이튿날 새벽 제주시 용담2동 남자친구 집으로 향한다. 남자친구와 다툰 이 씨는 택시를 불렀고, 휴대전화는 새벽 4시 4분 제주시 애월읍의 한 기지국 근처에서 전원이 꺼진다. 이 씨의 마지막 행적이다.

이후 실종신고가 경찰에 접수된다. 실종신고 하루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한 경찰은 이 씨를 찾는 전단을 배포하고 수색에 돌입한다. 2월 6일 제주시 동쪽의 한 도로 옆 밭에서 가방이 발견되고, 8일에는 제주시 서쪽의 한 배수로에서 목이 졸려 숨진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된다.

수사 기초단서 사망시각 혼선…유력한 용의자 물증 없어

경찰은 현장에서 수집한 담배꽁초에서 DNA를 검출해 택시기사 등 수백 명과 대조했으나 일치하지 않았다. 특히 수사의 기초단서인 사망 시간마저 의견이 엇갈렸다. 경찰은 실종 당일 숨졌다고 봤지만, 부검의는 시신 온도가 대기 온도보다 높은 점 등을 토대로 발견 시각에서 최대 24시간 이내 숨졌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용의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은 행적이 의심스러운 용의자 10여 명에 대해 수사를 집중했다. 40대 택시기사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용의자의 예상 이동 경로로 추정되는 CCTV에도 포착된 이 택시기사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에서도 거짓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물적 증거는 없었고 거짓말 탐지기도 증거로서의 능력이 제한된다. 결국,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채 2012년 6월 수사본부도 해체된다.

과학적인 실험 통해 사망시각 특정…유의미한 자료도 새로 확보

경찰이 2016년 3월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반을 꾸리면서 다시 이 사건에 수사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대외적으로 알린 건 사망 시점에 대한 과학적 증거. 시신이 발견된 장소와 유사한 조건에서 동물 사체를 가지고 온도 변화를 관찰한 결과, 시신 온도가 대기 온도보다 높은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애초 경찰의 판단처럼 실종과 사망 시점이 가깝다는 증거다.


경찰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다시 용의자 군을 압축했다. 과거 용의 선상에 올랐던 인물들 가운데 한 명에 대해 강력하게 의심을 품고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또 해당 인물에 대한 과거의 진술이나 음성 등 수사 내용을 과학적인 수사기법으로 다시 분석하고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의미가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유죄 입증에도 주력…9년 만에 장기미제사건 해결되나?

경찰은 용의자 특정뿐만 아니라 앞으로 유죄 입증에도 주력하고 있다. 새로운 사망 시점이 제시된 과학적 증거를 제3의 법의학자에게 감정을 의뢰했다. 어떤 부검 감정서를 채택할지는 전적으로 판사의 몫이지만, 객관적인 자료일수록 채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담당 수사 인력도 두 배로 늘려 용의자 추적부터 조사까지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수사력의 한계로 유력한 용의자들을 좁혀놓고도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해결하지 못했던 보육교사 피살사건. 경찰은 과연 과학적인 수사 기법을 토대로 장기미제사건의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까? 억울한 희생에 고통받아온 유족들의 한을 9년 만에 풀어줄 수 있을지 제주도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