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갑질’에 뿔난 르노삼성 대리점주…“이러다 올해 안에 망한다”

입력 2018.05.10 (14:31) 수정 2018.05.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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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갑질’에 뿔난 르노삼성 대리점주…“이러다 올해 안에 망한다”

‘수수료 갑질’에 뿔난 르노삼성 대리점주…“이러다 올해 안에 망한다”

"이 상태가 지속한다고 하면 올해 10월에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9일 만난 르노삼성 대리점주는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이 대리점에서는 지난달에 차량 20대를 팔았는데, 1,000만 원 적자가 났습니다. 지난달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서는 계속 적자입니다. 대리점주는 "올해 초 신용보증기금에서 8,000만 원을 대출받았는데, 벌써 거의 다 썼다"고 말했습니다. 한때는 한 달에 500만 원을 집에 가져다주기도 했는데, 지난해부터 계속 상황이 안 좋아지더니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리점주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대리점주 "판매 목표 달성 너무 어렵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은 판매한 차 값 일부를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본사에서 받습니다. 여기에서 영업사원에게 판매 수당을 주고, 매장 임대료 등 운영비를 쓰고 남는 돈을 점주가 가져갑니다.

수수료는 보통 고정 수수료와 인센티브 수수료로 나뉩니다. 고정 수수료는 차종별로 비율이 정해져 있습니다. 르노삼성의 경우 2.5~6% 정도입니다. 인센티브 수수료는 차를 많이 팔면 비율이 올라갑니다. 본사에서는 대리점에 판매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합니다.

문제는 고정 수수료만 받아서는 대리점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대리점주들은 고정 수수료 비율은 월평균 차 값의 5.3%인데, 7.5%는 받아야 수지가 맞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2% 정도는 인센티브 수수료로 채워야 한다는 얘깁니다.

인센티브 수수료는 회사에서 제시한 판매 목표를 80% 이상 달성해야 받을 수 있고, 이에 못 미치면 한 푼도 받을 수 없습니다. 대리점주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월평균 21개 대리점이 목표 달성률 80%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2017년에는 23곳, 올해 4월까지는 30곳으로 늘어났습니다.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판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달성률을 80% 넘기는 게 쉽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또, 2014년까지는 회사 전체의 목표 달성률 낮으면 각 대리점의 달성률이 낮아도 인센티브 수수료를 일부 받을 수 있었는데, 2015년부터는 달성률 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목표는 높고, 평가는 엄격하니 인센티브 수수료를 받는 게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협의 없이 수수료 변경…시승차도 사실상 강매"

대리점주들은 본사가 판매 목표 달성률 평가 방식을 변경하고 판매 목표를 높이면서 대리점주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2016년에 신차가 나와서 차가 잘 팔릴 때 판매 목표를 크게 높여놓고, 지금은 판매량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그것에 맞게 목표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리점주는 "2016년에는 한 때 한 달에 1만 1,000대 목표에 1만 대 이상을 팔기도 했다"며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8,600대가 목표인데 6,900대밖에 팔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대리점주들은 본사가 시승차를 사실상 강매했다는 문제 제기도 하고 있습니다. 시승한 고객에게 차 값을 깎아주는 이벤트를 하면서 시승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대리점은 이벤트에서 제외했다는 겁니다. 시승차는 본사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자기 돈을 들여서 시승차를 샀습니다. 시승차를 사라고 직접 강요한 건 아니지만 차가 없으면 차를 많이 팔 수 있는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매나 다름없다는 주장입니다.

대리점주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본사와 대화를 했는데,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개인대리점협의회 명의로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본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부당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입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넘겼습니다. 대리점주들의 동의를 받아서 조정 절차를 먼저 진행하는 건데,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사 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한국GM 대리점주들도 공정위 제소 검토

본사와 대리점의 갈등은 르노삼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GM 대리점주들도 르노삼성과 비슷한 이유로 공정위 제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GM은 최근 미국GM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판매량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회사가 철수하면 애프터서비스가 잘 이뤄지지 않고 중고차 가격도 내려갈 것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한국GM 차량을 사는 걸 꺼리기 때문입니다.

한국GM 대리점주들은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본사에서 판매를 늘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수수료 체계가 대리점을 유지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의 대리점과 본사 갈등은 차량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차량이 잘 팔릴 때는 판매량과 연동된 인센티브 수수료를 상대적으로 받기가 쉽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판매량이 떨어지면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대리점주들은 이러한 상황을 최소화하려면 수수료에서 인센티브 비중을 줄이고 고정 수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회사 측은 인센티브로 판매 독려를 해서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한국GM은 대리점주들의 문제 제기를 수긍하면서 수수료율 조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평균 수수료율이 7.5%에 못 미친 대리점은 15개에 불과하고, 연간 판매 목표 달성률이 80%가 안 되는 대리점도 11곳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회사가 별도로 평균 1.05%의 장려금도 지급했기 때문에 대리점주들 주장만큼 상황이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사가 갑질을 한 게 맞는지 공정위에서 법적 판단을 받는다면 상황은 명확하게 정리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회사와 대리점이 받는 상처는 크고, 회복도 어렵습니다. 공정위의 본격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조정 단계에서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연관 기사] [뉴스9/단독] “르노삼성 본사, 수수료 갑질에 차 팔아도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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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수료 갑질’에 뿔난 르노삼성 대리점주…“이러다 올해 안에 망한다”
    • 입력 2018-05-10 14:31:22
    • 수정2018-05-10 18:36:12
    취재K
"이 상태가 지속한다고 하면 올해 10월에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9일 만난 르노삼성 대리점주는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이 대리점에서는 지난달에 차량 20대를 팔았는데, 1,000만 원 적자가 났습니다. 지난달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서는 계속 적자입니다. 대리점주는 "올해 초 신용보증기금에서 8,000만 원을 대출받았는데, 벌써 거의 다 썼다"고 말했습니다. 한때는 한 달에 500만 원을 집에 가져다주기도 했는데, 지난해부터 계속 상황이 안 좋아지더니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리점주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대리점주 "판매 목표 달성 너무 어렵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은 판매한 차 값 일부를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본사에서 받습니다. 여기에서 영업사원에게 판매 수당을 주고, 매장 임대료 등 운영비를 쓰고 남는 돈을 점주가 가져갑니다.

수수료는 보통 고정 수수료와 인센티브 수수료로 나뉩니다. 고정 수수료는 차종별로 비율이 정해져 있습니다. 르노삼성의 경우 2.5~6% 정도입니다. 인센티브 수수료는 차를 많이 팔면 비율이 올라갑니다. 본사에서는 대리점에 판매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합니다.

문제는 고정 수수료만 받아서는 대리점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대리점주들은 고정 수수료 비율은 월평균 차 값의 5.3%인데, 7.5%는 받아야 수지가 맞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2% 정도는 인센티브 수수료로 채워야 한다는 얘깁니다.

인센티브 수수료는 회사에서 제시한 판매 목표를 80% 이상 달성해야 받을 수 있고, 이에 못 미치면 한 푼도 받을 수 없습니다. 대리점주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월평균 21개 대리점이 목표 달성률 80%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2017년에는 23곳, 올해 4월까지는 30곳으로 늘어났습니다.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판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달성률을 80% 넘기는 게 쉽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또, 2014년까지는 회사 전체의 목표 달성률 낮으면 각 대리점의 달성률이 낮아도 인센티브 수수료를 일부 받을 수 있었는데, 2015년부터는 달성률 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목표는 높고, 평가는 엄격하니 인센티브 수수료를 받는 게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협의 없이 수수료 변경…시승차도 사실상 강매"

대리점주들은 본사가 판매 목표 달성률 평가 방식을 변경하고 판매 목표를 높이면서 대리점주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2016년에 신차가 나와서 차가 잘 팔릴 때 판매 목표를 크게 높여놓고, 지금은 판매량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그것에 맞게 목표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리점주는 "2016년에는 한 때 한 달에 1만 1,000대 목표에 1만 대 이상을 팔기도 했다"며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8,600대가 목표인데 6,900대밖에 팔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대리점주들은 본사가 시승차를 사실상 강매했다는 문제 제기도 하고 있습니다. 시승한 고객에게 차 값을 깎아주는 이벤트를 하면서 시승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대리점은 이벤트에서 제외했다는 겁니다. 시승차는 본사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자기 돈을 들여서 시승차를 샀습니다. 시승차를 사라고 직접 강요한 건 아니지만 차가 없으면 차를 많이 팔 수 있는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매나 다름없다는 주장입니다.

대리점주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본사와 대화를 했는데,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개인대리점협의회 명의로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본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부당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입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넘겼습니다. 대리점주들의 동의를 받아서 조정 절차를 먼저 진행하는 건데,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사 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한국GM 대리점주들도 공정위 제소 검토

본사와 대리점의 갈등은 르노삼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GM 대리점주들도 르노삼성과 비슷한 이유로 공정위 제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GM은 최근 미국GM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판매량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회사가 철수하면 애프터서비스가 잘 이뤄지지 않고 중고차 가격도 내려갈 것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한국GM 차량을 사는 걸 꺼리기 때문입니다.

한국GM 대리점주들은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본사에서 판매를 늘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수수료 체계가 대리점을 유지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의 대리점과 본사 갈등은 차량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차량이 잘 팔릴 때는 판매량과 연동된 인센티브 수수료를 상대적으로 받기가 쉽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판매량이 떨어지면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대리점주들은 이러한 상황을 최소화하려면 수수료에서 인센티브 비중을 줄이고 고정 수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회사 측은 인센티브로 판매 독려를 해서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한국GM은 대리점주들의 문제 제기를 수긍하면서 수수료율 조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평균 수수료율이 7.5%에 못 미친 대리점은 15개에 불과하고, 연간 판매 목표 달성률이 80%가 안 되는 대리점도 11곳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회사가 별도로 평균 1.05%의 장려금도 지급했기 때문에 대리점주들 주장만큼 상황이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사가 갑질을 한 게 맞는지 공정위에서 법적 판단을 받는다면 상황은 명확하게 정리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회사와 대리점이 받는 상처는 크고, 회복도 어렵습니다. 공정위의 본격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조정 단계에서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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