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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의 나비효과? 한진그룹에 닥친 태풍
입력 2018.05.10 (16:22) 수정 2018.05.10 (18:03) 취재K
물컵의 나비효과? 한진그룹에 닥친 태풍
대한항공 계열사 진에어의 심벌마크는 나비입니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날아서 여행하고 싶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이 나비, 취항 10년 만에 더는 날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날갯짓

지난 3월 16일 광고업체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며 물컵을 던진 일, 어쩌면 조현민 전 전무에게는 일상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4월 12일 첫 보도가 나오자 간단한 사과만 남기고 베트남 다낭으로 휴가를 떠나버렸거든요. 잠시 떠나있으면 자연스레 잊힐 거란 계산이었겠지요.


땅콩의 기억

하지만 사람들은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언니에 이어 이번에는 동생이냐며 분노가 커졌습니다. 조 전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의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도 공개됐습니다. 결국, 3일 만에 조 전 전무는 귀국하며 다시 한 번 사과했습니다.

몰려드는 짙은 구름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보도 8일만인 지난달 19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조 전 전무 개인의 사건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모친 이명희 씨의 갑질 영상이 등장하며 일이 커졌습니다.


영상에는 이씨가 2014년 호텔 공사장에서 직원들에게 손찌검하며 밀치는 장면이 생생하게 들어있습니다. 모전자전이냐며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조 씨 일가의 갑질이 더 있었다, 이들이 대한항공을 통해 밀수했다는 등 내부직원들의 폭로도 잇따르기 시작합니다.

태풍의 탄생

지난달 21일, 인천세관이 인천공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할 때만 해도 "세관이 압수수색도 해?"라며 어리둥절하던 사람들. 지난 2일 관세청이 조 씨 일가의 서울 평창동 자택 등을 추가 압수수색해 '비밀공간'을 찾아내자 존재감을 각인했습니다.

관세청은 9시간에 걸친 자택 압수수색에서 제보 내용대로 비밀공간 2곳을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비밀공간이라는 것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죠.


그러나 김영문 관세청장은 오늘(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간 내에) 물건보다는 저희가 (밀수·탈세 혐의를) 추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비밀공간도 옷장 뒤의 옷을 치워야 출입구가 나오는, 영화에 나오는 그런 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걸까요?

바다를 건너는 태풍

조현민 전 전무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조 전 전무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내일(11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전 전무는 또 한 번 검찰청 앞 포토라인에 서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현민 전 전무가 던진 물컵은 이제 거대한 태풍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태풍은 조현민 개인을 넘어 조 씨 일가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피의자로 입건된 모친 이명희 씨는 어제(9일) 출국금지 됐습니다. 갑질 뿐만 아니라 고가의 명품 밀반입 등 조세포탈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등 4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5백억 원의 상속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고발됐습니다. 2002년 아버지 고 조종훈 회장으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으며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는 건데, 과태료까지 합하면 규모가 천억 원대에 이를 전망입니다.

A급 태풍의 상륙, 지나간 자리에는?


하지만 오너 일가보다는 한진그룹에 닥친 태풍이 더 뼈아플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의 항공면허를 취소할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국적자인 조 전 전무가 2010년부터 6년간 진에어의 등기이사를 맡은 것이 항공법 위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로펌 3곳이 법리검토에 들어갔는데, 면허 취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에어에 대한 법적·행정적 조치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물컵 갑질 파문이 불거지면서 고용노동부는 대한항공 갑질 실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미 한 차례 촛불집회를 열고 조 씨 일가의 퇴진을 요구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오는 12일 또다시 촛불을 들 예정입니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 뒤 최대 위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위기는 실적 부진 등 여러 요인이 겹친 한진해운 때와 달리 오롯이 오너 일가가 자초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컵이 몰고 온 태풍, 한진그룹은 체질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 물컵의 나비효과? 한진그룹에 닥친 태풍
    • 입력 2018.05.10 (16:22)
    • 수정 2018.05.10 (18:03)
    취재K
물컵의 나비효과? 한진그룹에 닥친 태풍
대한항공 계열사 진에어의 심벌마크는 나비입니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날아서 여행하고 싶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이 나비, 취항 10년 만에 더는 날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날갯짓

지난 3월 16일 광고업체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며 물컵을 던진 일, 어쩌면 조현민 전 전무에게는 일상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4월 12일 첫 보도가 나오자 간단한 사과만 남기고 베트남 다낭으로 휴가를 떠나버렸거든요. 잠시 떠나있으면 자연스레 잊힐 거란 계산이었겠지요.


땅콩의 기억

하지만 사람들은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언니에 이어 이번에는 동생이냐며 분노가 커졌습니다. 조 전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의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도 공개됐습니다. 결국, 3일 만에 조 전 전무는 귀국하며 다시 한 번 사과했습니다.

몰려드는 짙은 구름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보도 8일만인 지난달 19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조 전 전무 개인의 사건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모친 이명희 씨의 갑질 영상이 등장하며 일이 커졌습니다.


영상에는 이씨가 2014년 호텔 공사장에서 직원들에게 손찌검하며 밀치는 장면이 생생하게 들어있습니다. 모전자전이냐며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조 씨 일가의 갑질이 더 있었다, 이들이 대한항공을 통해 밀수했다는 등 내부직원들의 폭로도 잇따르기 시작합니다.

태풍의 탄생

지난달 21일, 인천세관이 인천공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할 때만 해도 "세관이 압수수색도 해?"라며 어리둥절하던 사람들. 지난 2일 관세청이 조 씨 일가의 서울 평창동 자택 등을 추가 압수수색해 '비밀공간'을 찾아내자 존재감을 각인했습니다.

관세청은 9시간에 걸친 자택 압수수색에서 제보 내용대로 비밀공간 2곳을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비밀공간이라는 것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죠.


그러나 김영문 관세청장은 오늘(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간 내에) 물건보다는 저희가 (밀수·탈세 혐의를) 추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비밀공간도 옷장 뒤의 옷을 치워야 출입구가 나오는, 영화에 나오는 그런 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걸까요?

바다를 건너는 태풍

조현민 전 전무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조 전 전무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내일(11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전 전무는 또 한 번 검찰청 앞 포토라인에 서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현민 전 전무가 던진 물컵은 이제 거대한 태풍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태풍은 조현민 개인을 넘어 조 씨 일가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피의자로 입건된 모친 이명희 씨는 어제(9일) 출국금지 됐습니다. 갑질 뿐만 아니라 고가의 명품 밀반입 등 조세포탈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등 4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5백억 원의 상속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고발됐습니다. 2002년 아버지 고 조종훈 회장으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으며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는 건데, 과태료까지 합하면 규모가 천억 원대에 이를 전망입니다.

A급 태풍의 상륙, 지나간 자리에는?


하지만 오너 일가보다는 한진그룹에 닥친 태풍이 더 뼈아플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의 항공면허를 취소할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국적자인 조 전 전무가 2010년부터 6년간 진에어의 등기이사를 맡은 것이 항공법 위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로펌 3곳이 법리검토에 들어갔는데, 면허 취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에어에 대한 법적·행정적 조치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물컵 갑질 파문이 불거지면서 고용노동부는 대한항공 갑질 실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미 한 차례 촛불집회를 열고 조 씨 일가의 퇴진을 요구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오는 12일 또다시 촛불을 들 예정입니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 뒤 최대 위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위기는 실적 부진 등 여러 요인이 겹친 한진해운 때와 달리 오롯이 오너 일가가 자초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컵이 몰고 온 태풍, 한진그룹은 체질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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