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날, 우리는 해당 안된다고요?”

입력 2018.05.10 (20:44) 수정 2018.05.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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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한테 참정권이 없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고, 차별이죠."

'선거 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시작된 국회 앞 농성장. 지난 3일, 농성 43일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했다.'선거 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시작된 국회 앞 농성장. 지난 3일, 농성 43일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3일은 '선거 연령 하향'을 주장하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선거 연령 하향 4월 통과 촉구 청소년 농성단'이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43일째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43일간 총 9번의 기자회견, 3번의 기습 시위, 2번의 집회와 행진, 매일 저녁 촛불 문화제를 진행했고, 아침 출근길과 점심시간, 퇴근 시간엔 피케팅을 이어갔다. 하지만 4월 국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으면서 논의 자체가 무산됐고, 농성단은 막바지 집회를 열고, 부산하게 짐을 정리했다.

지난 3월 22일, 삭발식에서 깎은 머리가 어느 정도 길었을까. 43일의 농성을 마무리하며 김정민(만 17세) 양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사소한 거라도 학교에서 교사한테 어떤 의견도 낼 수 없다던가, 정치적 의견이든 어떤 의견이든 청소년들은 거의 말할 수 없잖아요.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없는 것 자체가, 기본권이 없는 것 자체고 인권 침해고, 차별이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유권자의 날, 청소년은 없다

2012년 일부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우리나라는 매년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선거의 의미를 되새기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가 가능한 연령은 만 19세. 지난 3월 22일 선거 연령 하향을 외치며 삭발을 했던 김윤송(만 15세), 김정민(만 17세), 권리모(만 15세) 양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얘기다.

지난 3월 22일, 국회 앞에서는 선거 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청소년들의 삭발식이 거행됐다. 지난 3월 22일, 국회 앞에서는 선거 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청소년들의 삭발식이 거행됐다.

"이미 투표권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참정권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왜 참정권을 받고 싶냐, 왜 정치에 참여하고 싶냐, 왜 투표하고 싶냐 이런 질문들을 하지 않잖아요. 그런 권리가 없는 사람들한테 유독 필요성을 더 묻고, 왜 원하는 지, 얼마나 원하는지 묻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검열인 것 같아요."

"네가 적합한 사람인가, 네가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지만 투표권은 인권이고, 인권은 자격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단지 투표소가서 도장 하나 찍고 나오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좀 더 인간답게 살고 싶은 거죠."
- 김윤송 (만 15세)

"여러 가지 청소년과 관련한 정책들이 많이 있는데, 그건 모두 비청소년들이 만든 거예요. 청소년들은 그 정책들에 동의하지도 않았고, 어떠한 의견조차 내지 못했죠."

"참정권은 성숙함과 미성숙함의 척도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기본권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그들이 미성숙하다고 말하는 청소년이 지금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도요."
- 권리모 (만 15세)


청소년은 왜 안되나요 ? … 다양한 실험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 제 15조 1항에 선거 연령을 만 19세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거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며 꾸준히 헌법 소원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

미성년자는 독자적인 정치 판단을 하기에 아직 미흡하다, 미성숙하다, 학업 정진 대신 정치 활동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청소년 보호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반대를 외치는 이들의 주된 논거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법적인 논쟁을 벗어나 선거연령을 낮추려는 실험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일 치러진 서울 교육감 진보진영 경선에서는 시민 경선단 참여 자격을 만 18세에서 13세로 하향했고, 오는 6월 지방 선거에서는 청소년이 서울시장을 직접 뽑는 모의 투표도 진행될 예정이다.

전북 전주시 의원 노동당 공천을 따낸 조민(만14세)군.전북 전주시 의원 노동당 공천을 따낸 조민(만14세)군.

전북 전주시에서는 만 14세(중3) 인 조민 군이 전주시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현행법상 만 25살 이상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이 같은 결심을 한 것이다.

"청소년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이 의외의 민주주의에서 많은 연령대를 대변해야 하잖아요. 10대를 대변하는 정치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출사표를 던졌죠."
- 조민 (만 14세)

청소년 참정권 확대, 가능한 얘기일까?

지난 3월 말에는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개헌안도 발표됐지만, 발의가 무산되면서 결국 공은 법 개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 여 남짓 남아 당장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 이 때문에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만 18세들이 투표를 할 수 있는 순간은 재보궐선거나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나 가능하다.

그렇다면 청소년 참정권 확대의 키를 쥐고 있는 정치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정당별로 직접 입장을 들어봤다. (인터뷰 순서는 국회 의석수를 기준으로 배열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

*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
" 청소년들이 교육과 노동, 이러한 본인들에게 대단히 이해관계가 높은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본인들의 정치적 결정에 의해서 운명을 개척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문명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

*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
"고등학교 교실 자체가 정치적인 논쟁의 현장이 되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아요. 참정권 문제는 학령아동의 조정과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교조라는 강력한 정치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이 많기 때문에...".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

*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
"지금 청소년들은 정보도 풍부하고 주관적으로 정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다른 법에서 규정하는 의무 사항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선거권을 18세로 낮춰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편화당 최경환 대변인민주편화당 최경환 대변인

*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
"과거 40-50%에 그치던 젊은 청년들 투표율이 70%대로 높아져 세대 출현이 시작되고 있어요. 정치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데 여기에 당연히 청소년들이 투표를 통해서 자기 입장을 밝히는 건 당연한 거죠."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

*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선거 연령제한이 높은 국가예요. 정의당은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만 18세로 낮추고 정당 가입 연령도 정당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질 경우 늘어날 유권자는 약 60만 명.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를 앞두고 표 계산을 넘어 '참정권'이라는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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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권자의 날, 우리는 해당 안된다고요?”
    • 입력 2018-05-10 20:44:51
    • 수정2018-05-10 21:00:14
    취재K
"청소년한테 참정권이 없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고, 차별이죠."

'선거 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시작된 국회 앞 농성장. 지난 3일, 농성 43일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3일은 '선거 연령 하향'을 주장하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선거 연령 하향 4월 통과 촉구 청소년 농성단'이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43일째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43일간 총 9번의 기자회견, 3번의 기습 시위, 2번의 집회와 행진, 매일 저녁 촛불 문화제를 진행했고, 아침 출근길과 점심시간, 퇴근 시간엔 피케팅을 이어갔다. 하지만 4월 국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으면서 논의 자체가 무산됐고, 농성단은 막바지 집회를 열고, 부산하게 짐을 정리했다.

지난 3월 22일, 삭발식에서 깎은 머리가 어느 정도 길었을까. 43일의 농성을 마무리하며 김정민(만 17세) 양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사소한 거라도 학교에서 교사한테 어떤 의견도 낼 수 없다던가, 정치적 의견이든 어떤 의견이든 청소년들은 거의 말할 수 없잖아요.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없는 것 자체가, 기본권이 없는 것 자체고 인권 침해고, 차별이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유권자의 날, 청소년은 없다

2012년 일부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우리나라는 매년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선거의 의미를 되새기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가 가능한 연령은 만 19세. 지난 3월 22일 선거 연령 하향을 외치며 삭발을 했던 김윤송(만 15세), 김정민(만 17세), 권리모(만 15세) 양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얘기다.

지난 3월 22일, 국회 앞에서는 선거 연령 하향을 촉구하며 청소년들의 삭발식이 거행됐다.
"이미 투표권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참정권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왜 참정권을 받고 싶냐, 왜 정치에 참여하고 싶냐, 왜 투표하고 싶냐 이런 질문들을 하지 않잖아요. 그런 권리가 없는 사람들한테 유독 필요성을 더 묻고, 왜 원하는 지, 얼마나 원하는지 묻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검열인 것 같아요."

"네가 적합한 사람인가, 네가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지만 투표권은 인권이고, 인권은 자격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단지 투표소가서 도장 하나 찍고 나오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좀 더 인간답게 살고 싶은 거죠."
- 김윤송 (만 15세)

"여러 가지 청소년과 관련한 정책들이 많이 있는데, 그건 모두 비청소년들이 만든 거예요. 청소년들은 그 정책들에 동의하지도 않았고, 어떠한 의견조차 내지 못했죠."

"참정권은 성숙함과 미성숙함의 척도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기본권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그들이 미성숙하다고 말하는 청소년이 지금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도요."
- 권리모 (만 15세)


청소년은 왜 안되나요 ? … 다양한 실험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 제 15조 1항에 선거 연령을 만 19세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거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며 꾸준히 헌법 소원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

미성년자는 독자적인 정치 판단을 하기에 아직 미흡하다, 미성숙하다, 학업 정진 대신 정치 활동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청소년 보호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반대를 외치는 이들의 주된 논거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법적인 논쟁을 벗어나 선거연령을 낮추려는 실험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일 치러진 서울 교육감 진보진영 경선에서는 시민 경선단 참여 자격을 만 18세에서 13세로 하향했고, 오는 6월 지방 선거에서는 청소년이 서울시장을 직접 뽑는 모의 투표도 진행될 예정이다.

전북 전주시 의원 노동당 공천을 따낸 조민(만14세)군.
전북 전주시에서는 만 14세(중3) 인 조민 군이 전주시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현행법상 만 25살 이상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이 같은 결심을 한 것이다.

"청소년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이 의외의 민주주의에서 많은 연령대를 대변해야 하잖아요. 10대를 대변하는 정치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출사표를 던졌죠."
- 조민 (만 14세)

청소년 참정권 확대, 가능한 얘기일까?

지난 3월 말에는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개헌안도 발표됐지만, 발의가 무산되면서 결국 공은 법 개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 여 남짓 남아 당장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 이 때문에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만 18세들이 투표를 할 수 있는 순간은 재보궐선거나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나 가능하다.

그렇다면 청소년 참정권 확대의 키를 쥐고 있는 정치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정당별로 직접 입장을 들어봤다. (인터뷰 순서는 국회 의석수를 기준으로 배열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
*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
" 청소년들이 교육과 노동, 이러한 본인들에게 대단히 이해관계가 높은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본인들의 정치적 결정에 의해서 운명을 개척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문명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
*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
"고등학교 교실 자체가 정치적인 논쟁의 현장이 되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아요. 참정권 문제는 학령아동의 조정과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교조라는 강력한 정치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이 많기 때문에...".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
*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
"지금 청소년들은 정보도 풍부하고 주관적으로 정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다른 법에서 규정하는 의무 사항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선거권을 18세로 낮춰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편화당 최경환 대변인
*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
"과거 40-50%에 그치던 젊은 청년들 투표율이 70%대로 높아져 세대 출현이 시작되고 있어요. 정치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데 여기에 당연히 청소년들이 투표를 통해서 자기 입장을 밝히는 건 당연한 거죠."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
*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선거 연령제한이 높은 국가예요. 정의당은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만 18세로 낮추고 정당 가입 연령도 정당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질 경우 늘어날 유권자는 약 60만 명.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를 앞두고 표 계산을 넘어 '참정권'이라는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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