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청와대(?)…문재인 정부 1년 ‘만찬의 정치학’

입력 2018.05.11 (09:02) 수정 2018.05.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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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전 세계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회담 내용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일본에선 난데없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정상회담 시작 직후 논평을 내 저녁 만찬에 독도 지도가 들어간 디저트가 나오는 건 "매우 불필요하다"며 불쾌한 심경을 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회담 3일 전(4월 24일)에도 유감을 표하며 해당 메뉴를 만찬장에 내놓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독도가 역사적으로, 국제법상으로 일본의 영토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를 가진 독도 디저트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이 문제 삼은 독도 디저트. 망고무스 위에 한반도기를 놓아 단합된 한민족을 표현했다.일본이 문제 삼은 독도 디저트. 망고무스 위에 한반도기를 놓아 단합된 한민족을 표현했다.

일본은 지난해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한했던 만찬에 '독도 새우' 요리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강한 항의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상회담 당일까지 만찬 메뉴를 문제 삼는 외교적 결례까지 감행할 만큼 독도가 이슈화되는 게 지극히도 싫었던 모양이다.

민생문제를 논하는 메뉴가 샥스핀과 캐비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 등 신임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 메뉴도 큰 논란이 됐다. 메뉴에 고가의 송로버섯과 샥스핀찜, 바닷가재, 캐비어샐러드 등 고급 재료를 사용한 요리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민들의 원성을 샀다. 송로버섯이 소량만 쓰여 이른바 '호화 오찬'은 아니라는 항변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시 오찬이 전기요금 누진세 등 민생문제를 논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식재료 구성과 공개에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음식이 이처럼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다 보니 어느 정권이든 메뉴와 재료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음식으로 전하는 메시지가 더 강렬할 수 있다. 원활한 회담을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1년…청와대 메뉴 돌아보니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꼭 일 년이 됐다. 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현 정권이 어떤 음식으로 메시지를 전했는지 돌아봤다.

트럼프에게 '구황작물'을 대접한 이유는?


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미국 대통령으로선 25년 만의 국빈 방한을 했다. 7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으로 북·미간 군사적 긴장이 한껏 고조된 시점이었다.

그런데 국빈만찬에 오른 것은 구황작물이었다. 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동국장 맑은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 산딸기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트리플 초콜릿 케이크와 감을 올린 수정과 그라니타 등 크게 4종류로 구성됐다. 두 정상의 건배 제의에는 국내 중소기업이 제조한 청주가 제공됐다.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우리나라 최초의 된장으로 알려진 '동국장'으로 맑은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요리로 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도 가자미로 만들었다.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와 한국적 색깔을 조화시킨 요리다. 360년도 넘은 씨간장을 이용해 만든 갈비 소스로 전북 고창 한우를 재워 구워냈다. 디저트는 한국과 미국의 맛을 대표하는 수정과와 초콜릿이 조화를 이룬 메뉴가 나왔다.

청와대는 만찬 메뉴에 대해 "한국이 가진 콘텐츠로 우리만의 색깔을 담으면서도 미국 정상의 기호를 함께 배려했다"면서 "과거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준 값싼 작물이었던 구황작물이 지금은 귀한 건강식이 된 것처럼 한미동맹의 가치가 더욱 값있게 됨을 상징했다"고 설명했다.

대장금을 재현한 '한류' 메뉴

'한류'를 앞세운 청와대 만찬도 제공됐다.
지난해 11월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내외가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위해 국빈 방문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드라마 '대장금'과 '주몽'이 지상파 방송에서만 다섯 차례 이상 재방송될 정도로 한류가 뜨거운 곳이다.

특히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내외는 자녀가 한국에 거주한 적이 있고 막내 손녀가 한국에서 태어났을 정도로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고려해 대장금에서 소개된 숭채만두를 대접했다. 식전 먹을거리로 수정과와 전통한과인 방울강정이 나왔고 원기회복에 좋은 녹두 삼계 죽이 상에 올랐다. 종갓집 씨간장으로 만든 불고기 양념에 한국인이 선호하는 한우 안심과 우즈베키스탄인이 선호하는 어린 양갈비를 재워 구운 요리를 주메뉴로 제공했다. 또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국수를 즐겨 먹는다는 점을 고려해 전통 잔치국수를 준비했고 후식으로 단팥죽을 마련했다.


만찬에는 대장금의 주인공 이영애 씨도 참석했고, 식후 공연에서는 대장금과 주몽의 OST가 울려 퍼졌다.
융숭한 대접을 받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한반도 영구 평화와 안정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통한 공동성명서 채택과 합의 문건 체결은 양국이 보유한 협력 잠재력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을 위한 국빈만찬에 참석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을 위한 국빈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국빈의 입맛과 식성에 맞춘 '맞춤형 만찬' 제공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난해 11월 말 국빈 방한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에겐 고기가 제공되지 않았다. 시리세나 대통령이 불교 신자이자 채식주의자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주전부리로는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향신료인 카레를 더해 만든 카레 향 고구마 부각과 귤을 얇게 잘라 만든 귤칩, 산청 곶감 안에 호두를 넣어 말린 곶감말이, 대추부각, 호두튀김 등이 나왔다. 전채요리는 밀전병에 채소와 대게 살을 넣은 밀쌈말이와 완도산 전복구이, 호박죽, 제주산 금태 양념찜이 비빔밥, 두부 콩나물국이 제공됐다. 후식으로는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이 만든 '사찰 후식'이 나왔다.

식사와 함께 백포도주, 적포도주가 나왔는데 시리세나 대통령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점을 고려해 건배는 사과주스로 했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방한 기간 중 베풀어 준 환대에 감동받았다"라며 건배 제의를 했다.

트럼프 장녀 이방카가 트위터로 극찬한 청와대 메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유대식 식사법인 '코셔(Kosher)'에 따라 요리한 한식을 대접받았다. 이방카 보좌관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청와대는 이방카 보좌관이 유대교 신자인 점을 고려해 갑각류와 회, 육류를 가급적 배제한 메뉴를 내놨다.
연근 배 샐러드와 옥광밤과 대추를 갈아 만든 대추 황률죽 등의 전채요리와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과 콩나물국, 두부구이, 갈비구이를 메인 요리로 제공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만찬 회동 후 트위터 글에서 "매우 특별한 만찬으로 한국방문의 시작을 장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겨냥한 스위스 감자전 VS. 옥류관 냉면의 승자는?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특산물이 테이블에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에서 잡은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편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 쌀로 지은 밥이 제공됐다. 또 정주영 회장이 소 떼를 몰고 올라간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로 만든 숯불구이와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인 남해 통영 바다의 문어로 만든 냉채가 올려졌다.

더불어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고향음식인 '달고기(생선) 구이'와 김정은 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뢰스티'를 우리식으로 재해석한 '스위스식 감자전'도 선보였다.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메인 요리가 된 평양 옥류관 냉면은 국내에 평양냉면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소개하며 "메뉴 전체가 매혹적이다. 한국이 긍정적인 논의를 위해 테이블을 차려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음식이 '가장 오래된 외교 수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과거 각국 정상들의 만찬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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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전 세계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회담 내용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일본에선 난데없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정상회담 시작 직후 논평을 내 저녁 만찬에 독도 지도가 들어간 디저트가 나오는 건 "매우 불필요하다"며 불쾌한 심경을 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회담 3일 전(4월 24일)에도 유감을 표하며 해당 메뉴를 만찬장에 내놓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독도가 역사적으로, 국제법상으로 일본의 영토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를 가진 독도 디저트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이 문제 삼은 독도 디저트. 망고무스 위에 한반도기를 놓아 단합된 한민족을 표현했다.
일본은 지난해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한했던 만찬에 '독도 새우' 요리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강한 항의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상회담 당일까지 만찬 메뉴를 문제 삼는 외교적 결례까지 감행할 만큼 독도가 이슈화되는 게 지극히도 싫었던 모양이다.

민생문제를 논하는 메뉴가 샥스핀과 캐비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 등 신임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 메뉴도 큰 논란이 됐다. 메뉴에 고가의 송로버섯과 샥스핀찜, 바닷가재, 캐비어샐러드 등 고급 재료를 사용한 요리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민들의 원성을 샀다. 송로버섯이 소량만 쓰여 이른바 '호화 오찬'은 아니라는 항변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시 오찬이 전기요금 누진세 등 민생문제를 논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식재료 구성과 공개에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음식이 이처럼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다 보니 어느 정권이든 메뉴와 재료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음식으로 전하는 메시지가 더 강렬할 수 있다. 원활한 회담을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1년…청와대 메뉴 돌아보니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꼭 일 년이 됐다. 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현 정권이 어떤 음식으로 메시지를 전했는지 돌아봤다.

트럼프에게 '구황작물'을 대접한 이유는?


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미국 대통령으로선 25년 만의 국빈 방한을 했다. 7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으로 북·미간 군사적 긴장이 한껏 고조된 시점이었다.

그런데 국빈만찬에 오른 것은 구황작물이었다. 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동국장 맑은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 산딸기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트리플 초콜릿 케이크와 감을 올린 수정과 그라니타 등 크게 4종류로 구성됐다. 두 정상의 건배 제의에는 국내 중소기업이 제조한 청주가 제공됐다.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우리나라 최초의 된장으로 알려진 '동국장'으로 맑은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요리로 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도 가자미로 만들었다.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와 한국적 색깔을 조화시킨 요리다. 360년도 넘은 씨간장을 이용해 만든 갈비 소스로 전북 고창 한우를 재워 구워냈다. 디저트는 한국과 미국의 맛을 대표하는 수정과와 초콜릿이 조화를 이룬 메뉴가 나왔다.

청와대는 만찬 메뉴에 대해 "한국이 가진 콘텐츠로 우리만의 색깔을 담으면서도 미국 정상의 기호를 함께 배려했다"면서 "과거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준 값싼 작물이었던 구황작물이 지금은 귀한 건강식이 된 것처럼 한미동맹의 가치가 더욱 값있게 됨을 상징했다"고 설명했다.

대장금을 재현한 '한류' 메뉴

'한류'를 앞세운 청와대 만찬도 제공됐다.
지난해 11월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내외가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위해 국빈 방문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드라마 '대장금'과 '주몽'이 지상파 방송에서만 다섯 차례 이상 재방송될 정도로 한류가 뜨거운 곳이다.

특히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내외는 자녀가 한국에 거주한 적이 있고 막내 손녀가 한국에서 태어났을 정도로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고려해 대장금에서 소개된 숭채만두를 대접했다. 식전 먹을거리로 수정과와 전통한과인 방울강정이 나왔고 원기회복에 좋은 녹두 삼계 죽이 상에 올랐다. 종갓집 씨간장으로 만든 불고기 양념에 한국인이 선호하는 한우 안심과 우즈베키스탄인이 선호하는 어린 양갈비를 재워 구운 요리를 주메뉴로 제공했다. 또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국수를 즐겨 먹는다는 점을 고려해 전통 잔치국수를 준비했고 후식으로 단팥죽을 마련했다.


만찬에는 대장금의 주인공 이영애 씨도 참석했고, 식후 공연에서는 대장금과 주몽의 OST가 울려 퍼졌다.
융숭한 대접을 받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한반도 영구 평화와 안정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통한 공동성명서 채택과 합의 문건 체결은 양국이 보유한 협력 잠재력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을 위한 국빈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국빈의 입맛과 식성에 맞춘 '맞춤형 만찬' 제공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난해 11월 말 국빈 방한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에겐 고기가 제공되지 않았다. 시리세나 대통령이 불교 신자이자 채식주의자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주전부리로는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향신료인 카레를 더해 만든 카레 향 고구마 부각과 귤을 얇게 잘라 만든 귤칩, 산청 곶감 안에 호두를 넣어 말린 곶감말이, 대추부각, 호두튀김 등이 나왔다. 전채요리는 밀전병에 채소와 대게 살을 넣은 밀쌈말이와 완도산 전복구이, 호박죽, 제주산 금태 양념찜이 비빔밥, 두부 콩나물국이 제공됐다. 후식으로는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이 만든 '사찰 후식'이 나왔다.

식사와 함께 백포도주, 적포도주가 나왔는데 시리세나 대통령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점을 고려해 건배는 사과주스로 했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방한 기간 중 베풀어 준 환대에 감동받았다"라며 건배 제의를 했다.

트럼프 장녀 이방카가 트위터로 극찬한 청와대 메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유대식 식사법인 '코셔(Kosher)'에 따라 요리한 한식을 대접받았다. 이방카 보좌관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청와대는 이방카 보좌관이 유대교 신자인 점을 고려해 갑각류와 회, 육류를 가급적 배제한 메뉴를 내놨다.
연근 배 샐러드와 옥광밤과 대추를 갈아 만든 대추 황률죽 등의 전채요리와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과 콩나물국, 두부구이, 갈비구이를 메인 요리로 제공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만찬 회동 후 트위터 글에서 "매우 특별한 만찬으로 한국방문의 시작을 장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겨냥한 스위스 감자전 VS. 옥류관 냉면의 승자는?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특산물이 테이블에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에서 잡은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편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 쌀로 지은 밥이 제공됐다. 또 정주영 회장이 소 떼를 몰고 올라간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로 만든 숯불구이와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인 남해 통영 바다의 문어로 만든 냉채가 올려졌다.

더불어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고향음식인 '달고기(생선) 구이'와 김정은 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뢰스티'를 우리식으로 재해석한 '스위스식 감자전'도 선보였다.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메인 요리가 된 평양 옥류관 냉면은 국내에 평양냉면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소개하며 "메뉴 전체가 매혹적이다. 한국이 긍정적인 논의를 위해 테이블을 차려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음식이 '가장 오래된 외교 수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과거 각국 정상들의 만찬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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