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드라마’ 숨은 조력자들…실체 드러낸 CIA스파이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다. 문재인-김정은-트럼프, 남북미의 세 정상을 주인공으로 한 한반도 드라마는 속도감 측면에서 보면 최고의 반전 드라마이고, 각국의 정보 라인이 총동원됐다는 점에서 보면 한편의 첩보영화다.
드라마가 흥행을 이어가면서 막후에서 주인공들을 화려하게 빛내왔던 조력자들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때론 주인공들을 밀착 보좌하며 전략전술을 조언하고, 때론 협상의 전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낸 이른바 스파이들이 그들이다.
한반도 드라마의 흥행을 이끈 조력자들은 누구이고, 이들의 역할을 무엇이었을까?
미국 뉴욕타임스 2018.3.16
■실체 드러낸 CIA '대북 저승사자', 앤드루 김(한국명 김성현)
"외교관이 아닌 스파이들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직후인 3월 중순,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이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한국의 국가정보원, 북한의 정찰총국과 통일전선부 등 남북미 3국의 정보기관들이 막후 채널을 가동해 정상회담 성사는 물론 실무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CIA가 대북 접촉과정에서 국무부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대북 외교적 개방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폼페이오 평양 도착 당시 외신에 포착된 앤드루 김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 9일 아침, 평양 공항에서는 이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의외의 장면이 연출됐다. 깜짝 방북에 나선 폼페이오 장관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온 김영철과 리용호 등 북한 인사들 사이로 CIA 소속 현직 관리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미국의 스파이가 이른바 '적국'의 심장부에서 모습을 드러낸 채 전직 수장을 맞이한 셈이다.
한국명 김성현. '대북 저승사자'로도 불리는 한국계 앤드루 김은 CIA의 아시아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태국의 방콕과 베이징을 거쳐 CIA 한국지부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CIA 내 코리아임무센터(KMC:Korea Mission Center)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 CIA 요원이다.
앤드루 김은 다음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과 폼페이오의 회동 영상에도 등장했다. 회담 내내 폼페이오의 오른쪽에 배석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받아 적고 간간이 대화에도 참여하는 모습이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CIA의 핵심 간부가 폼페이오의 방북 이전에 미리 평양에 들어가 폼페이오의 방북 일정은 물론 북미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 핵심의제 등을 사전 조율하고 있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방북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억류 미국인들의 석방 역시 앤드루 김이 막후에서 이뤄낸 작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앤드루 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5촌 외종숙으로 정 실장과 자주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도 서울고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간 물밑 접촉은 물론 한미 간에도 가교 역할을 했을 거란 추정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北 김영철, '도발의 배후'에서 '정상회담 산파'로 변신
미국에서 폼페이오를 중심으로 한 CIA가 현재의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면, 북한에서는 대남·해외공작 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과 통일전선부 요원들이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는 수장은 정찰총국장 출신으로 현재는 당 부위원장과 통일전선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영철이다.
김영철의 위상과 역할은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고려호텔로 데려가 1시간 넘게 밀담을 나눈 데 이어 공식 오찬을 함께 했고, 이어진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의 면담 자리에도 배석했다. 정작 북한의 외교사령탑인 리수용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폼페이오 장관을 상대하는 북한의 협상 파트너는 김영철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오찬 도중 김영철 부위원장을 지목해 "훌륭한 파트너"라고 지켜 세우기도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산파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평창 올림픽 폐막식을 계기로 처음 서울을 찾은 김영철 부위원장은 당시 서훈 국정원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물밑 조율을 시작했고, 이를 전후해 남북의 정보기관인 국정원-통전부의 라인도 본격 가동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두 사람은 판문점 정상회담에 배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을 보좌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등의 책임자로 지목돼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도발의 배후'였던 김영철이 이제는 한반도 평화의 산파로 변신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대반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돋보이는 서훈의 '중재'..'서훈-폼페이오-김영철' 트리오 구축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공동발표하던 역사적인 순간, 전문가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사진이 하나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한 남성이 고개를 돌리더니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쳐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서훈 국정원장이다. 1, 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기도 한 서훈 원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인 이번 판문점 회담 과정에서도 북한의 김영철 부위원장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 외신은 "남한의 스파이 최고위자가 북한과의 역사적인 만남에서 열쇠 역할을 하다'라는 제목으로 서훈 원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십 년 적국이었던 북한과 미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초유의 협상 라인을 구축한 데 이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낸 것 역시 서훈 원장의 숨은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서훈 원장은 지난해부터 폼페이오 당시 CIA국장과 수시로 접촉해 대북 정보를 공유해온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접촉 결과를 수시로 주고받으며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미 정보기관 수장으로 구성된 이른바 '서훈-김영철-폼페이오' 남북미 트리오가 구축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성사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비밀 방북 역시 서훈 원장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초엔 대북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찾아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직접 확인한 데 이어, 곧바로 백악관을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수락 의사를 받아내기도 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이제 핵심 쟁점인 '비핵화 로드맵'과 '체제안전'을 어떻게 절충해내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게임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한 달. 남북미 3국의 숨은 조력자들이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할 때다.
드라마가 흥행을 이어가면서 막후에서 주인공들을 화려하게 빛내왔던 조력자들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때론 주인공들을 밀착 보좌하며 전략전술을 조언하고, 때론 협상의 전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낸 이른바 스파이들이 그들이다.
한반도 드라마의 흥행을 이끈 조력자들은 누구이고, 이들의 역할을 무엇이었을까?

■실체 드러낸 CIA '대북 저승사자', 앤드루 김(한국명 김성현)
"외교관이 아닌 스파이들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직후인 3월 중순,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이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한국의 국가정보원, 북한의 정찰총국과 통일전선부 등 남북미 3국의 정보기관들이 막후 채널을 가동해 정상회담 성사는 물론 실무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CIA가 대북 접촉과정에서 국무부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대북 외교적 개방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 9일 아침, 평양 공항에서는 이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의외의 장면이 연출됐다. 깜짝 방북에 나선 폼페이오 장관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온 김영철과 리용호 등 북한 인사들 사이로 CIA 소속 현직 관리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미국의 스파이가 이른바 '적국'의 심장부에서 모습을 드러낸 채 전직 수장을 맞이한 셈이다.
한국명 김성현. '대북 저승사자'로도 불리는 한국계 앤드루 김은 CIA의 아시아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태국의 방콕과 베이징을 거쳐 CIA 한국지부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CIA 내 코리아임무센터(KMC:Korea Mission Center)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 CIA 요원이다.
앤드루 김은 다음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과 폼페이오의 회동 영상에도 등장했다. 회담 내내 폼페이오의 오른쪽에 배석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받아 적고 간간이 대화에도 참여하는 모습이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CIA의 핵심 간부가 폼페이오의 방북 이전에 미리 평양에 들어가 폼페이오의 방북 일정은 물론 북미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 핵심의제 등을 사전 조율하고 있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방북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억류 미국인들의 석방 역시 앤드루 김이 막후에서 이뤄낸 작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앤드루 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5촌 외종숙으로 정 실장과 자주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도 서울고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간 물밑 접촉은 물론 한미 간에도 가교 역할을 했을 거란 추정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北 김영철, '도발의 배후'에서 '정상회담 산파'로 변신
미국에서 폼페이오를 중심으로 한 CIA가 현재의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면, 북한에서는 대남·해외공작 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과 통일전선부 요원들이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는 수장은 정찰총국장 출신으로 현재는 당 부위원장과 통일전선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영철이다.
김영철의 위상과 역할은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고려호텔로 데려가 1시간 넘게 밀담을 나눈 데 이어 공식 오찬을 함께 했고, 이어진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의 면담 자리에도 배석했다. 정작 북한의 외교사령탑인 리수용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폼페이오 장관을 상대하는 북한의 협상 파트너는 김영철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오찬 도중 김영철 부위원장을 지목해 "훌륭한 파트너"라고 지켜 세우기도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산파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평창 올림픽 폐막식을 계기로 처음 서울을 찾은 김영철 부위원장은 당시 서훈 국정원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물밑 조율을 시작했고, 이를 전후해 남북의 정보기관인 국정원-통전부의 라인도 본격 가동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두 사람은 판문점 정상회담에 배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을 보좌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등의 책임자로 지목돼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도발의 배후'였던 김영철이 이제는 한반도 평화의 산파로 변신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대반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돋보이는 서훈의 '중재'..'서훈-폼페이오-김영철' 트리오 구축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공동발표하던 역사적인 순간, 전문가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사진이 하나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한 남성이 고개를 돌리더니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쳐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서훈 국정원장이다. 1, 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기도 한 서훈 원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인 이번 판문점 회담 과정에서도 북한의 김영철 부위원장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 외신은 "남한의 스파이 최고위자가 북한과의 역사적인 만남에서 열쇠 역할을 하다'라는 제목으로 서훈 원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십 년 적국이었던 북한과 미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초유의 협상 라인을 구축한 데 이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낸 것 역시 서훈 원장의 숨은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서훈 원장은 지난해부터 폼페이오 당시 CIA국장과 수시로 접촉해 대북 정보를 공유해온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접촉 결과를 수시로 주고받으며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미 정보기관 수장으로 구성된 이른바 '서훈-김영철-폼페이오' 남북미 트리오가 구축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성사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비밀 방북 역시 서훈 원장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초엔 대북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찾아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직접 확인한 데 이어, 곧바로 백악관을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수락 의사를 받아내기도 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이제 핵심 쟁점인 '비핵화 로드맵'과 '체제안전'을 어떻게 절충해내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게임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한 달. 남북미 3국의 숨은 조력자들이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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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드라마’ 숨은 조력자들…실체 드러낸 CIA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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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12 10:08:59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다. 문재인-김정은-트럼프, 남북미의 세 정상을 주인공으로 한 한반도 드라마는 속도감 측면에서 보면 최고의 반전 드라마이고, 각국의 정보 라인이 총동원됐다는 점에서 보면 한편의 첩보영화다.
드라마가 흥행을 이어가면서 막후에서 주인공들을 화려하게 빛내왔던 조력자들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때론 주인공들을 밀착 보좌하며 전략전술을 조언하고, 때론 협상의 전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낸 이른바 스파이들이 그들이다.
한반도 드라마의 흥행을 이끈 조력자들은 누구이고, 이들의 역할을 무엇이었을까?

■실체 드러낸 CIA '대북 저승사자', 앤드루 김(한국명 김성현)
"외교관이 아닌 스파이들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직후인 3월 중순,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이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한국의 국가정보원, 북한의 정찰총국과 통일전선부 등 남북미 3국의 정보기관들이 막후 채널을 가동해 정상회담 성사는 물론 실무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CIA가 대북 접촉과정에서 국무부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대북 외교적 개방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 9일 아침, 평양 공항에서는 이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의외의 장면이 연출됐다. 깜짝 방북에 나선 폼페이오 장관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온 김영철과 리용호 등 북한 인사들 사이로 CIA 소속 현직 관리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미국의 스파이가 이른바 '적국'의 심장부에서 모습을 드러낸 채 전직 수장을 맞이한 셈이다.
한국명 김성현. '대북 저승사자'로도 불리는 한국계 앤드루 김은 CIA의 아시아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태국의 방콕과 베이징을 거쳐 CIA 한국지부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CIA 내 코리아임무센터(KMC:Korea Mission Center)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 CIA 요원이다.
앤드루 김은 다음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과 폼페이오의 회동 영상에도 등장했다. 회담 내내 폼페이오의 오른쪽에 배석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받아 적고 간간이 대화에도 참여하는 모습이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CIA의 핵심 간부가 폼페이오의 방북 이전에 미리 평양에 들어가 폼페이오의 방북 일정은 물론 북미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 핵심의제 등을 사전 조율하고 있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방북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억류 미국인들의 석방 역시 앤드루 김이 막후에서 이뤄낸 작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앤드루 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5촌 외종숙으로 정 실장과 자주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도 서울고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간 물밑 접촉은 물론 한미 간에도 가교 역할을 했을 거란 추정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北 김영철, '도발의 배후'에서 '정상회담 산파'로 변신
미국에서 폼페이오를 중심으로 한 CIA가 현재의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면, 북한에서는 대남·해외공작 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과 통일전선부 요원들이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는 수장은 정찰총국장 출신으로 현재는 당 부위원장과 통일전선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영철이다.
김영철의 위상과 역할은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고려호텔로 데려가 1시간 넘게 밀담을 나눈 데 이어 공식 오찬을 함께 했고, 이어진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의 면담 자리에도 배석했다. 정작 북한의 외교사령탑인 리수용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폼페이오 장관을 상대하는 북한의 협상 파트너는 김영철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오찬 도중 김영철 부위원장을 지목해 "훌륭한 파트너"라고 지켜 세우기도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산파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평창 올림픽 폐막식을 계기로 처음 서울을 찾은 김영철 부위원장은 당시 서훈 국정원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물밑 조율을 시작했고, 이를 전후해 남북의 정보기관인 국정원-통전부의 라인도 본격 가동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두 사람은 판문점 정상회담에 배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을 보좌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등의 책임자로 지목돼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도발의 배후'였던 김영철이 이제는 한반도 평화의 산파로 변신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대반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돋보이는 서훈의 '중재'..'서훈-폼페이오-김영철' 트리오 구축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공동발표하던 역사적인 순간, 전문가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사진이 하나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한 남성이 고개를 돌리더니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쳐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서훈 국정원장이다. 1, 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기도 한 서훈 원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인 이번 판문점 회담 과정에서도 북한의 김영철 부위원장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 외신은 "남한의 스파이 최고위자가 북한과의 역사적인 만남에서 열쇠 역할을 하다'라는 제목으로 서훈 원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십 년 적국이었던 북한과 미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초유의 협상 라인을 구축한 데 이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낸 것 역시 서훈 원장의 숨은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서훈 원장은 지난해부터 폼페이오 당시 CIA국장과 수시로 접촉해 대북 정보를 공유해온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접촉 결과를 수시로 주고받으며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미 정보기관 수장으로 구성된 이른바 '서훈-김영철-폼페이오' 남북미 트리오가 구축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성사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비밀 방북 역시 서훈 원장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초엔 대북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찾아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직접 확인한 데 이어, 곧바로 백악관을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수락 의사를 받아내기도 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이제 핵심 쟁점인 '비핵화 로드맵'과 '체제안전'을 어떻게 절충해내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게임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한 달. 남북미 3국의 숨은 조력자들이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할 때다.
드라마가 흥행을 이어가면서 막후에서 주인공들을 화려하게 빛내왔던 조력자들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때론 주인공들을 밀착 보좌하며 전략전술을 조언하고, 때론 협상의 전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낸 이른바 스파이들이 그들이다.
한반도 드라마의 흥행을 이끈 조력자들은 누구이고, 이들의 역할을 무엇이었을까?

■실체 드러낸 CIA '대북 저승사자', 앤드루 김(한국명 김성현)
"외교관이 아닌 스파이들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직후인 3월 중순,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이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한국의 국가정보원, 북한의 정찰총국과 통일전선부 등 남북미 3국의 정보기관들이 막후 채널을 가동해 정상회담 성사는 물론 실무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CIA가 대북 접촉과정에서 국무부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대북 외교적 개방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 9일 아침, 평양 공항에서는 이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의외의 장면이 연출됐다. 깜짝 방북에 나선 폼페이오 장관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온 김영철과 리용호 등 북한 인사들 사이로 CIA 소속 현직 관리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미국의 스파이가 이른바 '적국'의 심장부에서 모습을 드러낸 채 전직 수장을 맞이한 셈이다.
한국명 김성현. '대북 저승사자'로도 불리는 한국계 앤드루 김은 CIA의 아시아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태국의 방콕과 베이징을 거쳐 CIA 한국지부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CIA 내 코리아임무센터(KMC:Korea Mission Center)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 CIA 요원이다.
앤드루 김은 다음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과 폼페이오의 회동 영상에도 등장했다. 회담 내내 폼페이오의 오른쪽에 배석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받아 적고 간간이 대화에도 참여하는 모습이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CIA의 핵심 간부가 폼페이오의 방북 이전에 미리 평양에 들어가 폼페이오의 방북 일정은 물론 북미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 핵심의제 등을 사전 조율하고 있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방북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억류 미국인들의 석방 역시 앤드루 김이 막후에서 이뤄낸 작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앤드루 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5촌 외종숙으로 정 실장과 자주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도 서울고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간 물밑 접촉은 물론 한미 간에도 가교 역할을 했을 거란 추정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北 김영철, '도발의 배후'에서 '정상회담 산파'로 변신
미국에서 폼페이오를 중심으로 한 CIA가 현재의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면, 북한에서는 대남·해외공작 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과 통일전선부 요원들이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는 수장은 정찰총국장 출신으로 현재는 당 부위원장과 통일전선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영철이다.
김영철의 위상과 역할은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고려호텔로 데려가 1시간 넘게 밀담을 나눈 데 이어 공식 오찬을 함께 했고, 이어진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의 면담 자리에도 배석했다. 정작 북한의 외교사령탑인 리수용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폼페이오 장관을 상대하는 북한의 협상 파트너는 김영철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오찬 도중 김영철 부위원장을 지목해 "훌륭한 파트너"라고 지켜 세우기도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산파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평창 올림픽 폐막식을 계기로 처음 서울을 찾은 김영철 부위원장은 당시 서훈 국정원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물밑 조율을 시작했고, 이를 전후해 남북의 정보기관인 국정원-통전부의 라인도 본격 가동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두 사람은 판문점 정상회담에 배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을 보좌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등의 책임자로 지목돼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도발의 배후'였던 김영철이 이제는 한반도 평화의 산파로 변신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대반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돋보이는 서훈의 '중재'..'서훈-폼페이오-김영철' 트리오 구축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공동발표하던 역사적인 순간, 전문가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사진이 하나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한 남성이 고개를 돌리더니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쳐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서훈 국정원장이다. 1, 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기도 한 서훈 원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인 이번 판문점 회담 과정에서도 북한의 김영철 부위원장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 외신은 "남한의 스파이 최고위자가 북한과의 역사적인 만남에서 열쇠 역할을 하다'라는 제목으로 서훈 원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십 년 적국이었던 북한과 미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초유의 협상 라인을 구축한 데 이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낸 것 역시 서훈 원장의 숨은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서훈 원장은 지난해부터 폼페이오 당시 CIA국장과 수시로 접촉해 대북 정보를 공유해온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접촉 결과를 수시로 주고받으며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미 정보기관 수장으로 구성된 이른바 '서훈-김영철-폼페이오' 남북미 트리오가 구축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성사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비밀 방북 역시 서훈 원장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초엔 대북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찾아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직접 확인한 데 이어, 곧바로 백악관을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수락 의사를 받아내기도 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이제 핵심 쟁점인 '비핵화 로드맵'과 '체제안전'을 어떻게 절충해내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게임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한 달. 남북미 3국의 숨은 조력자들이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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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석 기자 isje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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