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채투자, 수익 1,000% 대박은 현실이 될까요

입력 2018.05.13 (07:01) 수정 2018.05.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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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03년 5월 국채를 발행했다.‘인민생활공채’라는 이름의 10년 만기 채권인데 500원, 1,000원, 5,000원 등 세 종류였다.

상환 방식은 다른 나라들과는 차이가 있다. 추첨제 상환방식으로 1등 당첨 시 액면가의 50배를 준다. 당첨은 7등급 까지 있다. 물론 당첨되지 않은 채권에 대해서는 만기 때 원금을 돌려준다. '로또 복권’성격을 가미한 북한식 채권인 셈이다.

북한은 이 국채 매입을 주민들에게 장려하면서 100만 원 이상의 공채를 구매했을 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의 공동명의로 된 ‘애국 표창장’을 수여한다고 한다.


최근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는 등 북한 핵 문제가 해결 조짐을 보이면서 북한 채권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특수 채권으로 북한 국채가 종종 거래 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한 채권은 1970년대 북한이 서방은행들로부터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한 채 84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뒤 이를 유동화하기 위해 서방은행이 재발행한 것이 대부분이다.

투자은행인 BNP 파리바는 97년 북한의 다양한 채권을 모아 이자가 없는 제로쿠폰 형태로 독일 마르크화, 스위스 프랑 등의 표시통화로 채권을 재발행했다. 2010년 3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2020년 3월 12일까지 한 차례 연장됐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2013년 북한 채권의 원금과 누적 이자를 합산할 경우 약 30억 달러(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전문지 IFR에 따르면 현재 액면가 1달러인 북한의 채권은 국제금융시장에서 0.76 센트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 북한 채권은 국제 정세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게 보통이다.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는 남북 경협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20센트와 26센트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국채는 북한의 핵 개발과 이에 따른 국제 제재로 2017년 이후에는 1센트 이하로 내려갔다. 물론 거래도 잘 안 된다.

그럼에도 이런 북한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도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3종류의 북한 채권을 2007년 6월부터 4년간 매입했다. 프랭클린이 매입한 북한 채권의 액면가 총액은 약 5,598만 달러, 실제 매입 원가는 5.5% 수준인 313만 달러다.


프랭클린이 보유한 채권의 장부상 현재 가치는 0원이다. 북한은 이미 디폴트를 선언한 국가이 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채권이 액면가대로 상환될 다고 가정하면 수익률은 1,600%가 넘는다. 그야말로 '초대박' 수익인 셈이다.

짐 로저스짐 로저스

그렇다면 이미 디폴트를 선언한 북한이 국채를 상환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통일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독일은 통일 이후 구 동독이 서방에 진 대외 채무를 모두 상환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최근 북한 채권에 투자하는 서방 자본은 통일 이후 남한이 북한 채무를 모두 갚아줄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원금 상환 가능성을 0%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에 액면가 1 달러짜리가 10센트 이하에서 거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화폐의 투자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2013년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며 국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북한 채권과 화폐를 일부 사들였다. 특히 그는 싱가포르 국제화폐 박람회 등을 통해 북한 돈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화폐가 돈이 된다고 보는 견해는 통일 이후 적용될 화폐 교환 비율 때문이다. 현재 남한 화폐는 달러당 1,068원 정도에 거래된다. 반면 북한 화폐는 암시장에서 1만 원 내외에 거래된다. 시장에서 남한 화폐의 가치를 북한 화폐의 9~10배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만일 남북통일 이후 화폐교환 비율은 3대 1 정도만 잡아도 북한 돈을 가진 사람은 수익을 올린다.

물론 이런 전망들은 어디까지 통일을 가정해 계산해 본 것에 불과하다. 통일은 커녕 북한 핵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국제 제재가 길어질 경우 대박은 커녕 쪽박을 차게될 수 밖에 없다. 2013년 이래 북한 채권은 일부 서구 펀드 외에는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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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국채투자, 수익 1,000% 대박은 현실이 될까요
    • 입력 2018-05-13 07:01:15
    • 수정2018-05-13 13:00:28
    취재K
북한은 2003년 5월 국채를 발행했다.‘인민생활공채’라는 이름의 10년 만기 채권인데 500원, 1,000원, 5,000원 등 세 종류였다.

상환 방식은 다른 나라들과는 차이가 있다. 추첨제 상환방식으로 1등 당첨 시 액면가의 50배를 준다. 당첨은 7등급 까지 있다. 물론 당첨되지 않은 채권에 대해서는 만기 때 원금을 돌려준다. '로또 복권’성격을 가미한 북한식 채권인 셈이다.

북한은 이 국채 매입을 주민들에게 장려하면서 100만 원 이상의 공채를 구매했을 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의 공동명의로 된 ‘애국 표창장’을 수여한다고 한다.


최근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는 등 북한 핵 문제가 해결 조짐을 보이면서 북한 채권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특수 채권으로 북한 국채가 종종 거래 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한 채권은 1970년대 북한이 서방은행들로부터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한 채 84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뒤 이를 유동화하기 위해 서방은행이 재발행한 것이 대부분이다.

투자은행인 BNP 파리바는 97년 북한의 다양한 채권을 모아 이자가 없는 제로쿠폰 형태로 독일 마르크화, 스위스 프랑 등의 표시통화로 채권을 재발행했다. 2010년 3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2020년 3월 12일까지 한 차례 연장됐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2013년 북한 채권의 원금과 누적 이자를 합산할 경우 약 30억 달러(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전문지 IFR에 따르면 현재 액면가 1달러인 북한의 채권은 국제금융시장에서 0.76 센트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 북한 채권은 국제 정세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게 보통이다.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는 남북 경협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20센트와 26센트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국채는 북한의 핵 개발과 이에 따른 국제 제재로 2017년 이후에는 1센트 이하로 내려갔다. 물론 거래도 잘 안 된다.

그럼에도 이런 북한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도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3종류의 북한 채권을 2007년 6월부터 4년간 매입했다. 프랭클린이 매입한 북한 채권의 액면가 총액은 약 5,598만 달러, 실제 매입 원가는 5.5% 수준인 313만 달러다.


프랭클린이 보유한 채권의 장부상 현재 가치는 0원이다. 북한은 이미 디폴트를 선언한 국가이 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채권이 액면가대로 상환될 다고 가정하면 수익률은 1,600%가 넘는다. 그야말로 '초대박' 수익인 셈이다.

짐 로저스
그렇다면 이미 디폴트를 선언한 북한이 국채를 상환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통일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독일은 통일 이후 구 동독이 서방에 진 대외 채무를 모두 상환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최근 북한 채권에 투자하는 서방 자본은 통일 이후 남한이 북한 채무를 모두 갚아줄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원금 상환 가능성을 0%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에 액면가 1 달러짜리가 10센트 이하에서 거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화폐의 투자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2013년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며 국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북한 채권과 화폐를 일부 사들였다. 특히 그는 싱가포르 국제화폐 박람회 등을 통해 북한 돈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화폐가 돈이 된다고 보는 견해는 통일 이후 적용될 화폐 교환 비율 때문이다. 현재 남한 화폐는 달러당 1,068원 정도에 거래된다. 반면 북한 화폐는 암시장에서 1만 원 내외에 거래된다. 시장에서 남한 화폐의 가치를 북한 화폐의 9~10배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만일 남북통일 이후 화폐교환 비율은 3대 1 정도만 잡아도 북한 돈을 가진 사람은 수익을 올린다.

물론 이런 전망들은 어디까지 통일을 가정해 계산해 본 것에 불과하다. 통일은 커녕 북한 핵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국제 제재가 길어질 경우 대박은 커녕 쪽박을 차게될 수 밖에 없다. 2013년 이래 북한 채권은 일부 서구 펀드 외에는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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