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화염 뿜으며 24층 건물 붕괴…도시 빈민들의 죽음 뒤에는

입력 2018.05.13 (10:56) 수정 2018.05.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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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간 붕괴 … "49명 실종?"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 새벽, 징검다리 휴일이 겹치면서 연휴를 즐기던 남미 최대 도시 브라질 상파울루는 새벽 시간 순식간에 참사를 맞았다. 새벽 1시 30분쯤, 도심 24층 고층건물에 불이 나 1시간 20분 만에 건물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사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건물에는 여러 가구가 살고 있었다고 전해졌지만, 정확히 얼마의 가구가 살고 있었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붕괴 당시 현지 언론에서는 2~3명의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새벽잠을 깬 뒤 현장으로 출동해 상파울루 주지사를 만나 인터뷰를 했지만, 그도 50가구 이상이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정확한 가구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주 정부와 시 정부 등이 신원을 확인한 사망자는 단 3명, 다만 372명이 거주했었고 49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집계가 나왔다. 이는 거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 수치다.

사상자·실종자 파악 왜 안 되나?
붕괴 건물에는 노숙인과 난민 등 거주지가 불분명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7, 8년 전 빈 건물로 방치될 당시 불법 점거해 거주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경찰서 건물로 사용되다 경찰서가 이전하면서 건물이 비자 이른바 MSLM이라고 하는 '주거운동조직'과 함께 기획적으로 점거에 들어갔다. 그 뒤 10층까지 가구별로 칸막이를 세우고 거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점거 뒤 수시로 가구의 이전이 이뤄졌지만, 행정당국은 파악할 수 없었다. 현재, 소방대원들은 연일 붕괴 건물 잔해물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수의 유해가 발견되고 있지만, 신원 파악이 어려워 사상자 수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빈 건물을 노려라!
브라질에서 저소득층의 주거권은 법에 명시돼 있다. 특히, 활용되지 않는 건물이나 토지에 대해 저소득층이 우선 사용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법 규정을 악용해 '주거운동조직'은 노숙자 등과 함께 빈 건물 점거에 들어간다. 건물주가 빚을 지고 있는데도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지 주 정부에 2년 넘게 계획을 알리지 않을 경우, 세금을 물리고 7년간 부과 벌금과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주 정부에 건물 소유권이 이전된다. 이런 건물이 '주거운동조직'의 표적이 된다. 불법 점거 뒤에도 정부는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7년이 지나기 전이라도 건물주나 주 정부는 불법 점거한 사람들을 내쫓을 수는 있지만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경우 노숙인 증가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우려해 강제 퇴거 조치를 피하고 있다.

더욱이, 브라질 법에 모든 건물은 주거 기능과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기능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강제로 이들을 내쫓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무너진 건물에 대해 주 정부는 2014년 거주민들에게 퇴거를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국도 모든 이들의 거주권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점거한 거주민들이 자진 퇴거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이들을 몰아낼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피할 수 있었던 참사" … 소방당국 안전 위험 알았다
소방당국이 밝힌 건물의 화재 원인은 전기 합선. 빈민가로 불리는 파벨라와 같이 이 건물에서도 전기를 인근에서 끌어와 사용했다. 이른바 'gato', 고양이를 뜻하는 이 말은 도둑고양이처럼 전기를 도둑질해서 사용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전력은 부족했지만,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합선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다. 더욱이, 엘리베이터를 제거한 공간이 화재 당시 굴뚝 역할을 하면서 화염이 공간을 통해 순식간에 솟구쳐 올라가 불이 난 지 불과 1시간 20분 만에 24층 건물이 맥없이 주저앉은 것으로 소방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2015년 건물 안전의 위험을 경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그럴만한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파울루 70여 건물 4천 가구 불법 점거
상파울루시 도시 빈민의 증가율은 해마다 4%로 시 인구 증가율 0.8%보다 높다. 여기에 노숙인의 숫자도 2000년 8천7백여 명이었던 것이 2015년 기준 만 6천 명에 이르러 상파울루의 주거 부족 문제가 당면한 현안이 되고 있다. 상파울루 시 정부는 현재 70여 건물에 4천 가구가 불법 점거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빚이 있는 건물을 노려 조직적으로 점거해 사는 것이다. 하지만, 붕괴 건물처럼 이들이 불법 점거해 거주하고 있는 건물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관 기사] [뉴스9] 브라질 24층 건물 화재로 붕괴…“노숙인 사상자 많을 듯”(20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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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화염 뿜으며 24층 건물 붕괴…도시 빈민들의 죽음 뒤에는
    • 입력 2018-05-13 10:56:42
    • 수정2018-05-13 13:16:54
    특파원 리포트

새벽시간 붕괴 … "49명 실종?"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 새벽, 징검다리 휴일이 겹치면서 연휴를 즐기던 남미 최대 도시 브라질 상파울루는 새벽 시간 순식간에 참사를 맞았다. 새벽 1시 30분쯤, 도심 24층 고층건물에 불이 나 1시간 20분 만에 건물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사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건물에는 여러 가구가 살고 있었다고 전해졌지만, 정확히 얼마의 가구가 살고 있었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붕괴 당시 현지 언론에서는 2~3명의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새벽잠을 깬 뒤 현장으로 출동해 상파울루 주지사를 만나 인터뷰를 했지만, 그도 50가구 이상이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정확한 가구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주 정부와 시 정부 등이 신원을 확인한 사망자는 단 3명, 다만 372명이 거주했었고 49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집계가 나왔다. 이는 거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 수치다.

사상자·실종자 파악 왜 안 되나?
붕괴 건물에는 노숙인과 난민 등 거주지가 불분명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7, 8년 전 빈 건물로 방치될 당시 불법 점거해 거주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경찰서 건물로 사용되다 경찰서가 이전하면서 건물이 비자 이른바 MSLM이라고 하는 '주거운동조직'과 함께 기획적으로 점거에 들어갔다. 그 뒤 10층까지 가구별로 칸막이를 세우고 거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점거 뒤 수시로 가구의 이전이 이뤄졌지만, 행정당국은 파악할 수 없었다. 현재, 소방대원들은 연일 붕괴 건물 잔해물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수의 유해가 발견되고 있지만, 신원 파악이 어려워 사상자 수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빈 건물을 노려라!
브라질에서 저소득층의 주거권은 법에 명시돼 있다. 특히, 활용되지 않는 건물이나 토지에 대해 저소득층이 우선 사용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법 규정을 악용해 '주거운동조직'은 노숙자 등과 함께 빈 건물 점거에 들어간다. 건물주가 빚을 지고 있는데도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지 주 정부에 2년 넘게 계획을 알리지 않을 경우, 세금을 물리고 7년간 부과 벌금과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주 정부에 건물 소유권이 이전된다. 이런 건물이 '주거운동조직'의 표적이 된다. 불법 점거 뒤에도 정부는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7년이 지나기 전이라도 건물주나 주 정부는 불법 점거한 사람들을 내쫓을 수는 있지만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경우 노숙인 증가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우려해 강제 퇴거 조치를 피하고 있다.

더욱이, 브라질 법에 모든 건물은 주거 기능과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기능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강제로 이들을 내쫓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무너진 건물에 대해 주 정부는 2014년 거주민들에게 퇴거를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국도 모든 이들의 거주권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점거한 거주민들이 자진 퇴거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이들을 몰아낼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피할 수 있었던 참사" … 소방당국 안전 위험 알았다
소방당국이 밝힌 건물의 화재 원인은 전기 합선. 빈민가로 불리는 파벨라와 같이 이 건물에서도 전기를 인근에서 끌어와 사용했다. 이른바 'gato', 고양이를 뜻하는 이 말은 도둑고양이처럼 전기를 도둑질해서 사용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전력은 부족했지만,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합선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다. 더욱이, 엘리베이터를 제거한 공간이 화재 당시 굴뚝 역할을 하면서 화염이 공간을 통해 순식간에 솟구쳐 올라가 불이 난 지 불과 1시간 20분 만에 24층 건물이 맥없이 주저앉은 것으로 소방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2015년 건물 안전의 위험을 경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그럴만한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파울루 70여 건물 4천 가구 불법 점거
상파울루시 도시 빈민의 증가율은 해마다 4%로 시 인구 증가율 0.8%보다 높다. 여기에 노숙인의 숫자도 2000년 8천7백여 명이었던 것이 2015년 기준 만 6천 명에 이르러 상파울루의 주거 부족 문제가 당면한 현안이 되고 있다. 상파울루 시 정부는 현재 70여 건물에 4천 가구가 불법 점거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빚이 있는 건물을 노려 조직적으로 점거해 사는 것이다. 하지만, 붕괴 건물처럼 이들이 불법 점거해 거주하고 있는 건물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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