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후계자에 420억 물려준 고모부…알고보니 은혜 갚은 제비(?)

입력 2018.05.13 (12:00) 수정 2018.05.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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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후계자에 420억 물려준 고모부…알고보니 은혜 갚은 제비(?)

LG家 후계자에 420억 물려준 고모부…알고보니 은혜 갚은 제비(?)

최근 검찰이 LG그룹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LG그룹 사주 가족 간 주식거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2016년에도 눈에 띄는 거래가 있었다.

지난 2016년 12월 깨끗한나라(구 대한펄프) 최병민 회장은 LG 총수일가 4세 구광모 LG전자 상무와 구연경 씨에게 (주)LG 주식 70만 주(당시 가치로 각각 210억 원 규모)를 물려줬다.

구 상무와 구연경 씨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과 딸이다. 최 회장의 부인 구미정 씨는 구 회장의 여동생이다. 그러니까 구 상무와 구연경 씨에게 구미정 씨는 고모가 되고, 최 회장은 고모부가 된다.

고모부가 조카에게 420억 원어치의 주식을 증여했다는 얘기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자식이 아닌 조카에게 수백억 원을 물려주는 일은 흔치 않다.

최 회장은 2015년 2월부터 12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약 800억 원(거래일 종가로 추정) 이상을 들여 (주)LG 주식을 매입했다. 1년 동안 개인 돈을 들여 (주)LG 주식 129만여 주를 샀다가 1년 만에 조카 둘에게 70만 주, 그러니까 절반 이상을 증여한 것이다.

최 회장과 LG 총수일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영난에 처한 깨끗한나라…구원투수로 나선 희성전자

최 회장과 LG가(家)의 직접적인 관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2006년 14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깨끗한나라는 2007년과 2008년에도 각각 198억 원, 294억 원의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재무상황이 악화했다. 2007년 1,600%를 넘었던 부채비율은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에도 1,496%에 달했다.


이처럼 회사가 어려운 시절 최 회장의 처가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최 회장의 아내 구미정 씨는 LG그룹 2대 총수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딸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다.

직접 나선 것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자 구미정 씨의 오빠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었다. 희성그룹 주력기업 희성전자는 2009년 2월 최 회장의 지분 499만여 주를 약 160억 원(주당 3,200원)에 매입하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4월에는 깨끗한나라가 실시한 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에 참여해 622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800억 원의 돈을 융통한 깨끗한나라는 600억 원 가까운 돈을 빚 갚는 데 쓰면서 경영정상화에 힘썼다.

경영정상화 후 최 회장 자녀들에게 지분 넘겨

2010년 3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꾸준히 흑자를 내면서 2013년 부채비율을 150%까지 떨어트렸다.

회사가 정상화된 2014년 7월 25일 희성전자는 깨끗한나라 주식을 최 회장의 세 자녀에게 팔면서 경영권을 다시 최 회장 측에 넘겼다.


최 회장의 아들 최정규 씨와 두 딸 최현수 깨끗한나라 전무, 최윤수 씨 등은 희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깨끗한나라 주식 총 1166만 주를 약 681억 원(주당 5,840원)에 사들였다. 당시 매각가는 거래가 있던 7월 25일 당시 종가다. 경영권을 넘겨받았지만 매입 가격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지 않았던 셈이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붙이지 않고 경영권을 넘겼으니 희성전자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을 너무 싸게 넘겨 손해를 본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이유는 희성전자 주주가 구본능 회장(42.1%) 등 구 씨와 허 씨 5명의 범LG그룹 사주 일가로 이뤄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영권을 희성전자에 넘긴 이후로 깨끗한나라의 사내이사직에 머물러 있던 최 회장은 2015년 3월 20일 깨끗한나라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비로소 깨끗한나라 회장직을 되찾았다.

경영권 되찾은 후 LG주식 매입 후 LG家 4세에 증여

최 회장은 본격적으로 깨끗한나라 경영 일선에 나선 2015년 2월부터 그해 12월까지 12차례에 걸쳐 LG그룹 지주사인 (주)LG의 주식 129만 1594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추정한 매입 금액만 811억 6,500만 원에 달했다.

최 회장은 이렇게 사들인 주식 중 70만 주를 구광모 LG전자 상무와 구연경 씨 등 LG家 4세에게 물려줬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LG그룹 후계자로 잘 알려진 구 상무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인 동시에 구 회장의 양자다. LG그룹 후계를 위해 2004년 양자로 입적됐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 구원투수로 나섰던 희성그룹 사주 구본능 회장의 친아들에게 수백억 원의 주식을 물려준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증여 관련 사안은 오너일가 끼리의 일"이라며 "개인적인 일이라 따로 회사에 알리지도 않았고, 회사에서 파악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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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家 후계자에 420억 물려준 고모부…알고보니 은혜 갚은 제비(?)
    • 입력 2018-05-13 12:00:31
    • 수정2018-05-13 15:52:51
    취재K
최근 검찰이 LG그룹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LG그룹 사주 가족 간 주식거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2016년에도 눈에 띄는 거래가 있었다.

지난 2016년 12월 깨끗한나라(구 대한펄프) 최병민 회장은 LG 총수일가 4세 구광모 LG전자 상무와 구연경 씨에게 (주)LG 주식 70만 주(당시 가치로 각각 210억 원 규모)를 물려줬다.

구 상무와 구연경 씨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과 딸이다. 최 회장의 부인 구미정 씨는 구 회장의 여동생이다. 그러니까 구 상무와 구연경 씨에게 구미정 씨는 고모가 되고, 최 회장은 고모부가 된다.

고모부가 조카에게 420억 원어치의 주식을 증여했다는 얘기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자식이 아닌 조카에게 수백억 원을 물려주는 일은 흔치 않다.

최 회장은 2015년 2월부터 12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약 800억 원(거래일 종가로 추정) 이상을 들여 (주)LG 주식을 매입했다. 1년 동안 개인 돈을 들여 (주)LG 주식 129만여 주를 샀다가 1년 만에 조카 둘에게 70만 주, 그러니까 절반 이상을 증여한 것이다.

최 회장과 LG 총수일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영난에 처한 깨끗한나라…구원투수로 나선 희성전자

최 회장과 LG가(家)의 직접적인 관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2006년 14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깨끗한나라는 2007년과 2008년에도 각각 198억 원, 294억 원의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재무상황이 악화했다. 2007년 1,600%를 넘었던 부채비율은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에도 1,496%에 달했다.


이처럼 회사가 어려운 시절 최 회장의 처가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최 회장의 아내 구미정 씨는 LG그룹 2대 총수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딸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다.

직접 나선 것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자 구미정 씨의 오빠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었다. 희성그룹 주력기업 희성전자는 2009년 2월 최 회장의 지분 499만여 주를 약 160억 원(주당 3,200원)에 매입하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4월에는 깨끗한나라가 실시한 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에 참여해 622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800억 원의 돈을 융통한 깨끗한나라는 600억 원 가까운 돈을 빚 갚는 데 쓰면서 경영정상화에 힘썼다.

경영정상화 후 최 회장 자녀들에게 지분 넘겨

2010년 3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꾸준히 흑자를 내면서 2013년 부채비율을 150%까지 떨어트렸다.

회사가 정상화된 2014년 7월 25일 희성전자는 깨끗한나라 주식을 최 회장의 세 자녀에게 팔면서 경영권을 다시 최 회장 측에 넘겼다.


최 회장의 아들 최정규 씨와 두 딸 최현수 깨끗한나라 전무, 최윤수 씨 등은 희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깨끗한나라 주식 총 1166만 주를 약 681억 원(주당 5,840원)에 사들였다. 당시 매각가는 거래가 있던 7월 25일 당시 종가다. 경영권을 넘겨받았지만 매입 가격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지 않았던 셈이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붙이지 않고 경영권을 넘겼으니 희성전자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을 너무 싸게 넘겨 손해를 본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이유는 희성전자 주주가 구본능 회장(42.1%) 등 구 씨와 허 씨 5명의 범LG그룹 사주 일가로 이뤄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영권을 희성전자에 넘긴 이후로 깨끗한나라의 사내이사직에 머물러 있던 최 회장은 2015년 3월 20일 깨끗한나라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비로소 깨끗한나라 회장직을 되찾았다.

경영권 되찾은 후 LG주식 매입 후 LG家 4세에 증여

최 회장은 본격적으로 깨끗한나라 경영 일선에 나선 2015년 2월부터 그해 12월까지 12차례에 걸쳐 LG그룹 지주사인 (주)LG의 주식 129만 1594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추정한 매입 금액만 811억 6,500만 원에 달했다.

최 회장은 이렇게 사들인 주식 중 70만 주를 구광모 LG전자 상무와 구연경 씨 등 LG家 4세에게 물려줬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LG그룹 후계자로 잘 알려진 구 상무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인 동시에 구 회장의 양자다. LG그룹 후계를 위해 2004년 양자로 입적됐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 구원투수로 나섰던 희성그룹 사주 구본능 회장의 친아들에게 수백억 원의 주식을 물려준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증여 관련 사안은 오너일가 끼리의 일"이라며 "개인적인 일이라 따로 회사에 알리지도 않았고, 회사에서 파악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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