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민에 총 못 쏜다”…다섯 경찰관 뒤늦은 추모

입력 2018.05.14 (21:38) 수정 2018.05.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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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표 명령을 거부하고 시민들을 보호하려다가 순직한 경찰관들이 있었는데요.

수십 년 동안 침묵 속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는 행사가 오늘(14일) (광주에서) 열렸습니다.

정유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 경찰국장이었던 고 안병하 치안감의 아내 전임순 씨.

남편이 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전임순/고 안병하 치안감 부인 : "시민들에게 경찰이 어떻게 총을 쏴요, 그래서 듣질 않았고. 군인들 너무 지나치지 않느냐고..."]

안 치안감이 남긴 비망록입니다.

당시 혼란의 원인을 과격한 진압으로 인한 유혈사태, 악성 유언비어 등으로 봤습니다

시위를 제지할 때는 경찰봉 사용에 유의하고 경찰의 희생이 있더라도 시민 희생자는 절대 나오면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포하는 대신 무기를 회수하고, 부상당한 시위대를 치료하는 등 시민의 편에 섰습니다.

하지만 안 치안감은 직위 해제된 뒤 고문을 당하고 후유증에 시달린 끝에 숨졌습니다

정원영 씨의 아버지 역시 군과 시민 사이의 저지선을 지키다 버스에 들이받혀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원영/고 정충길 경사 아들 : "사실 경찰저지선이 없었으면 더 큰 사고 났을 거예요. 공수부대랑 직접 (충돌했을 거예요)."]

정 경사를 비롯해 강정웅, 이세홍, 박기웅 경장까지 모두 4명이 이 사고로 순직했습니다.

[정원영/고 정충길 경사 아들 : "권력은 이걸 감추고 싶고. 그러니까 어느 누구도 우리를 거론하지 않고."]

침묵해야 했던 한스러운 지난 시간,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자신을 희생했던 이들의 정신은 38년 세월이 흐른 뒤에야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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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 시민에 총 못 쏜다”…다섯 경찰관 뒤늦은 추모
    • 입력 2018-05-14 21:39:53
    • 수정2018-05-14 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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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표 명령을 거부하고 시민들을 보호하려다가 순직한 경찰관들이 있었는데요.

수십 년 동안 침묵 속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는 행사가 오늘(14일) (광주에서) 열렸습니다.

정유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 경찰국장이었던 고 안병하 치안감의 아내 전임순 씨.

남편이 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전임순/고 안병하 치안감 부인 : "시민들에게 경찰이 어떻게 총을 쏴요, 그래서 듣질 않았고. 군인들 너무 지나치지 않느냐고..."]

안 치안감이 남긴 비망록입니다.

당시 혼란의 원인을 과격한 진압으로 인한 유혈사태, 악성 유언비어 등으로 봤습니다

시위를 제지할 때는 경찰봉 사용에 유의하고 경찰의 희생이 있더라도 시민 희생자는 절대 나오면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포하는 대신 무기를 회수하고, 부상당한 시위대를 치료하는 등 시민의 편에 섰습니다.

하지만 안 치안감은 직위 해제된 뒤 고문을 당하고 후유증에 시달린 끝에 숨졌습니다

정원영 씨의 아버지 역시 군과 시민 사이의 저지선을 지키다 버스에 들이받혀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원영/고 정충길 경사 아들 : "사실 경찰저지선이 없었으면 더 큰 사고 났을 거예요. 공수부대랑 직접 (충돌했을 거예요)."]

정 경사를 비롯해 강정웅, 이세홍, 박기웅 경장까지 모두 4명이 이 사고로 순직했습니다.

[정원영/고 정충길 경사 아들 : "권력은 이걸 감추고 싶고. 그러니까 어느 누구도 우리를 거론하지 않고."]

침묵해야 했던 한스러운 지난 시간,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자신을 희생했던 이들의 정신은 38년 세월이 흐른 뒤에야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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