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맥도날드 열려면…북-미 ‘빅딜’ 이뤄질까

입력 2018.05.15 (06:16) 수정 2018.05.1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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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도 안 보이는 북한

지난 2014년 미 우주항공국 NASA가 공개한 위성사진입니다.

남한과 중국, 러시아는 밤에도 전깃불이 휘황찬란하지만, 북한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평양만이 빛나는 섬처럼 어둠 속에 떠 있습니다.

일부 외신들은 "북한은 너무 비밀스러운 존재라서 우주에서도 안 보여!"라는 우스개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북한 연간 발전량 = 인천 시민이 1년 간 사용할 용량

북한의 전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00년과 2014년 사진을 비교해도 달라진 게 없네요.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전력난은 과연 얼마나 심각한 걸까요?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을 찾아볼까요. 2016년 기준 남한의 발전량은 5,404억 킬로와트시(kWh)인 반면 북한은 239억 킬로와트시(kWh)에 그쳤습니다. 북한의 연간 발전량은 남한의 4.4%, 인천시민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정도 수준입니다.

1970년대 남한 수준, 엘리베이터도 멈춰

2016년 기준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총 766만kW로 남한의 7.2% 수준에 불과합니다. 석유와 석탄 등 천연자원 상태에서 공급되는 1차 에너지의 소비량은 991만TOE로 남한의 3.3%에 그칩니다. 남한의 1970년대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양에서도 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고 전기가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들어간다는 분석입니다. 지방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밖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산업시설을 운영하는 건 꿈같은 얘기입니다.


대북 경제 제재 선봉 미국 "북한의 전력망 건설 돕겠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의 대규모 민간 투자가 허용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의 에너지(전력)망 건설과 인프라 발전을 미국의 민간 부문이 도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북 제재를 해제해 미 자본이 북한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10여 개 법안으로 세계 각국의 대북 경제지원을 차단하고 있는 미국이 '민간 투자'를 언급한 것 자체가 급진적이라 하겠죠.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에 따라 발전소를 짓거나 전력망을 정비하는 등 인프라 분야 미국 자본의 북한 진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도 등장한 발전소


북한의 전력난 해소 방안은 남북 간 교류에서도 빠질 수 없는 주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긴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한국동서발전이 남북 접경 지역이나 비무장지대에 5백 ㎿급 복합화력발전소, 가칭 평화발전소를 세워 북한 전력난 해소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산업부와 동서발전이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라며 부인하긴 했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얘기임은 분명합니다.

맥도날드 평양점도 전기가 있어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은 트럼프타워가 대동강에 들어서고, 맥도날드가 평양 시내에 입점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컨소시엄 사업을 진행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북한 시장이 급격히 개방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개방을 위해선 전력망을 포함한 북한 내 인프라 구축이 먼저겠죠.

분단 이후 남한과 북한은 전혀 다른 전력 규격과 운영 방식을 가지고 지냈습니다. 북한 내 발전소도 노후한 석탄 발전소가 대부분, 그나마도 주민들이 전선을 끌어다 쓰는 바람에 전력 손실률은 30%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간 3.8억 킬로와트시(kWh)의 전력만 북한에 지원해도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1%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은 북한의 경제를 살리고, 미국과 세계의 투자를 유입하고, 남한의 관련 업체들에도 새 시장을 제공하는 윈-윈-윈 게임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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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에 맥도날드 열려면…북-미 ‘빅딜’ 이뤄질까
    • 입력 2018-05-15 06:16:21
    • 수정2018-05-15 11:56:35
    취재K
우주에서도 안 보이는 북한 지난 2014년 미 우주항공국 NASA가 공개한 위성사진입니다. 남한과 중국, 러시아는 밤에도 전깃불이 휘황찬란하지만, 북한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평양만이 빛나는 섬처럼 어둠 속에 떠 있습니다. 일부 외신들은 "북한은 너무 비밀스러운 존재라서 우주에서도 안 보여!"라는 우스개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북한 연간 발전량 = 인천 시민이 1년 간 사용할 용량 북한의 전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00년과 2014년 사진을 비교해도 달라진 게 없네요.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전력난은 과연 얼마나 심각한 걸까요?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을 찾아볼까요. 2016년 기준 남한의 발전량은 5,404억 킬로와트시(kWh)인 반면 북한은 239억 킬로와트시(kWh)에 그쳤습니다. 북한의 연간 발전량은 남한의 4.4%, 인천시민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정도 수준입니다. 1970년대 남한 수준, 엘리베이터도 멈춰 2016년 기준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총 766만kW로 남한의 7.2% 수준에 불과합니다. 석유와 석탄 등 천연자원 상태에서 공급되는 1차 에너지의 소비량은 991만TOE로 남한의 3.3%에 그칩니다. 남한의 1970년대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양에서도 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고 전기가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들어간다는 분석입니다. 지방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밖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산업시설을 운영하는 건 꿈같은 얘기입니다. 대북 경제 제재 선봉 미국 "북한의 전력망 건설 돕겠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의 대규모 민간 투자가 허용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의 에너지(전력)망 건설과 인프라 발전을 미국의 민간 부문이 도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북 제재를 해제해 미 자본이 북한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10여 개 법안으로 세계 각국의 대북 경제지원을 차단하고 있는 미국이 '민간 투자'를 언급한 것 자체가 급진적이라 하겠죠.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에 따라 발전소를 짓거나 전력망을 정비하는 등 인프라 분야 미국 자본의 북한 진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도 등장한 발전소 북한의 전력난 해소 방안은 남북 간 교류에서도 빠질 수 없는 주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긴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한국동서발전이 남북 접경 지역이나 비무장지대에 5백 ㎿급 복합화력발전소, 가칭 평화발전소를 세워 북한 전력난 해소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산업부와 동서발전이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라며 부인하긴 했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얘기임은 분명합니다. 맥도날드 평양점도 전기가 있어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은 트럼프타워가 대동강에 들어서고, 맥도날드가 평양 시내에 입점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컨소시엄 사업을 진행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북한 시장이 급격히 개방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개방을 위해선 전력망을 포함한 북한 내 인프라 구축이 먼저겠죠. 분단 이후 남한과 북한은 전혀 다른 전력 규격과 운영 방식을 가지고 지냈습니다. 북한 내 발전소도 노후한 석탄 발전소가 대부분, 그나마도 주민들이 전선을 끌어다 쓰는 바람에 전력 손실률은 30%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간 3.8억 킬로와트시(kWh)의 전력만 북한에 지원해도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1%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은 북한의 경제를 살리고, 미국과 세계의 투자를 유입하고, 남한의 관련 업체들에도 새 시장을 제공하는 윈-윈-윈 게임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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