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도시’ 예루살렘 뒤흔드는 미국대사관

입력 2018.05.15 (08:02) 수정 2018.05.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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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예루살렘 ‘통곡의 벽’ 찾아

2017년 5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해 예루살렘 성지인 '통곡의 벽'을 찾았다.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Kippah)를 쓰고 벽에 손을 대는 등 추모의식을 하는 모습이다. 이것이 복선이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여 뒤인 2017년 12월 6일 미국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선언하고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맞아 미국대사관 예루살렘으로 전격 이전


그리고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건국 70주년을 맞은 뜻깊은 날, 미국은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공식 이전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큐슈너,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포함한 대규모 사절단을 맞이하는 리셉션을 열었다. 큐슈너와 므누신은 정통 유대인이고 이방카는 남편을 따라 유대교로 개종했다. 현장에는 'CELEBRATING TRUE FRIENDSHIP'(진실한 우정 기념식)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100만 명 순교자 보낼 것” 대규모 시위 예고

중동 국가들이 극렬히 반대해 온 예루살렘 수도 인정 문제를 트럼프가 건드림에 따라 중동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이 요르단 지역이었던 동(東)예루살렘을 접수한 기념일(13일), 이스라엘 건국 기념일(14일), 팔레스타인에게는 70만 명이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알나크바(대재앙의 날, 15일)가 이어져 '제3의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 이스라엘 저항운동)'로 인한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창립자인 마무드 알자하르는 "신의 뜻에 따라 해방을 이룰 때까지 100만 명의 순교자를 보낼 것"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미 지난 한 달 반 동안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 등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40명이 넘고 다친 사람도 730명이 넘는다. 이스라엘은 최대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어 역대 최악의 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이 지역에 3개 여단 병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3대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 예루살렘(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은 세계 3대 종교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이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지만,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도시이다.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을 가졌지만 정작 분쟁이 끊이질 않는 도시였다. 이곳은 기원전 1,000년 무렵 다윗왕이 고대 이스라엘 왕궁의 수도로 삼았지만, 기원전 63년에 국교가 기독교인 로마군에 점령당했다. 당시 성전은 기원후 70년 로마 점령 시기에 무너졌지만, 성전의 서쪽 벽은 '통곡의 벽'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638년에는 다시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에게 함락돼 그들의 지배를 받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서기 7세기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가 승천한 곳으로 알려진 '알아크사 모스크'가 있는 곳이다. 메카-메디나와 함께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힌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후 안장된 묘지에 세워진 기독교 성지 성묘교회도 예루살렘에 있다. 이 때문에 3대 종교의 발생지이자 각축장으로 중동 지역의 핵심 지역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속 예루살렘은 ‘특별한 국가체제’로 양국 공존

이런 예루살렘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1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요르단 서쪽을 장악하면서 동과 서로 나뉘었다. 이후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west bank)까지 점령해 자신들이 영토로 병합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엔은 1967년부터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엔안보리도 1980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이 실질적으로 예루살렘을 장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현재도 동예루살렘 주민의 대다수는 팔레스타인인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통치를 받고 있으나 의회 선거 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국제사회는 두 나라의 공존을 모색하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예루살렘을 '특별한 국가체제'로 정했다. 현재 대부분의 외국 대사관들이 텔아비브에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예루살렘 대사관 개관은 이런 신사협정을 깨 버린 것이다.

트럼프,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않는 국제법 깨뜨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건국 이후 줄곧 2개 국가해법,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정책에 따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영토뿐 아니라 3대 종교의 성지가 공존하는 종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인 만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5년 미 의회는 공화당 주도로 '예루살렘 대사관 법'을 통과시키며 1999년 5월까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하면서도 '미국의 안보를 위해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6개월마다 이전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해 두었다. 이에 따라 조지 W 부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후 한 차례 이전을 연기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번 결정이 중동이 화약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 내 최고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이에 반대하고 있다. 살만 국왕은 "미국 대사관을 옮기는 것은 전 세계 무슬림을 자극하는 위험한 도발"이라고 우려했다. 스테판 유엔 대변인은 "우리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안에 근거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당사자 간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만 하는 최종적 문제로 여긴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깊은 우려는 나타내며 유엔결의안에 따를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왜 중동의 화약고를 건드렸을까?

아랍이 반대하고 유럽이 반대하고 심지어 미국 국민들도 반기지 않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트럼프는 왜 강행하는 것일까? 아랍권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중동 내 외교적 고립도 불가피하다. 승부사로 불리는 트럼프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영국의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가 대사관을 옮긴 이유를 4가지 가설로 정리했다. 첫째는 트럼프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가설이다. 전임자들과 달리 트럼프는 미국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려 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행동이라는 가설이다. 브루킹스연구소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 81%는 대사관 이전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들은 어차피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 공화당 지지자는 찬성 49%, 반대 44%이다. 가장 강력한 트럼프 지지 세력 중 하나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53%가 이전을 지지했다. 셋째, 팔레스타인을 압박해 성과를 얻으려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기술이라는 가설이다. 넷째는 애초에 트럼프 자체가 이스라엘 편향적인 인물이며 평화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가설도 나온다.

이 가운데 이번 선택도 트럼프식 이해득실을 따진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갈등을 불러올 조치를 트럼프가 강행한 것은 그가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국제사회 합의들의 일방적 파기 조치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파기 및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위협 등 다자무역협정 파기 시도, 최근에는 이란과의 국제 핵협정 파기 등을 거침없이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조치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지지하는 와스프,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즉, 앵글로 색슨계 백인 기독교 유권자들을 겨냥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진 전략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핵심 집단인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과 보수적 유대계 유권자들을 겨냥한 조처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은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과 친이스라엘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70여 년에 걸친 미국의 대 중동정책을 뒤집으며 지구촌 최대의 화약고인 중동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는(미국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현실에 대한 인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은 해야 할 옳은 일이다.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대한 새로운 해법의 시작을 알리게 될 것이다"라는 트럼프의 말대로 예루살렘이, 지명 그대로 '평화의 도시'가 되어 예루살렘에 걸린 현수막의 구호대로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이 'CELEBRATING TRUE FRIENDSHIP'(진정한 우정)을 외치길 세계인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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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5 08:02:24
    • 수정2018-05-15 11:43:31
    취재K
트럼프 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예루살렘 ‘통곡의 벽’ 찾아 2017년 5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해 예루살렘 성지인 '통곡의 벽'을 찾았다.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Kippah)를 쓰고 벽에 손을 대는 등 추모의식을 하는 모습이다. 이것이 복선이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여 뒤인 2017년 12월 6일 미국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선언하고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맞아 미국대사관 예루살렘으로 전격 이전 그리고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건국 70주년을 맞은 뜻깊은 날, 미국은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공식 이전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큐슈너,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포함한 대규모 사절단을 맞이하는 리셉션을 열었다. 큐슈너와 므누신은 정통 유대인이고 이방카는 남편을 따라 유대교로 개종했다. 현장에는 'CELEBRATING TRUE FRIENDSHIP'(진실한 우정 기념식)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100만 명 순교자 보낼 것” 대규모 시위 예고 중동 국가들이 극렬히 반대해 온 예루살렘 수도 인정 문제를 트럼프가 건드림에 따라 중동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이 요르단 지역이었던 동(東)예루살렘을 접수한 기념일(13일), 이스라엘 건국 기념일(14일), 팔레스타인에게는 70만 명이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알나크바(대재앙의 날, 15일)가 이어져 '제3의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 이스라엘 저항운동)'로 인한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창립자인 마무드 알자하르는 "신의 뜻에 따라 해방을 이룰 때까지 100만 명의 순교자를 보낼 것"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미 지난 한 달 반 동안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 등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40명이 넘고 다친 사람도 730명이 넘는다. 이스라엘은 최대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어 역대 최악의 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이 지역에 3개 여단 병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3대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 예루살렘(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은 세계 3대 종교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이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지만,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도시이다.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을 가졌지만 정작 분쟁이 끊이질 않는 도시였다. 이곳은 기원전 1,000년 무렵 다윗왕이 고대 이스라엘 왕궁의 수도로 삼았지만, 기원전 63년에 국교가 기독교인 로마군에 점령당했다. 당시 성전은 기원후 70년 로마 점령 시기에 무너졌지만, 성전의 서쪽 벽은 '통곡의 벽'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638년에는 다시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에게 함락돼 그들의 지배를 받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서기 7세기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가 승천한 곳으로 알려진 '알아크사 모스크'가 있는 곳이다. 메카-메디나와 함께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힌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후 안장된 묘지에 세워진 기독교 성지 성묘교회도 예루살렘에 있다. 이 때문에 3대 종교의 발생지이자 각축장으로 중동 지역의 핵심 지역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속 예루살렘은 ‘특별한 국가체제’로 양국 공존 이런 예루살렘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1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요르단 서쪽을 장악하면서 동과 서로 나뉘었다. 이후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west bank)까지 점령해 자신들이 영토로 병합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엔은 1967년부터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엔안보리도 1980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이 실질적으로 예루살렘을 장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현재도 동예루살렘 주민의 대다수는 팔레스타인인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통치를 받고 있으나 의회 선거 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국제사회는 두 나라의 공존을 모색하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예루살렘을 '특별한 국가체제'로 정했다. 현재 대부분의 외국 대사관들이 텔아비브에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예루살렘 대사관 개관은 이런 신사협정을 깨 버린 것이다. 트럼프,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않는 국제법 깨뜨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건국 이후 줄곧 2개 국가해법,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정책에 따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영토뿐 아니라 3대 종교의 성지가 공존하는 종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인 만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5년 미 의회는 공화당 주도로 '예루살렘 대사관 법'을 통과시키며 1999년 5월까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하면서도 '미국의 안보를 위해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6개월마다 이전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해 두었다. 이에 따라 조지 W 부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후 한 차례 이전을 연기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번 결정이 중동이 화약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 내 최고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이에 반대하고 있다. 살만 국왕은 "미국 대사관을 옮기는 것은 전 세계 무슬림을 자극하는 위험한 도발"이라고 우려했다. 스테판 유엔 대변인은 "우리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안에 근거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당사자 간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만 하는 최종적 문제로 여긴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깊은 우려는 나타내며 유엔결의안에 따를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왜 중동의 화약고를 건드렸을까? 아랍이 반대하고 유럽이 반대하고 심지어 미국 국민들도 반기지 않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트럼프는 왜 강행하는 것일까? 아랍권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중동 내 외교적 고립도 불가피하다. 승부사로 불리는 트럼프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영국의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가 대사관을 옮긴 이유를 4가지 가설로 정리했다. 첫째는 트럼프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가설이다. 전임자들과 달리 트럼프는 미국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려 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행동이라는 가설이다. 브루킹스연구소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 81%는 대사관 이전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들은 어차피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 공화당 지지자는 찬성 49%, 반대 44%이다. 가장 강력한 트럼프 지지 세력 중 하나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53%가 이전을 지지했다. 셋째, 팔레스타인을 압박해 성과를 얻으려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기술이라는 가설이다. 넷째는 애초에 트럼프 자체가 이스라엘 편향적인 인물이며 평화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가설도 나온다. 이 가운데 이번 선택도 트럼프식 이해득실을 따진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갈등을 불러올 조치를 트럼프가 강행한 것은 그가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국제사회 합의들의 일방적 파기 조치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파기 및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위협 등 다자무역협정 파기 시도, 최근에는 이란과의 국제 핵협정 파기 등을 거침없이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조치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지지하는 와스프,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즉, 앵글로 색슨계 백인 기독교 유권자들을 겨냥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진 전략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핵심 집단인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과 보수적 유대계 유권자들을 겨냥한 조처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은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과 친이스라엘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70여 년에 걸친 미국의 대 중동정책을 뒤집으며 지구촌 최대의 화약고인 중동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는(미국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현실에 대한 인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은 해야 할 옳은 일이다.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대한 새로운 해법의 시작을 알리게 될 것이다"라는 트럼프의 말대로 예루살렘이, 지명 그대로 '평화의 도시'가 되어 예루살렘에 걸린 현수막의 구호대로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이 'CELEBRATING TRUE FRIENDSHIP'(진정한 우정)을 외치길 세계인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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