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미세먼지, 노력하면 줄일 수 있습니다

입력 2018.05.15 (16:01) 수정 2018.05.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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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미세먼지'는 끊이지 않는 논란거리입니다. 국내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문가 그룹과 중국에 항의를 요구하는 일반인 사이의 간극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사이의 소통 통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언론이겠죠. 이전 기사는 '댓글'이라는 매개체가 그 통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작성했습니다.

[연관 기사] [취재후] 그래도 미세먼지는 중국 탓?…댓글에 답해드립니다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소신 있는 기사라는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비판적인 댓글을 다신 상당수의 분도 '연 평균'으로 계산했을 때 중국발이 대부분이 아니라는 데에는 동의를 해주셨습니다. 앞선 기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중국발이 대부분(90%)이라면 한국의 순수 배출량으로 나온 농도(2.5㎍/㎥)는 남극, 북극 수준 만큼 낮아야 하니까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은 '고농도' 사례에 관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궁금증을 이번 기사를 통해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답변들은 기자 개인의 생각이 아니며 각종 논문과 보고서, 전문가에 대한 직접 취재를 통해 이뤄진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문제 삼는 건 평균이 아니라, 농도 100㎍/㎥ 이상의 고농도인 날이다.”


고농도 시기에 평소보다 중국 영향이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는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특정 하루를 기준으로 최고 86%에 달한다는 시뮬레이션 추정 결과(2017년 3월, 환경과학원 발표)도 접해보셨죠. 그러다 보니 평소 공기가 깨끗한 날, 농도가 낮을 때 국내 영향이 얼마건 무슨 상관이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미세먼지 관련 유해성 연구들은 대부분 '장기간 노출'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연 평균' 농도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를 보면 초미세먼지(PM2.5)의 일 평균 농도를 5㎍/㎥ 줄이면 사망률을 0.5% 줄일 수 있지만, 연 평균 농도를 5㎍/㎥ 줄이면 사망률이 이보다 6배나 높은 3%가 줄어듭니다.

그 외에도 미세먼지에 따른 암 발병률을 밝히는 많은 연구가 연 평균 농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입니다. 아직 미세먼지가 어떻게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는지 구체적인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미세먼지가 우리 몸속 깊숙이 침투해 뇌와 각종 장기에 오랜 기간 쌓이면서 질병을 유발한다는 의심은 가능합니다. 결국 건강한 사람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살면서 마시는 미세먼지의 총량, 즉 평균 농도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자의 경우 단기간의 고농도 미세먼지 노출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인공 심장박동기를 삽입한 환자들의 경우 미세먼지에 1~2시간만 노출돼도 부정맥이 발생하기 쉽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중국발만 없어도 우리 몸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5㎍/㎥입니다. 최근 OECD 국가의 평균 농도는 15㎍/㎥입니다. 우리도 선진국만큼 대기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중국발만 없다면 비슷한 수준의 농도(15㎍/㎥)가 나올 거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에는 우리 몸에 유해성을 가져오는 '문턱 값'이란 게 없습니다. 문턱, 즉 어떤 선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위험한 게 아니란 설명입니다. 미세먼지는 아무리 공기가 깨끗할 때라도 분명 우리가 마시는 공기 중에 존재하고 있고, 그게 우리 몸에 들어가는 양만큼 유해성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즉, 미세먼지는 소소익선(少少益善)인 셈입니다.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줄이는 게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중국발 없으면 선진국 수준인데 국내발을 왜 줄여야 하나요?”

이에 대한 답변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볼 만합니다. 중국발이 거의 없다고 할 만한 지구 반대편, 유럽 선진국 역시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오히려 더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경유차와 석탄 연료 퇴출에 앞장서 상당 부분 성과를 냈고, 꾸준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농도가 서울의 절반 수준인 프랑스 파리가 좋은 예가 됩니다. 경유차를 줄이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제도,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보행자 전용 도로,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 등이 거론됐습니다. 우리가 뒤늦게 도입하려는 정책이 이미 광범위하게 논의됐고, 일부는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부러워할 정도로 공기가 깨끗한 데도 이렇게 강력한 정책을 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미세먼지는 매우 낮은 수준에도 유해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환경청은 2014년 유럽 41개국에서 52만여 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각국이 세계보건기구의 연 평균 권고치 10㎍/㎥ 이하로 농도를 낮출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라고 소개하신 분이 메일로 보내주신 내용입니다.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그것이 다 중국 때문이라면 실제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민밖에 없을 것입니다. 앞선 기사에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국제 환경 분쟁 사례 등을 보면 국가 간 환경 문제를 강제력 있는 협약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항의'만으로 당장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것이 국제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국내 배출 오염 물질이 평균 농도에 있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것들이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또 평균 농도가 낮아지면 건강 유해성도 줄어든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입니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아이들이 마시는 공기를 충분히 좋게 바꿀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끝으로 김용표 이화여대 환경공학 전공 교수가 기자에게 전한 당부의 말씀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가 노력하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Ambient air pollution: A global assessment of exposure and burden of disease, WHO, 2017
-WHO Air quality guidelines for particulate matter, ozone, nitrogen dioxide and sulfur dioxide - Global update 2005. WHO, 2005
-Air Quality in Europe - 2017 report. EEA, 2018
-Michelle C. Turner, Daniel Krewski, C. Arden Pope, III, Yue Chen, Susan M. Gapstur,
and Michael J. Thun. Long-term Ambient Fine Particulate Matter Air Pollution and Lung Cancer in a Large Cohort of Never-Smokers.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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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미세먼지, 노력하면 줄일 수 있습니다
    • 입력 2018-05-15 16:01:20
    • 수정2018-05-17 11:14:25
    취재후·사건후
'중국발 미세먼지'는 끊이지 않는 논란거리입니다. 국내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문가 그룹과 중국에 항의를 요구하는 일반인 사이의 간극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사이의 소통 통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언론이겠죠. 이전 기사는 '댓글'이라는 매개체가 그 통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작성했습니다.

[연관 기사] [취재후] 그래도 미세먼지는 중국 탓?…댓글에 답해드립니다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소신 있는 기사라는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비판적인 댓글을 다신 상당수의 분도 '연 평균'으로 계산했을 때 중국발이 대부분이 아니라는 데에는 동의를 해주셨습니다. 앞선 기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중국발이 대부분(90%)이라면 한국의 순수 배출량으로 나온 농도(2.5㎍/㎥)는 남극, 북극 수준 만큼 낮아야 하니까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은 '고농도' 사례에 관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궁금증을 이번 기사를 통해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답변들은 기자 개인의 생각이 아니며 각종 논문과 보고서, 전문가에 대한 직접 취재를 통해 이뤄진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문제 삼는 건 평균이 아니라, 농도 100㎍/㎥ 이상의 고농도인 날이다.”


고농도 시기에 평소보다 중국 영향이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는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특정 하루를 기준으로 최고 86%에 달한다는 시뮬레이션 추정 결과(2017년 3월, 환경과학원 발표)도 접해보셨죠. 그러다 보니 평소 공기가 깨끗한 날, 농도가 낮을 때 국내 영향이 얼마건 무슨 상관이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미세먼지 관련 유해성 연구들은 대부분 '장기간 노출'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연 평균' 농도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를 보면 초미세먼지(PM2.5)의 일 평균 농도를 5㎍/㎥ 줄이면 사망률을 0.5% 줄일 수 있지만, 연 평균 농도를 5㎍/㎥ 줄이면 사망률이 이보다 6배나 높은 3%가 줄어듭니다.

그 외에도 미세먼지에 따른 암 발병률을 밝히는 많은 연구가 연 평균 농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입니다. 아직 미세먼지가 어떻게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는지 구체적인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미세먼지가 우리 몸속 깊숙이 침투해 뇌와 각종 장기에 오랜 기간 쌓이면서 질병을 유발한다는 의심은 가능합니다. 결국 건강한 사람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살면서 마시는 미세먼지의 총량, 즉 평균 농도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자의 경우 단기간의 고농도 미세먼지 노출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인공 심장박동기를 삽입한 환자들의 경우 미세먼지에 1~2시간만 노출돼도 부정맥이 발생하기 쉽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중국발만 없어도 우리 몸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5㎍/㎥입니다. 최근 OECD 국가의 평균 농도는 15㎍/㎥입니다. 우리도 선진국만큼 대기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중국발만 없다면 비슷한 수준의 농도(15㎍/㎥)가 나올 거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에는 우리 몸에 유해성을 가져오는 '문턱 값'이란 게 없습니다. 문턱, 즉 어떤 선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위험한 게 아니란 설명입니다. 미세먼지는 아무리 공기가 깨끗할 때라도 분명 우리가 마시는 공기 중에 존재하고 있고, 그게 우리 몸에 들어가는 양만큼 유해성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즉, 미세먼지는 소소익선(少少益善)인 셈입니다.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줄이는 게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중국발 없으면 선진국 수준인데 국내발을 왜 줄여야 하나요?”

이에 대한 답변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볼 만합니다. 중국발이 거의 없다고 할 만한 지구 반대편, 유럽 선진국 역시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오히려 더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경유차와 석탄 연료 퇴출에 앞장서 상당 부분 성과를 냈고, 꾸준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농도가 서울의 절반 수준인 프랑스 파리가 좋은 예가 됩니다. 경유차를 줄이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제도,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보행자 전용 도로,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 등이 거론됐습니다. 우리가 뒤늦게 도입하려는 정책이 이미 광범위하게 논의됐고, 일부는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부러워할 정도로 공기가 깨끗한 데도 이렇게 강력한 정책을 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미세먼지는 매우 낮은 수준에도 유해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환경청은 2014년 유럽 41개국에서 52만여 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각국이 세계보건기구의 연 평균 권고치 10㎍/㎥ 이하로 농도를 낮출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라고 소개하신 분이 메일로 보내주신 내용입니다.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그것이 다 중국 때문이라면 실제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민밖에 없을 것입니다. 앞선 기사에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국제 환경 분쟁 사례 등을 보면 국가 간 환경 문제를 강제력 있는 협약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항의'만으로 당장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것이 국제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국내 배출 오염 물질이 평균 농도에 있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것들이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또 평균 농도가 낮아지면 건강 유해성도 줄어든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입니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아이들이 마시는 공기를 충분히 좋게 바꿀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끝으로 김용표 이화여대 환경공학 전공 교수가 기자에게 전한 당부의 말씀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가 노력하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Ambient air pollution: A global assessment of exposure and burden of disease, WHO, 2017
-WHO Air quality guidelines for particulate matter, ozone, nitrogen dioxide and sulfur dioxide - Global update 2005. WHO, 2005
-Air Quality in Europe - 2017 report. EEA, 2018
-Michelle C. Turner, Daniel Krewski, C. Arden Pope, III, Yue Chen, Susan M. Gapstur,
and Michael J. Thun. Long-term Ambient Fine Particulate Matter Air Pollution and Lung Cancer in a Large Cohort of Never-Smokers.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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