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사모님 걸음마다 갑질”…폭행 피해자 8명 진술

입력 2018.05.15 (16:05) 수정 2018.05.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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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이 가는 걸음마다 갑질이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를 가까이에서 본 취재원 중 한 명의 말입니다.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을 취재하던 중 가장 많은 '갑질 피해 사례'를 쏟아낸 대상은 이명희 씨였습니다.

이명희 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이 씨에게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들을 만나봤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단 한 번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씨를 거쳐 간 모든 사람들이 이 씨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습니다. 만났던 취재원들 모두 영문도 모른 채 이 씨의 고성과 욕설을 견뎌야 했습니다.

제가 만난 취재원 중 한 분은 조 회장 일가의 전직 경비원이었습니다. 이 분은 이명희 씨를 '꽃을 좋아하는 사모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씨가 개인적으로 가꾸는 수백 평 규모의 정원은 매달마다 꽃이 바뀔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모님은 '사람보다 꽃'

꽃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사람'을 잊은 걸까요. 이 씨는 꽃잎이 시드는 걸 참지 못했습니다. 꽃잎이 시들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역정을 내며 소리를 지르고, 시든 꽃잎을 당장 골라내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직원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굼뜨면 바닥에 물건을 팽개치며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필리핀 가정부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비실과 안채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이 씨의 고함 소리가 항상 경비실까지 들렸다고 하는데요, 이 씨가 주로 화를 내는 대상은 필리핀 가정부였다고 합니다.

물론 소리를 지르는 특별한 이유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비원, 수행원, 운전기사들... 많은 분의 기억 속에 이 씨는 이처럼 누구에게나 쉽게 화풀이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씨의 갑질 흔적을 쫓던 중 인천 하얏트에서 폭행을 당한 피해자 외에 다른 물리적 폭력을 당한 피해자인 전직 운전기사 A 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A씨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인은 "A씨가 길을 잠깐이라도 헷갈리면 이명희 씨가 입에 담기도 힘든 험한 말을 퍼부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운전기사 업무 외에도 이 씨의 옷 심부름이나 집안일을 도와야 했고, 그 과정에서 또 이유 없이 욕설과 모욕을 견뎌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도 A씨의 이 같은 피해를 인지하고 수차례 피해 진술 할 것을 설득한 끝에,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이 씨의 갑질은 욕설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운전을 못 한다며 욕을 하다가, 뒤를 돌아보라고 해 고개를 돌리니 침을 뱉기도 했다'

'운전 중인 자신에게 신발을 벗어 던졌다'


운전에 집중해야 할 기사에게 침을 뱉고, 신발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운행 중 운전자를 폭행하면 5년 이하의 징역,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운전 중 폭행이 사고로 이어질 경우 도로 위 많은 차량, 보행자 등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가중처벌하는 겁니다.

실제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 중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운전 중 이 씨의 예상치 못한 폭행에 차가 흔들리기라도 하면, 이 씨는 운전기사를 탓하며 욕설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A씨를 포함해 8명의 피해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폭행 피해자가 1명이 아니므로, 이 씨에 대해 상습폭행 등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이명희 씨는 이르면 다음 주 중 경찰에 소환됩니다. 이 씨에게 피해를 당한 많은 사람 중 일부가 용기를 내 경찰에 피해 진술을 했고, 이를 토대로 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힘들었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 경찰에서 피해 진술을 했습니다. 이들은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사건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누구보다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뉴스9] [단독] “침 뱉고 신발 던졌다”…경찰, 이명희 폭행 피해자 8명 진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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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사모님 걸음마다 갑질”…폭행 피해자 8명 진술
    • 입력 2018-05-15 16:05:38
    • 수정2018-05-17 11:14:25
    취재후·사건후
"사모님이 가는 걸음마다 갑질이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를 가까이에서 본 취재원 중 한 명의 말입니다.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을 취재하던 중 가장 많은 '갑질 피해 사례'를 쏟아낸 대상은 이명희 씨였습니다.

이명희 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이 씨에게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들을 만나봤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단 한 번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씨를 거쳐 간 모든 사람들이 이 씨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습니다. 만났던 취재원들 모두 영문도 모른 채 이 씨의 고성과 욕설을 견뎌야 했습니다.

제가 만난 취재원 중 한 분은 조 회장 일가의 전직 경비원이었습니다. 이 분은 이명희 씨를 '꽃을 좋아하는 사모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씨가 개인적으로 가꾸는 수백 평 규모의 정원은 매달마다 꽃이 바뀔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모님은 '사람보다 꽃'

꽃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사람'을 잊은 걸까요. 이 씨는 꽃잎이 시드는 걸 참지 못했습니다. 꽃잎이 시들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역정을 내며 소리를 지르고, 시든 꽃잎을 당장 골라내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직원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굼뜨면 바닥에 물건을 팽개치며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필리핀 가정부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비실과 안채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이 씨의 고함 소리가 항상 경비실까지 들렸다고 하는데요, 이 씨가 주로 화를 내는 대상은 필리핀 가정부였다고 합니다.

물론 소리를 지르는 특별한 이유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비원, 수행원, 운전기사들... 많은 분의 기억 속에 이 씨는 이처럼 누구에게나 쉽게 화풀이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씨의 갑질 흔적을 쫓던 중 인천 하얏트에서 폭행을 당한 피해자 외에 다른 물리적 폭력을 당한 피해자인 전직 운전기사 A 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A씨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인은 "A씨가 길을 잠깐이라도 헷갈리면 이명희 씨가 입에 담기도 힘든 험한 말을 퍼부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운전기사 업무 외에도 이 씨의 옷 심부름이나 집안일을 도와야 했고, 그 과정에서 또 이유 없이 욕설과 모욕을 견뎌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도 A씨의 이 같은 피해를 인지하고 수차례 피해 진술 할 것을 설득한 끝에,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이 씨의 갑질은 욕설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운전을 못 한다며 욕을 하다가, 뒤를 돌아보라고 해 고개를 돌리니 침을 뱉기도 했다'

'운전 중인 자신에게 신발을 벗어 던졌다'


운전에 집중해야 할 기사에게 침을 뱉고, 신발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운행 중 운전자를 폭행하면 5년 이하의 징역,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운전 중 폭행이 사고로 이어질 경우 도로 위 많은 차량, 보행자 등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가중처벌하는 겁니다.

실제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 중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운전 중 이 씨의 예상치 못한 폭행에 차가 흔들리기라도 하면, 이 씨는 운전기사를 탓하며 욕설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A씨를 포함해 8명의 피해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폭행 피해자가 1명이 아니므로, 이 씨에 대해 상습폭행 등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이명희 씨는 이르면 다음 주 중 경찰에 소환됩니다. 이 씨에게 피해를 당한 많은 사람 중 일부가 용기를 내 경찰에 피해 진술을 했고, 이를 토대로 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힘들었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 경찰에서 피해 진술을 했습니다. 이들은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사건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누구보다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뉴스9] [단독] “침 뱉고 신발 던졌다”…경찰, 이명희 폭행 피해자 8명 진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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