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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논란 반복…정작 낙마 공직자는 17년간 4명
입력 2018.05.16 (18:26) 취재K
논문 표절 논란 반복…정작 낙마 공직자는 17년간 4명
끝난 줄 알았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논문표절 의혹이 재소환됐다.

김 장관의 석사논문 표절 여부를 조사해온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연구 부적절 행위'로 결론짓자 야당이 재빨리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13명은 어제(15일) 성명을 내고 “대학의 연구 윤리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자격 없음이 만천하에 입증됐다.”면서 “지금이라도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도 스승의 날 논평에서 "연구 부적절 행위에 대해 (김 장관이) 무한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스승의 명예를 살리고 멍든 학부모 학생을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서울대 판단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은 논문표절 의혹을 다시 쟁점화할 태세다.

서울대가 "연구 부적절 행위" 결론 내린 이유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김 장관의 석사 논문 표절 심사 결정문에서 "김 장관이 1982년 경영학 석사 논문 136곳에서 다른 문헌의 문장과 같거나 유사한 문장들을 적절한 인용표시 없이 사용했다"며 “이는 연구 부적절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당시 논문 심사기준에 의하더라도 일괄 인용의 정도와 빈도 면에서 적절한 인용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시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심사위원들도 인용 사실을 인지했던 점들을 고려하면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논문 취소 대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논문 인용방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던 시절 연구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인용표기를 하다 보니 현재 기준에 저촉됐다는 설명이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

이에 교육부는 입장문을 내 "연구 부정행위가 아닌 부적절 행위로 판명된 만큼 김 장관이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논문 표절 논란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사청문회 단골소재…논문 표절로 낙마한 공직자 4명 불과

논문 표절 의혹은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낙마 사유 1위는 부동산 투기 문제지만, 2006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이후 논문 검증은 공직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가 됐다.

하지만 논문 표절 등이 직접적인 이유로 작용해 장관직에서 낙마한 인사는 4명에 불과했다.


장관 검증에서 논문표절 의혹은 흠집내기 용도?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은 일종의 '클리셰'(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의원들이 청문회 자리에서 흠집 내기 용도로 의혹을 제기한 뒤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고, 추궁을 당하는 입장에서도 명확한 해명 없이 어물쩍 넘어가 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접한 국민들은 후보자가 부정한 행위를 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웠다.

때로는 공직자 후보의 논문 검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무리수 때문에 역풍을 맞기도 한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후보자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다른 점도 사실이다.

최근엔 2012년 대선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도마에 올랐다. A기자는 2012년 대선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 한 취재원이 제공한 문건을 바탕으로 안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취재 과정에서 표절 여부에 대한 교수들의 판단이 반반으로 갈렸지만, 해당 보도에는 표절 의견을 낸 교수들의 의견만 반영됐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이후 안 후보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해당 보도가 공정성, 객관성, 반론 기회 제공 등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경고' 처분하면서 논문 표절 보도는 무리수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논문 표절 검증, '똑 떨어지는 문제' 아니라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학위 논문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논문의 내용을 다각도로 살피기엔 청문회 준비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병역 회피 등 다른 주요 낙마 사례에 비해 '똑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결론 없이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논문 표절 의혹에 선 당사자는 대개 "과거 관행이었다. 당시엔 문제 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윤리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와 평가의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현재 기준으로 과거 행위를 재단하는 게 맞느냐는 물음도 나온다. 2006년 이전에는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도 지금보다 많이 부족했고 관련 규정도 미비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의 논문 표절을 문제 삼고 있는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수십 년 전 사례를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잘못을 안 따질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현장국회 인사청문회 현장

지난해 6월, 이런 문제를 인식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위장전입과 논문 표절의 경우 관련 기준이 마련된 시점 이후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쪽으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준안을 마련했다. 논문 표절은 정부의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된 2007년 2월 이후 논문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되,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논문에 대해서는 과거 표절이라도 관용을 베풀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청문위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수십 년 전 문제라 해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청와대와 청문위원 간 인식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연구윤리정보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인재 센터장(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은 "현재의 높아진 기준으로 과거 행위를 판단하는 건 다소 과도한 요구"라며 "당시 학계의 연구윤리 수준이나 관련 지침 유무, 행위자의 과거 전적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제정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도 관련 규정이 적시돼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논문과의 유사도를 분석해 비슷하거나 같은 단어·문구가 몇 개에 달하는지에 주로 초점을 두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검증 과정에서 자주 쓰이는 유사도 분석 프로그램에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센터장은 이와 관련해 "문장 단위로 비교해서 80%가 같다고 해서 무조건 표절이라고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반적 지식이나 역사적 사실, 타인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중복된 표현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특정인의 고유한 지식이나 이론을 자기 것으로 포장하는 것이 표절인 만큼 양적인 판단보다는 내용적인 측면을 집중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표절 전문가도 표절 검색 소프트웨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용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결과를 근거로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중복 체크된 부분이 독창적 아이디어를 베낀 것인지는 결국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면밀히 살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논문 검증은 학계에 맡겨야"…전문기관 설립 의견도

김상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김상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논문 검증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보니 결국 검증은 학계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인재 센터장은 "연구자 공동체에서 자유규범을 만들고 실천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논문에 대한 검증과 관리는 기본적으로 학계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부패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논문에 대한 평가는 학계 본연의 몫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인사청문회라는 정치의 영역을 무시할 순 없는 만큼 국민적 협의체를 통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단체와 직역별 대표자를 포함한 국민적 협의체를 만들어 들쑥날쑥한 검증 기준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에 오르는 문제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선택에 달린 만큼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용인 여부 의견을 취합해 청와대에 건의·권고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생각이다.

이 센터장도 공식력있는 기구 설립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를 전반적으로 심도 있게 다루는 기구를 설립해 학계와 정치권 등에 자문해주자는 구상이다. 미국의 ORI(The Office of Research Integrity)처럼 전문 분야의 연구 활동을 전반적으로 감독하고 검증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ORI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로 복지부 장관을 대신해 공공보건 서비스에 대한 연구 활동을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남의 것을 내 것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옛것을 새 것인처럼 가장하는 연구자들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논문 검증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떨어진 위신으로 인한 피해는 학계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논문 표절 논란 반복…정작 낙마 공직자는 17년간 4명
    • 입력 2018.05.16 (18:26)
    취재K
논문 표절 논란 반복…정작 낙마 공직자는 17년간 4명
끝난 줄 알았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논문표절 의혹이 재소환됐다.

김 장관의 석사논문 표절 여부를 조사해온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연구 부적절 행위'로 결론짓자 야당이 재빨리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13명은 어제(15일) 성명을 내고 “대학의 연구 윤리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자격 없음이 만천하에 입증됐다.”면서 “지금이라도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도 스승의 날 논평에서 "연구 부적절 행위에 대해 (김 장관이) 무한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스승의 명예를 살리고 멍든 학부모 학생을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서울대 판단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은 논문표절 의혹을 다시 쟁점화할 태세다.

서울대가 "연구 부적절 행위" 결론 내린 이유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김 장관의 석사 논문 표절 심사 결정문에서 "김 장관이 1982년 경영학 석사 논문 136곳에서 다른 문헌의 문장과 같거나 유사한 문장들을 적절한 인용표시 없이 사용했다"며 “이는 연구 부적절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당시 논문 심사기준에 의하더라도 일괄 인용의 정도와 빈도 면에서 적절한 인용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시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심사위원들도 인용 사실을 인지했던 점들을 고려하면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논문 취소 대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논문 인용방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던 시절 연구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인용표기를 하다 보니 현재 기준에 저촉됐다는 설명이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

이에 교육부는 입장문을 내 "연구 부정행위가 아닌 부적절 행위로 판명된 만큼 김 장관이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논문 표절 논란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사청문회 단골소재…논문 표절로 낙마한 공직자 4명 불과

논문 표절 의혹은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낙마 사유 1위는 부동산 투기 문제지만, 2006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이후 논문 검증은 공직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가 됐다.

하지만 논문 표절 등이 직접적인 이유로 작용해 장관직에서 낙마한 인사는 4명에 불과했다.


장관 검증에서 논문표절 의혹은 흠집내기 용도?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은 일종의 '클리셰'(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의원들이 청문회 자리에서 흠집 내기 용도로 의혹을 제기한 뒤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고, 추궁을 당하는 입장에서도 명확한 해명 없이 어물쩍 넘어가 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접한 국민들은 후보자가 부정한 행위를 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웠다.

때로는 공직자 후보의 논문 검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무리수 때문에 역풍을 맞기도 한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후보자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다른 점도 사실이다.

최근엔 2012년 대선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도마에 올랐다. A기자는 2012년 대선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 한 취재원이 제공한 문건을 바탕으로 안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취재 과정에서 표절 여부에 대한 교수들의 판단이 반반으로 갈렸지만, 해당 보도에는 표절 의견을 낸 교수들의 의견만 반영됐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이후 안 후보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해당 보도가 공정성, 객관성, 반론 기회 제공 등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경고' 처분하면서 논문 표절 보도는 무리수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논문 표절 검증, '똑 떨어지는 문제' 아니라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학위 논문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논문의 내용을 다각도로 살피기엔 청문회 준비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병역 회피 등 다른 주요 낙마 사례에 비해 '똑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결론 없이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논문 표절 의혹에 선 당사자는 대개 "과거 관행이었다. 당시엔 문제 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윤리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와 평가의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현재 기준으로 과거 행위를 재단하는 게 맞느냐는 물음도 나온다. 2006년 이전에는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도 지금보다 많이 부족했고 관련 규정도 미비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의 논문 표절을 문제 삼고 있는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수십 년 전 사례를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잘못을 안 따질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현장국회 인사청문회 현장

지난해 6월, 이런 문제를 인식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위장전입과 논문 표절의 경우 관련 기준이 마련된 시점 이후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쪽으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준안을 마련했다. 논문 표절은 정부의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된 2007년 2월 이후 논문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되,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논문에 대해서는 과거 표절이라도 관용을 베풀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청문위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수십 년 전 문제라 해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청와대와 청문위원 간 인식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연구윤리정보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인재 센터장(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은 "현재의 높아진 기준으로 과거 행위를 판단하는 건 다소 과도한 요구"라며 "당시 학계의 연구윤리 수준이나 관련 지침 유무, 행위자의 과거 전적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제정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도 관련 규정이 적시돼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논문과의 유사도를 분석해 비슷하거나 같은 단어·문구가 몇 개에 달하는지에 주로 초점을 두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검증 과정에서 자주 쓰이는 유사도 분석 프로그램에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센터장은 이와 관련해 "문장 단위로 비교해서 80%가 같다고 해서 무조건 표절이라고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반적 지식이나 역사적 사실, 타인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중복된 표현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특정인의 고유한 지식이나 이론을 자기 것으로 포장하는 것이 표절인 만큼 양적인 판단보다는 내용적인 측면을 집중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표절 전문가도 표절 검색 소프트웨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용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결과를 근거로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중복 체크된 부분이 독창적 아이디어를 베낀 것인지는 결국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면밀히 살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논문 검증은 학계에 맡겨야"…전문기관 설립 의견도

김상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김상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논문 검증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보니 결국 검증은 학계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인재 센터장은 "연구자 공동체에서 자유규범을 만들고 실천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논문에 대한 검증과 관리는 기본적으로 학계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부패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논문에 대한 평가는 학계 본연의 몫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인사청문회라는 정치의 영역을 무시할 순 없는 만큼 국민적 협의체를 통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단체와 직역별 대표자를 포함한 국민적 협의체를 만들어 들쑥날쑥한 검증 기준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에 오르는 문제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선택에 달린 만큼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용인 여부 의견을 취합해 청와대에 건의·권고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생각이다.

이 센터장도 공식력있는 기구 설립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를 전반적으로 심도 있게 다루는 기구를 설립해 학계와 정치권 등에 자문해주자는 구상이다. 미국의 ORI(The Office of Research Integrity)처럼 전문 분야의 연구 활동을 전반적으로 감독하고 검증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ORI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로 복지부 장관을 대신해 공공보건 서비스에 대한 연구 활동을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남의 것을 내 것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옛것을 새 것인처럼 가장하는 연구자들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논문 검증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떨어진 위신으로 인한 피해는 학계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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