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누가 마스크 벗겨줄까?

입력 2018.05.17 (15:43) 수정 2018.05.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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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대한민국]

서울시민에게 미세먼지는 일상의 일부입니다. 37년 만에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고, 멀쩡한 승용차를 집에 두고 출근길에 나서야 합니다. 미세먼지는 행복감을 결정하는 요소이면서, 동시에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되는 요즘입니다. 자연스레 6·13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도 최대 정책 이슈입니다. 심지어 "이번 선거에선 천심(天心)을 잡아야 민심(民心)이 따라온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매치업을 이룬 서울시. 이 '빅 3' 후보 중 누가 숨 막히는 서울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까요.

박원순, “시민의 생명을 살리는 일…못할 일이 뭐 있나?”

민주당 박원순 후보는 지난 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단 몇 명이라도 시민의 생명이 지켜질 수 있다면 무슨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도입했다가 비판에 휩싸인 데 대한 반론이었습니다. 또 지난달 13일, 당 서울시장 경선토론회에선 "미세먼지를 보면 심각한 날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좋아지기는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일까요?


서울시 대기환경정보(http://cleanair.seoul.go.kr)를 통해 박 후보의 7년여 시장 재임 기간 수치를 확인해 봤습니다. 표에서 보듯 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연도별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입니다.
2017년 미세먼지(PM10) 연평균 농도는 44㎍/㎥로 박 시장이 취임한 2011년(47㎍/㎥)보다 낮아졌습니다.
반면에 초미세먼지(PM2.5)는 같은 기간 24㎍/㎥에서 25㎍/㎥로 소폭 높아졌습니다. 수치만 보면 크게 좋아지지도, 크게 나빠지지도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좋아졌다"는 박 후보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셈인 거죠. 다만, 박 후보가 2014년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세먼지 20% 감축 공약'을 내놨다는 점을 보면 결과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려워 보입니다.

6·13 선거에 맞춰 내놓은 공약은 어떨까요? 박 후보 캠프 공약집을 보면 '친환경 전기차 8만 대 보급'이 맨 처음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박 시장 재임 기간과 겹치는 2009년부터 9년간 이미 보급했거나 보급할 전기차(2009년~2017년 말 6358대, 올해 4030대)는 모두 1만여 대입니다. 2022년까지 과거의 절반도 안 되는 기간에 보급량을 8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이유입니다.

김문수, “박원순표 미세먼지 대책은 코미디…난 과학적”

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지난 9일, "미세먼지 농도는 오세훈 시장 시절 떨어지다가 박원순 시장 때부터 상승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도 사실일까요? 서울시 대기환경정보를 보면 오세훈 시장 재임(2006∼2011년) 당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7∼61㎍/㎥(박원순 시장 재임 41∼48㎍/㎥)의 분포를 보였습니다. 다소 무리한 주장으로 보입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서울시 미세먼지를 30% 감축하겠다"고 했습니다. 박 시장 공약보다 10%P나 더 나갔습니다. 이를 위해 내놓은 미세먼지 저감 공약은 여러 개인데 핵심은 '도로 물청소'입니다. 현재 300대인 도로 물청소 차를 1,000대로 늘리고, 하루 두 번 이상 물청소를 하겠다는 겁니다.

도로 물청소 차량(좌), 먼지흡입 청소차량(우)도로 물청소 차량(좌), 먼지흡입 청소차량(우)

사실 물청소로 인한 미세먼지 감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엇갈리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정작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김 후보가 내세운 '물청소'보다는 '분진 흡입'으로 도로 청소 방식을 바꿨다는 점입니다. 서울시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미세먼지가 극심한 동절기에는 물이 얼어붙어 몇 달 동안 물 청소 차량을 쓰지 못해요. 또 봄철이 되면 물청소와 먼지 흡입 차량을 같이 투입하는데 먼지 흡입 차량이 효과가 더 좋았어요. 그리고 6월~9월은 미세먼지 농도가 그리 높지 않고요. 물청소 차량을 많이 쓰지 못한다는 거죠. 결국 비용(차량·인력) 대비 효과를 봤을 때 옛 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건 이런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요." (서울시 ○○○본부장)

안철수, “서울시 미세먼지 문제는 재난 상황…혈세만 낭비”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9일, 미세먼지 측정소를 찾아 "서울시 미세먼지 문제는 재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또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5대 미세먼지 대책을 내놨는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한 미세먼지 측정시스템'을 차별화 공약으로 꼽았습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이죠? KT에 물어봤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이 실제 호흡하는 10m 아래 높이의 공중전화부스, 유동인구가 많아 촘촘하게 배치된 기지국에 미세먼지 센서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환경 당국의 미세먼지 측정 수치가 너무 광범위하고, 측정소도 너무 높은 곳에 설치돼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는 만큼, 나름 의미 있는 공약으로 보입니다.

25미터 높이 미세먼지 측정소(좌)와 이동통신 기지국 활용한 Iot형 측정(우·KT 제공)25미터 높이 미세먼지 측정소(좌)와 이동통신 기지국 활용한 Iot형 측정(우·KT 제공)

그런데 5대 대책 중 나머지 대책은 어떨까요. ▲지하철·학교 미세먼지 저감 ▲대형 쇼핑몰과 대형마트 등 민간 다중이용시설의 미세먼지 실시간 공개 ▲노후 디젤 차량 운행 제한의 실효성 제고와 질소산화물 저감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공동대책협의회 구성 등입니다. 그래서 "특단의 대책치고는 너무 약한 거 아니냐", "정확한 미세먼지 측정에 방점을 찍었을 뿐 실질적인 저감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정당의 군소 후보들도 뒤질세라 미세먼지 공약에 공을 쏟고 있습니다.

“교통량 분석을 통해 도심부터 한정된 시간대 영업용 차량과 대중교통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차량의 전면 출입 통제를 실시하겠다”
(정의당 김종민 후보)

“미세먼지로 고통에 처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방법은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뿐”
(대한애국당 인지연 후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권역별로 강제 차량 2부제를 실시하겠다”
(녹색당 신지예 후보)


서울은 인구 천만의 우리나라 수도입니다.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도 큰 곳이죠. 때문에 "서울시민의 마스크를 벗겨주겠다"는 세 후보의 약속은 비단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겁니다. 사실 각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서로 중첩되기도 하고, 장기적인 구상도 혼재돼 실효성 검증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캠프 관계자들은 6·13 선거 때까지 차별성과 구체성 있는 대책을 추가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모쪼록 무릎을 탁 치게 할만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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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장 후보, 누가 마스크 벗겨줄까?
    • 입력 2018-05-17 15:43:34
    • 수정2018-05-17 16:46:46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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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에게 미세먼지는 일상의 일부입니다. 37년 만에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고, 멀쩡한 승용차를 집에 두고 출근길에 나서야 합니다. 미세먼지는 행복감을 결정하는 요소이면서, 동시에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되는 요즘입니다. 자연스레 6·13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도 최대 정책 이슈입니다. 심지어 "이번 선거에선 천심(天心)을 잡아야 민심(民心)이 따라온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매치업을 이룬 서울시. 이 '빅 3' 후보 중 누가 숨 막히는 서울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까요.

박원순, “시민의 생명을 살리는 일…못할 일이 뭐 있나?”

민주당 박원순 후보는 지난 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단 몇 명이라도 시민의 생명이 지켜질 수 있다면 무슨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도입했다가 비판에 휩싸인 데 대한 반론이었습니다. 또 지난달 13일, 당 서울시장 경선토론회에선 "미세먼지를 보면 심각한 날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좋아지기는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일까요?


서울시 대기환경정보(http://cleanair.seoul.go.kr)를 통해 박 후보의 7년여 시장 재임 기간 수치를 확인해 봤습니다. 표에서 보듯 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연도별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입니다.
2017년 미세먼지(PM10) 연평균 농도는 44㎍/㎥로 박 시장이 취임한 2011년(47㎍/㎥)보다 낮아졌습니다.
반면에 초미세먼지(PM2.5)는 같은 기간 24㎍/㎥에서 25㎍/㎥로 소폭 높아졌습니다. 수치만 보면 크게 좋아지지도, 크게 나빠지지도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좋아졌다"는 박 후보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셈인 거죠. 다만, 박 후보가 2014년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세먼지 20% 감축 공약'을 내놨다는 점을 보면 결과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려워 보입니다.

6·13 선거에 맞춰 내놓은 공약은 어떨까요? 박 후보 캠프 공약집을 보면 '친환경 전기차 8만 대 보급'이 맨 처음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박 시장 재임 기간과 겹치는 2009년부터 9년간 이미 보급했거나 보급할 전기차(2009년~2017년 말 6358대, 올해 4030대)는 모두 1만여 대입니다. 2022년까지 과거의 절반도 안 되는 기간에 보급량을 8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이유입니다.

김문수, “박원순표 미세먼지 대책은 코미디…난 과학적”

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지난 9일, "미세먼지 농도는 오세훈 시장 시절 떨어지다가 박원순 시장 때부터 상승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도 사실일까요? 서울시 대기환경정보를 보면 오세훈 시장 재임(2006∼2011년) 당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7∼61㎍/㎥(박원순 시장 재임 41∼48㎍/㎥)의 분포를 보였습니다. 다소 무리한 주장으로 보입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서울시 미세먼지를 30% 감축하겠다"고 했습니다. 박 시장 공약보다 10%P나 더 나갔습니다. 이를 위해 내놓은 미세먼지 저감 공약은 여러 개인데 핵심은 '도로 물청소'입니다. 현재 300대인 도로 물청소 차를 1,000대로 늘리고, 하루 두 번 이상 물청소를 하겠다는 겁니다.

도로 물청소 차량(좌), 먼지흡입 청소차량(우)
사실 물청소로 인한 미세먼지 감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엇갈리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정작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김 후보가 내세운 '물청소'보다는 '분진 흡입'으로 도로 청소 방식을 바꿨다는 점입니다. 서울시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미세먼지가 극심한 동절기에는 물이 얼어붙어 몇 달 동안 물 청소 차량을 쓰지 못해요. 또 봄철이 되면 물청소와 먼지 흡입 차량을 같이 투입하는데 먼지 흡입 차량이 효과가 더 좋았어요. 그리고 6월~9월은 미세먼지 농도가 그리 높지 않고요. 물청소 차량을 많이 쓰지 못한다는 거죠. 결국 비용(차량·인력) 대비 효과를 봤을 때 옛 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건 이런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요." (서울시 ○○○본부장)

안철수, “서울시 미세먼지 문제는 재난 상황…혈세만 낭비”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9일, 미세먼지 측정소를 찾아 "서울시 미세먼지 문제는 재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또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5대 미세먼지 대책을 내놨는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한 미세먼지 측정시스템'을 차별화 공약으로 꼽았습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이죠? KT에 물어봤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이 실제 호흡하는 10m 아래 높이의 공중전화부스, 유동인구가 많아 촘촘하게 배치된 기지국에 미세먼지 센서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환경 당국의 미세먼지 측정 수치가 너무 광범위하고, 측정소도 너무 높은 곳에 설치돼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는 만큼, 나름 의미 있는 공약으로 보입니다.

25미터 높이 미세먼지 측정소(좌)와 이동통신 기지국 활용한 Iot형 측정(우·KT 제공)
그런데 5대 대책 중 나머지 대책은 어떨까요. ▲지하철·학교 미세먼지 저감 ▲대형 쇼핑몰과 대형마트 등 민간 다중이용시설의 미세먼지 실시간 공개 ▲노후 디젤 차량 운행 제한의 실효성 제고와 질소산화물 저감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공동대책협의회 구성 등입니다. 그래서 "특단의 대책치고는 너무 약한 거 아니냐", "정확한 미세먼지 측정에 방점을 찍었을 뿐 실질적인 저감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정당의 군소 후보들도 뒤질세라 미세먼지 공약에 공을 쏟고 있습니다.

“교통량 분석을 통해 도심부터 한정된 시간대 영업용 차량과 대중교통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차량의 전면 출입 통제를 실시하겠다”
(정의당 김종민 후보)

“미세먼지로 고통에 처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방법은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뿐”
(대한애국당 인지연 후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권역별로 강제 차량 2부제를 실시하겠다”
(녹색당 신지예 후보)


서울은 인구 천만의 우리나라 수도입니다.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도 큰 곳이죠. 때문에 "서울시민의 마스크를 벗겨주겠다"는 세 후보의 약속은 비단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겁니다. 사실 각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서로 중첩되기도 하고, 장기적인 구상도 혼재돼 실효성 검증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캠프 관계자들은 6·13 선거 때까지 차별성과 구체성 있는 대책을 추가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모쪼록 무릎을 탁 치게 할만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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