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베이징 초미세먼지 주범이 바뀐 사연

입력 2018.05.17 (16:36) 수정 2018.05.17 (17: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中 신경보 5월 15일자 1면 톱으로 미세먼지 성분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中 신경보 5월 15일자 1면 톱으로 미세먼지 성분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베이징 PM 2.5 성분 분석해보니 자동차 배출가스가 주범

베이징 사람들은 스모그를 우마이(雾霾)라고 부르는데 우마이가 심한 날에는 석탄 냄새가 난다고들 한다. 그렇다 베이징의 악명높은 초미세먼지는 사실 석탄, 그중에서도 저품질 갈탄이 불완전 연소가 되면서 주로 발생해왔다. 하지만 그런 기존의 상식을 깨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베이징시 환경보호부가 환경보호 모티터링 측정센터, 칭화대학,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베이징 대학 등 유관기관을 총 동원해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했더니 초미세먼지 성분의 45%, 절반 가까이가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석탄 성분은 단 3%에 불과했다. 2013년에 조사했을 때만 해도 석탄 성분이 22% 이상이었는데 5년만에 실로 드라마틱한 변화다. 중국 당국이 수도권 주거지의 석탄 보일러를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등 강력한 석탄 소비 억제 정책을 편 결과다. 환경 전문가들은 베이징의 대기 오염 유형이 후진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베이징 시내에는 전기 공유자동차까지 등장했다베이징 시내에는 전기 공유자동차까지 등장했다

베이징 시내에서 디젤 승용차는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은 이미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 정책도 강력하게 펴고 있다. 일단 베이징 시내에서 디젤 승용차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클린디젤?' 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디젤 차량이 대거 활보중인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대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이 눈에 많이 띈다. 베이징 시내 택시도 모두 전기차로 바꾸는 계획이 추진중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의 왕 찬푸 회장은 이르면 2030년 정도에 중국내 모든 차량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중국은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어느정도 시민들의 불편도 감수한다. 엄격한 자동차 5부제가 실시되고, 베이징 등록 차량이 아니거나 환경기준 등급이 낮은 차량은 베이징 도심 진입이 제한된다. 평일과 휴일, 대기 오염 정도에 따라 가변적인 매우 정교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차량 대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신규 차량 등록을 제한한다. 베이징에서 자동차 번호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된 이유다. 올해부터는 신규 번호판 10만개 중에 절반이 넘는 6만대를 전기차에 배정했다. 베이징시의 자동차 배출가스 대책이 선진국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 남서부 한단의 공업지대베이징 남서부 한단의 공업지대

베이징 미세먼지 진짜 주범은 남서부 공장지대와 산둥성 동부라인

베이징 시당국의 이번 발표에 주목되는 부분이 또 있다. 지역별 미세먼지 발생 분석인데, 자체발생이 2/3, 타지역에서 유입되는 것이 1/3 정도로 분석됐다. 흥미로운건 대기 오염이 심한 날일 수록 외부유입 비중이 커진다는 점이다. 농도가 150㎍/㎥ 이상 되는 날에 외부영향 비중은 55%에서 최대 75%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공기가 심하게 나빠지는 것은 주로 외부 영향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베이징 공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으로는 베이징 남서부 스좌장과 싱타이, 한단, 그리고 산둥성 동부라인, 태항산 라인이 문제라는 지적도 명기됐다. 철강회사 등 오염 유발 공장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북풍이 불면 베이징 공기가 깨끗해지고, 남풍이 불면 지옥이 되는 패턴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원흉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도 큰 골칫거리임을 알 수 있다.

중국 당국이 분석해 발표한 베이징 초미세먼지 성분표중국 당국이 분석해 발표한 베이징 초미세먼지 성분표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맞춤형 정책 만드는 중국

리커창 총리가 얘기한 1도시 1정책 원칙이란게 있다. 오염이 생기는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기때문에 정확한 분석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요인과 외부요인, 그리고 바람과 기상요인, 지형적 요소 뿐만 아니라 도시 발달의 유형과 산업적 유형까지 분석해 그에 맞는 정책을 쓰는 것이다. 중국의 이번 PM2.5 성분 분석 결과 발표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중국은 오염 배출이 심한 공장들을 최첨단 공장으로 바꿔가고 있다중국은 오염 배출이 심한 공장들을 최첨단 공장으로 바꿔가고 있다

중국의 환경정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중국은 환경 개선을 위해 일정한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석탄 소비 억제 정책을 밀어 부치고 있는데, 공장의 생산 억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기, 시멘트, 철강, 코크스, 알루미늄, 의약품, 농약품 등 여러 분야의 생산이 제한되고 있고, 그로인한 일자리 감소까지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그러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산업 형태의 전환을 모색하는 듯 하다. 저부가가치 굴뚝 산업 위주에서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 서비스 산업 등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중국 환경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연합 통제 방식이라는 점이다. 베이징 환경 개선 프로젝트는 이른바 2+26이라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베이징과 톈진에서 시작해 주변의 4개 성(허베이, 허난, 산둥, 산서) 26개 도시까지 통제한다. 그리고 그 통제구역은 점점 더 넓어져서 지금은 거의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각 성별로 환경 개선 실적 경쟁이 불붙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베이징 초미세먼지 주범이 바뀐 사연
    • 입력 2018-05-17 16:36:46
    • 수정2018-05-17 17:55:45
    특파원 리포트
中 신경보 5월 15일자 1면 톱으로 미세먼지 성분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베이징 PM 2.5 성분 분석해보니 자동차 배출가스가 주범

베이징 사람들은 스모그를 우마이(雾霾)라고 부르는데 우마이가 심한 날에는 석탄 냄새가 난다고들 한다. 그렇다 베이징의 악명높은 초미세먼지는 사실 석탄, 그중에서도 저품질 갈탄이 불완전 연소가 되면서 주로 발생해왔다. 하지만 그런 기존의 상식을 깨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베이징시 환경보호부가 환경보호 모티터링 측정센터, 칭화대학,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베이징 대학 등 유관기관을 총 동원해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했더니 초미세먼지 성분의 45%, 절반 가까이가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석탄 성분은 단 3%에 불과했다. 2013년에 조사했을 때만 해도 석탄 성분이 22% 이상이었는데 5년만에 실로 드라마틱한 변화다. 중국 당국이 수도권 주거지의 석탄 보일러를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등 강력한 석탄 소비 억제 정책을 편 결과다. 환경 전문가들은 베이징의 대기 오염 유형이 후진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베이징 시내에는 전기 공유자동차까지 등장했다
베이징 시내에서 디젤 승용차는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은 이미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 정책도 강력하게 펴고 있다. 일단 베이징 시내에서 디젤 승용차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클린디젤?' 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디젤 차량이 대거 활보중인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대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이 눈에 많이 띈다. 베이징 시내 택시도 모두 전기차로 바꾸는 계획이 추진중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의 왕 찬푸 회장은 이르면 2030년 정도에 중국내 모든 차량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중국은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어느정도 시민들의 불편도 감수한다. 엄격한 자동차 5부제가 실시되고, 베이징 등록 차량이 아니거나 환경기준 등급이 낮은 차량은 베이징 도심 진입이 제한된다. 평일과 휴일, 대기 오염 정도에 따라 가변적인 매우 정교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차량 대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신규 차량 등록을 제한한다. 베이징에서 자동차 번호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된 이유다. 올해부터는 신규 번호판 10만개 중에 절반이 넘는 6만대를 전기차에 배정했다. 베이징시의 자동차 배출가스 대책이 선진국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 남서부 한단의 공업지대
베이징 미세먼지 진짜 주범은 남서부 공장지대와 산둥성 동부라인

베이징 시당국의 이번 발표에 주목되는 부분이 또 있다. 지역별 미세먼지 발생 분석인데, 자체발생이 2/3, 타지역에서 유입되는 것이 1/3 정도로 분석됐다. 흥미로운건 대기 오염이 심한 날일 수록 외부유입 비중이 커진다는 점이다. 농도가 150㎍/㎥ 이상 되는 날에 외부영향 비중은 55%에서 최대 75%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공기가 심하게 나빠지는 것은 주로 외부 영향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베이징 공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으로는 베이징 남서부 스좌장과 싱타이, 한단, 그리고 산둥성 동부라인, 태항산 라인이 문제라는 지적도 명기됐다. 철강회사 등 오염 유발 공장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북풍이 불면 베이징 공기가 깨끗해지고, 남풍이 불면 지옥이 되는 패턴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원흉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도 큰 골칫거리임을 알 수 있다.

중국 당국이 분석해 발표한 베이징 초미세먼지 성분표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맞춤형 정책 만드는 중국

리커창 총리가 얘기한 1도시 1정책 원칙이란게 있다. 오염이 생기는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기때문에 정확한 분석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요인과 외부요인, 그리고 바람과 기상요인, 지형적 요소 뿐만 아니라 도시 발달의 유형과 산업적 유형까지 분석해 그에 맞는 정책을 쓰는 것이다. 중국의 이번 PM2.5 성분 분석 결과 발표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중국은 오염 배출이 심한 공장들을 최첨단 공장으로 바꿔가고 있다
중국의 환경정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중국은 환경 개선을 위해 일정한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석탄 소비 억제 정책을 밀어 부치고 있는데, 공장의 생산 억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기, 시멘트, 철강, 코크스, 알루미늄, 의약품, 농약품 등 여러 분야의 생산이 제한되고 있고, 그로인한 일자리 감소까지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그러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산업 형태의 전환을 모색하는 듯 하다. 저부가가치 굴뚝 산업 위주에서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 서비스 산업 등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중국 환경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연합 통제 방식이라는 점이다. 베이징 환경 개선 프로젝트는 이른바 2+26이라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베이징과 톈진에서 시작해 주변의 4개 성(허베이, 허난, 산둥, 산서) 26개 도시까지 통제한다. 그리고 그 통제구역은 점점 더 넓어져서 지금은 거의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각 성별로 환경 개선 실적 경쟁이 불붙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