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 공모’ 신부 아버지 “참석하고 싶지만 불참”…침묵하는 왕실

입력 2018.05.1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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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로 생중계될 세기의 결혼식, 영국 해리 왕자와 헐리우드 스타 메건 마클의 왕실 결혼(현지시각 19일 정오)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외신들은 결혼식 당일 10만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윈저 성 등 식장 주변에 벌써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왕실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 메건 가(家)에서 연이어 문제가 터지더니 그녀의 아버지가 결혼식 불참을 선언하면서 영국 사회도 시끄럽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신부 아버지-파파라치 공모…‘불참 사유?’

메건의 아버지 토마스 마클은 지난 14일 미국 연예매체인 TMZ를 통해 "심장 수술 때문에 딸의 결혼식 참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심장 수술이 결혼식 불참의 진짜 이유가 아닐 거라는 추론은 최근까지도 아주 멀쩡한 그의 모습을 보면 쉽게 할 수 있다.

토마스가 TMZ와 인터뷰하기 전 영국 데일리메일은 그가 딸의 결혼을 준비하는 자신의 사진을 연출해 찍었다며 파파라치와의 공모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토마스가 '결혼식 예복을 맞추는 모습', '커피숍에서 영국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 모두 '몰래 찍힌 것처럼 꾸며진 가짜'로 드러났다.


이후 토마스는 '파산한 전직 헐리우드 조명감독'이라는 등 신상까지 들춰지며 유명인사가 됐다. 그와 거래한 파파라치는 헐리우드에서 일할 당시 동료로 밝혀졌고, 사진에서 예복 치수를 재던 재단사는 파티용품 가게에서 일하는 17살 점원으로 드러났다. 현지언론들은 그가 조작된 사진들을 영국 신문사들에게 조금씩 내주는 방식으로 장당 적어도 천만 원 이상, 모두 합해 1억 5천만 원 이상 받았을 걸로 추정하고 있다.

■ 타블로이드판 ‘먹잇감’된 메건의 가정사

영국 언론에 얼굴이 실린 메건의 가족은 아버지 말고도 여러 명이다. 메건의 친엄마와 아버지의 전처, 이복언니, 이복오빠 등이 인터뷰에 나선 것은 물론 메인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결혼식 초대장을 받지 못한 메건의 이복오빠 토마스 마클 주니어는 이달 초 해리 왕자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메건을 "천박하고 잘난 체하는 여성"이라고 비난하며 "연기자가 된 이후 가족들과 오랫동안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가 아버지를 파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메건과의 결혼은 왕실 결혼 역사상 가장 큰 실수"라며 해리 왕자에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결혼을 취소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복오빠와 20여 년 전 헤어진 전 올케까지 언론에 등장했고 이복자매인 사만다는 "내가 아버지께 연출 사진을 찍으라고 말했다"고 밝히며 아버지를 두둔하기도 했다. 영국 매체들의 인터넷판에는 복잡한 메건의 가족 관계도까지 상세하게 올라와 있을 정도다. BBC는 "여러 달 동안 신부를 보지 못한 메건의 대가족이 TV 스튜디오에서 결혼식을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메건의 이복자매 등 가족들은 결혼식 생중계 때 해설자로 활약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메건의 가정사를 놓고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집요한 추적이 몇 달씩 이어지고 있다"며 "결혼식을 코앞에 다가온 지금도 메건 가족 관련 기사들이 선정적이기로 유명한 영국 타블로이드판의 '먹잇감'이 되면서 영국 왕실이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침묵하는 ‘왕실’ VS 불평하는 언론

메건의 아버지 토마스는 당초 이번 주 영국으로 건너와 예비사위인 해리 왕자와 곧 사돈이 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와 만나기로 돼 있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에는 딸의 손을 잡고 식장에 입장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신부의 등장을 책임질 아버지의 결혼식 참석 여부에 대해 왕실 차원의 입장은 나온 것이 없다. 해리-메건 결혼식의 대 언론 활동을 맡아온 켄싱턴 궁은 신부 아버지 일에 대해 공식 입장 표명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토마스가 결혼식장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논평을 거부했다. '토마스 파파라치' 파문에 켄싱턴 궁이 낸 입장은 "해리와 메건이 토마스 마클 씨를 이해하고 존중해주길 부탁드린다"는 한줄 성명이 전부다. 그러면서 일련의 사건들이 "메건 양에게는 매우 개인적인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을 향한 불편한 심기가 읽힌다. 파파라치 파문 당사자인 토마스가 TMZ에 밝힌 그의 입장이 전부인 셈이다. 이런 왕실을 향해 현지 언론들도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BBC는 "언론에 대해 폐쇄적이고 통제하는 듯한 왕실의 전략이 때때로 성공할 것처럼 보인다"고 비꼬았다. "신부 아버지가 TMZ라는 매체와 접촉하고 있어 왕실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왕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고전적인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진짜 불참?”…궁 안에서는 무슨 일이?

BBC는 어제(현지시각 16일)자 최신기사에서 "토마스가 심장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되면서 그의 결혼식 참석 여부에 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명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왕실의 분위기는 여전히 어둡고 무겁다. 공식 입장은 없지만 흘러나온 얘기는 있다. 현지매체인 데일리익스프레스는 익명의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신부 아버지의 파파라치 공모 소식을 전해 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이 격노했다"고 전했다.


TMZ에 불참 입장을 밝힌 토마스에게도 이런 기류가 전달된 것일까? 토마스는 TMZ에 결혼식 참석이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왕실의 공식 입장 표명이 없는 가운데 토마스 마클이 결혼식에 신부와 입장하기로 한 계획은 아직 유효할까? 토마스의 결혼식 불참 발표에도 영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들은 여전히 그의 참석 여부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극적인 반전을 기대라도 하듯 토마스가 사는 멕시코 마을에는 그의 외출을 포착하기 위해 며칠째 외신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왕실에서 신부 아버지에게 아무런 뜻을 전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왕 부부의 입장이 전달된 것인지... 둘 중 무엇이 맞는 추측이든 간에 '영국 왕실이 침묵으로 넘어가는 고전적 전략을 쓰고 있다'는 BBC의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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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파라치 공모’ 신부 아버지 “참석하고 싶지만 불참”…침묵하는 왕실
    • 입력 2018-05-17 20:26:04
    취재K
전 세계로 생중계될 세기의 결혼식, 영국 해리 왕자와 헐리우드 스타 메건 마클의 왕실 결혼(현지시각 19일 정오)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외신들은 결혼식 당일 10만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윈저 성 등 식장 주변에 벌써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왕실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 메건 가(家)에서 연이어 문제가 터지더니 그녀의 아버지가 결혼식 불참을 선언하면서 영국 사회도 시끄럽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신부 아버지-파파라치 공모…‘불참 사유?’

메건의 아버지 토마스 마클은 지난 14일 미국 연예매체인 TMZ를 통해 "심장 수술 때문에 딸의 결혼식 참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심장 수술이 결혼식 불참의 진짜 이유가 아닐 거라는 추론은 최근까지도 아주 멀쩡한 그의 모습을 보면 쉽게 할 수 있다.

토마스가 TMZ와 인터뷰하기 전 영국 데일리메일은 그가 딸의 결혼을 준비하는 자신의 사진을 연출해 찍었다며 파파라치와의 공모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토마스가 '결혼식 예복을 맞추는 모습', '커피숍에서 영국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 모두 '몰래 찍힌 것처럼 꾸며진 가짜'로 드러났다.


이후 토마스는 '파산한 전직 헐리우드 조명감독'이라는 등 신상까지 들춰지며 유명인사가 됐다. 그와 거래한 파파라치는 헐리우드에서 일할 당시 동료로 밝혀졌고, 사진에서 예복 치수를 재던 재단사는 파티용품 가게에서 일하는 17살 점원으로 드러났다. 현지언론들은 그가 조작된 사진들을 영국 신문사들에게 조금씩 내주는 방식으로 장당 적어도 천만 원 이상, 모두 합해 1억 5천만 원 이상 받았을 걸로 추정하고 있다.

■ 타블로이드판 ‘먹잇감’된 메건의 가정사

영국 언론에 얼굴이 실린 메건의 가족은 아버지 말고도 여러 명이다. 메건의 친엄마와 아버지의 전처, 이복언니, 이복오빠 등이 인터뷰에 나선 것은 물론 메인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결혼식 초대장을 받지 못한 메건의 이복오빠 토마스 마클 주니어는 이달 초 해리 왕자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메건을 "천박하고 잘난 체하는 여성"이라고 비난하며 "연기자가 된 이후 가족들과 오랫동안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가 아버지를 파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메건과의 결혼은 왕실 결혼 역사상 가장 큰 실수"라며 해리 왕자에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결혼을 취소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복오빠와 20여 년 전 헤어진 전 올케까지 언론에 등장했고 이복자매인 사만다는 "내가 아버지께 연출 사진을 찍으라고 말했다"고 밝히며 아버지를 두둔하기도 했다. 영국 매체들의 인터넷판에는 복잡한 메건의 가족 관계도까지 상세하게 올라와 있을 정도다. BBC는 "여러 달 동안 신부를 보지 못한 메건의 대가족이 TV 스튜디오에서 결혼식을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메건의 이복자매 등 가족들은 결혼식 생중계 때 해설자로 활약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메건의 가정사를 놓고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집요한 추적이 몇 달씩 이어지고 있다"며 "결혼식을 코앞에 다가온 지금도 메건 가족 관련 기사들이 선정적이기로 유명한 영국 타블로이드판의 '먹잇감'이 되면서 영국 왕실이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침묵하는 ‘왕실’ VS 불평하는 언론

메건의 아버지 토마스는 당초 이번 주 영국으로 건너와 예비사위인 해리 왕자와 곧 사돈이 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와 만나기로 돼 있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에는 딸의 손을 잡고 식장에 입장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신부의 등장을 책임질 아버지의 결혼식 참석 여부에 대해 왕실 차원의 입장은 나온 것이 없다. 해리-메건 결혼식의 대 언론 활동을 맡아온 켄싱턴 궁은 신부 아버지 일에 대해 공식 입장 표명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토마스가 결혼식장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논평을 거부했다. '토마스 파파라치' 파문에 켄싱턴 궁이 낸 입장은 "해리와 메건이 토마스 마클 씨를 이해하고 존중해주길 부탁드린다"는 한줄 성명이 전부다. 그러면서 일련의 사건들이 "메건 양에게는 매우 개인적인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을 향한 불편한 심기가 읽힌다. 파파라치 파문 당사자인 토마스가 TMZ에 밝힌 그의 입장이 전부인 셈이다. 이런 왕실을 향해 현지 언론들도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BBC는 "언론에 대해 폐쇄적이고 통제하는 듯한 왕실의 전략이 때때로 성공할 것처럼 보인다"고 비꼬았다. "신부 아버지가 TMZ라는 매체와 접촉하고 있어 왕실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왕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고전적인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진짜 불참?”…궁 안에서는 무슨 일이?

BBC는 어제(현지시각 16일)자 최신기사에서 "토마스가 심장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되면서 그의 결혼식 참석 여부에 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명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왕실의 분위기는 여전히 어둡고 무겁다. 공식 입장은 없지만 흘러나온 얘기는 있다. 현지매체인 데일리익스프레스는 익명의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신부 아버지의 파파라치 공모 소식을 전해 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이 격노했다"고 전했다.


TMZ에 불참 입장을 밝힌 토마스에게도 이런 기류가 전달된 것일까? 토마스는 TMZ에 결혼식 참석이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왕실의 공식 입장 표명이 없는 가운데 토마스 마클이 결혼식에 신부와 입장하기로 한 계획은 아직 유효할까? 토마스의 결혼식 불참 발표에도 영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들은 여전히 그의 참석 여부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극적인 반전을 기대라도 하듯 토마스가 사는 멕시코 마을에는 그의 외출을 포착하기 위해 며칠째 외신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왕실에서 신부 아버지에게 아무런 뜻을 전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왕 부부의 입장이 전달된 것인지... 둘 중 무엇이 맞는 추측이든 간에 '영국 왕실이 침묵으로 넘어가는 고전적 전략을 쓰고 있다'는 BBC의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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