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2를 둘러싼 미스터리…국방부와 문정인 누구 발언이 진짜?

입력 2018.05.17 (20:59) 수정 2018.05.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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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7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미군 전략폭격기 B-52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밤사이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이 "B-52는 (한미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에 참가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발언에 대한 확인 차원이었다.

【1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 질의 응답】
질문 : 미국 국방부의 입장과 동일한가요?
답변 : 미국에서 그런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거기에 더 해석을 붙일 것은 없습니다.

질문 : B-52가 오기로 계획됐다 훈련 시작 전에 한미가 안 오는 것으로 결정한 게 맞죠?
답변 : 맥스선더훈련은 전투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 때문에 B-52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질문 : B-52가 애초에 올 계획이 없었다라는 입장인 건지, 아니면 애초에는 계획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해서 안 오는 것으로 결정을 한건가요?
답변 : 계속 말씀드리지만 맥스선더 훈련에는 B-52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질문 : 어제 문정인 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좀 이상하게 발언하셨어요. 마치 북한이 반발하니까 한미가 급하게 회동을 해서 B-52 안 오는 것으로 결정한다는 식으로 발언을 했습니다.
답변 : 네, 그래서 저희가 어제 입장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질문 : 그러면 기자들이 지금까지 B-52도 온다고 기사 쓴 건 오보 아닙니까?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국방부가 왜 정정요청을 하지 않았죠?
답변 : 저희가 훈련에 대한 세부내용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질문이 쏟아진 이유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 때문이었다. 16일 오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송영무 장관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17일 미군 전략폭격기 B-52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낮 오찬을 함께한 송 국방장관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들었다는 것이다.
문 특보의 발언이 알려진 뒤 국방부는 즉각 기자단에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송 장관은 문정인 특보와 오찬을 가졌다. 송 장관은 (문 특보에게) '맥스선더' 훈련은
전투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이기 때문에 B-52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새벽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를 비난하며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북한 측의 발표가 알려지자 송영무 국방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만났다. 약 40분간의 회동 후 국방부는 "맥스선더' 훈련은 계획된 대로 진행할 것이며, 이와 관련하여 한미간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상황을 시간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6일 새벽 : 북한의 '맥스선더' 훈련 비난·고위급 회담 취소 통보
16일 오전 : 송영무-브룩스 회동 "'맥스 선더' 훈련 계속"
16일 정오 : 송 장관, '브룩스에게 B-52 전개 말아달라 요청' 발언(문정인 특보 주장)
16일 오후 : 문 특보, 국회에서 '송 장관의 발언' 소개
16일 저녁 : 국방부, 문정인 특보 발언 부인 "B-52 전개 원래 계획 없었다"
17일 아침 : 미국 국방부, "B-52 전개 계획 원래 없었다"

■ 북한이 '극혐'하는 B-52

괌에서 출격하는 B-52는 미국의 대표적인 핵우산 전력의 하나다. B-52가 한반도 상공에 등장할 때마다 북한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문 특보가 소개한, 송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판문점 선언'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전략자산 전개가 준비돼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런 계획에도 불구하고 북한 측의 갑작스런 남북고위급회담 중지 통보에 'B-52 전개'를 (한국 측의 요청으로) 취소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B-52가 괌에서 한 번 뜨면 비용이 몇십 억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뭐하려고 지금 굳이 북한을 자극해가며 훈련에 참가시키겠냐"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은 송 장관과의 대화를 자신이 임의대로 해석한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정인 특보가 의도적인 발언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B-52같은 전략폭격기는 목표를 공격하는 능력은 아주 강하지만 자신을 방어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면서 "B-52가 한반도에 와서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는 다른 전투기가 호위하는 상태에서 목표지점에 폭탄을 투하하는 식으로 훈련이 진행되기 때문에 두 팀으로 나눠 조종사들의 능력을 연마하는 '맥스선더' 훈련과는 컨셉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 또 다시 돌출발언(?)

지난 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라며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이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조금 전 문정인 특보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이런 말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문 특보의 글 때문이었다.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의 기고글은 정치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번 문 특보의 'B-52 출격 자제 요청' 발언도 '주한미군 발언'때처럼 "정부에 부담을 주는" 돌발성 해프닝의 하나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송 장관이 전혀 하지 않은 발언을 문 특보가 의도적으로 한 것일까?

문정인 특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의 발언과 국방부의 발표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는 질문에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16일 낮 오찬 자리에는 송 장관과 문 특보, 그리고 또 다른 인물 2명이 동석했다. 동석자 중 한 명은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에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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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52를 둘러싼 미스터리…국방부와 문정인 누구 발언이 진짜?
    • 입력 2018-05-17 20:59:23
    • 수정2018-05-17 22:14:39
    정치
오늘(17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미군 전략폭격기 B-52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밤사이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이 "B-52는 (한미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에 참가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발언에 대한 확인 차원이었다.

【1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 질의 응답】
질문 : 미국 국방부의 입장과 동일한가요?
답변 : 미국에서 그런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거기에 더 해석을 붙일 것은 없습니다.

질문 : B-52가 오기로 계획됐다 훈련 시작 전에 한미가 안 오는 것으로 결정한 게 맞죠?
답변 : 맥스선더훈련은 전투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 때문에 B-52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질문 : B-52가 애초에 올 계획이 없었다라는 입장인 건지, 아니면 애초에는 계획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해서 안 오는 것으로 결정을 한건가요?
답변 : 계속 말씀드리지만 맥스선더 훈련에는 B-52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질문 : 어제 문정인 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좀 이상하게 발언하셨어요. 마치 북한이 반발하니까 한미가 급하게 회동을 해서 B-52 안 오는 것으로 결정한다는 식으로 발언을 했습니다.
답변 : 네, 그래서 저희가 어제 입장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질문 : 그러면 기자들이 지금까지 B-52도 온다고 기사 쓴 건 오보 아닙니까?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국방부가 왜 정정요청을 하지 않았죠?
답변 : 저희가 훈련에 대한 세부내용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질문이 쏟아진 이유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 때문이었다. 16일 오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송영무 장관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17일 미군 전략폭격기 B-52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낮 오찬을 함께한 송 국방장관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들었다는 것이다.
문 특보의 발언이 알려진 뒤 국방부는 즉각 기자단에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송 장관은 문정인 특보와 오찬을 가졌다. 송 장관은 (문 특보에게) '맥스선더' 훈련은
전투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이기 때문에 B-52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새벽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를 비난하며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북한 측의 발표가 알려지자 송영무 국방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만났다. 약 40분간의 회동 후 국방부는 "맥스선더' 훈련은 계획된 대로 진행할 것이며, 이와 관련하여 한미간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상황을 시간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6일 새벽 : 북한의 '맥스선더' 훈련 비난·고위급 회담 취소 통보
16일 오전 : 송영무-브룩스 회동 "'맥스 선더' 훈련 계속"
16일 정오 : 송 장관, '브룩스에게 B-52 전개 말아달라 요청' 발언(문정인 특보 주장)
16일 오후 : 문 특보, 국회에서 '송 장관의 발언' 소개
16일 저녁 : 국방부, 문정인 특보 발언 부인 "B-52 전개 원래 계획 없었다"
17일 아침 : 미국 국방부, "B-52 전개 계획 원래 없었다"

■ 북한이 '극혐'하는 B-52

괌에서 출격하는 B-52는 미국의 대표적인 핵우산 전력의 하나다. B-52가 한반도 상공에 등장할 때마다 북한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문 특보가 소개한, 송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판문점 선언'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전략자산 전개가 준비돼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런 계획에도 불구하고 북한 측의 갑작스런 남북고위급회담 중지 통보에 'B-52 전개'를 (한국 측의 요청으로) 취소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B-52가 괌에서 한 번 뜨면 비용이 몇십 억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뭐하려고 지금 굳이 북한을 자극해가며 훈련에 참가시키겠냐"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은 송 장관과의 대화를 자신이 임의대로 해석한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정인 특보가 의도적인 발언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B-52같은 전략폭격기는 목표를 공격하는 능력은 아주 강하지만 자신을 방어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면서 "B-52가 한반도에 와서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는 다른 전투기가 호위하는 상태에서 목표지점에 폭탄을 투하하는 식으로 훈련이 진행되기 때문에 두 팀으로 나눠 조종사들의 능력을 연마하는 '맥스선더' 훈련과는 컨셉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 또 다시 돌출발언(?)

지난 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라며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이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조금 전 문정인 특보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이런 말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문 특보의 글 때문이었다.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의 기고글은 정치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번 문 특보의 'B-52 출격 자제 요청' 발언도 '주한미군 발언'때처럼 "정부에 부담을 주는" 돌발성 해프닝의 하나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송 장관이 전혀 하지 않은 발언을 문 특보가 의도적으로 한 것일까?

문정인 특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의 발언과 국방부의 발표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는 질문에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16일 낮 오찬 자리에는 송 장관과 문 특보, 그리고 또 다른 인물 2명이 동석했다. 동석자 중 한 명은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에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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