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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이스라엘을 편드는 진짜 이유는?
입력 2018.05.18 (08:09) 멀티미디어 뉴스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편드는 진짜 이유는?
미국은 왜 오랜 '중립'을 깼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위 유혈 진압과 관련해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반대 때문이다. 현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쿠웨이트가, 유럽국가 등의 지지 속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시위를 무력진압해 60여명을 숨지게 한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리의 규탄 성명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영국 등은 이번 사건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를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 중이지만,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통과시킬 수 없다.

미국의 입장은 이렇다. 이번 사태는 테러집단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일부러 조장한 것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점령지역으로 무질서하게 분리장벽을 넘어온 데 대해 이스라엘은 이보다 더 할 수는 없을 정도로 자제력있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비무장한 시위대를 향한 실탄 공격 등으로 어린이청소년 16명을 포함해 60여명을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 미국이 이토록 명료하게 이스라엘을 편드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제어할 방법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는 일방적이고 노골적이다. 주변국의 우려에도 지난 14일, 이번 팔레스타인인 시위의 도화선이 된, 이스라엘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기어코 관철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유대계 제러드 쿠슈너, 남편을 따라 유대교로 개종한 이방카 트럼프 부부는 함께 예루살렘 미 대사관 개소식에 참석했다.

미국 내에서 유대인이라는 강력한 집단이, 미 정부에 이스라엘에 대한 우호적 정책을 강제해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미국 정부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땅이라는 선언적 '언사'까지는 할지라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이스라엘을 확실히 편드는 '행동'에 나서지는 않아왔다. 둘 사이의 갈등에서 '중립적'이라는 수식어를 끝까지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미 의회가 1995년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그 뒤 3명의 대통령이 모두 행정명령을 내려 이전을 막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3년만에 법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대놓고 이스라엘을 편들고 있다. 물론 자신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과 우파 유대계의 지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혹자는 트럼프 집안의 유대계 또는 이스라엘과의 사업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역대 다른 미국 대통령들에게도 미국 국내 정치만 생각한다면, 이스라엘을 편들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갈등에서 표면적 중립을 유지하려 했던 이유는,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들 경우, 오랜 화약고인 중동의 역내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더 자극해 테러리스트의 준동을 유발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미국의 중동 이슬람계 우방국들과의 관계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표면적 중립을 깰 수 없는 국제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그런 것들을 모른단 말인가? 모르는 게 아닐 거다. 그보다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보는 게 맞다. 미국 정부는 더이상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갈등에서 애써 표면적 중립을 취할 필요가 없다는, 외교적 판단을 했다는 거다. 바야흐로 중동의 역학관계가 바뀌고 있다.

심상치 않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변심

14일 미 대사관의 이스라엘 이전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는 이렇게 말한다. "이스라엘에서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다른 나라들까지 많은 지도자들이 나라를 근대화하고 국민들의 더 좋은 삶을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공동의 위협에 맞서고 공동의 이해를 추구하면서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회와 동맹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또다른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동맹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쿠슈너는 이른바 MBS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모하마드 빈 살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면서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에서는, 전세계 이슬람계의 보호자로서, 팔레스타인 편에 서왔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근 변심은 심상치 않다.
왕세자 모하마드 빈 살만은, 지난 3월 가자지구에서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을 때 친이스라엘 유대계 미국인들을 만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중재안을 수용하거나 아니면 입을 다물고 더이상 불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왕세자는 그 뒤 "이스라엘인들은 그들 자신의 땅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 대한 권리를 옹호하면서, "(예루살렘에) 평화가 온다면 걸프만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상호이익적이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미 애틀랙틱지가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정부 관리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조언하고 있는 미국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안이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진행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이 1년째 마련중인 이 평화협정안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달초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드문 나라 중 하나였다.

최근 이스라엘 쪽으로 기울고 있는 걸프만의 이슬람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뿐만이 아니다. 바레인도 지난 9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군 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지한 바 있다. 바레인과 함께 아랍에미레이트도 최근 이스라엘과 경제적 문화적 또 스포츠 행사 등에서의 교류를 넓혀가고 있다. 물론 바레인과 아랍에미레이트가 이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위 유혈 진압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과거에 비하면 수위가 낮다. 아랍에미레이트 관영 언론은 "미국의 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은 새로운 재앙"이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걸프만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카타르가, "이스라엘 점령군의 비무장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잔혹하고 계획적인 대학살"이란 정부 성명을 내면서, 강경한 어조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위 유혈 진압을 비판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원조에 앞장서온 카타르는 지금 주변 걸프만 국가들의 압박에 직면해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 등은 카타르가 하마스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란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비난하는 중이다.

이스라엘의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동맹은 최근 이집트와의 밀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 이스라엘에 대항한 아랍계의 전쟁을 이끄는 등 이스라엘에 적대적이었던 이집트는 지난 1978년 주변국 가운데 가장 먼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도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냉랭한 관계였다. 그러나 이집트는 최근 하마스를 포함해 시나이반도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제어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190만명이 거주하는 이스라엘 서쪽 가자지구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오랜 충돌로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파괴된 상황인데, 이스라엘은 물론 이집트까지 국경 통로를 봉쇄하면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고, 그게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고립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유럽 언론들은 현재의 가가지구를 "지붕없는 감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란' 변수에 뒤바뀌는 중동의 역학 관계

최근의 중동 지역 내 힘의 역학관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장 큰 변수는 '이란'이다. 2015년 이란을 포함한 6개국이 참여한 이란 핵협정으로,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서방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이란 핵 협정은, 미 트럼프 정부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가 아니라고 비난하듯이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 시한을 못박는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이란이 현재의 핵물질을 폐기하고 더이상 핵프로그램을 가동하지 못하도록 막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국가들과, 핵협정을 합의할 당시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을 상대로 강경한 군사작전을 쓰는 것보다 지역의 강자인 이란의 핵무력을 통제하는 것이, 그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핵협정으로 2015년 이후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되면서, 이란은 다시 지역에서 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어떻게 다시 지역에서 일어서고 있는지는 시리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분명해졌다. 미국이 시리아에 대해 기본적 불개입 원칙을 견지하면서 적극 개입을 하지 않던 사이, 러시아와 이란이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고, 수니파 반군은 물론 쿠르드족, 지역의 이슬람 극단주의세력으로부터의 3중, 4중의 압박을 받으며 고사 직전에 몰렸던 아사드 정권이 되살아났다.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와 이란 연합군의 지원 아래 반군을 대부분 진압해 7년 시리아 내전은 지금, 시리아 정부군의 승리 직전에 와있다.


바로 이같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부상에 대한, 역내 수니파 국가들의 공포가, 새로운 반 이란 전선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이란의 부활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스라엘과, 이슬람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에 이집트까지, 지역의 폭넓은 연대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렇게 중동의 핵심 이슬람 국가 상당수가, 반이란전선이란 목표 아래 새로운 공동전선을 형성하면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시쳇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게 팔레스타인이다. 이란의 부상을 견제하는 게 당면의 더 중요한 목표가 돼 이스라엘과 협력해야 하는 이슬람국가들에게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가능하면 관여하고 싶지 않은 '계륵'이 돼버린 것이다.

이란의 부상을 참을 수 없는 이스라엘, 그 뒤의 미국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한다며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시리아를 공습했지만, 러시아 군시설을 정교하게 피하고 1회성 공격에서 멈추는 등, 미국의 공습에서는 오히려 충돌의 국제적 확장을 막으려는 의도가 역력해보였다. 미국은 한번의 공습으로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사용과 민간인 학살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명분을 획득하고,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계속 지원해 새로운 중동의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실리를 획득하는 선에서, 양측은 어떤 암묵적 타협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후 시리아 정부의 표현대로, 시리아 전쟁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만든 건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공습을 전후해 단독으로 여러 차례 시리아를 공습했으며, 특히 지난 9일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시리아 내 이란 군 시설을 향해 여러 차례의 공습을 감행했다. 시리아 내 이란군이 골란고원의 이스라엘군을 공격했기 때문에, 이란이 비밀리에 여전히 핵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등 레드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시리아 전쟁이, 시리아 정부군-러시아-이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는 현 상황을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게 바로 이스라엘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일부러 이란을 자극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이 먼저 나서 이란과의 충돌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다. 이스라엘이 이란 내 강경파를 자극해 이란의 무력 대응을 이끌고, 이란 핵협정을 붕괴시키고,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무너뜨려, 이란과 힘 대 힘으로 맞불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미 트럼프 정부의 이란 핵협정 탈퇴 역시 이런 맥락에서 다시 해석될 수 있다. 이란 내부의 강경파들을 자극해 이란의 핵무력 확장을 다시 유도하고, 이란에 대한 직접적 군사행동의 명분을 만들고자 하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더이상 세계의 경찰국가가 되지 않겠다는 미 트럼프 정부가, 시리아 내전에 다시 개입할 리는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러시아-이란-시리아 동맹이 중동에서 자리잡는 것을 반가와할 리도 없지 않은가. 미국이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편들고,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속에 이슬람 내 종파 갈등을 비집고 역내 동맹관계를 확장시키고, 이스라엘이 선봉에 서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이란 죽이기에 나서는 그림이라면, 트럼프 정부로서도 마다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힘으로만' 밀어붙이다가는...

이스라엘은 당분간 힘의 확장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이스라엘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세계적 권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자극하는 이유가, 이스라엘이 현재 힘의 역학관계가 자신에게로 넘어왔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노골적 지지를 등에 업고, 최근 이스라엘이 거두고 있는 외교적 승리가 네탄야후 총리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즉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정 같은 '평화적 해법'을 추구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여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반이란 중동 이슬람국가들과의 협력으로, 지역 내부에서 새로운 권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거다. 게다가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네탄야후 총리에게는 어려운 국내정치적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강경한 대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노골적 지지를 업은 이스라엘의 외교적 승리는 갈수록 다양하게 감지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미국의 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우려하는데도,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이전에 동조하며 자기 나라도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하겠다고 나섰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같은 중남미 일부 국가들도 미국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한다. 이 일부 동유럽 국가들이 난민 수용문제로 유럽연합 집행부와 대립하고 있고, 이 일부 중남미국가들이 복음주의 기독교인 국민들 때문에 이스라엘과 관계가 돈독했었다고 해도, 만약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중립을 계속 유지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실제로 이 중남미국가들에게는 미국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스라엘은, 이번 유혈 진압과 관련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한 하마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10대들까지 시위에 나서도록 몰아넣었으니, 그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도, 실탄 공격으로 유혈진압을 한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마스에게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떠한 논리로도 비무장한 시위대에 총대를 겨눈 행동을 변명할 수는 없다.
미국의 반대로 안보리에서 당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어떤 조치가 취해질 수 없을지라도, 당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이 이란 문제로 팔레스타인과 거리를 두고 있을지라도, 당장은 이스라엘의 무력 행동에 대한 국제적 제어가 어려울지라도, 이스라엘이 계속 '대화' 대신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태도를 고수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명분은 계속 희미해질 것이고, 다른 국제적 주체들도 방관할 수만은 없게 될 것이다.

러시아-이란-시리아 동맹이 껄끄러운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만이 아니다. 서부 유럽의 강대국들도 시리아 내전이 정부군의 승리로 끝나서,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중동의 거점을 확보하고, 이를 지원한 이란이 세력을 확장하는 데 대해 위기감을 느낀다. 이란이 지나치게 힘을 확장하는 게 중동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중동전쟁을 일으키는 게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유럽연합의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 관리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이란을 지지하는 현 상황에서 이란의 강경파들을 자극해, 결국 이스라엘과 이란이 군사적으로 맞붙고 이를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지원하는 상황으로 가는 것은, 중동 전체를 갈등과 테러, 심지어 피의 전쟁으로 몰고 가게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이, 지금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세력 확장을 제어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지나치게 힘을 과시하려 한다면, 예루살렘이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려 한다면, 그렇게 계속 두고 보기만 하겠는가.
예루살렘 문제를,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은, 예루살렘을 누구의 소유도 아닌 국제도시로 만든 국제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또 종교 간은 물론 종교 내부의 근본 갈등으로 한쪽의 일방적 승리란 해결책이 불가능한 중동에서, 조정과 균형의 외교를 모색하자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이스라엘이 정말 원하는 수준까지 강해질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고, 이스라엘이 역내 다른 권력을 몰락시키는 게 정말 이스라엘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알 수 없다면서,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다가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편드는 진짜 이유는?
    • 입력 2018.05.18 (08:09)
    멀티미디어 뉴스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편드는 진짜 이유는?
미국은 왜 오랜 '중립'을 깼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위 유혈 진압과 관련해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반대 때문이다. 현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쿠웨이트가, 유럽국가 등의 지지 속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시위를 무력진압해 60여명을 숨지게 한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리의 규탄 성명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영국 등은 이번 사건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를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 중이지만,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통과시킬 수 없다.

미국의 입장은 이렇다. 이번 사태는 테러집단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일부러 조장한 것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점령지역으로 무질서하게 분리장벽을 넘어온 데 대해 이스라엘은 이보다 더 할 수는 없을 정도로 자제력있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비무장한 시위대를 향한 실탄 공격 등으로 어린이청소년 16명을 포함해 60여명을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 미국이 이토록 명료하게 이스라엘을 편드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제어할 방법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는 일방적이고 노골적이다. 주변국의 우려에도 지난 14일, 이번 팔레스타인인 시위의 도화선이 된, 이스라엘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기어코 관철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유대계 제러드 쿠슈너, 남편을 따라 유대교로 개종한 이방카 트럼프 부부는 함께 예루살렘 미 대사관 개소식에 참석했다.

미국 내에서 유대인이라는 강력한 집단이, 미 정부에 이스라엘에 대한 우호적 정책을 강제해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미국 정부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땅이라는 선언적 '언사'까지는 할지라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이스라엘을 확실히 편드는 '행동'에 나서지는 않아왔다. 둘 사이의 갈등에서 '중립적'이라는 수식어를 끝까지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미 의회가 1995년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그 뒤 3명의 대통령이 모두 행정명령을 내려 이전을 막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3년만에 법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대놓고 이스라엘을 편들고 있다. 물론 자신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과 우파 유대계의 지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혹자는 트럼프 집안의 유대계 또는 이스라엘과의 사업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역대 다른 미국 대통령들에게도 미국 국내 정치만 생각한다면, 이스라엘을 편들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갈등에서 표면적 중립을 유지하려 했던 이유는,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들 경우, 오랜 화약고인 중동의 역내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더 자극해 테러리스트의 준동을 유발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미국의 중동 이슬람계 우방국들과의 관계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표면적 중립을 깰 수 없는 국제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그런 것들을 모른단 말인가? 모르는 게 아닐 거다. 그보다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보는 게 맞다. 미국 정부는 더이상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갈등에서 애써 표면적 중립을 취할 필요가 없다는, 외교적 판단을 했다는 거다. 바야흐로 중동의 역학관계가 바뀌고 있다.

심상치 않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변심

14일 미 대사관의 이스라엘 이전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는 이렇게 말한다. "이스라엘에서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다른 나라들까지 많은 지도자들이 나라를 근대화하고 국민들의 더 좋은 삶을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공동의 위협에 맞서고 공동의 이해를 추구하면서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회와 동맹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또다른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동맹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쿠슈너는 이른바 MBS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모하마드 빈 살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면서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에서는, 전세계 이슬람계의 보호자로서, 팔레스타인 편에 서왔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근 변심은 심상치 않다.
왕세자 모하마드 빈 살만은, 지난 3월 가자지구에서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을 때 친이스라엘 유대계 미국인들을 만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중재안을 수용하거나 아니면 입을 다물고 더이상 불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왕세자는 그 뒤 "이스라엘인들은 그들 자신의 땅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 대한 권리를 옹호하면서, "(예루살렘에) 평화가 온다면 걸프만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상호이익적이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미 애틀랙틱지가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정부 관리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조언하고 있는 미국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안이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진행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이 1년째 마련중인 이 평화협정안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달초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드문 나라 중 하나였다.

최근 이스라엘 쪽으로 기울고 있는 걸프만의 이슬람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뿐만이 아니다. 바레인도 지난 9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군 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지한 바 있다. 바레인과 함께 아랍에미레이트도 최근 이스라엘과 경제적 문화적 또 스포츠 행사 등에서의 교류를 넓혀가고 있다. 물론 바레인과 아랍에미레이트가 이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위 유혈 진압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과거에 비하면 수위가 낮다. 아랍에미레이트 관영 언론은 "미국의 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은 새로운 재앙"이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걸프만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카타르가, "이스라엘 점령군의 비무장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잔혹하고 계획적인 대학살"이란 정부 성명을 내면서, 강경한 어조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위 유혈 진압을 비판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원조에 앞장서온 카타르는 지금 주변 걸프만 국가들의 압박에 직면해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 등은 카타르가 하마스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란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비난하는 중이다.

이스라엘의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동맹은 최근 이집트와의 밀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 이스라엘에 대항한 아랍계의 전쟁을 이끄는 등 이스라엘에 적대적이었던 이집트는 지난 1978년 주변국 가운데 가장 먼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도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냉랭한 관계였다. 그러나 이집트는 최근 하마스를 포함해 시나이반도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제어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190만명이 거주하는 이스라엘 서쪽 가자지구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오랜 충돌로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파괴된 상황인데, 이스라엘은 물론 이집트까지 국경 통로를 봉쇄하면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고, 그게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고립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유럽 언론들은 현재의 가가지구를 "지붕없는 감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란' 변수에 뒤바뀌는 중동의 역학 관계

최근의 중동 지역 내 힘의 역학관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장 큰 변수는 '이란'이다. 2015년 이란을 포함한 6개국이 참여한 이란 핵협정으로,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서방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이란 핵 협정은, 미 트럼프 정부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가 아니라고 비난하듯이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 시한을 못박는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이란이 현재의 핵물질을 폐기하고 더이상 핵프로그램을 가동하지 못하도록 막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국가들과, 핵협정을 합의할 당시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을 상대로 강경한 군사작전을 쓰는 것보다 지역의 강자인 이란의 핵무력을 통제하는 것이, 그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핵협정으로 2015년 이후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되면서, 이란은 다시 지역에서 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어떻게 다시 지역에서 일어서고 있는지는 시리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분명해졌다. 미국이 시리아에 대해 기본적 불개입 원칙을 견지하면서 적극 개입을 하지 않던 사이, 러시아와 이란이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고, 수니파 반군은 물론 쿠르드족, 지역의 이슬람 극단주의세력으로부터의 3중, 4중의 압박을 받으며 고사 직전에 몰렸던 아사드 정권이 되살아났다.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와 이란 연합군의 지원 아래 반군을 대부분 진압해 7년 시리아 내전은 지금, 시리아 정부군의 승리 직전에 와있다.


바로 이같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부상에 대한, 역내 수니파 국가들의 공포가, 새로운 반 이란 전선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이란의 부활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스라엘과, 이슬람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에 이집트까지, 지역의 폭넓은 연대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렇게 중동의 핵심 이슬람 국가 상당수가, 반이란전선이란 목표 아래 새로운 공동전선을 형성하면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시쳇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게 팔레스타인이다. 이란의 부상을 견제하는 게 당면의 더 중요한 목표가 돼 이스라엘과 협력해야 하는 이슬람국가들에게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가능하면 관여하고 싶지 않은 '계륵'이 돼버린 것이다.

이란의 부상을 참을 수 없는 이스라엘, 그 뒤의 미국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한다며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시리아를 공습했지만, 러시아 군시설을 정교하게 피하고 1회성 공격에서 멈추는 등, 미국의 공습에서는 오히려 충돌의 국제적 확장을 막으려는 의도가 역력해보였다. 미국은 한번의 공습으로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사용과 민간인 학살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명분을 획득하고,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계속 지원해 새로운 중동의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실리를 획득하는 선에서, 양측은 어떤 암묵적 타협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후 시리아 정부의 표현대로, 시리아 전쟁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만든 건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공습을 전후해 단독으로 여러 차례 시리아를 공습했으며, 특히 지난 9일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시리아 내 이란 군 시설을 향해 여러 차례의 공습을 감행했다. 시리아 내 이란군이 골란고원의 이스라엘군을 공격했기 때문에, 이란이 비밀리에 여전히 핵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등 레드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시리아 전쟁이, 시리아 정부군-러시아-이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는 현 상황을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게 바로 이스라엘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일부러 이란을 자극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이 먼저 나서 이란과의 충돌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다. 이스라엘이 이란 내 강경파를 자극해 이란의 무력 대응을 이끌고, 이란 핵협정을 붕괴시키고,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무너뜨려, 이란과 힘 대 힘으로 맞불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미 트럼프 정부의 이란 핵협정 탈퇴 역시 이런 맥락에서 다시 해석될 수 있다. 이란 내부의 강경파들을 자극해 이란의 핵무력 확장을 다시 유도하고, 이란에 대한 직접적 군사행동의 명분을 만들고자 하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더이상 세계의 경찰국가가 되지 않겠다는 미 트럼프 정부가, 시리아 내전에 다시 개입할 리는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러시아-이란-시리아 동맹이 중동에서 자리잡는 것을 반가와할 리도 없지 않은가. 미국이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편들고,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속에 이슬람 내 종파 갈등을 비집고 역내 동맹관계를 확장시키고, 이스라엘이 선봉에 서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이란 죽이기에 나서는 그림이라면, 트럼프 정부로서도 마다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힘으로만' 밀어붙이다가는...

이스라엘은 당분간 힘의 확장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이스라엘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세계적 권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자극하는 이유가, 이스라엘이 현재 힘의 역학관계가 자신에게로 넘어왔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노골적 지지를 등에 업고, 최근 이스라엘이 거두고 있는 외교적 승리가 네탄야후 총리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즉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정 같은 '평화적 해법'을 추구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여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반이란 중동 이슬람국가들과의 협력으로, 지역 내부에서 새로운 권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거다. 게다가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네탄야후 총리에게는 어려운 국내정치적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강경한 대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노골적 지지를 업은 이스라엘의 외교적 승리는 갈수록 다양하게 감지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미국의 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우려하는데도,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이전에 동조하며 자기 나라도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하겠다고 나섰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같은 중남미 일부 국가들도 미국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한다. 이 일부 동유럽 국가들이 난민 수용문제로 유럽연합 집행부와 대립하고 있고, 이 일부 중남미국가들이 복음주의 기독교인 국민들 때문에 이스라엘과 관계가 돈독했었다고 해도, 만약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중립을 계속 유지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실제로 이 중남미국가들에게는 미국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스라엘은, 이번 유혈 진압과 관련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한 하마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10대들까지 시위에 나서도록 몰아넣었으니, 그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도, 실탄 공격으로 유혈진압을 한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마스에게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떠한 논리로도 비무장한 시위대에 총대를 겨눈 행동을 변명할 수는 없다.
미국의 반대로 안보리에서 당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어떤 조치가 취해질 수 없을지라도, 당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이 이란 문제로 팔레스타인과 거리를 두고 있을지라도, 당장은 이스라엘의 무력 행동에 대한 국제적 제어가 어려울지라도, 이스라엘이 계속 '대화' 대신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태도를 고수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명분은 계속 희미해질 것이고, 다른 국제적 주체들도 방관할 수만은 없게 될 것이다.

러시아-이란-시리아 동맹이 껄끄러운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만이 아니다. 서부 유럽의 강대국들도 시리아 내전이 정부군의 승리로 끝나서,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중동의 거점을 확보하고, 이를 지원한 이란이 세력을 확장하는 데 대해 위기감을 느낀다. 이란이 지나치게 힘을 확장하는 게 중동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중동전쟁을 일으키는 게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유럽연합의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 관리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이란을 지지하는 현 상황에서 이란의 강경파들을 자극해, 결국 이스라엘과 이란이 군사적으로 맞붙고 이를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지원하는 상황으로 가는 것은, 중동 전체를 갈등과 테러, 심지어 피의 전쟁으로 몰고 가게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이, 지금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세력 확장을 제어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지나치게 힘을 과시하려 한다면, 예루살렘이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려 한다면, 그렇게 계속 두고 보기만 하겠는가.
예루살렘 문제를,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은, 예루살렘을 누구의 소유도 아닌 국제도시로 만든 국제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또 종교 간은 물론 종교 내부의 근본 갈등으로 한쪽의 일방적 승리란 해결책이 불가능한 중동에서, 조정과 균형의 외교를 모색하자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이스라엘이 정말 원하는 수준까지 강해질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고, 이스라엘이 역내 다른 권력을 몰락시키는 게 정말 이스라엘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알 수 없다면서,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다가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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