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치솟는 기름값에…기상천외 석유 범죄

입력 2018.05.18 (08:34) 수정 2018.05.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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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기름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는데요, 주유 한번 해보면 눈금 올라가는게 예전만 같지 않습니다.

이럴 때 꼭 기승하는 범죄가 있죠.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석유를 훔치는가 하면,경유에 등유를 섞어 가짜 석유를 만들었는데, 단속은 어떻게 피했을까요?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기상천외한 석유 범죄 현장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한 남성이 돈다발을 머리 위로 날리고 있습니다.

마치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 듯 한데요, 충남의 한 빌라에서 찍힌 영상입니다.

["하하하하하"]

이 남성은 어떤 돈을 벌고 이렇게 즐거워하고 있을까.

빌라 근처의 야산에는 수상한 방문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락거렸습니다.

[마을 주민 : "거기는 너무 깊숙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데가 아니에요."]

[마을 주민 : "젊은 사람들인데 계속 거기서 종일 왔다 갔다 하면서 차 대 놓고 있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 했었지."]

어떤 날은 기름 냄새가 마을에 진동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야산의 땅 속엔 석유를 수송하는 송유관이 묻혀있었는데요.

[원종열/충남 아산경찰서 형사과 : "송유관이 서산에서 천안까지 오는 송유관인데요. 중간에 좀 기압이 떨어진다는 그런 첩보가 있었어요."]

경찰은 수사에 나서자마자 수상한 호스를 발견했습니다.

길게 늘어선 호스를 따라가보자 땅 속으로 이어지는데, 어디로 연결되는지 봤더니, 바로 큰 송유관에 연결돼있습니다.

["(계속 들어가는 거 같은데.) 새는 것 같아요."]

송유관에 연결된 호스로 석유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이 호스의 종착지는 150미터 가량 떨어진 비닐하우스.

누군가 기름을 훔쳐간 겁니다.

[원종열/충남 아산경찰서 형사과 : "드릴로 미세하게 (구멍을) 파죠. (호스를) 하우스 쪽으로 연결해서 수도꼭지에서 틀면 천 리터 , 2천 리터가 금방 몇 분 내로 쏵 쏟아지게……."]

인근 CCTV를 분석한 경찰은 폭력 조직원 김 모 씨 일당을 붙잡아 6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이 송유관에서 1년 간 훔친 기름은 212만 리터, 27억여 원 어치였습니다.

일대 주유소에 팔아 넘긴 피의자들은 벌어들인 돈을 폭력 조직을 운영하는데 쓰거나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특히, 훔친 기름인 줄 알면서도 이들에게 경유를 구입한 주유소 업자도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번에는 장소를 옮겨보겠습니다.

경기도의 한 평범해보이는 주유소입니다.

그런데, 주유기 안에선 이상한 기계가, 옥상에선 기름에 젖은 수상한 검은 가루가 발견됩니다.

[경찰관계자 : "이건 다 사용한 거네."]

이 주유소에선 경유에 등유를 섞어 ‘가짜 석유’를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전통적인 싼 기름 만드는 수법이죠.

그런데, 이들이 석유관리원의 단속을 피하는 방법 이게 예사롭지 않습니다.

정유사에선 등유를 유통할 때 식별제를 섞어 유통하고 있는데요, 등유에 시약을 넣으면 식별제 성분 때문에 보라색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이 주유소의 ‘가짜 석유’에선 반응이 없었습니다.

[경찰관계자 : "정상적인 등유는 이렇게 변해야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비밀은 이 주유기에 있었습니다.

[오창근/서울광역수사대 광역1팀 : "주유기 내에 등유식별제 제거장치를 설치한 겁니다. 제거 장치 안 백토와 활성탄을 1:1로 섞어 놓은 곳에 등유가 통과하게 되면 식별제가 제거됩니다. 우리가 쉽게 얘기하면 정수기 원리로 생각하면 될 거 같습니다. 여과돼서 나오니까."]

식별제를 걸러낸 등유 15%를 경유와 섞은 뒤, 색이 옅어지는 것을 숨기려고 노란색 염료까지 섞어 ‘가짜 석유’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유통한 가짜 석유는 260만 리터. 시가 31억여 원 어치입니다.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오창근/서울광역수사대 광역1팀 : "일반 시민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사항입니다. 제조하거나 판매한 사람들만, 업자들만 알죠."]

그렇다면, 경유에 왜 등유를 섞어 팔았을까요.

등유 값이 경유에 비해 리터당 4~500원 정도 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캄캄한 밤, 인적이 드문 경기도의 한 도로에서 주차돼있는 덤프트럭을 경찰이 수색합니다.

덤프트럭의 문 손잡이에, 누군가 두고 간 영수증이 꽂혀있습니다.

등유 320여 리터를 주유를 했다는 영수증인데, 이 덤프 트럭은 경유차였습니다.

경유차에 등유를 넣었는지 직접 확인에 들어갑니다.

기름을 채취한 뒤, 시약을 넣자 잠시 뒤 보라색으로 변합니다.

[석유관리원 : "등유 성분이 있다고 확인할 수 있어요."]

경찰은 경유차인 관광버스나 덤프트럭에 저렴한 등유를 주유한 혐의로 주유업자 이 모 씨를 붙잡았습니다.

[오창근/서울광역수사대 광역1팀 : "서로 연락 하에 심야 시간대에 연료통을 개방해놓고 ‘어디에 차를 주차해놓았다.’ 그러면 주유 업자가 가서……."]

기름값 부담이 큰 장거리 운행을 하는 차량들만 골라 33만 여 리터를 주유해 3억 여 원의 차익을 챙겼습니다.

경찰은 이 씨를 구속하고, 등유를 공급받은 운전기사 10여 명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유차에 등유를 넣을 경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승헌/한국석유관리원 특수검사팀 : "차량의 엔진 출력이 저하돼요. 나중엔 엔진에 무리가 가서 엔진이 멈출 수가 있어요.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고, 또 한 가지는 환경오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요."]

내가 주유한 기름이 경유가 맞는지 의심이 들 경우, 주유 후에 갑자기 차량의 출력이 저하된 느낌이 들거나 운전시 뒤에서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면 한국석유관리원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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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치솟는 기름값에…기상천외 석유 범죄
    • 입력 2018-05-18 08:37:51
    • 수정2018-05-18 09: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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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기름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는데요, 주유 한번 해보면 눈금 올라가는게 예전만 같지 않습니다.

이럴 때 꼭 기승하는 범죄가 있죠.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석유를 훔치는가 하면,경유에 등유를 섞어 가짜 석유를 만들었는데, 단속은 어떻게 피했을까요?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기상천외한 석유 범죄 현장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한 남성이 돈다발을 머리 위로 날리고 있습니다.

마치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 듯 한데요, 충남의 한 빌라에서 찍힌 영상입니다.

["하하하하하"]

이 남성은 어떤 돈을 벌고 이렇게 즐거워하고 있을까.

빌라 근처의 야산에는 수상한 방문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락거렸습니다.

[마을 주민 : "거기는 너무 깊숙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데가 아니에요."]

[마을 주민 : "젊은 사람들인데 계속 거기서 종일 왔다 갔다 하면서 차 대 놓고 있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 했었지."]

어떤 날은 기름 냄새가 마을에 진동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야산의 땅 속엔 석유를 수송하는 송유관이 묻혀있었는데요.

[원종열/충남 아산경찰서 형사과 : "송유관이 서산에서 천안까지 오는 송유관인데요. 중간에 좀 기압이 떨어진다는 그런 첩보가 있었어요."]

경찰은 수사에 나서자마자 수상한 호스를 발견했습니다.

길게 늘어선 호스를 따라가보자 땅 속으로 이어지는데, 어디로 연결되는지 봤더니, 바로 큰 송유관에 연결돼있습니다.

["(계속 들어가는 거 같은데.) 새는 것 같아요."]

송유관에 연결된 호스로 석유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이 호스의 종착지는 150미터 가량 떨어진 비닐하우스.

누군가 기름을 훔쳐간 겁니다.

[원종열/충남 아산경찰서 형사과 : "드릴로 미세하게 (구멍을) 파죠. (호스를) 하우스 쪽으로 연결해서 수도꼭지에서 틀면 천 리터 , 2천 리터가 금방 몇 분 내로 쏵 쏟아지게……."]

인근 CCTV를 분석한 경찰은 폭력 조직원 김 모 씨 일당을 붙잡아 6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들이 송유관에서 1년 간 훔친 기름은 212만 리터, 27억여 원 어치였습니다.

일대 주유소에 팔아 넘긴 피의자들은 벌어들인 돈을 폭력 조직을 운영하는데 쓰거나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특히, 훔친 기름인 줄 알면서도 이들에게 경유를 구입한 주유소 업자도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번에는 장소를 옮겨보겠습니다.

경기도의 한 평범해보이는 주유소입니다.

그런데, 주유기 안에선 이상한 기계가, 옥상에선 기름에 젖은 수상한 검은 가루가 발견됩니다.

[경찰관계자 : "이건 다 사용한 거네."]

이 주유소에선 경유에 등유를 섞어 ‘가짜 석유’를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전통적인 싼 기름 만드는 수법이죠.

그런데, 이들이 석유관리원의 단속을 피하는 방법 이게 예사롭지 않습니다.

정유사에선 등유를 유통할 때 식별제를 섞어 유통하고 있는데요, 등유에 시약을 넣으면 식별제 성분 때문에 보라색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이 주유소의 ‘가짜 석유’에선 반응이 없었습니다.

[경찰관계자 : "정상적인 등유는 이렇게 변해야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비밀은 이 주유기에 있었습니다.

[오창근/서울광역수사대 광역1팀 : "주유기 내에 등유식별제 제거장치를 설치한 겁니다. 제거 장치 안 백토와 활성탄을 1:1로 섞어 놓은 곳에 등유가 통과하게 되면 식별제가 제거됩니다. 우리가 쉽게 얘기하면 정수기 원리로 생각하면 될 거 같습니다. 여과돼서 나오니까."]

식별제를 걸러낸 등유 15%를 경유와 섞은 뒤, 색이 옅어지는 것을 숨기려고 노란색 염료까지 섞어 ‘가짜 석유’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유통한 가짜 석유는 260만 리터. 시가 31억여 원 어치입니다.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오창근/서울광역수사대 광역1팀 : "일반 시민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사항입니다. 제조하거나 판매한 사람들만, 업자들만 알죠."]

그렇다면, 경유에 왜 등유를 섞어 팔았을까요.

등유 값이 경유에 비해 리터당 4~500원 정도 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캄캄한 밤, 인적이 드문 경기도의 한 도로에서 주차돼있는 덤프트럭을 경찰이 수색합니다.

덤프트럭의 문 손잡이에, 누군가 두고 간 영수증이 꽂혀있습니다.

등유 320여 리터를 주유를 했다는 영수증인데, 이 덤프 트럭은 경유차였습니다.

경유차에 등유를 넣었는지 직접 확인에 들어갑니다.

기름을 채취한 뒤, 시약을 넣자 잠시 뒤 보라색으로 변합니다.

[석유관리원 : "등유 성분이 있다고 확인할 수 있어요."]

경찰은 경유차인 관광버스나 덤프트럭에 저렴한 등유를 주유한 혐의로 주유업자 이 모 씨를 붙잡았습니다.

[오창근/서울광역수사대 광역1팀 : "서로 연락 하에 심야 시간대에 연료통을 개방해놓고 ‘어디에 차를 주차해놓았다.’ 그러면 주유 업자가 가서……."]

기름값 부담이 큰 장거리 운행을 하는 차량들만 골라 33만 여 리터를 주유해 3억 여 원의 차익을 챙겼습니다.

경찰은 이 씨를 구속하고, 등유를 공급받은 운전기사 10여 명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유차에 등유를 넣을 경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승헌/한국석유관리원 특수검사팀 : "차량의 엔진 출력이 저하돼요. 나중엔 엔진에 무리가 가서 엔진이 멈출 수가 있어요.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고, 또 한 가지는 환경오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요."]

내가 주유한 기름이 경유가 맞는지 의심이 들 경우, 주유 후에 갑자기 차량의 출력이 저하된 느낌이 들거나 운전시 뒤에서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면 한국석유관리원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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