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불법 사이트에서 잘 보고 있어요” 웹툰 독자의 황당 메시지

입력 2018.05.19 (09:02) 수정 2018.05.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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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사이트에서 작가님 작품 잘 보고 있어요"

올해 4년 차 웹툰 작가인 이정희 씨가 최근 소셜미디어로 받은 메시지다. 'B'사이트는 국내 포털 등에서 웹툰을 마구잡이로 복제해 공짜로 제공하는 불법 복제 사이트다. 이 사이트가 이 씨의 웹툰을 연재하는 정식 사이트인 줄 알고 있던 독자가 황당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씨는 이런 일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했다.

웹툰 작가들은 포털로부터 원고료를 받은 뒤, 유료 결제 실적에 따라서 추가 수익을 배분받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웹툰 작가들이 추가 수익을 거의 기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독자가 포털에서 유료 결제를 하지 않고 불법 웹툰 사이트를 통해 공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웹툰 가격은 보통 미리 보기 3편에 200~300원 정도다.

독자가 언급한 'B' 사이트는 2016년 10월 개설됐다. 국내 거의 모든 유료 웹툰을 불법 복제해 제공한다. 로그인이나 결제는 전혀 필요 없다. 최신 웹툰이 업로드된 지 1~2시간이면 올라오기 때문에 웹툰 작가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 웹툰 넘어선 불법 사이트…업계 피해는 2조 원

웹툰 통계 분석 업체인 웹툰가이드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B 사이트를 비롯한 불법 웹툰 사이트는 90여 개다. 이들 사이트의 열람횟수(page view)는 지난해 7월 7억 건에서 급상승해 지난 3월 12억 건을 넘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웹툰 페이지의 열람횟수는 지난해 7월 15억 건에서 3분의 1이 급감해 10억 건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이미 대형 포털 사이트가 불법 사이트에 역전당한 것이다.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불법 복제된 웹툰은 3천 1백여 개에 달한다. 이를 유료 결제 금액으로 환산하면 월 2천억 원 수준이다. 웹툰가이드는 지금까지 누적 피해금액을 2조 원 이상으로 집계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올해 8천80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전체 시장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이 때문에 웹툰 업계에서는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요구해왔다.

정부, "집중 단속해 차단" … "효과 없어"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일 대책을 발표했다. 불법 웹툰 사이트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4일 'B' 사이트를 비롯해 불법 웹툰 사이트 10곳이 접속 차단됐다.

그러나 접속 차단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 사이트가 우회 사이트를 만들어 곧바로 대응에 나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B' 사이트의 경우 사이트 주소를 'Bxxx.com' 에서 'Bxxx.se'로 바꾸고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웹툰가이드가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우회 사이트로 대거 이용하면서 총 이용자 수에는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회 사이트 만들어 여전히 성업 중인 B 사이트우회 사이트 만들어 여전히 성업 중인 B 사이트

우회 사이트 만드는 데 '1일' 차단하는 데는 '2개월'

문제는 우회 사이트를 다시 차단하려면 평균 2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현재는 웹툰의 불법 복제를 경찰에 신고하면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다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 절차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만으로 불법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지난해 7월 발의됐다. 그러나 국회는 10개월째 검토만 하는 상황이다.

웹툰 관련 기업과 기관 35개사는 지난 2월 웹툰피해대책산업협의회를 결성했다. 협의회는 지난 15일 '웹툰 불법 해적사이트 차단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 이들은 불법 웹툰 사이트가 난립하면서 웹툰 업계 전체가 고사하기 직전이라며 우려했다. 협의회는
그러면서 정부가 불법 웹툰 사이트를 모두 차단하고, 운영자를 신속히 검거해 일벌백계할 것을 촉구했다. 또 웹툰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배포와 사용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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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불법 사이트에서 잘 보고 있어요” 웹툰 독자의 황당 메시지
    • 입력 2018-05-19 09:02:32
    • 수정2018-05-19 10:25:06
    취재후·사건후
"B 사이트에서 작가님 작품 잘 보고 있어요"

올해 4년 차 웹툰 작가인 이정희 씨가 최근 소셜미디어로 받은 메시지다. 'B'사이트는 국내 포털 등에서 웹툰을 마구잡이로 복제해 공짜로 제공하는 불법 복제 사이트다. 이 사이트가 이 씨의 웹툰을 연재하는 정식 사이트인 줄 알고 있던 독자가 황당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씨는 이런 일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했다.

웹툰 작가들은 포털로부터 원고료를 받은 뒤, 유료 결제 실적에 따라서 추가 수익을 배분받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웹툰 작가들이 추가 수익을 거의 기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독자가 포털에서 유료 결제를 하지 않고 불법 웹툰 사이트를 통해 공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웹툰 가격은 보통 미리 보기 3편에 200~300원 정도다.

독자가 언급한 'B' 사이트는 2016년 10월 개설됐다. 국내 거의 모든 유료 웹툰을 불법 복제해 제공한다. 로그인이나 결제는 전혀 필요 없다. 최신 웹툰이 업로드된 지 1~2시간이면 올라오기 때문에 웹툰 작가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 웹툰 넘어선 불법 사이트…업계 피해는 2조 원

웹툰 통계 분석 업체인 웹툰가이드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B 사이트를 비롯한 불법 웹툰 사이트는 90여 개다. 이들 사이트의 열람횟수(page view)는 지난해 7월 7억 건에서 급상승해 지난 3월 12억 건을 넘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웹툰 페이지의 열람횟수는 지난해 7월 15억 건에서 3분의 1이 급감해 10억 건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이미 대형 포털 사이트가 불법 사이트에 역전당한 것이다.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불법 복제된 웹툰은 3천 1백여 개에 달한다. 이를 유료 결제 금액으로 환산하면 월 2천억 원 수준이다. 웹툰가이드는 지금까지 누적 피해금액을 2조 원 이상으로 집계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올해 8천80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전체 시장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이 때문에 웹툰 업계에서는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요구해왔다.

정부, "집중 단속해 차단" … "효과 없어"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일 대책을 발표했다. 불법 웹툰 사이트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4일 'B' 사이트를 비롯해 불법 웹툰 사이트 10곳이 접속 차단됐다.

그러나 접속 차단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 사이트가 우회 사이트를 만들어 곧바로 대응에 나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B' 사이트의 경우 사이트 주소를 'Bxxx.com' 에서 'Bxxx.se'로 바꾸고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웹툰가이드가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우회 사이트로 대거 이용하면서 총 이용자 수에는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회 사이트 만들어 여전히 성업 중인 B 사이트
우회 사이트 만드는 데 '1일' 차단하는 데는 '2개월'

문제는 우회 사이트를 다시 차단하려면 평균 2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현재는 웹툰의 불법 복제를 경찰에 신고하면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다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 절차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만으로 불법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지난해 7월 발의됐다. 그러나 국회는 10개월째 검토만 하는 상황이다.

웹툰 관련 기업과 기관 35개사는 지난 2월 웹툰피해대책산업협의회를 결성했다. 협의회는 지난 15일 '웹툰 불법 해적사이트 차단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 이들은 불법 웹툰 사이트가 난립하면서 웹툰 업계 전체가 고사하기 직전이라며 우려했다. 협의회는
그러면서 정부가 불법 웹툰 사이트를 모두 차단하고, 운영자를 신속히 검거해 일벌백계할 것을 촉구했다. 또 웹툰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배포와 사용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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