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홍대 ‘몰카’ 사건 그 후…그들은 왜 거리로?

입력 2018.05.21 (08:33) 수정 2018.05.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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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서울에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왔습니다.

바로 얼마전 홍대 모델 몰래카메라 사건으로 촉발된 성차별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였습니다.

같은날 저녁 또다른 곳에 모인 여성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17일이 강남역 살인 사건 2주기였고, 그 추모 집회였죠.

남녀 차별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열흘 만에 4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토요일 서울 대학로,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수사 원칙 무시하는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동일 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동일 수사 동일 처벌 (촉구한다! 촉구한다!)"]

남녀 차별 없는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외침이 거리에 울려 퍼졌고, 집회 참가자는 경찰 추산 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같은 날 서울 신촌.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 살인 사건 2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여성들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성들이 이처럼 거리로 나온 이유. 그 발단은 다름 아닌 최근 ‘홍대 누드크로키 모델 몰래카메라 사건’이었습니다.

[권보현/신촌 집회 참가자 : "그 피해자분도 당연히 보호받아야 되고 모든 몰카 피해자분들이 심적으로 치유받아야 된다는 것에 공감하기도 하는데, 근데 여성들이 여태까지 몰카 피해자가 됐을 때는 한 번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수사한 적이 없잖아요."]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남녀 차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홍대 회화과 실기 수업에서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건 지난 1일.

학교 측은 내사를 시작했지만 유출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하영은/한국누드모델협회 회장 : "일단 얼굴 자체가 계속 공개돼 있는 상황이라서 며칠간은 많이 울고 밥도 못 먹고 본인 스스로가 감당이 안 되는 문제이다 보니깐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지난 4일 경찰에 수사가 의뢰됐고, 경찰은 지난 10일 당시 현장에 있었던 동료 여성 모델 25살 안 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하영은/한국누드모델협회 회장 : "굉장히 빨리 이루어졌죠. 저도, 또 피해자 측도 다 진짜 이렇게 빨리 잡힐지 몰랐죠. 정말로."]

수사 의뢰 6일 만에 용의자를 검거한 경찰.

그런데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 진행이 빨랐다며 성차별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이가현/신촌 집회 참가자 : "경찰의 수사가 너무 이례적으로 잘 돼서, 근데 하필 그게 우연하게도 여성 가해자인 사건이어서요. 이게 과연 성별의 차이 없이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게 맞느냐, 이런 의혹이 들었고..."]

일부에서는 빠른 수사 속도는 물론 다른 문제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여빈/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삭제지원팀장 : "지금까지 저희가 지원했던 여성 피해자분들의 경우에는 아침에 신고 접수를 했는데 오후에 (해당)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하지 못한다고 종결을 한다든지 경찰의 태도가 훨씬 미온적이었어요."]

빠른 압수수색과 구속 수사,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운 것도 이례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여기에 남녀 차별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등장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지방경찰청장까지 해명에 나섰습니다.

당시 사건 발생 장소엔 불과 20여명 밖에 없었고, 피의자 안 씨가 사건 직후 휴대 전화를 바꾼 게 확인돼 용의자 특정이 빨랐을 뿐 편파 수사는 아니었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 수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영미/변호사 : "사안에 따라서 빨리 가해자가 추적이 되면 빨리 수사가 되기도 하고, 좀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하게 되면 좀 늦어지는 경우도 있을 뿐이지 이게 피해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빨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남성이 피해자고 여성인 가해자인 사건이기에 여성이 느끼는 박탈감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김영미/변호사 : "여성들이 느끼기에 ‘내가 수사기관에 신고를 해도 너무 더디게 진행이 되고 재판도 더디게 진행되고 하는데, 왜 남자가 피해자라고 했을 때는 빨리 되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오랫동안 여성들이 피해자로 많이 노출되어왔고, 그런 눌려왔던 것들이 표출된 목소리가 아닌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이른바 몰카 수사에 대한 남녀 차별 철폐를 외치는 여성들.

이번 수사에 대한 남성들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정준혁/시민 : "남자도 이런 걸 당할 수 있구나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남자들까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몰카 관련해서 법이 좀 약하잖아요. 법을 강화하면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

[박정훈/시민 : "한 사람의 인생이 정말 확 뒤바뀔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남녀를 떠나서 그런 범죄들은 정말 확실하게 처벌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7년간 몰카 피해자는 3만 5천여 명, 이 가운데 여성은 85%인 3만여 명에 이릅니다.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꼈던 불안, 두려움, 조롱의 대상이 됐던 것, 성적 대상화가 됐던 것. 이런 것들이 사실상 남성의 문화나 관행, 심지어 전통, 미덕 이런 것으로 포장됐고, 그것으로 어떻게 보면 무마됐던 이런 문제를 이제는 우리 사회가 좀 귀 기울여 듣고 반영해서 변화시켜 나가야 될 시대가 된 거죠."]

"성별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이제 열흘만에 40만 명을 넘었습니다.

경찰청장과 여성가족부 장관은 오늘 이에대한 답변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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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홍대 ‘몰카’ 사건 그 후…그들은 왜 거리로?
    • 입력 2018-05-21 08:40:58
    • 수정2018-05-21 0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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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서울에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왔습니다.

바로 얼마전 홍대 모델 몰래카메라 사건으로 촉발된 성차별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였습니다.

같은날 저녁 또다른 곳에 모인 여성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17일이 강남역 살인 사건 2주기였고, 그 추모 집회였죠.

남녀 차별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열흘 만에 4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토요일 서울 대학로,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수사 원칙 무시하는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동일 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동일 수사 동일 처벌 (촉구한다! 촉구한다!)"]

남녀 차별 없는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외침이 거리에 울려 퍼졌고, 집회 참가자는 경찰 추산 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같은 날 서울 신촌.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 살인 사건 2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여성들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성들이 이처럼 거리로 나온 이유. 그 발단은 다름 아닌 최근 ‘홍대 누드크로키 모델 몰래카메라 사건’이었습니다.

[권보현/신촌 집회 참가자 : "그 피해자분도 당연히 보호받아야 되고 모든 몰카 피해자분들이 심적으로 치유받아야 된다는 것에 공감하기도 하는데, 근데 여성들이 여태까지 몰카 피해자가 됐을 때는 한 번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수사한 적이 없잖아요."]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남녀 차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홍대 회화과 실기 수업에서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의 사진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건 지난 1일.

학교 측은 내사를 시작했지만 유출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하영은/한국누드모델협회 회장 : "일단 얼굴 자체가 계속 공개돼 있는 상황이라서 며칠간은 많이 울고 밥도 못 먹고 본인 스스로가 감당이 안 되는 문제이다 보니깐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지난 4일 경찰에 수사가 의뢰됐고, 경찰은 지난 10일 당시 현장에 있었던 동료 여성 모델 25살 안 모 씨를 검거했습니다.

[하영은/한국누드모델협회 회장 : "굉장히 빨리 이루어졌죠. 저도, 또 피해자 측도 다 진짜 이렇게 빨리 잡힐지 몰랐죠. 정말로."]

수사 의뢰 6일 만에 용의자를 검거한 경찰.

그런데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 진행이 빨랐다며 성차별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이가현/신촌 집회 참가자 : "경찰의 수사가 너무 이례적으로 잘 돼서, 근데 하필 그게 우연하게도 여성 가해자인 사건이어서요. 이게 과연 성별의 차이 없이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게 맞느냐, 이런 의혹이 들었고..."]

일부에서는 빠른 수사 속도는 물론 다른 문제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여빈/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삭제지원팀장 : "지금까지 저희가 지원했던 여성 피해자분들의 경우에는 아침에 신고 접수를 했는데 오후에 (해당)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하지 못한다고 종결을 한다든지 경찰의 태도가 훨씬 미온적이었어요."]

빠른 압수수색과 구속 수사,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운 것도 이례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여기에 남녀 차별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등장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지방경찰청장까지 해명에 나섰습니다.

당시 사건 발생 장소엔 불과 20여명 밖에 없었고, 피의자 안 씨가 사건 직후 휴대 전화를 바꾼 게 확인돼 용의자 특정이 빨랐을 뿐 편파 수사는 아니었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 수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영미/변호사 : "사안에 따라서 빨리 가해자가 추적이 되면 빨리 수사가 되기도 하고, 좀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하게 되면 좀 늦어지는 경우도 있을 뿐이지 이게 피해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빨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남성이 피해자고 여성인 가해자인 사건이기에 여성이 느끼는 박탈감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김영미/변호사 : "여성들이 느끼기에 ‘내가 수사기관에 신고를 해도 너무 더디게 진행이 되고 재판도 더디게 진행되고 하는데, 왜 남자가 피해자라고 했을 때는 빨리 되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오랫동안 여성들이 피해자로 많이 노출되어왔고, 그런 눌려왔던 것들이 표출된 목소리가 아닌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이른바 몰카 수사에 대한 남녀 차별 철폐를 외치는 여성들.

이번 수사에 대한 남성들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정준혁/시민 : "남자도 이런 걸 당할 수 있구나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남자들까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몰카 관련해서 법이 좀 약하잖아요. 법을 강화하면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

[박정훈/시민 : "한 사람의 인생이 정말 확 뒤바뀔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남녀를 떠나서 그런 범죄들은 정말 확실하게 처벌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7년간 몰카 피해자는 3만 5천여 명, 이 가운데 여성은 85%인 3만여 명에 이릅니다.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꼈던 불안, 두려움, 조롱의 대상이 됐던 것, 성적 대상화가 됐던 것. 이런 것들이 사실상 남성의 문화나 관행, 심지어 전통, 미덕 이런 것으로 포장됐고, 그것으로 어떻게 보면 무마됐던 이런 문제를 이제는 우리 사회가 좀 귀 기울여 듣고 반영해서 변화시켜 나가야 될 시대가 된 거죠."]

"성별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이제 열흘만에 40만 명을 넘었습니다.

경찰청장과 여성가족부 장관은 오늘 이에대한 답변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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