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부진에도’ 고양 다이노스의 ‘2군 실험’은 진행중

입력 2018.05.21 (11:08) 수정 2018.05.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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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프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와 치어리더의 응원. 클리닝 타임 관중들의 지루함을 달래는 이벤트. 선수들과 만나는 팬 서비스 행사. 흔한 프로야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1군 경기가 아니다. 바로 퓨처스리그(2군) 고양 다이노스 야구장의 풍경이다.

프로야구가 8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도 퓨처스리그의 운영 목적은 선수 육성에 그친다. 관중석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고 대부분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떨어진다.

고양 다이노스가 이런 풍조에 반기(?)를 든지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2015년 고양에 새로 둥지를 튼 다이노스 2군은 단순히 1군 아래에 있는 팀이 아닌 독자적인 구단 운영을 천명했다. 선수 육성 뿐 아니라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2군 경기를 키워보고자 하는 한국 최초의 실험이다.


육성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고양 다이노스의 실험
고양 다이노스는 다른 퓨처스리그 팀과 차이점이 많다. 먼저 구단 이름부터 다르다. 'NC 다이노스 2군'이 아닌 2군 연고지 이름을 따서 '고양 다이노스'로 별개의 명칭을 쓴다. 주말 경기엔 3,000원의 입장료도 받는다. 유료 입장도 퓨처스리그에선 유일하다.

구단 상징인 마스코트는 1군의 공룡이 아니라 고양이 마스코트를 쓴다. 본래 새로운 마스코트를 공모하려 했지만, 연고지인 고양시의 고양이 마스코트가 인기가 높아 고양시와 협의해 사용 중이다.

관중석도 1군보다 좋지 못하지만 테이블 석도 있고 경기를 보기엔 충분하다. 여기에 응원단과 치어리더가 앰프를 틀고 고양 다이노스만의 독자적인 노래로 응원하는 것도 2군에선 생소한 광경이다.

미국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구단이 분리된 형태다. 마이너리그는 위탁 계약을 통해 운영되며 별도의 독립적인 구단과 리그가 존재한다. 팀 명도 메이저리그와 상관없으며 마케팅도 독자적으로 진행한다.

미국 마이너리그의 관중 수는 2012년 4,0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고양 다이노스의 유료 관중은 지난해 2만 명에 이어 올해는 벌써 2만 6천명을 넘었다. 아직은 실험단계지만 2군 경기를 보는 문화가 없던 대한민국에선 작지만 큰 의미를 남긴 성과다.

지역 밀착 마케팅에 사활을 건다
'우리 동네 야구단'. 고양 다이노스의 슬로건이다. 멀리서 2군 경기를 보러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양 다이노스가 지역 밀착 마케팅에 주력하는 이유다.

고양 다이노스는 '우리 동네 야구단'에 걸맞은 활동을 이어왔다. 고양시 내 학교, 아파트, 군부대 등에 구단을 알렸고 야구 교실 등으로 소통했다. 헌혈, 자원봉사, 기부 등 사회 공헌 사업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마케팅 활동 역시 지역 기업과 함께한다. 지난해엔 '달콤한 고양'을 콘셉트로 과자 전을 열어 지역 수제과자 업체들과 지역 상생 마케팅을 했다. 수제 맥주 회사와 손잡고 '우리 동네 맥주'를 만들어 행사를 하기도 했다.

퓨처스리그 마케팅 담당자가 있는 것도 고양 다이노스가 유일하다. 안미경 고양 다이노스 마케팅 담당자는 "우리 동네 야구단을 모토로 지역과 밀착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홍보 활동이나 마케팅도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스포츠 접근성의 확대가 복지다

프로야구 팀은 10개지만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있고 그 중 3팀이 서울이다. 야구 경기를 보러 가고 싶어도 여건상 어려운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공연, 예술 관람 비중 가운데 50% 이상이 영화다. 한국이 영화가 인기 있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 문화 콘텐츠가 빈약하단 증거일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고양 다이노스의 실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가 콘텐츠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스포츠 관람 기회와 접근성 확대는 국민 복지와도 이어진다. 협회와 지자체의 지원도 필요하다. 다행히 고양시와 고양 다이노스는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양 다이노스의 주말 경기 관중석은 대부분 가족 관람객으로 차 있었다. 경기 시작 전 가족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는 행사도 진행됐는데 주말 야유회 풍경처럼 느껴졌다. 특별히 2군 경기를 챙겨볼 정도로 광적인 야구팬이 아니어도 나들이하듯 가족과 손을 잡고 우리 동네 야구장을 찾는 것이다.

퓨처스리그만의 장점도 있다. 경기 전 하이파이브, 승리 시 사인회 등의 행사도 있고 경기장 주변에서 선수들과 쉽게 접촉할 수도 있다. 야구에 관심 있는 고양시민이라면 날씨 좋은 주말 고양 다이노스의 야구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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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군 부진에도’ 고양 다이노스의 ‘2군 실험’은 진행중
    • 입력 2018-05-21 11:08:52
    • 수정2018-05-21 11:51:28
    취재K
앰프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와 치어리더의 응원. 클리닝 타임 관중들의 지루함을 달래는 이벤트. 선수들과 만나는 팬 서비스 행사. 흔한 프로야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1군 경기가 아니다. 바로 퓨처스리그(2군) 고양 다이노스 야구장의 풍경이다.

프로야구가 800만 관중을 돌파하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도 퓨처스리그의 운영 목적은 선수 육성에 그친다. 관중석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고 대부분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떨어진다.

고양 다이노스가 이런 풍조에 반기(?)를 든지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2015년 고양에 새로 둥지를 튼 다이노스 2군은 단순히 1군 아래에 있는 팀이 아닌 독자적인 구단 운영을 천명했다. 선수 육성 뿐 아니라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2군 경기를 키워보고자 하는 한국 최초의 실험이다.


육성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고양 다이노스의 실험
고양 다이노스는 다른 퓨처스리그 팀과 차이점이 많다. 먼저 구단 이름부터 다르다. 'NC 다이노스 2군'이 아닌 2군 연고지 이름을 따서 '고양 다이노스'로 별개의 명칭을 쓴다. 주말 경기엔 3,000원의 입장료도 받는다. 유료 입장도 퓨처스리그에선 유일하다.

구단 상징인 마스코트는 1군의 공룡이 아니라 고양이 마스코트를 쓴다. 본래 새로운 마스코트를 공모하려 했지만, 연고지인 고양시의 고양이 마스코트가 인기가 높아 고양시와 협의해 사용 중이다.

관중석도 1군보다 좋지 못하지만 테이블 석도 있고 경기를 보기엔 충분하다. 여기에 응원단과 치어리더가 앰프를 틀고 고양 다이노스만의 독자적인 노래로 응원하는 것도 2군에선 생소한 광경이다.

미국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구단이 분리된 형태다. 마이너리그는 위탁 계약을 통해 운영되며 별도의 독립적인 구단과 리그가 존재한다. 팀 명도 메이저리그와 상관없으며 마케팅도 독자적으로 진행한다.

미국 마이너리그의 관중 수는 2012년 4,0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고양 다이노스의 유료 관중은 지난해 2만 명에 이어 올해는 벌써 2만 6천명을 넘었다. 아직은 실험단계지만 2군 경기를 보는 문화가 없던 대한민국에선 작지만 큰 의미를 남긴 성과다.

지역 밀착 마케팅에 사활을 건다
'우리 동네 야구단'. 고양 다이노스의 슬로건이다. 멀리서 2군 경기를 보러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양 다이노스가 지역 밀착 마케팅에 주력하는 이유다.

고양 다이노스는 '우리 동네 야구단'에 걸맞은 활동을 이어왔다. 고양시 내 학교, 아파트, 군부대 등에 구단을 알렸고 야구 교실 등으로 소통했다. 헌혈, 자원봉사, 기부 등 사회 공헌 사업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마케팅 활동 역시 지역 기업과 함께한다. 지난해엔 '달콤한 고양'을 콘셉트로 과자 전을 열어 지역 수제과자 업체들과 지역 상생 마케팅을 했다. 수제 맥주 회사와 손잡고 '우리 동네 맥주'를 만들어 행사를 하기도 했다.

퓨처스리그 마케팅 담당자가 있는 것도 고양 다이노스가 유일하다. 안미경 고양 다이노스 마케팅 담당자는 "우리 동네 야구단을 모토로 지역과 밀착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홍보 활동이나 마케팅도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스포츠 접근성의 확대가 복지다

프로야구 팀은 10개지만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있고 그 중 3팀이 서울이다. 야구 경기를 보러 가고 싶어도 여건상 어려운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공연, 예술 관람 비중 가운데 50% 이상이 영화다. 한국이 영화가 인기 있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 문화 콘텐츠가 빈약하단 증거일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고양 다이노스의 실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가 콘텐츠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스포츠 관람 기회와 접근성 확대는 국민 복지와도 이어진다. 협회와 지자체의 지원도 필요하다. 다행히 고양시와 고양 다이노스는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양 다이노스의 주말 경기 관중석은 대부분 가족 관람객으로 차 있었다. 경기 시작 전 가족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는 행사도 진행됐는데 주말 야유회 풍경처럼 느껴졌다. 특별히 2군 경기를 챙겨볼 정도로 광적인 야구팬이 아니어도 나들이하듯 가족과 손을 잡고 우리 동네 야구장을 찾는 것이다.

퓨처스리그만의 장점도 있다. 경기 전 하이파이브, 승리 시 사인회 등의 행사도 있고 경기장 주변에서 선수들과 쉽게 접촉할 수도 있다. 야구에 관심 있는 고양시민이라면 날씨 좋은 주말 고양 다이노스의 야구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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