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다리로 가는 자전거 타고~ 시각장애 라이더의 특별한 국토종주

입력 2018.05.21 (16:06) 수정 2018.05.2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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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쿵쾅거리고 막 뛰지, 어떻게 설명해 그 느낌을

원래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였습니다. 올해 72살의 시각장애인 조승현 씨. 여러 가지 운동을 해봤지만, 몸에 무리가 안가는 자전거가 제일이라고 하네요. 병으로 시력을 잃은 지 17년째, 조승현 씨는 어떻게 여전히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요?

조승현 씨의 비밀병기는 바로 이종욱 씨입니다. 딱 봐도 온몸이 근육질인 이종욱 씨는 인천남부소방서 119구조대장입니다. 2인승 자전거의 앞자리에서 이종욱 씨가 눈이 돼주는 겁니다. 물론 페달은 뒤에 탄 조승현 씨도 공평하게 밟아야죠.

이렇게 장애인과 비장애인(파일럿)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이는 자전거, 바로 '텐덤 사이클(tandem cycle)'입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5일간 800km에 도전

자전거와 함께한 이종욱(좌)·조승현(우)씨. 평균 30km/h의 속도로 달린다.자전거와 함께한 이종욱(좌)·조승현(우)씨. 평균 30km/h의 속도로 달린다.

동네에서 만나 10여 년간 페달을 맞춰온 두 사람. 올봄 큰 결심을 했습니다. 인천 아라뱃길에서 부산 낙동강 하굿둑까지 국토종단에 도전하기로 한 겁니다. 날씨 좋은 오늘(21일) 새벽 출발했는데 금요일에 도착하는 게 목표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구불구불 가다 보니 이동해야 할 거리는 800km에 이릅니다. 800 나누기 5, 하루에 160km씩 가야 합니다. 매일 10시간씩 꼬박 페달을 밟아야 하는 강행군 중의 강행군입니다. 이렇게 멀리 가보긴 두 사람도 처음입니다.


출발 첫날은 경기도 여주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 충주댐을 지나 경북 상주까지는 이틀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합니다. 수요일엔 안동댐까지 왕복주행을 해보고 목요일엔 경남 밀양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대망의 금요일엔 합천을 지나 부산에 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틈틈이 눈에 보이는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모텔이나 민박집에서 잠을 청할 예정입니다. 서울로 돌아올 땐 버스를 타야죠.

북한땅 지나서 터키까지 가보고 싶어

시력을 잃은 뒤에도 조승현 씨는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2003년부터 장애인 재활을 돕는 단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그 활동 중에 하나가 텐덤 사이클입니다.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텐덤 사이클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 2개를 따기도 했습니다.

조승현 씨와 이종욱 씨가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나선 것도 불굴의 의지를 전달하고 싶어서입니다. 반드시 완주해 시각장애인도 도전할 수 있고 자전거로 당당하게 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국토종단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조승현씨는 통일이 되면 자전거로 북한을 지나 중앙아시아를 가로질러 터키까지 가고 싶다며 비장애인보다 더 큰 도전의식을 불태웠습니다.

두 바퀴로 건너는 장애의 간극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은 25만여 명입니다.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등록을 거부하거나 다른 이유로 등록을 포기한 분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장애인의 10% 수준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팔·다리가 불편하다고 스포츠를 즐기고 싶지 않을까요. 조승현 씨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행동에 제약이 있지만 자전거 안장에만 오르면 심장이 뛰고 너무나도 상쾌해진다고 합니다.

텐덤사이클은 눈 역할을 해주는 파일럿만 있다면 시각장애인도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각장애인들에게 인기 있는 운동입니다. 여러 복지시설에서도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일럿 역할을 해주는 비장애인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터넷 자전거 동호회 사이트에는 파일럿을 구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그러나 낯설어서, 실력이 모자란 것 같아서, 민폐를 끼칠까 봐 선뜻 지원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이종욱씨 역시 처음엔 텐덤 사이클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파일럿 역할을 하면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뿌듯함도 있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자전거가 더 좋아져서 이제는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다른 119대원들에게도 권하고 있다고 하네요.

조승현·이종욱씨의 도전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극을 조금은 줄여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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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다리로 가는 자전거 타고~ 시각장애 라이더의 특별한 국토종주
    • 입력 2018-05-21 16:06:27
    • 수정2018-05-21 19:55:49
    취재K
심장이 쿵쾅거리고 막 뛰지, 어떻게 설명해 그 느낌을

원래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였습니다. 올해 72살의 시각장애인 조승현 씨. 여러 가지 운동을 해봤지만, 몸에 무리가 안가는 자전거가 제일이라고 하네요. 병으로 시력을 잃은 지 17년째, 조승현 씨는 어떻게 여전히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요?

조승현 씨의 비밀병기는 바로 이종욱 씨입니다. 딱 봐도 온몸이 근육질인 이종욱 씨는 인천남부소방서 119구조대장입니다. 2인승 자전거의 앞자리에서 이종욱 씨가 눈이 돼주는 겁니다. 물론 페달은 뒤에 탄 조승현 씨도 공평하게 밟아야죠.

이렇게 장애인과 비장애인(파일럿)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이는 자전거, 바로 '텐덤 사이클(tandem cycle)'입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5일간 800km에 도전

자전거와 함께한 이종욱(좌)·조승현(우)씨. 평균 30km/h의 속도로 달린다.
동네에서 만나 10여 년간 페달을 맞춰온 두 사람. 올봄 큰 결심을 했습니다. 인천 아라뱃길에서 부산 낙동강 하굿둑까지 국토종단에 도전하기로 한 겁니다. 날씨 좋은 오늘(21일) 새벽 출발했는데 금요일에 도착하는 게 목표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구불구불 가다 보니 이동해야 할 거리는 800km에 이릅니다. 800 나누기 5, 하루에 160km씩 가야 합니다. 매일 10시간씩 꼬박 페달을 밟아야 하는 강행군 중의 강행군입니다. 이렇게 멀리 가보긴 두 사람도 처음입니다.


출발 첫날은 경기도 여주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 충주댐을 지나 경북 상주까지는 이틀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합니다. 수요일엔 안동댐까지 왕복주행을 해보고 목요일엔 경남 밀양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대망의 금요일엔 합천을 지나 부산에 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틈틈이 눈에 보이는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모텔이나 민박집에서 잠을 청할 예정입니다. 서울로 돌아올 땐 버스를 타야죠.

북한땅 지나서 터키까지 가보고 싶어

시력을 잃은 뒤에도 조승현 씨는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2003년부터 장애인 재활을 돕는 단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그 활동 중에 하나가 텐덤 사이클입니다.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텐덤 사이클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 2개를 따기도 했습니다.

조승현 씨와 이종욱 씨가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나선 것도 불굴의 의지를 전달하고 싶어서입니다. 반드시 완주해 시각장애인도 도전할 수 있고 자전거로 당당하게 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국토종단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조승현씨는 통일이 되면 자전거로 북한을 지나 중앙아시아를 가로질러 터키까지 가고 싶다며 비장애인보다 더 큰 도전의식을 불태웠습니다.

두 바퀴로 건너는 장애의 간극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은 25만여 명입니다.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등록을 거부하거나 다른 이유로 등록을 포기한 분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장애인의 10% 수준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팔·다리가 불편하다고 스포츠를 즐기고 싶지 않을까요. 조승현 씨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행동에 제약이 있지만 자전거 안장에만 오르면 심장이 뛰고 너무나도 상쾌해진다고 합니다.

텐덤사이클은 눈 역할을 해주는 파일럿만 있다면 시각장애인도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각장애인들에게 인기 있는 운동입니다. 여러 복지시설에서도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일럿 역할을 해주는 비장애인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터넷 자전거 동호회 사이트에는 파일럿을 구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그러나 낯설어서, 실력이 모자란 것 같아서, 민폐를 끼칠까 봐 선뜻 지원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이종욱씨 역시 처음엔 텐덤 사이클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파일럿 역할을 하면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뿌듯함도 있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자전거가 더 좋아져서 이제는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다른 119대원들에게도 권하고 있다고 하네요.

조승현·이종욱씨의 도전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극을 조금은 줄여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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