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근로자 또 추락사고…반복되는 이유는?

입력 2018.05.22 (08:30) 수정 2018.05.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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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주말, 고속도로 교량 보수 작업을 하던 근로자 4명이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작업용 철제 계단이 무너져 내리면서 추락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정확한 사고 원인은 민관합동조사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5일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사고 사실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부산 엘시티 공사장에서 역시 유사한 추락사고가 있었죠.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또다시 반복된 건설현장 추락사고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고속도로 교량 보수 작업 중 숨진 근로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평소와 같이 새벽부터 현장으로 향했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 됐습니다.

[유가족 : "(집에) 필요한 공구 좀 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전화가 신호가 가다가 끊어져서 나는 배터리가 다 됐나 생각하고 아니면 바빠서 못 받나 그러고는 기다리고 있었죠."]

기다리던 남편의 연락은 영영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유가족 : "우리 남편이 너무 열심히 살았어요. 전부 다들 열심히 살던 사람이에요. (원인) 규명을 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제2의 제3의 이런 일이 없으라는 법이 없잖아요."]

이번 사고가 알려진 건 사흘전인 지난 19일 오전.

평소 인적이 드문 교각 아래를 지나던 농민이 쓰러져있는 근로자들을 발견한 겁니다.

[신고자 : "트랙터를 몰고 내려오는데 처음에는 비닐이 이렇게 걸쳐있는 줄 알았어. 그랬더니 어느 정도 와 보니까 쇳덩어리더라고. (가까이) 쳐다보니까 사람이 죽어있는 거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교각 40미터 아래 풀숲에는 4명의 근로자가 숨진 채 발견됐고, 부서진 철제 사다리와 함께 50kg이 넘는 발전기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숨진 근로자 4명 외에 현장의 안전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장용/한국도로공사 충청본부 안전팀장 : "(안전)감독관이 항상....저희가 (점검구간이) 80km나 되다보니까 항상 거기에 있을 수는 없고요."]

사고위험이 높은 교량 보수공사를 할 때는 관리 기관에 보고한 뒤 공사 감독자 입회하에 작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는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는 휴일에 작업 지시는 안 합니다. 주말에는 절대 작업을 안 합니다."]

현장에 있던 근로자가 모두 숨지면서 사고 원인은 더욱 미궁에 빠졌습니다.

사고 이틀 뒤인 어제 오전, 사고현장에서는 국토부와 경찰, 노동청, 국과수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사고가 난 교각은 지난 2009년 5월 준공됐고 점검 통로는 지난해 12월 설치됐습니다.

민관합동 사고조사단은 유가족 참관 아래 교각과 함께 40여 미터 아래로 떨어진 교량 점검 시설을 중점적으로 살폈습니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발견된 발전기에 주목했습니다.

무거운 발전기를 옮기는 과정에서 사고 여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현장 공사 업체하고 도로공사 직원 분들 두 분 정도 불러서 (참고인 조사) 진행 중이에요."]

특히, 작업용 난간 구조물이 부실시공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현장 조사를 진행한 노동청은 철제사다리를 교각에 고정시키는 볼트 가운데 일부가 규격에 맞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음성변조 : "(볼트) 길이가 다릅니다. 들어가려면 똑같은 깊이로 들어가 박혀야 하는데요. (볼트) 2개가 좀 짧습니다."]

일부 앵커 볼트의 경우 설계상 길이가 120mm인데 실제로는 90mm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민관합동조사단 측은 다음달 5일까지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밀감식을 다각도로 진행해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볼트) 두 개가 (규격보다) 짧은 게 맞다고 이렇게 확인 드리기는 좀 어려운 상황인 거 같고요. 지금 국토부에서 꾸린 민간합동조사단이 조사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근로자들은 작업용 난간 구조물의 부실 시공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시공된 지 불과 5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숨진 근로자의 동료 : "5개월 밖에 안됐는데 그 (난간) 공사가. 그런데 그게 떨어졌다는 거는 나는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유족들은 불과 두달 전 8명의 사상자를 냈던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 현장 추락 사고가 또다시 반복된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유가족/음성변조 : "해운대 엘시티 추락사고 났었잖아요. 그것도 볼트 때문이었죠. 그죠. 그런데 이번 사건도 똑같거든요. 사다리가 통째로 떨어졌잖아요. 똑같은 일이거든요. 왜 이게 두 달 전에도 생긴 일이 지금 또 생겨요. 왜 이런 사고가 끊임없이 나느냐고..."]

사고 원인은 물론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소홀 등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사고는 또다시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유가족 : "그런데 여기만 그래요? 엘시티도 그래서 그랬고 여기도 그래서 그랬고. 또 어디선가 그럴 거예요."]

[최명선/민주노총 노동안전실장 : "위험의 외주화가 주요 원인이니까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든지 이런 내용이 법으로 규정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법안이 국회에 통과된 게 하나도 없어요."]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현장의 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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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2 08:39:05
    • 수정2018-05-22 08: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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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주말, 고속도로 교량 보수 작업을 하던 근로자 4명이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작업용 철제 계단이 무너져 내리면서 추락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정확한 사고 원인은 민관합동조사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5일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사고 사실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부산 엘시티 공사장에서 역시 유사한 추락사고가 있었죠.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또다시 반복된 건설현장 추락사고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고속도로 교량 보수 작업 중 숨진 근로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평소와 같이 새벽부터 현장으로 향했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 됐습니다.

[유가족 : "(집에) 필요한 공구 좀 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전화가 신호가 가다가 끊어져서 나는 배터리가 다 됐나 생각하고 아니면 바빠서 못 받나 그러고는 기다리고 있었죠."]

기다리던 남편의 연락은 영영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유가족 : "우리 남편이 너무 열심히 살았어요. 전부 다들 열심히 살던 사람이에요. (원인) 규명을 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제2의 제3의 이런 일이 없으라는 법이 없잖아요."]

이번 사고가 알려진 건 사흘전인 지난 19일 오전.

평소 인적이 드문 교각 아래를 지나던 농민이 쓰러져있는 근로자들을 발견한 겁니다.

[신고자 : "트랙터를 몰고 내려오는데 처음에는 비닐이 이렇게 걸쳐있는 줄 알았어. 그랬더니 어느 정도 와 보니까 쇳덩어리더라고. (가까이) 쳐다보니까 사람이 죽어있는 거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교각 40미터 아래 풀숲에는 4명의 근로자가 숨진 채 발견됐고, 부서진 철제 사다리와 함께 50kg이 넘는 발전기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숨진 근로자 4명 외에 현장의 안전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장용/한국도로공사 충청본부 안전팀장 : "(안전)감독관이 항상....저희가 (점검구간이) 80km나 되다보니까 항상 거기에 있을 수는 없고요."]

사고위험이 높은 교량 보수공사를 할 때는 관리 기관에 보고한 뒤 공사 감독자 입회하에 작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는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는 휴일에 작업 지시는 안 합니다. 주말에는 절대 작업을 안 합니다."]

현장에 있던 근로자가 모두 숨지면서 사고 원인은 더욱 미궁에 빠졌습니다.

사고 이틀 뒤인 어제 오전, 사고현장에서는 국토부와 경찰, 노동청, 국과수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사고가 난 교각은 지난 2009년 5월 준공됐고 점검 통로는 지난해 12월 설치됐습니다.

민관합동 사고조사단은 유가족 참관 아래 교각과 함께 40여 미터 아래로 떨어진 교량 점검 시설을 중점적으로 살폈습니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발견된 발전기에 주목했습니다.

무거운 발전기를 옮기는 과정에서 사고 여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현장 공사 업체하고 도로공사 직원 분들 두 분 정도 불러서 (참고인 조사) 진행 중이에요."]

특히, 작업용 난간 구조물이 부실시공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현장 조사를 진행한 노동청은 철제사다리를 교각에 고정시키는 볼트 가운데 일부가 규격에 맞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음성변조 : "(볼트) 길이가 다릅니다. 들어가려면 똑같은 깊이로 들어가 박혀야 하는데요. (볼트) 2개가 좀 짧습니다."]

일부 앵커 볼트의 경우 설계상 길이가 120mm인데 실제로는 90mm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민관합동조사단 측은 다음달 5일까지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밀감식을 다각도로 진행해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볼트) 두 개가 (규격보다) 짧은 게 맞다고 이렇게 확인 드리기는 좀 어려운 상황인 거 같고요. 지금 국토부에서 꾸린 민간합동조사단이 조사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근로자들은 작업용 난간 구조물의 부실 시공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시공된 지 불과 5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숨진 근로자의 동료 : "5개월 밖에 안됐는데 그 (난간) 공사가. 그런데 그게 떨어졌다는 거는 나는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유족들은 불과 두달 전 8명의 사상자를 냈던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 현장 추락 사고가 또다시 반복된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유가족/음성변조 : "해운대 엘시티 추락사고 났었잖아요. 그것도 볼트 때문이었죠. 그죠. 그런데 이번 사건도 똑같거든요. 사다리가 통째로 떨어졌잖아요. 똑같은 일이거든요. 왜 이게 두 달 전에도 생긴 일이 지금 또 생겨요. 왜 이런 사고가 끊임없이 나느냐고..."]

사고 원인은 물론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소홀 등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사고는 또다시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유가족 : "그런데 여기만 그래요? 엘시티도 그래서 그랬고 여기도 그래서 그랬고. 또 어디선가 그럴 거예요."]

[최명선/민주노총 노동안전실장 : "위험의 외주화가 주요 원인이니까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든지 이런 내용이 법으로 규정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법안이 국회에 통과된 게 하나도 없어요."]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현장의 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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