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병 소리·치약 ‘뽀드득’ 소리 만든 김벌래 씨 별세

입력 2018.05.22 (14: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음향의 달인', '광고 소리의 대부' 김벌래 씨가 어제(21일) 새벽 향년 77세로 별세했다.

김벌래 씨의 아들 태근 씨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에는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쉬고 계셨다"며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1962년 동아방송에 입사하면서 음향 일을 맡아, 국내 최초로 '음향 효과'와 '효과음' 장르를 개척했다. 1900년대 초까지 광고, 영화 등에 사용된 각종 효과음의 90%는 고인의 손을 거쳐 갔다고 할 수 있다.

고인의 생전 인터뷰를 돌아보며, 그가 만든 대표작들을 살펴본다.

1976년 '로봇 태권브이' 우주선 소리 어떻게 만들었을까?

고인은 '스타워즈'보다 먼저 나온 SF 만화영화 '로봇 태권브이'의 음향작업을 맡았다.

1976년 개봉한 ‘로봇 태권브이’1976년 개봉한 ‘로봇 태권브이’

그는 우주선 소리를 만들기 위해 아내의 가야금을 이용했다. 가야금의 낮은음과 높은음을 합성해 우주선 소리를 만들었고, 나쁜 나라와 좋은 나라의 우주선 소리를 차별화하기 위해 가야금 외에 해금을 이용했다고 한다.

'88서울 올림픽' 굴렁쇠 굴릴 땐 어떤 소리를 냈을까?

88올림픽 개·폐회식 사운드 총괄 감독을 맡게 된 고인은 아이가 굴렁쇠를 굴릴 때 정적인 소리를 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88올림픽 굴렁쇠 소년 88올림픽 굴렁쇠 소년

그는 고민 끝에 피곤할 때 귀에서 '삐-'하고 들리는 이명을 표현하기로 했고, 이를 바이올린의 단음을 활용해 현장과 어울리는 정적인 음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이후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88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대전 엑스포 등 굵직한 국가의 행사에서 사운드 연출을 맡게 됐다.

'백지수표' 받은 광고 효과음은?

고인이 모 콜라 광고에 음향 아이디어를 제공해 백지수표를 받았다는 일화는 광고계의 전설로 통한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병뚜껑 따는 효과음을 만들어, 말로만 듣던 백지수표를 받았다. 당시 집 한 채 가격을 적었다"고 말했다.

당시 고인은 마시면 상쾌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그냥 맥주병이나 소주병을 따서는 안 됐고, 고무풍선을 터뜨려 비슷한 소리를 냈다. 풍선은 재질이 약해 콘돔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고인은 치약 광고에서 사용된 '뽀드득' 소리, 제약회사 광고의 용각산 종소리 등을 만들어 내며 음향효과의 전설로 불렸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3일 오전 8시다.

K스타 강이향 kbs.2fragrance@kbs.co.kr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콜라병 소리·치약 ‘뽀드득’ 소리 만든 김벌래 씨 별세
    • 입력 2018-05-22 14:02:54
    K-STAR
'음향의 달인', '광고 소리의 대부' 김벌래 씨가 어제(21일) 새벽 향년 77세로 별세했다.

김벌래 씨의 아들 태근 씨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에는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쉬고 계셨다"며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1962년 동아방송에 입사하면서 음향 일을 맡아, 국내 최초로 '음향 효과'와 '효과음' 장르를 개척했다. 1900년대 초까지 광고, 영화 등에 사용된 각종 효과음의 90%는 고인의 손을 거쳐 갔다고 할 수 있다.

고인의 생전 인터뷰를 돌아보며, 그가 만든 대표작들을 살펴본다.

1976년 '로봇 태권브이' 우주선 소리 어떻게 만들었을까?

고인은 '스타워즈'보다 먼저 나온 SF 만화영화 '로봇 태권브이'의 음향작업을 맡았다.

1976년 개봉한 ‘로봇 태권브이’
그는 우주선 소리를 만들기 위해 아내의 가야금을 이용했다. 가야금의 낮은음과 높은음을 합성해 우주선 소리를 만들었고, 나쁜 나라와 좋은 나라의 우주선 소리를 차별화하기 위해 가야금 외에 해금을 이용했다고 한다.

'88서울 올림픽' 굴렁쇠 굴릴 땐 어떤 소리를 냈을까?

88올림픽 개·폐회식 사운드 총괄 감독을 맡게 된 고인은 아이가 굴렁쇠를 굴릴 때 정적인 소리를 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88올림픽 굴렁쇠 소년
그는 고민 끝에 피곤할 때 귀에서 '삐-'하고 들리는 이명을 표현하기로 했고, 이를 바이올린의 단음을 활용해 현장과 어울리는 정적인 음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이후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88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대전 엑스포 등 굵직한 국가의 행사에서 사운드 연출을 맡게 됐다.

'백지수표' 받은 광고 효과음은?

고인이 모 콜라 광고에 음향 아이디어를 제공해 백지수표를 받았다는 일화는 광고계의 전설로 통한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병뚜껑 따는 효과음을 만들어, 말로만 듣던 백지수표를 받았다. 당시 집 한 채 가격을 적었다"고 말했다.

당시 고인은 마시면 상쾌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그냥 맥주병이나 소주병을 따서는 안 됐고, 고무풍선을 터뜨려 비슷한 소리를 냈다. 풍선은 재질이 약해 콘돔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고인은 치약 광고에서 사용된 '뽀드득' 소리, 제약회사 광고의 용각산 종소리 등을 만들어 내며 음향효과의 전설로 불렸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3일 오전 8시다.

K스타 강이향 kbs.2fragrance@kbs.co.kr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